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IP'가 '최악의 장르'를 만났을 때, 모바일 '열혈강호 러시' 리뷰

  • 입력 2019.12.24 10:19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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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강호'를 아는 세대라면 '모바일 웹툰'보다는 '책방의 만화책'이 더 익숙한 나이일 것이다.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게이머라면 아마 열혈강호보다 나이가 어릴지도 모른다. 국내 최장수, 최고의 무협 만화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열혈강호'가 게임으로 돌아왔다.

 

'열혈강호' 정도면 국내 무협만화의 명작이라고 손꼽힐만하다. 연재 시기, 인지도, 인기도면을 놓고 봤을 때 재탄생 시키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IP임에는 확실하다. 이를 입증하듯 그동안 '열혈강호'를 활용한 게임은 PC 온라인부터 모바일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이런 과거의 명작, 클래식 작품이 현재의 왜곡된 게임환경을 만나 그 가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오히려 과거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게임들로 종종 등장한다. 게이머 입장에서 기존의 성공한 IP가 게임으로 나왔을 때 만족스러웠던 경우는 솔직히 많지 않다. '열혈강호'가 바로 이런 사례가 아닐까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제 나올만큼 나왔으니 그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실망스러운 역사가 이제는 끝나기를 바랬건만, 개발사 '제이콥스튜디오'는 '열혈강호'를 다시 게임으로 만들었다. 플랫폼은 모바일, 장르는 '방치형 RPG'. 마지막 방법이자 최후의 수단인 그 장르다.

 

어디까지나 취향이겠지만, 개인적으로 '클리커'나 '방치형'과 같은 장르는 사실 게임으로 부르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이다. 물론 '열혈강호 러시'만의 재미를 갖고 있긴 하겠지만, 부정적인 편견을 쉽게 떨치긴 어려울 것 같다.

'열혈강호 러시'는 '감상'에 초점이 맞춰진 '방치형 RPG'다. 말 그대로 '그냥 놔둬도 진행이 되는 방식'의 게임이다. 그만큼 플레이에 어려운 점은 없다.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은 가끔 쳐다봐주고, 터치 몇 번 하는 게 전부다. 당연히 스토리라고 부를만한 건 없고, 컨트롤의 재미나 전략, 전술의 맛을 느낄 순 없다. 역동적인 재미를 원하는 게이머에게는 최악이지만, 그냥 특정 IP를 좋아했던 한 팬의 입장에서라면 색다른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 정도가 있을 것이다.

 

가장 주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동료의 수집'이다. 동료는 기존 원작 '열혈강호'의 특징과 세계관을 그대로 살려 '세력'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세력은 '정파'와 '사파', '신지', '세외'로 구분되며, 각 세력의 동료를 3명, 5명으로 편성하면 각종 버프를 받을 수 있다. 세력뿐만 아니라 원작의 '흑풍회', '천하오절', '세외사천왕' 등을 모으면 특별한 버프가 적용된다. 즉, 세력과 그룹버프를 동시에 받는 동료들로 팀을 편성한다면, 더 강력한 파티를 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동료의 모집 방법은 그동안 모바일 게임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재화를 소모해 '10+1 뽑기'의 방식이 아니라 '객잔'에서 마음에 드는 동료를 선택적으로 모집할 수 있는 방식이다. 객잔에는 두 명의 동료가 무작위로 생성된다. 등장한 동료당 3번의 무료 영입 기회가 있으며, 무료 영입이 모두 실패하면 재화를 사용해 확정 영입을 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동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재화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역시나 확률이다. 각 세력마다 동료의 수가 많고, 3성 이하의 동료들은 그다지 효과가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4성이나 5성 동료를 노려야 하는데, 좋은 동료는 자주 나타나지도 않고, 포섭확률도 낮다. 플레이어가 어떤 세력의 동료를 편성할지, 어떤 스킬이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하고 우선은 가진 재화에 맞춰 적절한 동료를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객잔의 동료는 '입장권'을 사용해 새로 고침 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5장이 채워진다. 물론 게임내 상점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주인공 캐릭터인 '한비광'은 '환골탈태'를 통해 강화할 수 있다. '환골탈태'는 일종의 '리셋'과 같다. 스테이지의 마지막 보스전이 끝나면 '환골탈태'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진의'를 얻을 수 있다. '진의'는 영입한 동료를 영구적으로 강화하는데 쓰이는 아이템이다. 리셋된 스테이지는 초기화되어 맨 처음부터 시작한다. 다만, 기존보다 한비광의 능력치가 강화되고, 금화의 수급도 조금씩 빨라진다. 

 

편성된 파티는 동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할 수 있다. 강화 재료는 각종 이벤트, 요일던전, PVP와 파견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버프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요소로는 동료의 '각성'과 '유물무기'와 '펫'이 잇다. 

 

'각성'은 동료의 능력치를 높일 수 있다. '각성'은 '진의'와 다르게 '루비'와 '영혼석'아이템이 필요하다. 각성을 통해 동료의 새로운 스킬을 개방하거나 이펙트가 추가할 수 있다. '영혼석'은 등급이 낮은 동룔르 판매하면 얻을 수 있다.

 

'펫'은 당연히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요소이며, 모바일 게임의 특징을 살린 콘텐츠다.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펫'은 보조적인 역할을 통해 공격에 참여하거나, 동료들에 버프를 추가해 주는 기능을 한다. 소환을 하기 위해서는 '정수'를 수집해야 하며, 특정 던전에 파견을 보내거나 이벤트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유물'은 일종의 '장비'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유물을 얻기 위해서는 유물뽑기권과 요일 던전을 탐험해야 한다. 유물은 모든 조건에서 발동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모든 동료에게 해당하는 것도 있지만, 특정 세력에만 작용하는 것도 있으니 편성된 팀과 유물의 발동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게임 진행은 자동으로 추가되는 골드를 통해 동료들의 레벨을 올리면 된다. 물론 이런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게임의 진행이 매우 느리다. 방치형 RPG라곤 하지만, 모험요소에서 꾸준히 골드 수급을 위한 업그레이드를 눌러주고, 동료들의 레벨업도 신경 써야 한다. 간혹 넘기기 어려운 스테이지에서는 한비광의 스킬을 적절히 사용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게임의 주된 과금 요소는 '비전'이라는 콘텐츠다. 조금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동료를 5명까지 추가하는 것도 '루비'를 소모해야 한다. 이 '비전' 탭 에서는 각종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버프와 강화 효과를 개방할 수 있다. 동료들의 레벨업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거나, 금화의 생산량이 증가하거나, 공격력, 체력 등 원하는 효과를 선택해 강화할 수 있다. 

 

'루비'는 출석 이벤트나 접속 시간, 도전과제 등에서 수집할 수 있어 수급이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게임의 진행에 도움이 되는 각종 버프를 '광고시청'을 통해서 얻을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굉장히 친절한 게임이기도 하다. 주된 재화인 루비의 수급도 어렵지 않고, 단순히 게임을 틀어놓거나 광고만 몇 초 보고 온다면 무리한 과금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까지나 '재미' 요소. '열혈강호'라는 IP를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기대하는 그 요소가 있느냐 없느냐다. 솔직히 '열혈강호'의 캐릭터들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덧입혔을 뿐이지, 다른 방치형 RPG의 가볍고 어설픈 맛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열혈강호 러시'를 원작과 비교 한다면 '캐릭터들만, 이름만 가져다 쓴 거네'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열혈강호'의 깊은 스토리, 인물 간의 관계 등을 완전히 걷어 냈기 때문이다.

 

'방치형'을 선택한 순간부터 '캐릭터' 외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열혈강호라는 무협 만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영웅호걸들이 등장해요. 한 번 모아보세요'라는 차원에서 이해한다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코믹스러운 캐릭터의 특징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은은 느낄 수 있다. 장르에 맞춰 SD 형태의 캐릭터를 사용한 것, 캐쥬얼한 분위기를 내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은 '방치형 RPG'라면 어떤 게임에서든 느낄 수 있다.

 

정말 아쉬운 점은 '열혈강호'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재미가 부족하고, 기존의 팬들에게는 '그동안 나왔던 게임과 다른 점이 뭐지?' 할 정도로 가볍다는 것이다. '열혈강호' IP를 활용할 생각이었으면, 그동안 쌓아온 원작의 스토리와 세력, 인물 간의 관계를 풀어내는 방식을 선택했어야 하단. 하지만 '열혈강호 러시'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이걸 꼭 열혈강호로 만들었어야 했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열혈강호'는 국내 무협 만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만화다. 그만큼 최고의 재료라는 소리다. 하지만 '방치형 RPG'는 한계가 명확한 장르다. 어떤 IP를 사용하든 간에 원작이 가진 재미를 제대로 내기에는 어렵다. 다금바리, 전복, 한우, 캐비어 같은 최고의 재료들을 라면에 넣어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맛은 있겠지만, 최상급 재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풍미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열혈강호'의 이야기가 게임으로 계속된다는 것은 추억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다. '방치형 RPG'에 대한 호불호는 게이머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명작 IP가 소모되는 것을 환영하지는 않는다. 귀엽고, 다양한 모습의 '열혈강호' 캐릭터들을 보는 것은 좋았지만, 너무 쉽게 소비되는 부분이 아쉽다. 과거의 추억을 느껴보고 싶다면, 가볍게 몇 시간 정도만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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