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롤플레잉 게임. 모바일 미녀의샘4 리뷰

  • 입력 2020.01.07 17:00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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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모바일로 롤플레잉 게임을 즐겨본 적이 거의 없다. 모바일로는 간단한 퍼즐게임이나, 턴제 전략 게임, 혹은 타워디펜스 게임 정도만 즐겼지. 깊이 있는 롤플레잉 게임을 모바일로 해본 적은 거의 없다. 처음으로 접했던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에 대한 기억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즐겼던 게임이 뭐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색하고 뻣뻣하게 움직이는 캐릭터 탓에 고생했던 건 생생하게 기억난다. 거기다 유치뽕짝을 한 사다바리 부어넣은 것 같은 스토리까지. 물론 모든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이 그렇지 않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롤플레잉 게임은 모바일로 즐기기보다는 조금 더 무겁고, 그래픽도 더 뛰어난 PCPS4로 즐겨야 한다는 게 나의 개똥같은 철학이었다. 이 개똥철학은 마녀의 샘4을 플레이하고 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편견에 조그마한 금 하나 정도는 낸 듯 하다. 철옹성 같은 개똥철학에 균열을 낸 마녀의 샘4. 어떤 게임인지 살펴보자.

먼치킨 신족 이야기인데, 중간에 끼어든 느낌?

마녀의 샘은 2015년부터 시작된 시리즈로 1인 개발사인 키위웍스에서 탄생된 게임이다. 인디게임으로 시작해서 23까지 나름 대박을 낸 시리즈로 유명하다. 게임은 신족이자 게임 내에서 마녀인 주인공이 마녀사냥으로부터 살아남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각 편이 각기 서로 다른 신족을 다른 대륙에서 다루고 있어서 시리즈 내의 연관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마녀의 샘4에서는 한 대륙의 왕으로 군림하는 신족 소녀, 모카모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신족인 그녀는 다른 영혼들을 모아 아버지격인 태초의 신 아가모를 부활시키려 하는데, 프롤로그에서 다른 신족의 함정에 빠져 힘을 잃었다는 설정이다.

나는 마녀의 샘을 이번에 처음 플레이해봤다. 그래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스토리를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세계관 자체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불친절하다. 이미 하나의 왕국을 다스리고 있는 주인공은 어느 정도 강자의 반열에 올라있고, 세계에 대한 지식도 꽤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는 나는? 여러 이름이 등장해서 누가 힘을 잃었고, 그래서 누가 쳐들어오고. 이러는데. 너무 많은 이름들과 개념이 등장해서 처음에는 조금 헷갈렸다. 쭉 이어지는 모카모리의 이야기에 게이머가 중간에 끼어든 느낌이랄까. 굳이 왜 강자가 등장해서 힘을 잃는 이런 스토리를 구상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작에서 모카모리가 왕이 된 건가 싶어서 검색해 봤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전작과 이어지는 건 세계관 뿐이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임은 분명해서 플레이하다보면 대충 세계관에 적응할 수 있긴 하지만. 초반에는 이해하기가 조금 버거웠다.

내 입맛대로 커가는 캐릭터

시스템에서 다른 부분은 일반적인 롤플레잉 게임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주인공의 육성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다. 이게 마녀의 샘 모든 시리즈 시스템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내가 플레이한 마녀의 샘4에서는 육성 하나만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었다. 육성은 크게 수련과 영혼석 강화로 나뉜다. 수련은 일정 시간마다 효율이 채워져서 수행할 수 있는데, 수련을 뭘 하느냐에 따라 전사로도, 마법사로도 키울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짬뽕형 먼치킨 캐릭이라 어느 쪽으로 키워도 강하긴 하지만, 내가 주력으로 하는 부분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큰 메리트였다. 수련은 크게 6가지로 나뉘는데, 하나의 수련을 할 때마다 대응하는 스테이터스가 상승하고, 하나의 수련을 반복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새로운 스킬이 해금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육성은 영혼석 강화와 제조다. 이 게임은 레벨이나 경험치가 없고, 몹을 죽일 때마다 영혼석이 채워지고 재료를 얻는다. 재료 중에는 스테이터스를 올리는 것들이 있어서 부하를 보내 주기적으로 채취할 수도 있고, 여러 재료를 합성해서 보다 효율이 좋은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영혼석을 가득 채워서 강화시킬 때마다 모카모리의 전투 효율이 100%씩 늘어나서 강해지는게 레벨업에 대응하는 마녀의 샘4의 육성방식이다.

마법과 기술 역시 조합할 수 있다. 1, 2, 3급 마법진을 4대원소별로 얻고 그걸 조합하면서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고, 간략한 마법과 손톱기술을 조합해서 색다른 전술을 짤 수도 있다. 렙만 올리면 똑같이 강해지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키우는 방식에 따라 전투스타일과 강함이 달라지기 때문에 키우는 맛이 있는 게임이었다.

그저그런 그래픽과 BGM

그래픽은 솔직히 많이 실망이었다. 내가 모바일 게임을 즐기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라서 더 자세히 본 건지 모르겠지만, 배경이나 캐릭터가 그렇게 부드럽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폴리곤처럼 각이 세워져 있는 느낌이랄까. 일러스트도 그닥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냥저냥 모바일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수준이라 특별히 시선을 끈다던가 하질 않는다. 전투 이펙트도 마찬가지. 나름 신경을 쓴 티가 나긴 하지만, 기본적인 그래픽 때문인지 연출이 훌륭해 보이지는 않았다. 최근 서비스되는 대형 MMORPG에 비하면 뛰어난 그래픽은 결코 아니다.

그래픽도 뛰어나지 않고, BGM도 처음 타이틀 화면을 제외하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은 마녀의 샘4에서 내가 유일하게 중독된 것이 있으니, 바로 효과음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걸 이해를 하지 못하겠는데, 이상하게 게임 내 효과음이 귀에 쏙쏙 박혀들었다. 모카모리가 걷는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 버튼 선택할 때 나는 소리 등이 듣기 좋아서 괜히 이것저것 터치하기도 했었다. 소위 말하는 백색소음 효과라고 할까.

그 외에 재밌었던 점은 곳곳에 있는 개그요소다. 특히 모카모리와 집사와의 대화가 개그 포인트. 수련을 할 때 집사가 옆에서 도와주는데, 도와준답시고 모카모리가 들고 있는 바위 위에 올라가 있다가 맞고, 격투 훈련 도와주다가 맞고 하는데, 뻔한 클리셰지만 이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발. 한 번에 좀 가자.

4번의 시리즈 동안 성공했을 정도로 나름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자랑하는 마녀의 샘4의 가장 큰 단점은 조작감이다. 전투는 단순한 터치 조작이라 어려울 게 없는데, 이동이 너무, 너무너무 불편했다. 그냥 터치하면 거기까지 캐릭터가 알아서 가는 방식인데, 이 이동이 스무스하지 않아서 여러 번 터치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굉장히 비효율적인 동선낭비가 수시로 이뤄졌다. 포탈기능 역시 마찬가지. 이동할 곳은 많은데, 포탈기능이 일원화되어 있지 않아서 여러 번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왕의 방에서 수련층 갔다가, 다시 왕의 방 와서 포탈 타고 숲으로 가고, 숲에서 왕의 방 와서 또 의자 타고 로비 가고. 한번 이동할 때마다 이동 모션 취하면서 시간을 잡아먹기에 한 번 터치를 잘못하면 왔다 갔다 하는데 20초는 그냥 날라간다.

편의성 문제도 마찬가지. 퀘스트 장소나 이후 가야할 장소를 단순히 모카모리의 입을 통해서만 알려주기 때문에 언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퀘스트 진행할 곳을 표시해 주거나, 옆에 퀘스트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창이라도 하나 띄워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조작감만 해결하면 퍽 재미있을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

마녀의 샘4는 제법 잘 만든 롤플레잉 게임이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육성의 재미도 있고, 스토리 곳곳에 보는 이를 피식거리게 만드는 개그 요소도 마련되어 있다. 상대로 나오는보스나 이벤트 적들이 강한 편이지만, 육성 자체가 재밌다보니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로 플레이하다보면 이 역시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역시나 문제는 불편한 조작감이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 이동하는 캐릭터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이런 사소한 문제만 제외하면 분명히 즐길만한 게임이다. 모바일 롤플레잉에 편견이 없고, 평소 자주 즐겼던 이라면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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