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브 어스2, 복수와 폭력으로 물들다
라스트 오브 어스2, 복수와 폭력으로 물들다
  • 진병훈
  • 승인 2020.06.25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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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은 제쳐 두고 <라스트 오브 어스2>는 극단적인 분노를 지향하는 게임이다. 아마 플레이스테이션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나온 게임 중에 가장 피비린내가 나는 전투 퍼포먼스를 묘사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부당한 폭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 앤서니 버지스가 묘사했듯이 폭력은 자유 의지와 맞물리며 상식적인 논리 구도를 깨뜨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닐 드럭만은 복수라는 큰 주제를 꺼내 와 폭력이라는 잔인한 방법으로 점철시키려 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어디까지 장르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지, 어디서부터 분노를 유발할 수 있는지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며, 제작진의 의도가 그런 것이라면 이 게임은 크게 성공한 것이다.

다만 폭력의 경계점을 논하고 싶은 지점에서도 이 게임은 복수를 고집하고 있다. 3부 구조로 구성될 정도로 기나긴 여행을 마쳐야 할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닐 드럭만은 전작을 통해 게임과 영화의 벽을 허물고, 거대한 서사를 흩뿌려 놓지만, 그가 느끼는 궁핍이 게이머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 게이머들이 전작에서 느낀 것은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순애보와 윤리의 교차점에 있었다. 주인공 조엘과 엘리는 그런 면에서 팬덤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불행히도 이 게임은 폭력의 상관관계를 무리하게 노출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게이머들은 장르의 쾌감을 느끼기도 전부터 폭력이 주는 불안감에 먼저 맞닥뜨려야 한다. 패드를 계속 쥐어야 할 동기가 될 수는 있지만, 감정이입의 대상이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라 제작진을 향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 게임이 주는 시각적 효과는 뛰어나다. <언차티드4 :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에 동원된 기술을 개선해 캐릭터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시애틀을 배경으로 한 방대한 지도와 이를 바탕으로 한 텍스처에 있다. 갖가지 아이템들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도시 곳곳에서 찾는 일은 전작을 훌쩍 뛰어넘는다. 단 한 번의 플레이로 이 게임의 상상력을 모두 경험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 세계가 팬데믹에 휩쓸려 간 상황을 가정한 수많은 자료들은 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이 방대한 지도들은 전투를 응용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 게임의 전투 시스템 핵심은 무기를 잘 다뤄야 하는 점도 있지만, 태풍이 들이닥친 듯한 흉측한 건물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허물어진 벽 사이로 넘어가거나 무너져 내린 바닥 사이로 몸을 숨겨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피 말리는 전투가 한바탕 끝나고 나면 방대한 지도 때문에 목적지를 순간적으로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적들의 개선된 인공지능도 전투 시스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작에서는 프로그램된 지역으로 혼비백산 도망가는 희한한 적들이 있었다. 주인공이 들켜도 머리카락 휘날릴 정도로 옆으로 스쳐 지나가 버리니 김새는 일도 적지 않았다. 총소리가 들리면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경계 태세를 풀어 버리는 적들 때문에 난이도 조절이 시급하다는 넋두리를 해야 할 지경이었다.

이번 게임에는 워싱턴 해방 전선, 이른바 WLF(Washington Liberation Front)와 세라파이트 라는 종교 집단이 중요한 적들로 등장한다. WLF는 시애틀의 방대한 물자를 확보한 군인들이며 수천 명에 이른다. 중요 캐릭터인 애비가 소속된 곳이며 본래 창설 취지와는 다른 행보로 변질되고 있는 중이다. 세라파이트와의 잦은 충돌로 원수지간이 되었으며 결국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

게이머는 시애틀을 두고 대립하는 두 집단 사이에서 격렬한 전투를 이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이번 게임의 중요 변수로 등장하는 WLF의 군용견은 주인공 근처에만 있어도 냄새를 맡고 반응한다. 곧장 도망간다 해도 흔적을 따라 계속 쫓아오기 때문에 흙먼지 나는 벽돌 사이로 숨으면서 체취를 차단해야 한다.

군용견은 게이머들의 전투 전략을 다양화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다. 게이머가 원한다면 화염병을 투척함으로써 WLF 병사와 함께 미리 위험 요소를 제거해 버릴 수도 있다. 아니면 화살이나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병사부터 제거해 군용견을 떠돌이 신세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명심할 점은 전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작처럼 벽돌이나 병을 던져서 적을 유인해 암살하는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수상한 낌새를 느끼면 21조가 돼서 효율적인 정찰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인공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다양한 전투 전략을 즉각적으로 시도하지 않으면 잠입 액션이 무색할 정도로 지저분한 흐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투 전략을 운운하는 이유는 앞서 강조했던 분노와 연결되어 있다. 주인공과의 전투에 뛰어드는 적들은 궤멸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폭탄이나 화살에 그로기 상태가 되면 무릎을 꿇은 채 주인공을 향해 끔찍한 저주를 퍼붓는다. 사소할 수 있지만, 복수 하나로 시애틀을 횡단하는 주인공의 감정을 부추기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새라파이트는 훈련받은 군인들과는 달리 사이비 종교에 빠진 무리들이기 때문에 그 잔악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믿음을 저버린 대가로 이른바 날개를 꺾는다며 팔을 분질러 버리는가 하면 목을 매달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는 처형식을 저지른다.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흔한 갈등도 이들 앞에서는 그저 믿음배신의 정점에 있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새라파이트와의 전투는 더욱 격렬하다. 현대화된 무기가 아닌 망치, 도끼, 활과 화살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원시적이지만, 그만큼 피칠갑이 되는 일이 많다. 눈에 띄는 점은 새라파이트들 중에 섞여 있는 덩치들이다. 이 위험한 자들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도끼와 망치를 들고 무섭게 질주한다. 아마 게이머들은 이들과 벌이는 첫 전투에서 무기 교체 방식을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 게임은 숨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재적소에 필요한 무기 제작도 중요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부분에서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산타바바라를 근거지로 인간 사냥을 하는 래틀러라는 집단과의 전투는 더 위험하다. 이들 중 일부는 헬멧을 쓰고 있기 때문에 헤드샷이 불가능하다. 이들은 감염자들까지도 재미로 납치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종자들이다. 휴양지에서나 입을 법한 복장으로 헬멧을 쓰고 이런 위험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기 제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추가된 소음기는 권총에 부착함으로써 잠입 액션의 사실성을 높여 준다. 물론 소음기는 페트병을 통해 제작되기 때문에 제작을 해야 하고, 일정 부분 사용하면 총알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헤드샷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제작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아마 게이머들도 가장 많이 사용한 무기가 소음기일 것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2>는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잠입 액션을 그대로 이어받아 개선했기 때문에 소음기를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밖에 엘리의 주 무기인 칼의 사용 제한이 사라졌으며, 회피 동작이 추가됨으로써 전투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2막이 시작될 때쯤에는 회피 동작이 이 게임의 액션에서 얼마나 대단한 요소인지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흐름으로 중요한 전략이 되기 때문에 이 게임에 익숙해지면 맨몸 액션이 즐거워질 때가 올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는 바로 사운드다. 이미 전작에서부터 훌륭한 효과를 보여줬지만, 이번 게임에서는 사실성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염자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보다 WLF와 새라파이트의 반응이 더 흥미로웠다. 전작에서도 사망한 동료를 발견하는 기능은 있었지만, 주인공을 위협할 만한 요소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도끼나 망치를 들고 오는 덩치가 산탄총에 머리가 박살나면 그 뒤를 따라붙던 적들이 혼비백산하는 경우다. 동료들의 시체 앞에서 질색해 버리는 적들의 인공지능 또한 긴장감을 높이는데 한몫한다. 위험을 알리는 적들이나 휘파람으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새라파이트의 조직원들을 암살하는 긴장감은 그야말로 이 게임의 백미다.

게임을 마무리하면서 잊을 수 없는 추격전이 있었다. 중요 캐릭터인 애비가 감염자들에게서 도망치다가 맨몸으로 어렵게 빠져나오는 상황이나 엘리가 친구 제시와 함께 카 체이스를 벌이는 상황이다. 영화처럼 여러 각도로 캐릭터들의 감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그 밖에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탈출극도 여러 번 있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캐릭터들의 사실적인 인물 묘사가 큰 영향을 끼쳤다. 뛰어난 기술력 덕분에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감정이 게이머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라스트 오브 어스2>는 불행히도 발매일 전부터 엔딩이 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동성애 코드와 더불어 팬들을 우롱했다는 다소 과격한 비판도 이어졌다. 엠바고가 해제된 직후 만점에 가까운 평론가들의 호평이 줄줄이 나오는가 했지만, 발매일 이후에는 유저 점수와의 격차가 상상 이상으로 벌어졌다.

아마도 누리꾼들의 분노는 복수의 상관관계가 불합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작진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폭력의 순환을 압박하는 것 같았고, 이는 꽤 찜찜하고 불쾌할 수 있다. 게다가 <라스트 오브 어스2>는 시각과 청각을 전달하는 영상 매체가 아닌 게임이기 때문에 단순히 일인칭 영화로 치부할 수가 없다.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역할은 오롯이 패드를 쥐고 있는 게이머에게 있기 때문에 복받치는 감정을 단순히 묵과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라스트 오브 어스2>는 세밀한 인물 묘사와 시각적 효과, 음향 부분에서도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게임은 분명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이 게임을 받아들인다면 모든 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는 평을 들을 만도 하다.

그만큼 이 게임이 주는 충격은 작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영화가 주는 도덕적 가치에서도 우리는 야유를 보내니 게임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졌던 것이다.

당연하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2>는 무조건 스포일러를 피해야 한다. 특히 구글이나 유뷰트 등에서 검색 자체를 하지 않길 바란다.

<라스트 오브 어스2>가 폭발하는 분노와 폭력의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지는 게이머들이 느껴야 하며, 그 결과는 닐 드럭만과 제작진이 감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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