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로스트 엠버 - 인디니까 괜찮아 ?

  • 입력 2019.12.03 12:56
  • 수정 2019.12.03 12:58
  • 기자명 People's 이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이 주요 시상식들의 GOTY 싹쓸이를 막은 게임이 인디게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

야생의 숨결이 주요시상식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게임을 싹슬이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2017년, 유일하게 BAFTA에서 젤다가 아닌 다른 게임을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했는데요, 바로 그 게임이 에디스 핀치의 유산 이라는 "인디 게임" 이었습니다. 저 자본으로 만들어진 독립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연출과 수려한 그래픽은 물론 묵직한 메시지까지 전달하면서 멋들어진 카운터 펀치를 날렸었죠. 사실 인디게임 하면 오밀조밀한 그래픽으로 다소 부족한 듯 하지만 독창성으로 승부한다 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저에게도 꽤나 쇼킹한 게임이었습니다.

오늘 리뷰할 로스트 엠버도 그러한 인디게임 중 하나입니다. 사실 본 게임에 대한 리뷰가 많이 존재하지는 않는 상황에서 게임에 대한 생각을 작성한다는게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 게임의 첫 인상을 남기는 것 같아 약간 부담은 되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겠죠. 

로스트 엠버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줄거리부터 살펴봅시다.

로스트 엠버는 영혼과 함께 빛의 도시를 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들을 기억의 홍염을 통해 확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죠. 이러한 기억의 홍염들은 붉은 빛을 뿜어내면서 필드에 흩어져있는데요, 이것들을 찾아내 상호작용을 하면 그 부근에서 일어났던 상황을 불러와 컷씬 등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해당 구역의 홍염들을 다 불러모으고나면 막혀있는 유리장벽을 깰 수 있게 되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점차 빛의 도시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게임 초반부터 갑자기 등장해 동반자가 되어주는 영혼과 별다른 설명도 없이 컨트롤 하게 된 늑대는 무슨 관계인지, 그리고 늑대는 왜 영혼에게 이런 기억들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 등 전체적인 부분에 대한 이유와 설명들이 게임의 종반부에 가까워질 수록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죠.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던 것 처럼 스토리 조금 보여주고 길 찾고, 다시 스토리 조금 보여주고 길 찾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기본적인 이야기 자체가 워낙에 짧다보니까 최대한 잘게 조각내놓고 흩뿌려놓은 상황입니다. 덕분에 흐름이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끊기고 있어요. 기억의 형태도 그나마 컷씬으로 나오는 건 알아볼 수라도 있지만 상당수는 컷씬없이 그냥 뿌연 영혼 형태로 연출해놓은 부분들은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컷씬의 퀄리티가 높은편도 아니어서 더더욱이 몰입하는 것이 어렵구요.

가장 문제는 스토리 그 자체였습니다. 엔딩을 보고나면 그래서 이게 정확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건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구체적으로 말씀은 못드리겠습니다만, 설마 이걸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어요. 에디스 핀치의 유산 역시도 볼륨 자체는 작았지만 길찾기나 인게임 플레이 하나하나에 스토리와의 연결성을 유지함은 물론 메시지를 담고자 노력했어요. 그래서 플레이가 이어지고 이야기가 풀려나갈때마다 게임플레이에도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줬는데, 로스트 엠버는 인게임 플레이와 스토리가 제대로 연결되어있지 않아 이동 따로 스토리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덕분에 플레이에 동기부여가 굉장히 약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에 어설픈 성우진과 사운드들은, 몰입을 돕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성우들의 연기는 굉장히 어설픈 편이라 중요한 장면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수준이었고, 게임 도중에 들을 수 있는 여러가지 효과음들도 굉장히 조악했습니다. 뒷부분에 설명드리겠지만 이게임은 물과 하늘, 땅속 등 여러가지 지형을 오고 갈 수 있는데 그 상황에 맞는 효과음들의 수준이 굉장히 낮아서 물음표가 뜰때가 많았어요. 기본적인 이야기도 공감하기 어려운 편인데, 이야기를 도와줘야할 부가적인 부분들마저도 전혀 몰입을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로스트 엠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영혼을 다른 동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인데요. 어쩌면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게임" 의 부분에 가까운 파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장 기본으로 유지되는 늑대는 달리기가 빠르긴 하지만 그 외에 별다른 능력은 없어서 상황에 맞게 다른 동물들로 영혼을 이동시켜서 해당 지형을 돌파해나가야 합니다. 늑대가 못가는 곳을 두더지로 땅굴을 파서 이동하기도 하고, 물속의 기억을 찾기 위해 물고기가 되는가 하면, 벌새나 거위로 변신해 점프로 이동할 수 없는 지형을 비행을 통해 이동해야 하는 상황도 있죠. 그 상황에 맞게 적절한 동물로 변신해서 기억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필드 이곳 저곳을 이동하다보면, 이 게임이 가장 힘을 줘서 만든 듯한 부분인 자연경관들을 마주하게 될겁니다.

전체적인 그래픽은 리얼하진 않지만 꽤나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으로 나쁘지 않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비행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자연 경관들을 봤을때, 꽤나 멋진 장면들이 많아서 넋을 놓고 보게 되는데요, 그렇게 감탄하다가도 감동을 확 깨버리는 어설픈 그래픽들이 나올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게임 종반부에 폭설이 내리는 장면에서의 모자이크식 그래픽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동물들의 뛰는 모션이 어설픔은 물론이고 다소 무성의해보이기까지하는 필드위 동물들의 배치들, 그리고 이동하다보면 땅을 딛고 걷거나 뛰는게 아니라 공중에서 허우적대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어설픈 모션처리 등 여러모로 부족해보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디테일하고 세세한 부분에서의 마무리가 아쉬웠던거다 라고 말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게임은 동물들의 이동과 감성적인 경관이 주된 컨텐츠입니다. 주력 컨텐츠는 그 어떤 부분보다도 힘을 줘서 꼼꼼하게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죠. 실제로 로스트 엠버 트레일러를 보면 감성적인 씬을 보여주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본인들 스스로도 어떤 것이 메인 컨텐츠 인지를 잘 알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부분들이 많았다는 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이외에도 아쉬운 부분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필드 이동 중에, 맵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보면 버섯이나 유물 그리고 전설의 동물을 수집할 수 있습니다만 말그대로 수집 이상의 의미는 없는 컨텐츠였습니다. 수집한 유물이나 버섯을 플레이중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전설의 동물은 발견하면 영혼을 이동시켜 직접 조작해볼 수는 있지만, 일반 동물들과는 크게 다른 점 없이 그저 몸에서 빛이 난다 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렇다보니 필드 이동중 멀리보이는 전설의 동물이나 버섯 / 유물 등을 발견하더라도 귀찮으니까 그냥 지나갈때가 더러 있었습니다. 프레임 이야기도 좀 해볼까요? 노말 플레이스테이션 기준 프레임 드롭과 프리징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특히 다른 필드로 이동하거나 동물의 형태를 바꿨을때 프레임드롭이 심해짐은 물론이고 프리징도 너무 심해서 이게 지금 게임연출인지 진짜 프리징으로 멈춘건지 분간이 안될정도였어요. 가뜩이나 흐름이 뚝뚝 끊기는 게임스타일에 이런 부분들까지 겹치면서 적지않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멀미 문제도 좀 있었습니다. 필드 이동시 주변환경이 너무 과장되게 떨리거나 흔들려서 멀미가 굉장히 심하게 났었는데요. 늑대는 그나마 나은편인데 두더지나 물고기, 새의 경우 (결국 늑대를 제외한 모든 동물인 셈입니다) 감도를 가장 낮게 설정하고 플레이를 하더라도 이동시 주변 움직임이 너무 과장되게 표현되어서 굉장히 어지럽고 불편했습니다. 덕분에 30분정도 플레이하고 휴식을 취하고 또 플레이하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해야 했죠.

이외에 쓰러진 영웅들 이라는 메뉴가 존재하긴 하지만, 정확히 어떤용도로 쓰이는 건지 파악하기도 어려웠고 엔딩 클리어 후 들어가보면 저런식으로 폰트가 완전히 박살난 상태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인디게임이라고 해서 게임의 모든 부분들을 눈감아줄 수 있는 건 결코 아니죠. 스토리가 어설퍼도 인디니까 애썼다, 그래픽이 어설퍼도 그래 인디니까 애썼다 라고 말해줄 수도 없고 그렇게 감싸줄 생각도 없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게 완성품이랍시고 시장에 내놓은 것일텐데, 이렇게까지 어설픈 부분들이 많다는건 정말 아쉽습니다. 

리뷰의 시작점에 말씀드렸던 에디스 핀치의 유산은 로스트 엠버에 비해 완성도가 훨씬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스팀기준 정가 21000원으로 31000원인 로스트엠버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모 게임들 처럼 작정하고 "대충 공장형태로 찍어내서 유저들 주머니나 뜯어먹어야지" 하는 심보로 만든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건 사실이네요. 감성적인 그래픽과 묵직한 스토리를 기반으로한 게임진행을 원하신다면 굳이 로스트 엠버를 고를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타이틀입니다.

물론 감성적인 그래픽이나 잔잔한 게임 진행에 무게중심을 두신 분들께는 그럭저럭 할 만한 게임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게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