Gonner2, 다소 인색하게 돌아온 후속작… 기이한 매력은 여전
Gonner2, 다소 인색하게 돌아온 후속작… 기이한 매력은 여전
  • 진병훈
  • 승인 2020.10.24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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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에 PAX(Penny Arcade Expo) 게임 전시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Gonner>는 <The Blinding of Isaac(아이작의 번제)>와 <Downwell(다운웰)>의 이름을 기억하는 게이머들에게 크게 각인되었다. 특히 <Nuclear Throne(뉴클리어 쓰론)>식의 강렬한 전개가 섞이면서 ‘로그라이크’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그래픽 기호와 고래, 사신(死神)의 조합은 도무지 상식적인 머리에서 나올 수 없는 언밸런스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튜토리얼도 거치지 않는다. <Gonner>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규칙을 파악하는 것은 모두 게이머의 몫이었다.

실마리라고는 움직이고, 점프하고, 쏘는 것뿐.

이 단순한 전개가 횡스크롤 슈팅 장르라는 것을 눈치챌 때쯤에는 비상식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고, 해골과 가방, 총이 분리되는 모호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소 오싹한 미스터리를 경험하는 것 같지만, 이 게임은 아주 기발한 2D 플랫폼 장르다. 그리고 4년 만에 일부 시스템을 개선한 후속작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번 후속작은 다소 인색하게 돌아왔다. 360도 방향으로 총을 난사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달라진 모습이지만, 객체들의 충돌 시스템이 애매하게 설정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게이머가 쏘는 총, 그러니까 ‘불렛’ 객체가 평행선을 그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알고리즘 속에 존재하는 에너미 객체들과 서로 충돌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본인 역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어서 해외 게이머들의 플레이 화면을 들여다봤지만 역시나 마찬가지 현상이었다. 자유도라는 게 생긴 덕분에 잡몹들이 공격하는 방향도 더 폭넓어졌다. 문제는 게이머가 발사하는 탄환이 일직선으로 바로 향하지를 않아서 명중시키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아마도 게임 초반에 짜증나는 일이 될 수 있어서 매우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모두에 밝힌 것처럼 충돌 시스템도 야박한 편이라서 코앞에 있는 잡몹을 처리하기 힘든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게이머의 탄환은 수직선을 타는 것도 쉽지 않다. 좁은 벽 사이로 올라오거나 내려오는 잡몹들마저 처리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전투에서 대각선으로 총을 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개발진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록맨>처럼 앞만 바라보는 바보가 더 현명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록맨>이 나왔으니 하는 이야기지만, 전작에서는 총을 쏘는 재미가 잘 구현되어 있었다. 튜토리얼이 없다고 하지만, 적응 단계 차원으로 좁은 실내 안에 잡몹들을 몰아 넣고 콤보를 먹이는 묘미가 있었던 것이다. 슬러그가 슬그머니 벽을 가로 질러 느슨하게 움직이면서 게이머의 머리를 노리기도 했지만, ‘피지컬 게임’이라는 점에서 큰 불만은 없었다. 마니아들이 기억하는 것처럼 이 게임은 콤보 시스템이 발동하면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배경이 더욱 생생하게 꿈틀거리고, 사운드스케이프는 과음이라도 한 것처럼 맹렬해진다. 잡몹들을 처리할 때마다 문양을 얻고 그 점수를 통해 온라인 유저들과 경쟁도 할 수 있다

사실 이 게임이 주목받았던 점은 독특한 아트 스타일에 있었다. 겉으로는 조잡한 모습이지만, 레이아웃은 도화지에 그려 놓은 듯이 추상적이었다. 이런 보기 드문 미학은 잡몹들이 쓰러질 때마다 꽤 거칠고 활기차 보였다. 어두컴컴한 실내는 게이머가 조종하는 ‘이크’라는 캐릭터가 이동할 때마다 크레파스로 쭉쭉 그려지며 시야에 들어오는데 이런 역동적인 게임 화면을 스크린샷에 모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후속작에도 ‘이크’는 여전히 죽음을 맞이한다. 전작에 존재했던 육지 고래, 샐리는 이제 안 보이지만, 사신을 깜짝 놀랠 만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제 체크포인트 안에 바로 매몰되지 않고, 잡몹들의 동향부터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전작에서는 점프를 누르면 바로 다음 스테이지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번 후속작에서는 먼저 고개부터 내민 뒤에 탄환을 발사할 수 있다. 잡몹들이 천장에 붙어 있거나 바닥을 기어 다닌다고 해도 이제 위협이 되지 않는다.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작에 비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스테이지를 시작할 수 있다.

전작의 플레이 타임은 비교적 짧았지만, 유기적인 난이도 덕분에 나름대로 흥미를 유발했다. 잡몹에게 공격 당하면 ‘이크’의 처음 모습처럼 물방울 형태로 떨어져 나가고, 해골과 가방,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이템인 총도 떨구게 된다. ‘하트’ 하나가 사라지지만, 게이머는 총을 다시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꽤 긴박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쉽게 죽음을 당하고, 다시 사신을 만나는 일이 반복된다.

후속작 역시 죽음을 쉽게 당하지만, 물방울로 떨어져 나갈 때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다. 전작과 달리 잠시 공격을 받는 시간이 무효화가 되기 때문에 주변에 떨어진 장비들을 쉽게 끌어 모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총이 접근할 수 없는 사각지대로 떨어지면 결국 잡몹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크’는 잠시 귀신이 될 수 있지만, 점프를 누르면 잡몹들의 가시선에 걸려들게 된다. ‘하트’를 모두 잃더라도 운이 좋으면 스테이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체크포인트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총을 얻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

이번 후속작은 대체로 조심스러운 진행을 하도록 설계됐다. 전작처럼 잡몹들이 한 곳에 몰리는 경우가 이제 없기 때문에 콤보를 먹이는 재미도 줄어들었다. 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가 흔들거리고, 옥구슬이 흘러갈 듯한 사운드트랙이 더 급박하게 흘러가게 하려면 게이머는 더 바삐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역시나 충돌 시스템이다. 개발진은 잡몹들이 공격을 받으면 튕겨 나가게 함으로써 생존할 시간을 더 늘려 주었다. 앞서 밝힌 것처럼 탄환을 명중시키는 것이 더 어렵게 되면서 후속타가 들어갈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일부 덩치가 큰 몬스터는 소형 잡몹으로 분리되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전작은 어느 정도 적응 단계가 필요했지만, 디자인이 워낙 유별났기 때문에 잡몹들을 식별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후속작은 화폐 개념의 아이템이 새로 소환되면서 게이머의 위치를 찾는 것도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콤보를 즐기는 게이머는 탄환의 방향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특히나 수중 전투에서는 더욱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하는데 이쯤 되면 전작의 매력이 많이 희석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그라이크’ 마니아들에게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전개일 것이다. 적응이 끝난 우리 게이머들은 전작을 끝내는 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번 후속작 역시 그리 길지 않은 도전일 것이다. 이 게임에서 작동하는 역학은 더 까다로워졌지만, 일부 보스들의 공격 패턴은 꽤 흥미롭다. 레벨 디자인은 여전히 다양하지 않고, 장비의 범위 역시 폭넓지 않지만, 스타일리시하고 기이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전작에서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타임어택 플레이를 즐기는 게이머들도 있었다. 지금도 ‘스피드런’이라는 타이틀의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신들린 플레이를 자랑하는 게이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개발진에게 굉장히 자극적인 피드백이 됐을 것이고, 그 결과는 후속작에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총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개발진이 뒤늦게 깨닫고 곧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하길 바란다. 탄환의 방향이 곧장 바닥을 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전투의 흐름이 자주 끊겼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닌텐도 스위치 버전까지 살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수중 전투에서는 콤보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정도였다.

그래도 <Gonner>는 여전히 재밌는 게임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횡스크롤 슈팅은 잠시 동화 속에 빠져서 칠판에 낙서를 하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우리 게이머들은 조금 더 눈을 부릅뜨게 됐고,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공정하지 않다고 투덜대는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 흔들거리는 화면이 눈앞에 아른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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