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PC Chaos Hero 리뷰

  • 입력 2020.01.13 12:50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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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 유통 시스템 스팀에는 독특한 시스템이 하나 있다. 바로 개발 중인 게임을 미리 해보는 앞서 해보기 게임이다. 개발 중인 게임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플레이해보는 시스템으로 게이머들은 신규 게임을 먼저 플레이해볼 수 있어 좋고, 개발사는 완성되지 않은 게임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추후 개발될 게임에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 서로 좋은 시스템이다. 처음 이 시스템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 계속 생각해 본 건데, 이게 과연 게이머들에게 정말 좋은 시스템일까? 의문이 든다. 대형 개발사들도 게임 개발을 하다가 엎어지는 사례가 수두룩한 판국에 이름도 알려져 있지 않은 개발사의 게임을 플레이해 본다? 그것도 개발 중인 게임을?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다. 먹튀의 가능성은 당연한 거고, 게임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나는 지금 리뷰할 Chaos Hero가 처음으로 플레이해보는 앞서 해보기 게임이다. 이 게임으로 인해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앞서 해보기 게임에 대한 인식이 2배는 안 좋아진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참고할 점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게임이라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은 상태에서 리뷰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개발 완료된 게임이 지금 수준보다 좋아지진 않을 것 같긴 한데...... 암튼. 시작하자.

외계어 대방출 수준의 번역

스토리가 없다. 부족한 정도가 아니다. 그냥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스토리가 있긴 있는데, 내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설정 언어란에 번듯하게 한국어가 적혀 있길래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눌렀는데...... 이건 번역체도 아니고, 번역을 안 한 것도 아닌 수준이다. 차라리 영어 원문을 구글 번역 돌리면 더 깔끔한 문장이 나올 것 같다. 이럴 거면 한국어 설정을 왜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죽는다. 너의.’ 이런 수준이다. 주인공 이름도 모르겠고, 퀘스트 내용은 더더욱 모르겠다. 게임 전체적인 스토리를 스팀 게임설명을 보고 알았다.

영어 원문으로 보면 그나마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스토리텔링이 곳곳에 깔려있다. 뜬금없이 등장한 주인공은 무엇이며 똑같이 조잡하게 생긴 마을 사람들. 정말 갑툭튀해서 주인공에게 조언을 하는 프로메테우스. 개연성은 밥 말아 먹은 것 같은 진행이었다. 무슨 인장이 해제되어 사람들이 흑화했고, 이를 정화할 수 있는 게 혼돈의 힘을 가진 주인공이란다. (그래서 게임 이름이 카오스 히어로다. 허허. 이 무슨 단순무식한 제목이란 말인가.) 이 주인공이 흑화한 인간들을 물리치는 게 주요 스토리인데. 주인공이 왜 혼돈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서 모험을 하고 있는지. 1도 안 나온다. 아무리 개발 중인 게임이라고 하지만. 게임을 처음 만들 때 정하는 게 스토리 아니었던가? 이따위 스토리로 어떤 대작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버퍼링 있는 조작감

시스템은 옛날부터 인기 많았던 횡스크롤 진행 방식이다. 주인공이 지나가면서 적을 격파하고, 푸른 구슬을 모아서 능력과 마법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이다. 그닥 어려울 것 없는 방식이지만 문제는 인식 범위가 너무 매끄럽지 못하다는 거다. 나는 분명 폭탄이 터지고 나서 지나갔는데, 폭탄 인식범위가 화면에 보이는 것보다 넓어서 데미지가 들어온다. 적이 칼질하는 것도 나는 피한 것 같은데, 어처구니 없이 맞는다. 매끄럽지 못한 조작이 가장 문제되는 경우는 이동할 때다. 이 게임의 가장 핵심 시스템은 주인공이 쓰는 바람의 영향(이 단어 역시 스팀에서 본 거다. 본작에서는 말도 안되는 단어로 묘사되어 있다.)이다. 공중에서 반대방향으로 바람을 쏴서 먼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하는 기술인데, 이 기술과 벽 밟고 점프하는 기술을 조합해서 여러 장애물을 통과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벽을 밟고 점프하는 게 잘 안된다. 내가 조작을 못하는 건가 싶어서 구경하던 친구에게 시켜보기도 했는데, 그 친구는 나보다 더 못했다. 키를 인식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벽의 인식범위가 생각보다 넓은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부드럽지 못한 조작감에 익숙해지느라 초반에 고생을 많이 하게 된다. 게임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게임의 오류가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캐릭터의 성장은 화폐 기능을 하는 푸른 구슬을 통해서 한다. 적을 죽이면 드랍되는 이 구슬을 모아서 기술을 배울 수도 있고, 인장 장착 횟수를 늘릴 수도 있다.

빨간 공은 파이어볼, 퍼런공은 아이스볼. 이게 정녕 2020년 게임인가

그래픽은 전형적인 2D그래픽이다. 그냥 메이플 스토리를 떠올리면 된다. 아니, 메이플 스토리는 연출이 좀 화려한 멋이라도 있지. 이 게임은 그런 것도 없다. 차라리 스마트폰으로 나왔던 팔라독과 비슷한 그래픽이랄까. 그래픽의 전체적인 질감이 그렇다는 뜻이지, 연출은 팔라독보다 못하다. 화이어볼 마법은 희끄무레한 뻘건 공 하나가 나가는 수준이고, 데미지도 칼질 한 번만 못하다.

칼질 타격감도 좋은 편은 아니다. 나름 이펙트가 화려할 거로 기대했던 보스전 역시 마찬가지. 거의 대부분의 보스는 적게는 원 패턴, 많아봐야 3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조작감이 안 좋아도 욕심 안 부리고 2타씩만 때리면 무난하게 깰 수 있는 수준이다. 나오는 일반 적의 그래픽 같은 디테일한 부분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마다 조금씩 적의 종류나 모델링이 달라져서 다음에는 어떤 적이 나올까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보스는 종류가 정해져 있다. 분명 2번째 스테이지에서 깬 것 같은 쌍칼 무사가 한참 뒷 스테이지 보스로 출연하고, 어디서 본 것 같은 보스가 재탕해서 나타난다. 여담으로 내가 플레이하는 걸 지켜보던 친구는 15년 전 게임 같은 걸 왜 하고 있느냐고 핀잔을 줬다.

유일한 장점. 큰 볼륨

부족함이 눈에 밟힐 듯이 많은 게임이지만, 개발 중인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로 지목되는 연출이나 스토리텔링, 조작감 같은 부분은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충분한 것들이니까. 좋은 점도 분명 있다. 일단은 볼륨이 상당하다는 것. 나는 가격도 저렴하고, 그래픽 자체가 간단한 게임 같아서 길게 잡아봐야 1~2시간이면 깰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보스가 하나씩 떨구는 인장을 총 24개 모아야 하는데 현재 내가 90분 플레이하면서 모은 인장은 10. 그 말인 즉슨 앞으로도 보스가 14명 남았다는 거다. 그렇게 엄청 큰 볼륨은 아니지만 간단한 게임시스템과 비교하면 볼륨이 꽤 큰 수준인 것. 보스는 연달아 등장할 때도 있고, 스테이지 막판에 등장할 때도 있다.

바람의 영향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장애물을 돌파하는 컨셉이 꽤 신선해서 스테이지 하나하나 돌파하는 재미는 있다. 스테이지나 보스전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이 모든 장점을 무마할 수 있는 단조로운 그래픽과 연출은 너무나 큰 단점으로 다가온다.

그래픽과 연출만 바뀌어도 준수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Chaos Hero는 개발 중인 게임이다.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픽이나 연출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보지만 어떻게 변화해갈지는 개발사의 몫이다. 지금 현 상태로는 아무리 저렴해도 많은 이들이 플레이할 것 같지 않지만, 그래픽과 조작감 등의 문제를 대대적으로 변화한다는 가정하에서라면 미스틱 아츠나 메이플 스토리의 시스템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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