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 - 산다는 건 그런게 아니겠니.

  • 입력 2019.12.20 09:26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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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렉티브 무비 라는 장르를 아시나요? 국내에서는 아마 텔테일 게임즈의 워킹데드 시리즈를 통해 익숙한 장르이실텐데요, 액션이나 슈팅 스포츠 등 다른 장르에 비해서는 여전히 낯선 장르로써 철저히 스토리와 분기점 그리고 그에 따른 선택에 무게중심을 둔 장르입니다. 이는 정말 어린시절에 즐겨 읽었던 게임북과도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게임북이란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야기 진행을 함께 따라가면서 책안에서 분기점을 만들고, 선택지에 따라 제시되어있는 페이지로 넘어가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독특한 형태였습니다. 다소 투박했던 그때 그당시의 종이 게임북은, 기술의 진화와 함께 비디오 게임으로 연결되었고 오늘날의 인터렉티브 무비 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워킹데드 시리즈 이외에도 얼마전 퀀턱 드림이 출시해 화제를 모았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도 아주 뛰어난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해드릴 게임은 이러한 류의 게임을 좋아하실분들이라면 익히 알고계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 입니다. 사실 시리즈의 첫 작품 이후 정식 넘버링으로는 약 5년여만에 돌아온 것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프리퀄 작품들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흐름을 이어왔던 게임인데요. 좋은 평가를 받았던 시리즈의 첫 작품의 아성을 잘 이어갈 수 있을지, 또 어떤 변화를 준비해왔을지 함께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 는 남자 주인공인 션과 그의 동생 다니엘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알 수 없는 기이한 힘에 의해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형제들이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장면이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부분인데요, 엔딩에 가까워질 수록 마냥 어리기만 했던 형제가 플레이어들의 선택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겁니다.

얼핏 보이는 로고나 그래픽, 그리고 폰트만 보면 밝고 명랑한 학생물과도 같은 느낌을 주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결코 밝지만은 않습니다. 게임 내내 극한의 상황과 극단적인 인물들을 계속해서 주인공 주변에 등장시킴은 물론 그들의 상황 역시도 끝의 끝까지 몰고가고 있죠. 플레이하는 유저로 하여금 몰입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끔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상황이나 인물들에 대해 아 저건 너무 갔다 싶다가도 어느덧 잔뜩 몰입해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을때 한참을 망설이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정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슬픔과 감동을 느끼기도 했구요.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억지스러운 신파 노선을 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래도 안울어? 식의 작정한 연출이나 표현과는 거리가 먼데요, 주인공의 소소한 일상들을 계속해서 비춰줌과 동시에 앞서 말씀드렸던 극단적인 인물과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배치시킴으로써 유저로 하여금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플레이 하는 내내 대조적으로 겹쳐지면서 자연스럽게 감성적인 부분으로 이어지게 되죠. 뿐만 아니라 밤하늘이나 자연경관 등 주요 장면들을 와이드로 담아낼때는 게임속 인물들과 함께 감상에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잔잔하고 촉촉한,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그런 느낌들을 게임 하는 내내 순간순간 많이 느낄 수 있으실겁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게임내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종류의 인물들과 함께 시너지를 빚어냅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 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데요,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개성또한 굉장히 다양합니다. 멕시칸, 히스패닉 계열의 사람들부터 히피 그리고 게이 커플 등 사회 각층의 사람들이 나오는데요, 그들이 현재 미국사회에서 어떤 고충을 받고있는지도 이야기에 함께 녹여내고 있습니다. 게임의 주인공인 션과 다니엘 형제 역시도 히스패닉 혼혈이기때문에 더더욱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계층들이 받게되는 차별과 멸시들을 몰입감있게 마주하게 되죠. 물론 너무 지나치게 묘사한 장면들도 있긴 하지만, 분명한 건 게임이 그들이 겪고 있는 시선과 상황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은 크게 5개의 챕터로 진행되는데요, 각각의 챕터들은 배경은 물론이고 주인공을 제외한 주요 등장 인문들까지도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끌고 나갑니다. 주인공의 집부터, 숲 속의 야영장이나 오두막 그리고 병원과 유치장 등 정말 다양한 배경들이 나오고 그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빚어내고 있는데요. 덕분에 이러한 선택이 주가 되는 게임에서 느끼게 되는 지루함은 상대적으로 "조금" 덜한 편이었습니다. 챕터별 길어도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다음 챕터로 넘어가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적절한 길이로 잘 커트해둔 느낌입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 의 핵심 컨텐츠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선택" 입니다. 굉장히 애매할뿐더러 확실한 "정답" 이 될 수 없는 선택지들을 결정적인 순간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선택하게 해서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그닥 중요하지 않은 시시콜콜한 선택부터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만큼 아주 중요한 선택지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예를들면 나와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등장인물이 권하는 담배를 피운다 피지않는다 와 같은 아주 가벼운 선택부터, 동료와 함께 걷는 와중에 잡담을 하듯 말을 걸면 그것에 반응을 해줄 지 그냥 넘어갈 지도 선택할 수 있어요. 게임의 흐름을 바꿔줄 중요한 선택지는 위 스크린샷 처럼 화면을 갈라놓는 형태로 연출됩니다.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들은 이러한 "고민과 선택" 그 자체를 메인 컨텐츠로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 역시도, 플레이하는 내내 선택의 기로에 플레이어들을 세우고 그 앞에서 고민하게 만듭니다. 실제 세상에서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게임속 인물들에게 맞는 가치관 두 가지중 어떤 것이 옳은지 고민하고 판단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죠. 이러한 부분은 장르 자체가 갖고있는 아주 독특하고 개성있는 강점입니다.

이 게임은 그러한 고민과 선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보통의 인터렉티브 무비는 내가 내린 선택으로 인해 주인공의 행동이 결정되고 성격이 바뀌게 되는데요. 이 게임의 경우엔 내가 내린 결정에 동생의 행동과 성장 방향이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엔딩 부분에서는 플레이어가 어떤 방향으로 선택했느냐에 따라 동생의 성격이나 성장 방향이 변하고 엔딩도 그에 맞게 달라지게 되죠. 동생을 직접 컨트롤 할 수 없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고민의 깊이가 더 깊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이 장르가 갖고있는 특징이 더 강해지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보통 이런식의 "선택" 을 내리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곤 하는데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에서는 전작이나 워킹데드 등 다른 선택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유저들의 선택지 또한 보여줍니다. 매 챕터가 끝날때마다 어떤 부분이 갈림길이었는지, 또 그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대략적으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퍼센트 수치를 통해 제공하고 있어요. 또한 플레이어가 내린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 동생의 성장 방향에 따라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 는 것은 이 부분과 연결됩니다. 자세하고 구체적으로는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동생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이 통계를 통해 파악할 수 있어요. 덕분에 플레이어는 그동안 내렸던 선택의 방향을 한번 더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챕터1, 2 에서는 위 스크린샷 처럼 물수제비 뜨는 법을 배웠다 와 같은 사소한 것들에서 갈리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갈림길은 도덕성 과 같은 조금 더 심각한 부분으로 전개됩니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해봅시다. 아쉽게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 는 공식적인 한글 언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팀 프리스타일 이라는 한글 패치팀에서 정말 수고스럽고 감사하게도 한글 패치를 진행해주고 계십니다. 12월 19일 현재 챕터2 까지 완료되어있는 상태고, 챕터 3가 현재 번역 진행중인 상황인데요. 플레이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번역은 정말 기가막힌 수준입니다. 사소한 텍스트 들도 아주 깔끔하게 번역이 잘 되어있음은 물론이고 그들이 쓰는 언어를 우리 감성에 맞게 자연스럽게 번역해두셔서 너무나도 편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문득 "그럼 챕터3부터는 영어로 플레이해야 한다는거네" 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영어 자막을 켜놓고 플레이하시면 어느정도는 게임을 진행하실 수 있을겁니다. 게임 자체가 법정이나 의학용어 와 같은 전문적인 색깔이 짙은 어려운 말을 많이 하는 게임도 아닐뿐더러, 등장하는 인물들의 발음이나 억양도 아주 까탈스러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 물론 이건 개인에 따라 갈릴 수 있습니다만 - 한글 패치가 되어있지 않은 챕터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게임을 즐기실 수 있을거에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대사가 완전히 귀에 들어오거나 이해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상황이나 인물들의 연기를 통해 어느정도 흐름을 이해하기는 충분했습니다. 물론 한글로 플레이할 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몰입감 차이까지도 좁힌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챕터3부터 영어니까 난 안할래 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으셔도 좋을듯 해요.


 

 

 

어린 시절, 여행스케치 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를 듣고 가사때문에 굉장히 많이 웃은 기억이 있어요.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 라는 노래였는데, 가사 속 주인공은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남편은 벌이가 괜찮은지, 독신만 고집하던 친구가 애엄마가 되었다더라 하는 식으로 옛 추억들을 회상하는데요, 시간이 지나고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서 이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가사가 정말 다르게 와닿았습니다. 가사속 주인공들이 그러했듯 어쩌면 우리도,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는 인생이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그 설레임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겠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속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고 그 선택을 함께 하다보면,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는 그 설레임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실 수 있을거에요. 

 

빠른 템포로 적을 죽이는 게임도, 더 좋은 아이템을 파밍하고 더 강한적과 싸우는것도, 같은 모양의 그림들을 맞춰가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퍼즐류도 재미있지만

오늘만큼은 내일을 알 수 없는 설레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 속 주인공들과 함께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보는건 어떨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말로 한글패치 제작해주신 팀 프리스타일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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