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THE WHITE DOOR - 소박하지만, 소박하지 않은 게임.

  • 입력 2020.01.14 15:18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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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앤 클릭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입니다.

마우스 클릭 하나로 게임안의 거의 모든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그러한 클릭 플레이를 바탕으로 개발진들이 그려놓은 게임 디자인을 따라 물건이나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고, 그것을 통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쳐 장르가 주를 이룹니다. 제 게임 인생에 있어서 실질적인 첫 번째 타이틀이었던 엘로이의 악당소동 이라던가 원숭의 섬의 비밀3, 그리고 가장 최근에 플레이 했던 그림판당고 리마스터 등 시간이 지나 기억속에 "좋은 게임" 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당수의 게임들이 이 장르에 속해 있기도 하네요. 

물론, 요즘 시대에는 이러한 게임 장르의 경계를 긋는다는 것 자체가 모호해지고 섞이는 상황들이 생기면서 확실한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이다 라고 구분짓는 의미가 조금 옅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 장르가 갖고 있는 매력은 건재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리뷰할 게임인 "The White door"는, 이러한 포인트 앤 클릭 장르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개발사 - 러스티 레이크가 만든 신작 포인트 앤 클릭 게임입니다.

게임의 볼륨이 크지 않을 뿐더러, 난이도 역시도 그렇게까지 높지 않은 편이어서 총 플레이 타임이 상당히 짧은 편이었는데요. 덕분에 이번 리뷰 역시도 핵심 내용들만 짚어드리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게임플레이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데로 이 게임은 포인트 앤 클릭 , 즉 마우스 클릭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스토리와 퍼즐 중심의 게임입니다. 위 스크린샷처럼 마우스를 드래그 해서 주인공의 이불을 내리는 식으로 아침일과를 시작할 수 있는 등 모든 행동을 다 심플한 클릭 하나로 진행 할 수 있어요. 덕분에 굉장히 캐쥬얼하고 간편한 플레이로 게임이 이루어집니다.

플레이 타임은 굉장히 짧은 편인데요,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 한 뒤에 열리는 추가 에피소드까지 다 클리어한다 치더라도 넉넉하게 잡아 5시간 정도면 충분할정도로 볼륨은 크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짧은 플레이 타임은 어찌보면, 크게 어렵지 않은 퍼즐의 난이도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게임의 배경자체도 다양하지 않고 한정적인 편이며 캐릭터를 이동시켜야 하는 상황도 다른 퍼즐류 게임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이 또한 짧은 볼륨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죠. 물론 플레이를 하다보면 퍼즐부분에서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어찌어찌 넘어간다 하더라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도 존재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옵션 메뉴에서 에피소드별 도움말 영상을 링크해둠으로써 초심자와 입문자 들을 배려하는 센스까지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딱 한군데에서 진행이 막혔었는데요, 굳이 인터넷에 챕터 몇 무슨 상황 검색 할 필요없이 그냥 공식 링크를 통해서 빠른 상황 해결이 가능했던 점은 아주 편하고 좋았던 것 같네요.

 

 

스크린샷을 쭉 보신 분들께는 한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을텐데요, 바로 화면 분할입니다. 어쩌면 THE WHITE ROOM의 가장 특색있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깨어있는 시간, 즉 병원에 있는 동안의 게임플레이는 화면을 정확히 반으로 갈라놓은 구성을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통 왼쪽은 3인칭 형태로 방안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두었고, 오른쪽에서는 상호작용할 물건과 오브젝트들을 디테일하게 살펴보고, 조작할 수 있도록 해두었어요.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이해가 더 빨리 되실겁니다.

방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때는 왼쪽화면에서 클릭을 통해 이곳저곳 움직이다가, 상호작용할 물건에 가까이 가면 오른쪽 부분과 같이 그 사물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들이 나옵니다. 서류뭉치를 클릭하면 어떠한 서류뭉치들인지 내용은 무엇인지가 나오는 식이에요.

 

 

개인적으로는 꽤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이었습니다. 보통의 게임들은 화면 전체를 한 장면에 쓰고, 다른 상황이 나오면 화면을 아예 넘기는 식의 연출구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게임은 화면 분할을 통해서 3인칭의 상황과 주인공의 1인칭 시야도 함께 연출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이동하는 모든 부분을 1인칭으로 볼 수는 없고, 정해져있는 오브젝트 에서만 이런 부분들이 가능했지만, 적은 볼륨의 게임임을 감안하면 이정도도 충분히 좋은 시도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물론 계속해서 이런식의 구성 / 연출을 하지는 않습니다. 병실에서 깨어있는 시간외에 꿈을 통해 진행되는 부분에서는 만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좌측에는 대사 우측에는 화면을 띄우는 등 나름대로 이런저런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THE WHITE DOOR는 기본적으로 하루 일과를 소화하고, 그 일과중 다소 미스테리한 부분을 퍼즐을 통해 풀어나간 뒤 잠자리에 들고, 꿈을 통해 이야기를 조금 전개한 뒤 다시 일과를 소화하는 형태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플레이어는 주인공 "힐"을 컨트롤 하게 되죠. 

정신병원에 들어오게된 주인공이 병실에서 주어진 스케쥴을 소화하면서 잃어버린 기억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플레이어는 병실 벽에 붙어있는 타임 테이블에 따라 힐을 컨트롤 하면서 여러가지 행동들을 함께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시간에 맞춰 주어진 아침식사를 하기도 하고, 화장실을 간다던가, 간단한 기억훈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얼핏 보면 평범해보이는 스케쥴이지만, 그 속에 주인공의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떡밥과 이야기들을 심어둠은 물론 그것을 기묘하게 연출함으로써 플레이어로 하여금 계속해서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퍼즐들은 이러한 일상 파트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 크게 어렵지 않을뿐더러 좁은 이동반경 덕분에 확실한 인과관계 파악이 어렵다하더라도 클리어 자체는 가능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고나면 꿈의 형태로 주인공의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들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이 남자가 어째서 이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꿈속에서 계속 나타나는 금발의 여자와 주인공은 어떤 관계인 건지. 그리고 일과를 소화하는 와중에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는 의문의 실루엣이나 다른 것들은 과연 무엇인지 에 대한 해답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됩니다. 

여기는 퍼즐 파트니까 준비해 식의 억지스러운 전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병동의 일과를 소화하는 와중에 퍼즐을 배치한 방식이라던가 그것들의 결과를 연출하는 방식들. 그리고 게임속 이야기들을 꿈속에서 풀어내는 연출 및 구성들은 꽤나 독특하고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대부분의 장면들은 아주 기괴하고 서늘하기까지 했는데요.

이건 러스티 레이크 개발사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알고있었던 부분이긴 했지만, 이렇게 짧은 게임에서도 본인들의 색깔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는 건 아주 놀라웠습니다.

볼륨이 적은 게임에 색을 집어넣다보면, 자칫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또한 잃었던 기억을 되찾아가는 주인공의 과정은, 플레이어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진행방식이었습니다. 게임 극 초반에는 그저 검진과정이나 지나가는 오브젝트에 불과한건가 싶었던 것들이 점점 그 실체와 의미가 또렷해지죠.

플레이어 역시도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지? 하면서 풀었던 게임 초반 퍼즐의 의미를 종반부에 가서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개발진들이, 게임속 주인공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2019년 1월 13일 , 오늘날짜 기준으로 The White Door의 스팀 유저평가는 꽤나 호평일색입니다.

기존의 러스티 레이크 시리즈 팬분들께는 아주 큰 선물임과 동시에 기존 시리즈와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스토리가 무척 와닿았다고 평가하신 분들도 상당수 있으셨어요. 그만큼 기존의 팬분들께는 어찌보면 선물과도 같은 타이틀일겁니다.

솔직히 저는 러스티 레이크 개발사의 다른 시리즈는 한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았거든요. 그런 입장에서 이 게임은 그냥 "힐" 이라는 남자의 짧은 이야기구나, 저런 사연이 있는 사람이네. 플레이 방식이 독특하고 연출이 좀 기괴하다 이상의 큰 의미를 주진 못했습니다. 물론, 엔딩을 본 후엔 러스티 레이크가 발표한 큐브 이스케이프 시리즈를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만큼 이 게임의 전반적인 연출이나 플레이 전개방식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특유의 기괴함은 덤이구요.

아마 엔딩이나 이야기들도, 제가 이 게임에 대한 배경지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전해진 울림이 좀 작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마블영화 하나도 안본 사람이 엔드게임을 본 뒤, 화면이 멋지긴 한데 왜 다들 울어? 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어찌보면 굉장히 소박해보이는 게임입니다. 적은 볼륨, 심플한 퍼즐과 진행방식들은 그러한 소박함을 더해주고 있기도 하구요.

어쩌면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요소들만 보고 그저 소박한 게임일뿐이라고 보실 수도 있을겁니다.

 

분명 THE WHITE DOOR는 소박한 게임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진행방식이나 연출 그리고 구조 등은 결코 소박하지 않았어요. 

기존의 러스티 레이크 팬분들께는 선물과도 같은 타이틀이고, 

새로운 입문자 분들께는 괜찮은 퍼즐게임 을 넘어, 러스티 레이크 개발사의 다른 게임들도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느낌까지 들게 해줄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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