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룬팩토리4 - 오래된 게임이 주는 감동.

  • 입력 2019.12.12 09:51
  • 수정 2019.12.12 11:27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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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이 오래된 게임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보정을 받아서인지 지금 다시 플레이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줍니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그렇지 않을때가 많죠. 그만큼 게임에게 있어서 흘러간 시간이라는 건 생각 이상의 격차와 괴리감을 만들어낼 때가 많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타이틀이 갖고있는 고유의 힘과 색깔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시대를 초월한 훌륭한 타이틀 이라는 수식어를 받을 수 있겠지만요.

얼마전 12월 5일, 출시된 지 거의 8년이 다되어가는 옛 게임 "룬팩토리 4" 가 그래픽 리마스터 및 부가요소들의 업데이트와 함께 닌텐도 스위치로 재발매되었습니다. 룬 팩토리는 농장 경영 시뮬레이션에 RPG 요소를 함께 갖춘 다소 특이한 색깔의 게임으로 그 매니아층도 나름대로 잘 형성되어있는 게임입니다. 사실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플레이해본적은 한번도 없는, 저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미지의 게임이기도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런저런 걱정들에 사로잡힌 채로 리뷰를 준비하게 되었지만 엔딩을 보고난 뒤로는 다른의미의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하는 타이틀이었습니다.

스위치플랫폼의 트리플A급 게임출시일이 어정쩡하게 남은 지금, 할만한 타이틀을 찾고 있으실 스위치 유저분들께 "룬 팩토리4"는 눈길을 끌 수는 있었을 겁니다. 한글화,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본적 있는 듯한 이름은 이 게임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게 만들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출시된지도 오래됬고 유튜브에서 게임 영상을 보니 그래픽도 너무 구식같아서, 과연 이 게임에 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가를 고민하고 계신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부디 오늘 리뷰가 그런 분들께 네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먼저 게임 진행부분입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는 말씀 못드리겠스니다만, 이 게임은 분명한 메인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룬 스피어를 운반하던 주인공이 의문의 무리들에게 습격당해 비행선에서 추락, 한 마을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 마을은 사람의 말을 하는 드래곤이 지도하는 "세르피아" 였고, 주인공은 그 마을에서 기억을 찾을때까지 정착하여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여러가지 상황들을 해결해나가게 됩니다.

뻔하다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게임은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유저들로 하여금 모든 캐릭터들을 천천히 알아갈 수있도록 해줍니다. 이렇게 잘 구축된 캐릭터들은 게임의 몰입감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하는데요, 덕분에 게임의 종반부에서는 그러한 몰입감이 폭발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참 뻔한 장면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던 것 같네요.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외에 마을주민과 드래곤, 그리고 다양한 적군들이 존재합니다. 다른 게임 리뷰때도 말씀드렸던 부분인데요, 보통 한 게임에서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많으면 떠내려가는 캐릭터가 있거나 병풍이 되는 캐릭터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룬 팩토리 4는 캐릭터들을 잘 구축해놓아서 그런 느낌이 상대적으로 좀 덜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과 호감도를 쌓아가면서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수도 있고, 그 진척도에 따라 아이템을 받는다던가 하는 식의 전개도 가능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부분의 캐릭터들과 말을 섞고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런 플레이를 통해 유저들은 등장하는 마을 주민들과 캐릭터들의 색깔을 자연스럽게 익혀나가게 됩니다.

 

 

메인 스토리 진행 이외에 게임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될 또하나의 컨텐츠는 바로 농장 운영입니다. 직접 원하는 작물을 심어서 키울 수 있음은 물론, 필드상의 몬스터를 데려와 사육하면서 농장일을 거들게 할 수도 있는데요. 일단 농작물은 순무나 감자, 고구마부터 각종 꽃들까지 여러가지 채소와 식물을 키우고 재배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수확한 농작물을 출하시킬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선물로 줄 수도 있으며, 보관 후 요리로 활용하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농작물들은 어떤 계절이냐에 따라 성장에 영향을 받고, 각기 성장에 걸리는 시간들도 달라서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키우는 것보다는 그래도 어느정도의 계획을 갖고 밭을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긴 합니다. 예를 들어 가을에 잘 자라는 시금치의 경우 심은 뒤 이틀만에 수확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값어치가 떨어지고 요리 레시피로의 활용또한 어려웠습니다.

반면, 감자나 고구마 순무 등은 출하는 물론 요리에서의 활용도 쉽게 가능해서 플레이에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농사 부분의 난이도는 비교적 쉬운편입니다.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거니와 매일매일 물 주는것 정도만 잊지 않는다면 어지간한 농작물들은 큰 문제없이 잘 자라는 편이니까요.

보통 이런류의 농장 운영 게임들은 초반에 재미를 느끼다가도, 점차 반복적인 플레이가 늘어나면서 지루해지고 결국 한계에 부딪히는 편인데요. 룬 팩토리4는 이런 부분들을 전투와 메인스토리가 잘 메워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인지 플레이를 거듭하다보면 농장일은 메인 플레이의 돈벌기를 위한 보조수단 정도고, 결국 스토리진행과 던전 클리어가 게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실거에요.

 

 

말이 나온김에 전투와 던전에 관한 이야기도 해볼까요?

스토리 전개에 따라 대략 5개정도의 던전을 도는 식으로 진행되고, 동시에 전투는 실시간으로 적과 마주하는 "턴 없이" 싸우는 액션 RPG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 생각보다 전투 부분이 잘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물리 공격을 받으면 체력이 회복되는 적이 있는가하면, 아예 평타 공격 자체가 아무런 효과를 주지 못하는 적도 있었고 반대로 마법공격이 아예 먹히지 않는 적도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쎈 무기 하나로 던전을 돌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상황에 맞게 속성이 붙은 무기를 들거나 마법공격을 통해 상황을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던전은 일반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길을 찾고, 약간의 퍼즐을 하고 나면 해당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 보스 몬스터들은 페이즈 1과 2로 나뉘어지는데요, 권장 레벨보다 높은 레벨로 맞서 싸운다 하더라도, 공격패턴을 익히지 않고 막무가내로 맞으면서 잡는다는 마인드로 덤벼들면 큰코 다치기 십상입니다. 그래픽은 캐쥬얼해보이지만 눈감고도 뚜까팰 수 있을정도로 날로 먹을 수 있는 쉬운 전투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공격패턴을 익히고, 속성에 맞는 방법으로 맞춰잡아나가야 한다는 점은 캐쥬얼해 보이는 그래픽과는 달리 생각보다 깊이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앞서 농사부분에서 말씀드렸던 몬스터 꼬시기를 던전 탐험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건 또하나의 포인트였습니다. 각 몬스터들은 공격 패턴들이 조금씩 다르고 제각기 레벨들이 존재해서 함께 전투하는 재미는 물론, 성장해 나가는 재미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었는데요. 던전 진행 중 작은 이벤트 개념으로 만나 동료로 합류하게 되는 몬스터들의 경우, 전투에서 굉장히 쏠쏠한 활약을 수행해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어느정도 친밀도를 쌓은 주민들 역시도 던전이나 필드에 데리고 나올 수 있습니다. 주민들 역시도 마법사나 전사 등 그 종류들이 나름대로 나뉘어져 있고, 친밀도 진행 상황에 따라 전체 회복 등 특수 스킬을 구사할 수 있는 만큼, 함께 싸우는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투 뿐만 아니라 특정 던전에서는 동료들을 활용해서 진행해야 하는 퍼즐도 존재했는데요, 나쁘진 않았지만 그 갯수 자체가 조금 적었다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명백한 메인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룬 팩토리4는 굉장히 감성적인 느낌으로 이 스토리를 표현하고 있는데요. 2019년 현 시점에와서 이 게임을 슬쩍 보면, 가장 먼저 눈에들어오는 건 보잘 것 없는 그래픽과 너무나도 전형적인 일본게임의 일러스트들 그리고 다소 오그라드는 대사들과 음성연기들일겁니다.

그러나 묵묵히 플레이를 하다 보면 어느순간 굉장히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임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가고있는 스스로를 발견하실 수 있을거에요. 특히 1부와 2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감성적인 연출이 스토리의 감동과 함께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는데요, 모처럼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 자체의 감동에 깊이 빠져들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았었습니다.

물론 디테일하게 파고들면 스토리상으로 빈틈없이 짜여져있다거나, 치밀한 구성을 갖고 있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몰입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고 부족한 그래픽 여건속에서도 각종 장면들을 연출해내는 방법 또한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출시된지 거의 10년이 다되어가는 오래된 게임임을 감안하면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룬 팩토리4가 무결점의 게임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래된 게임답게 무수히 많은 단점들도 존재하죠.

게임을 시작해보면 낡은 티가 굉장히 많이 날겁니다. 그래픽이나 시스템 등 전반적인 부분들이 "오래된" 느낌이 많이 들어요. 옵션도 건드릴 수 있는 것이 몇개 없을 뿐더러 그래픽 또한 너무 오래되고 낡아있습니다. 마치 그 옛날 영웅전설3보다 정말 약간 나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래픽은 이 게임에 선뜻 손이 가지 못하게 하는 주된 요인일 겁니다. 그래픽이야 둘째치고, 가장 큰 문제는 편의성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게임의 재발매라 하더라도 단축키 간편설정 등은 넣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 

이런 편의성의 부분은 농사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농사는 무조건 밭을 갈고 씨뿌리고 물뿌리는 과정을 거쳐야하는데요. 일일이 장비탭을 열고 필요한 장비를 찾고 장착하고 갈고 씨장착하고 뿌리고 물뿌리게 장착하고 뿌리는 식으로 진행해야합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돌멩이나 나무뿌리가 있으면 망치나 도끼를 찾아서 또 장착하고 해제하는 과정도 포함되어야 하죠.

물론 이런 것들을 수정하려면 시스템 자체를 엎어야 하는만큼 단순 그래픽 리마스터에 불과한 이번 타이틀에선 어려운 부분이다 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그럼 최소한 빠른 설정으로 진행할 수 있는 핫키 정도는 넣을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상점에서도 여러가지 항목들을 한번에 사지 못하고 하나 사고 결제하고, 또 다른 품목을 고르고 결제해야 하는 부분들은 불편했습니다.


 

 

무엇이든 첫만남, 첫인상으로 모든걸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게임의 경우에는 더더욱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이번 룬팩토리4 리뷰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에게 있어 룬팩토리4의 첫인상은 무척 안좋았습니다. 실사화 그래픽은 물론이고, 설령 애니메이션 풍을 띄고 있다 하더라도 훨씬 세련되고 멋스러운 그래픽이 기본이 되버린 현 시대에 다소 낡은 그래픽과 구닥다리 시스템 그리고 조금은 과한듯한 일본게임의 일러스트와 음성연기 등은 약간 거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하루종일 스위치를 붙잡고 플레이하게 되었고, 나아가 스토리에 흠뻑 빠져들면서 적지 않은 감동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득 오래된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최신의 시스템과 최신의 그래픽을 가진 게임만을 찾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되었구요. 또한 오래된 게임이라도 그 고유의 멋과 색이 분명하고 그것들의 색이 바래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구식이라는 단어로 폄하할 수 없음을. 동시에 흘러가버린 시간들이 결코 그 게임의 본질적인 멋과 가치마저 훼손할 수 없음을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던 게임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이 오래된 게임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흡입력 있는 스토리속으로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한번 빠져들어가보는 건 어떨까요? 첫인상으로 모든걸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긴 글 읽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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