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카페건, 움직이는 미소녀들… 미연시 오덕후는 모여라
걸카페건, 움직이는 미소녀들… 미연시 오덕후는 모여라
  • 진병훈
  • 승인 2020.07.20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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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이버노이드(Cybernoids)2012, 자국에서 발표한 Live2D를 몰랐다면 <걸카페건>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은 적지 않게 놀랐을 것이다. 해당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가 국내에 배포되기까지 이미 유튜브를 통해서 Live2D의 체험 경험담과 영상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평면적으로만 인식됐던 2D 애니메이션은 이제 입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었고, 관심을 보인 여러 제작사들이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단조로운 모션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슈퍼로봇대전 X-Ω>처럼 전투 중에 잠깐씩 스쳐 지나가게 하는 얄팍한 방법도 있으나 캐릭터들을 냉정하게 관찰해 보면 <검은 장미의 발키리>나 이 게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마치 풍선 인형처럼 붕붕 떠 보인다. 2D 이미지를 잘게 쪼개서 레이어별로 맵핑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적은 리소스로 움직임을 구현하거나 다채로운 모션의 기대감은 사실상 저물어진 상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많은 제작사들이 Live2D를 응용하는 이유는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가 아직도 오덕후들 사이에서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중력 상태에 떠 있는 것처럼 어색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 여전하지만 캐릭터들의 표정 변화는 애니메이션 영상에서나 볼 법한 연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Live2D는 어도브의 포토샵과 애프터이펙트 등과도 연동되기 때문에 채색한 색감 그대로 게임상에서 보여줄 수 있다. 개발진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레이어 작업과 UI가 비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미소녀가 들어가는 게임에서는 제작사들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과거 미연시의 유행을 주도했던 게임들, 여기에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오덕후들과 그 제작사들 입장에서 Live2D가 최소한 하나의 터닝 포인트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걸카페건> 역시 미연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원력이라는 물질이 전 세계에 침범하면서 평범한 인간들이 좀비처럼 변하고, 길거리는 전장으로 도배가 되면서 암울한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듯하지만, 주인공은 총기류로 무장한 미소녀들을 출격시키고, 그녀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카페를 운영한다. 여기까지만 들어 봐도 제목에 끼어 들어가 있는 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알 수 있다. 카페는 엄밀히 성장의 수단이지만, 사실상 미소녀들을 위로, 내지 주인공과 섬싱(something)’을 일으키기 위한 일종의 데이트 장소나 다름없다.

이 게임은 오프닝부터 노골적으로 미연시가 주요 장르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원력이라는 정체불명의 물질이 전 세계를 황폐화시켰는데 뜬금없이 미소녀들이 들고일어나 이 불행한 팬데믹 사태에 저항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우리 미소녀들의 의지를 우습게 볼 필요는 없다. 이들 중에는 원력이 무한에너지라는 점을 간파한 이른바 온건파의 성향이 엿보이는 소녀가 있는가 하면,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에 어울리는 과격파들도 일부 보인다. 이들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주인공이 이끄는 미소녀 군단이 위기를 맞고, 새로운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한다.

우리 주인공은 이 사태를 타파하기 위해 카페를 운영하면서 미소녀들에게 커피를 권유하거나 한술 더 떠서 요가를 시키기도 한다. 야릇한 문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호감도를 올려주기도 하는데 게임은 당연히 미소녀들의 능력치로 연결시키고, 레벨을 올리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도 <걸카페건>에는 슈팅이라는 장르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 게임은 커튼처럼 화면을 채워나가는 이른바 탄막 슈팅 게임으로 불릴 수 있다. 탄막 슈팅 게임은 스프라이트의 제한된 용량 때문에 <도돈파치> 같은 쾌감형 슈팅 게임으로 발전하는데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렸다. 가지각색의 탄막들이 화면을 채워나가는데 부정적이었던 기존 슈팅 게임들(건버드나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 등)도 적 AI에서부터 그 흔적을 보이면서 난이도를 조절하는데 활용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게임에 들어가면 모바일 게임답게 가상 조이스틱이 좌측 하단에 위치하고 있고, 기본 공격과 스킬 공격이 우측 하단에 정렬되어 있다. 가상 조이스틱이 모바일 게임계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이처럼 정밀한 조준이 필요한 게임에서는 오히려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화면이 비좁은 모바일 게임에서는 가상 조이스틱 자체가 불편하다는 볼멘소리도 많았다. 그래서 이 게임은 자동 조준을 기본으로 설정했고, 게이머가 필요하다면 수동으로 설정해 직접 터치하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기본 공격을 누르고만 있으면 자동으로 적들을 처리하기 때문에 초반에 느꼈던 신선한 맛이 점차 희석될 수는 있다. 다행히도 이 게임에서는 스프린트(sprint) 기능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적들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대규모 화력전이 진행되는 보스전에 한정되어 있다. 기본 공격을 누르고 있으면 움직임이 느려지는 시스템이라서 나머지 전투에서도 <도돈파치>를 추억하는 게이머들은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성장 시스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 게임의 1막이 끝이 나고 나면 미소녀들을 단체로 스카우트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데 눈치가 빠른 게이머들은 이미 1티어 구성을 마스터했을 것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실드와 체력으로 버티는데 보스전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실드에 있다. 실드가 모두 깎이면 그로기 상태라고 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체력을 소진시킬 수 있는 찬스가 생긴다. 자동 공격 시스템과 미소녀들의 비주얼만 믿고 진행했다가는 실드도 제대로 깎지 못해서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미소녀들의 조합인데 체력을 깎아 주는 화력능력치와 더불어 실드를 깎아 주는 강습능력치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물론 적들의 공격을 차단하거나 체력이나 실드를 회복해 주는 서브방어’, ‘의료능력치도 중요하다. 이미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화력과 강습, 그리고 서브 능력치를 적절히 조합할 수 있는 미소녀 열람표가 나돌고 있다. 스카우트는 가챠 시스템(Gacha System)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고 다시 반복할 수 있다. 3성과 더불어 4성 캐릭터들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4성 캐릭터들을 뽑을 때까지 반복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화성과 강습을 강점으로 한 3성 캐릭터 두 명만 뽑으면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능력치만 중요한 건 아니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무기 보급 시스템이 열리면서 더 강력한 무기를 얻을 수 있다. 일부 미소녀는 개량된 무기를 쥐여 줘야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오기도 한다. 전투 중에 잡몹들이 떨어뜨리는 아이템들을 소비해서 무기들을 최대한 보급하는데 이 역시 가챠 시스템이 돌아가면서 성능 좋은 3성 무기들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근거리 공격용인 브레이버를 얻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 4성 무기를 얻는 것만으로도 리세마라(처음부터 시작하여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리셋을 반복하는 행위)가 필요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부터는 미소녀들의 능력치를 중점으로 두고 그에 알맞은 무기들을 배치해야 한다. 여기서 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앞서 미리 경고한 것처럼 실드조차 깍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미연시 장르가 어느 정도 다가설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게임에서 갈등 요소로 작용하는 원석 물질뿐만 아니라 대부분 헐겁게 느껴지는데 서브컬처에서조차 용납되기 힘든 용어들이 처음부터 남발하기 일쑤다. ‘프린세스 아일랜드원력 파동’, ‘원력 드라이브등 그 의미를 쉽게 떠오를 수 있는 단어들이 대사들에 끼어 나올 때마다 역시 이 게임의 주요 장르는 미연시고, 슈팅과 RPG 요소들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이 게임에서 언급하는 무한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를 거론할 정도로 거창한 스토리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블의 히어로들이 사용하는 에너지 개념과도 사뭇 달라 보인다.

<걸카페건>은 비교적 뛰어난 Live2D 연출을 통해 오덕후들의 덕심을 노린 동시에 고전 슈팅 게임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처음 전했던 것처럼 모바일 스토어로 우연히 접근했다가 애니메이션 효과에 매료될 수도 있다. 미소녀들의 육체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미연시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오덕후들에게 모처럼 비주얼 면에서도 합격점인 모바일 게임이 등장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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