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만 보였으면 완벽했을 텐데. PC 다크사이더스 제네시스 리뷰

  • 입력 2019.12.14 23:37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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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사이더스가 돌아왔다! 그것도 확 바뀌어서! 다크사이더스는 2010년 시리즈가 시작된 게임으로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과 적절한 어드벤쳐 요소 등으로 큰 호평을 받았던 게임이다. 묵시록의 4기사라는 전쟁(War), 죽음(Death), 분노(Fury), 갈등(Strife)이 천사와 악마의 전쟁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세계의 균형을 수호하는 재의 평의회라는 단체의 명을 받드는 이야기다.

3편까지 게임이 출시되었는데 각각 워, 데스, 퓨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은 망해버린 THQ라는 게임사가 1편과 2편을 유통했으며, 3편부터는 THQ의 지적재산권을 이어받은 THQ 노르딕이라는 회사가 게임을 유통하고 있다. 다크사이더스 시리즈의 특징은 설정상 매우 강력한 존재인 네 기사들의 화끈한 액션과 연출이다. 거기다 각 시리즈의 주인공마다 성격과 전투 스타일이 달라 매 시리즈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다크사이더스의 또 다른 특징은 시리즈마다 게임 장르가 조금씩 바뀐다는 것이다. 1편은 전형적인 1인칭 액션이었지만, 2편은 여기에 RPG 요소와 오픈월드 시스템을 도입,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3편에서는 당시 유행하고 있던 소울류를 반영하여 변화를 주었다. 그 변화가 성공했는지 여부는 차지하고서라도, 항상 뭔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125, 다크사이더스 시리즈의 새로운 게임인 다크사이더스 제네시스가 출시되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살펴보자.

대서사시의 한 챕터 같은 느낌?

다크사이더스 시리즈의 스토리는 굉~장히, 어마어마하게 방대하다. 기본적으로는 1편에서 다룬 워의 누명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형제들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지만, 그 안에 네 기사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어떻게 묵시록의 기사들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등이 계속 밝혀지기 때문에 거대한 스토리를 파악하지 않으면 게임 자체의 스토리는 복잡하게 느껴진다.

1편과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 구성인 탓에 1편을 플레이하지 않았거나, 워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게이머들에게는 어느 편을 플레이하든 낯설 수밖에 없다. 제네시스 역시 마찬가지. 1편과 2, 3편은 동시간대에 이뤄지는 이야기라 게임 안에서 워가 직접 등장하지 않고 언급만 될 뿐이지만 제네시스는 1편의 프리퀄 격인 작품이라 워가 직접 조작캐릭터로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아직까지 시리즈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마지막 기사, 스트라이프와 1편의 주인공 워가 함께 악마의 왕, 루시퍼의 음모를 저지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처럼 재의 평의회나 묵시록의 기사들 각각의 이야기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워낙에 방대한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데다가 각 게임들이 출시된 시기가 중구난방인지라.

전작을 플레이한 게이머들도 대부분 스토리를 까먹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1편의 엔딩을 봤고, 2편과 3편을 조금씩 플레이해 본 나 역시 그러했으니까. 특히 나는 다크사이더스 1편을 정말 너무 재미있게 플레이했었다. 아직 정통파 액션 RPG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 당시의 나에게 다크사이더스는 신세계를 선사한 선물같은 게임이었다.

이렇게 특별한 연을 가지고 있는 내가 전체적인 스토리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인데, 다른 게이머들을 오죽할까. 1편이 출시되고 무려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당시의 세세한 스토리 설정을 기억 못 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그런 세세한 스토리를 모르고 있어도 게임 플레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재의 평의회나 각 기사에 대해 게임 내에서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하고 가기는 하니까. 그럼에도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음모와 스토리를 알려면 전작을 플레이해보거나 스토리를 알고 있는 편이 큰 도움이 된다.

어디로 가야하오. 미니맵만 있었으면.

제네시스는 기본적으로 핵 앤 슬래시 쿼터뷰 시점의 액션 RPG. 쉽게 디아블로를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는 이 변화가 굉장히 낯설었다. 다크사이더스느 시리즈 전통적으로 1인칭 액션 RPG 방식을 고수했었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게임 전체적인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울려 위화감은 없었다. 게임은 스트라이프와 워, 두 명을 번갈아가며 조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트라인 시리즈처럼 특정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변환되는 식인데 스트라이프는 쌍권총을 활용하는 원거리 전투 스타일이고, 워는 대검을 휘두르는 상 남자식 전투 스타일이다. 캐릭터들의 기술이나 분노, 각성, 처형 시스템은 전작과 동일하다. 특이한 것은 생명체의 정수라 불리는 시스템. 몹을 죽이면 나오는 것으로 쉽게 말해 룬이라 생각하면 된다.

특정 상황에서 캐릭터에게 부가효과를 주거나, 스탯 자체를 상승시켜주는 것으로 같은 정수를 주으면 게이지가 차고,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업그레이드 된다. 따로 캐릭터의 경험치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생명체의 정수를 획득해야만 캐릭터가 빨리 강해질 수 있다.

워와 스트라이프는 1편부터 상인 NPC로 등장하고 있는 벌그림의 뱀굴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옥을 오가며 루시퍼의 음모를 막아낸다. 이동통로인 뱀굴이 기반이라 그런지 맵의 이동이 굉장히 간단하다. 하나의 챕터가 하나의 맵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 찾기가 헬이었던 전작들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게임이 어디까지 진행되었고, 앞으로 어디를 가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시스템 상으로 아쉬운 점은 미니맵과 퀘스트의 부재. 지도가 있긴 하지만 따로 메뉴를 불러야 한다. 방을 파서 챕터로 넘어가면 그 챕터 내에서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되는데, 맵이 상당히 크다. 탐험하면서 자원을 모아야만 캐릭터가 강해지는 시스템이기에 맵 탐험이 강제되는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메인 길이 어디인지는 알려줘야지.

나는 탐험을 하고 싶은데 메인 퀘스트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메인 퀘스트를 하고 싶은데 길을 못 찾는 경우도 있다.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고 있거나, 길이 복잡할 때마다 하나하나 지도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만담듀오의 화려한 액션

처음에는 디아블로 같은 쿼터뷰 시점의 액션 RPG라 걱정을 많이 했다. 디아블로 이후 유사한 아류작들이 워낙 많이 출시되었으니까. 그래도 내가 사랑했던 게임 시리즈인데, 이대로 망가지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다크사이더스 제네시스는 나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쿼터뷰 시점을 썩 잘 구현해 놨다.

처음에는 워와 스트라우스의 모습이 너무 조그맣게 구현되어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전투가 진행되자 조그마한 캐릭터임에도 충분히 액션이 잘 뽑혔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액션 연출을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부분도 있다. 카메라 한 번 잘못 돌리면 정신나간 화면이 연출되는 1인칭 액션과는 다른 부분이었다.

조작감 역시 굉장히 훌륭했다. 말의 이동은 자연스럽고, 캐릭터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유려했다. 튜토리얼 전투를 시작하고 나서 1시간 정도는 전투에만 집중했을 정도로 액션의 연출이나 이펙트 역시 화려한 편이다. 두 캐릭터의 전투 스타일이 극과 극이기 때문에 번갈아 가며 플레이하는 재미도 있다. 조작감에서 유일한 문제라면 써야 하는 키가 너무 많다는 것 과 키보드보다는 패드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점 뿐이었다.

그래픽과 시나리오 연출도 나쁘지 않았다. 중간 중간 중요한 대화는 일러스트 컷으로 대화가 진행되는데, 이 일러스트가 퀄리티가 나쁘지 않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라이프의 유쾌함과 워의 과묵함이 이루는 조화다. 아무 생각없이 플레이하다가 스트라이프가 뱉어내는 신랄한 농담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은 적이 꽤 많다.

지금까지 다크사이더스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워낙 과묵하고 성격이 더러워서(전쟁밖에 모르는 워, 과묵한 맏형, 데스,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퓨리) 다크사이더스 시리즈에서 이런 가벼움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제작사에서도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맵 곳곳에 둘의 만담을 위한 이벤트 장소를 설정해 놓았다.

자막싱크, 번역. 성의 좀 보이지.

다크사이더스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번역이었다. 유통사인 THQ가 망해버리는 시점과 겹쳐 완성도에 문제가 있었던 2편을 제외하고서라도 다크사이더스는 매번 번역이 거지같다며 욕을 먹었었다. 이것도 전통인지 이번 편도 마찬가지였다.

이벤트 컷에서 자막 싱크가 맞지 않아서 캐릭터의 대사가 끝나기 전에 자막이 사라지는가 하면, 시리즈 전통의 워, 데스, 퓨리, 스트라이프라는 이름을 어설프게 번역해서 전쟁, 죽음, 분노, 분쟁으로 설정해 놓았다. 조작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멘트에서는 아예 버튼이 사라져 있어서 의미가 없다. ‘LT키로 조준하고 RT키로 발사하세요.’ 라고 설명해야 하는데 로 조준하고 로 발사하세요.’ 라고 나와 있다.

몇 번 이것저것 눌러보다보면 대충 감이 잡힌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온전히 게이머의 몫이다. 솔직히 2편에서도 나는 다크사이더스의 이런 점 때문에 플레이를 중간에 그만뒀었다. 그나마 이번 편은 2편보다 낫지만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게임이라는 인식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냥 즐겨도 재밌지만, 시리즈를 겪어본 이들에게는 강추!

다크사이더스의 팬으로 게임을 플레이한 내 입장에서는 게임성 하나만큼은 정말 잘 잡았다는 생각이다. 정식 4편이 아니라 스핀 오프 작품으로 나온 탓에 볼륨이 적은 게 불만이었을 정도로 게임 자체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 게임을 통해 다크사이더스 시리즈를 접했다면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을까? 물음표를 불러일으키는 지점이 많았다.

번역이나 자막싱크는 물론이고 장비, 스킬을 설명하는 버튼이 비어있는 건 성의가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다. 그럼에도 게임 자체는 즐길만 하다. 시리즈 팬이라면 새롭게 등장한 스트라이프의 캐릭터에 빠져들 것이고,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으니 한 번쯤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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