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Starport delta 리뷰
[PC]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Starport delta 리뷰
  • 김민진
  • 승인 2020.04.03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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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중에 문명하셨습니다. 라는 말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플레이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24시간이 지나가 버린다는 게임, 문명. 시스템이 복잡하고 어려운 데다가 한 번 켜기 시작하면 오랜 시간을 잡아먹어서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라이트 유저들은 쉽게 건들지 못하는 게임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나만의 문명으로 세계를 정복하거나 과학을 발전시켜 초강대국이 되는 등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만의 문명을 일궈나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엄청난 히트를 했었다. 전략게임의 대표주자인 문명이나 삼국지 시리즈가 보여준 것처럼 전략게임은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세계 정복을 하겠다거나, 외교로 패권국가가 된다거나. 물론 그 외에도 세세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목표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고 보다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다.

필자는 명실공히 전략게임 충이다. 문명은 물론이고 삼국지 시리즈, 엑스컴, 트로피코 시리즈까지. 어지간한 전략게임은 꽤 많이 섭렵했다고 자부한다. 타고난 끈기가 부족해 전략게임의 모든 시스템을 속속들이 알 정도로 깊이 있게 파고들진 못했지만 그래도 전략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게임은 일단 플레이 해 보는 편이다. 그랬기에 처음 스타포트 델타(Starport delta)가 리뷰게임으로 선정되었을 때 쾌재를 불렀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나만의 종족, 문명을 개척해 나가는 엔드리스 스페이스와 같은 게임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기대는 게임을 켜고 30분 만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스타포트 델타는 필자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전략게임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복잡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글화가 됐으면

일단은 영어다. 전략게임에서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그냥 게임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명을 생각해 보자. 문명 내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자원들과 그 자원들을 바탕으로 건설, 생산되는 유닛, 건물들. 어떤 유닛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 외교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도움말이 없으면 게임 진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실제로 필자 역시 1년 가까이 문명을 즐겼지만, 나중에 다시 플레이 했을 때 새로 깨달은 부분이 있을 정도로 문명은 복잡하고 설명, 혹은 공부가 필요한 게임이다. 그런데 이 모든 설명이 영어로 되어 있다면? 원어민 수준이나 영어에 통달한 게이머들을 제외하고는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다.

전략게임에서 한글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있게 인식하고 있는 필자였기에 처음에는 플레이하기가 두려웠다. 단어 한 두 개로 때려 맞추는 것도 정도껏이지, 전략게임의 복잡함을 어떻게 영어로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게다가 캠페인이 보여줄 스토리는 필자가 게임을 즐길 때 제일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인데, 그 부분도 이해가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필자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게임의 시스템은 간단했고, 스토리 역시 복잡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우주 정거장을 구축하는 사령관이 되어 당면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게 된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다지 극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간단한 대화 몇 번으로 해결되어서 스토리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다. 전략에 치중한 게임이 으레 그렇듯이 스타포트 델타 역시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아 이야기를 진행하는 재미는 거의 없었다.

간단명료한 시스템. 전략게임에서는 독이 됐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스타포트 델타의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자. 스타포트 델타에서 주요 자원은 전력과 산소, 식품, , 광석이다. 중심이 되는 자원은 당연히 돈이지만 전력과 산소, 식품 역시 중요하다. 돈을 늘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를 늘려야 하고, 광석을 캐기 위해서는 광산을 만들어야 한다. 광산과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돈과 광석이 필요하고 건물을 올리려면 바닥에 식품과 전력, 산소가 구비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 핵심자원을 생산하는 건물은 돈과 광석만 있으면 건설할 수 있고, 건설할 때 전력이 퍼지는 범위, 산소가 퍼지는 범위 등이 표시된다. 이 범위 안에서만 건물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어렵지 않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 종족의 파일론을 생각하면 된다. 서로 다른 세 가지 종류의 파일론이 있고, 그 위에서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이런 식인데, 중간중간 이벤트같은 사건들이 발생한다. 메테오가 떨어지기도 하고, 우주해적이 침공해 오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한 방어 타워나 실드 건물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게 다라는 거다. 지금 위에서 열거한 건물들이 게임에 등장하는 건물들의 80% 정도다. 1년을 해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문명과 다르게 이 게임은 30분 정도만 열심히 플레이해보면 대략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게다가 이 게임은 건물들을 건설하는 것 외에 다른 콘텐츠는 없다. 전쟁도 없으며 내정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 계속 건설하고 다시 건설하고, 또 건설하고. 이 행위의 반복이라 지루한 감이 있다.

정신없어 보이는 정류장. 컷신 하나 넣기가 그리 어려웠나.

그래픽은 준수한 편이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우주에 건물들이 지어져서 우주 정거장의 느낌을 잘 살려놓았으며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어색한 감 없이 잘 들린다. 간간이 등장하는 메테오나 우주해적의 연출도 간단하고 별거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픽 자체는 꽤 좋다. 문제는 BGM이나 효과음이다. bgm은 기억이 나지 않고, 효과음 역시 찰지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는 아니다. 전략게임의 그래픽이나 연출이라는 게 그렇게 뛰어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연출이나 컷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주어지는 퀘스트를 해결하고, 미션을 완수해도 보상이 등장인물들끼리의 대화 몇 줄이 다라 열심히 플레이 하고싶은 욕망이 사그라든다.

색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잘 만들어진 정류장을 보면서 느낀 건데, 전체적으로 굉장히 중구난방식이다. 심시티나 트로피코 같은 도시 경영 게임은 건물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 혹은 도로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모습이 천지차이다. 하지만 스타포트 델타에서 정류장은 애초에 그런 계획도시의 느낌을 만들 수가 없다. 띄엄 띄엄 건물을 짓는 게 불가능하고 건물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색감도 원색적이고 반짝거려서 가시성이 그렇게 좋지가 못하다. 대규모로 지어진 다른 플레이어의 정류장을 봐도 정신없다.고 느낄 수는 있어도 심시티의 계획도시처럼 감탄이 나오지는 않는다.

불친절로 게임 접을 뻔.

콘텐츠가 빈약하기 그지 없다는 것도 이 게임의 단점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지독하리만치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각 자원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 인구를 늘리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멘붕이었던 구간은 초반에 튜토리얼 미션이었다.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라는 미션이 나왔는데, 어떻게 하면 건물이 업그레이드 되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업그레이드 버튼이 따로 있나 싶어서 모든 메뉴를 하나하나 살펴보았고, 모자란 영어실력으로 등장인물의 대화를 꼼꼼히 분석했다. 그런데 나오는 결론은 그냥 업그레이드 해라. 이게 다였다.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하던 와중에 같은 건물을 삼각형으로 이어서 건설하면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걸 스스로 발견했다. 물론 영어로 설명을 했는데, 필자가 못 알아들은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이 게임의 튜토리얼은 친절하지 않은 편이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해야 하나. 필자 역시 그냥 체험판에서 플레이하다 위와 같은 상황이 생기면 그냥 바로 게임을 끄고 지웠을 것이다. 게임의 시스템 자체가 어려워서 차츰 차츰 익숙해지거나 공부를 하면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조작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진행이 막히는 경우니까. 화가 안 날래야 안 날수가 없다.

엔드리스 스페이스, 문명을 기대하지 마라. 가벼운 건물짓기 게임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아쉽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 속을 맴돌았다. 조금만 바꿨으면 좋은 게임으로 거듭날 구석이 많았다. 한글화만 됐으면. 조금 더 친절했으면. 콘텐츠가 조금만 더 많았으면. 전략게임이지만 엔드리스 스페이스, 문명 같은 시리즈에 비하면 콘텐츠가 너무 가볍고 빈약하다. 취지 자체는 좋았으나 내실이 없어 아쉬운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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