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포켓몬스터 소드 - 이정도만 해도 사주실거죠 ? :)

  • 입력 2019.11.26 13:37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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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는 닌텐도의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결코 빠져서는 안될 핵심 타이틀 중 하나입니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도 했었는데요, 최근에는 AR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go"를 통해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하지만 정규 게임 시리즈는 최근들어서 뛰어난 판매량과는 별개로 이런저런 한계점에 봉착해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틀 자체가 나아갈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는데요.

장수하는 타이틀은 언제나 딜레마에 서게 됩니다. 오래된 매니아분들의 입맛은 분명 어린 유저분들이나 초심 / 입문자분들의 입맛과는 많이 다른만큼, 게임 제작방향에 있어서 어느 쪽에 포커스를 두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그래픽부터 게임플레이 등 전반적인 부분들에서 그런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생각해요. 레츠고 피카츄를 플레이하고 나서는 이런 딜레마를 넘어 "이정도만 만들어줘도 너네가 사줄거잖아" 식의 "장사" 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굉장히 많이 실망하기도 했었습니다.

과연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첫 포켓몬스터 정규 시리즈 "포켓몬스터 소드" 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지, 오늘 리뷰를 통해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플레이는 기존의 포켓몬스터 정규 시리즈의 진행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풀 , 물 그리고 불로 대표되는 스타팅 포켓몬 중 하나를 분양받아 각 도시의 체육관 관장들을 격파하고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스토리를 큰 줄기로 하고 있어요. 여기에 전설 포켓몬의 스토리를 메인 줄기와 적절하게 연결시킴으로써 나름의 스토리 라인을 풀어나가는 것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체육관 하나를 깰 때마다, 전설 포켓몬과 그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냈고 종반부에서는 템포를 빠르게 올리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템포역시 올렸는데요, 다소 물릴 수 있는 게임 방식에 있어서 이런 부분들은 괜찮은 부분이었습니다. 아주 스펙타클하거나 깊은 서사구조는 아니었지만, 괜찮았습니다. 

이야기 뿐 아니라 난이도 역시도 굉장히 쉬운 편이었는데요, 이 부분은 강화된 편의성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중비행 기술을 익혀야만 도시별 빠른 이동이 가능했던 부분을 "공중 택시" 형태로 극 초반에 오픈함은 물론, 포켓몬 센터를 가지 않더라도 캠프 설치를 통한 회복이 가능했고 포켓몬 박스 이동도 굳이 센터를 가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가능토록 해두었습니다.

그만큼 게임의 난이도도 아주 쉬워진 셈이죠. 이는 게임의 오랜 매니아 분들보다는 입문자나 초심자 들을 배려한 게임 설계로 보입니다. 마치 이렇게 게임을 설계하더라도 매니아 분들은 여전히 저희 포켓몬스터 구매해주실 거죠?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으니까요.
 

 

 

그래픽 부분은 레츠고 피카츄 시리즈와 거의 똑같습니다. 물론 더 세밀해지고 개선된 부분들도 존재하긴 하는데요, 특히 마을 별로 색감이나 디자인에 있어서 확실한 차별성을 부여함으로써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라 진짜 다른 마을에 왔다는 느낌은 충분히 들게끔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각 필드별로 분위기나 색감 등도 꽤 달라서 좋았어요.

요정 마을을 향할때는 버섯 조명과 페어리 들이 날아다니는 몽환적인 느낌의 필드를 걸어야 하고, 바다위를 달리며 눈밭을 통과해야 하는 필드에서는 뿌연 느낌의 필드를 횡단해야 했습니다. 이 외에도 규모가 큰 도시를 돌아다닐 때, 오토 카메라 뷰로 넓은 시야를 만들어 준 것 자체는 좋았지만, 시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한계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성의 의 문제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건, 그래픽 부분에서 크게 개선된 건 없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캐릭터나 포켓몬들의 모션은 어설픈 부분이 많고, 비중이 적은 조연급 NPC들은 여지없이 돌려막기로 채워놓은 모습이었어요. 전작인 레츠코 피카츄와 똑같은 기종 그리고 똑같은 엔진으로 만들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위쳐3도 이식하는 스위치에서 - 물론, 그런식의 실사풍 포켓몬을 바란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 요괴워치 신작이나 포켓몬 팬 분께서 짤로 만들어주셨던 젤다 풍의 스타일로만 뽑아 냈더라도 이렇게까지 많은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번 포켓몬스터 소드에서는 "와일드 에리어" 라는 오픈월드 형태의 필드가 등장합니다.

넓은 필드를 뛰어다니며 몬스터들과 마주할 수 있는 구역인데요, 시리즈에서 처음 만나는 오픈월드 형태인데다가 그 옛날 1세대에서 즐겼던 사파리의 느낌도 들어서 꽤 흥미롭게 마주했습니다만 그렇게까지 큰 매력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스토리를 우직하게 플레이하시는 분들께는 진행 과정상 한 두번 통과하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은데요, 어차피 몬스터들은 스토리중 이동하는 다른 필드에서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데다가 다이맥스 동굴을 통한 포획도 이런 시스템이 있구나 이상의 감흥은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포켓몬을 잡고 도감을 채우는 것을 즐기는 분들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이 와일드 에리어 에서는 1세대 포켓몬들이 "그나마" 많이 등장하는 편이고 이외에 숨어있는 아이템이나 이스터 에그 형태의 NPC들, 그리고 다이맥스 동굴에서의 4인 레이드 등 나름대로 즐길 부분들은 "적당히" 갖추고 있어요. 거기에, 은근히 넓은 필드 그리고 확실한 날씨 변화 등 취향에만 맞는다면 분명 좋은 요소가 되어줄 겁니다.

말이 나온 김에 다이맥스도 한번 돌아보도록 합시다. "다이맥스" 는 포켓몬을 거대화 시켜 전투하는 방식으로, 출시 전 스크린샷이 나왔을때 상당히 수위높은 비아냥과 조롱을 들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플레이해보면 "다이맥스" 부분은 꽤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전투 중 다이맥스는 3턴까지만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서의 머리싸움을 전개할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내 포켓몬도 같이 거대화 시켜 힘대힘으로 맞붙을 수도 있지만, 방패막이로 상대의 다이맥스 공격을 3턴만 버텨줄 포켓몬을 골라 시간을 끌고 그 뒤에 내 다이맥스로 상대를 공격하는 식의 전략구성도 가능했는데요, 보통 다이맥스는 체육관 관장의 마지막 포켓몬을 통해 활용되는 만큼, 승부의 막바지에서 경기장 분위기나 브금이 바뀌고 이에따라 고조되는 긴장감은 게임을 더 몰입감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포켓몬 캠프는 필드에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컨텐츠입니다. 캠프를 설치해 카레를 만들 수 있고, 포켓몬과 간단한 대화를 하거나 장난감을 통해 친밀도를 올릴 수도 있죠. 이렇게 친밀도가 올라간 포켓몬은 전투 중 즉사 상황을 한 번 버틸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이외에, 캠프가 회복센터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편리했습니다. 물약을 주거나 센터에 돌아갈 필요없이 캠프를 차리기만 하면 어느정되의 회복이 가능했으니까요.

그러나 캠프의 메인 컨텐츠인 요리나 포켓몬과의 상호작용은 결코 깊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요리라고 해봐야 달랑 카레 하나만 할 수 있었고, 그 방식마저도 지나치게 단순하고 지겨웠습니다. 다양한 재료나 열매 그리고 카레 도감을 통해 굴곡을 주고자 한 것 같았는데, 요리 방식이 워낙에 단조롭다 보니까 큰 흥미를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포켓몬과의 상호작용도 굉장히 단조로운 편이어서, 전반적인 캠프 컨텐츠가 그냥 이런게 있다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이었어요. 마치 구색 맞추기 용으로 넣어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게임의 메인이 되는 체육관 배틀은 약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배틀은 여러명의 NPC들을 차례대로 상대하고 나서 관장과 마지막 배틀을 하는 형식이었는데요, 이번 타이틀에서는 약간의 퍼즐 요소가 들어가있습니다. 양떼 몰아넣기, 핀들고 함정피해서 목표지점도달하기, 회전컵 타기 등의 요소들을 통과하며 최종 목표지점까지 유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어렵거나 깊이 있지 않은 캐쥬얼한 퍼즐이라고 봐야할 것 같은데요. 다만 이런 요소들을 모든 체육관에서 각 테마에 맞는 퍼즐들로 꾸려놓았다면 좋았을텐데 몇몇 체육관들만 이런식의 퍼즐 요소로 진행할 뿐, 나머지는 구성만 다른 일자 배틀 진행형식을 그대로 유지한 모습이었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은 포켓몬스터 게임 "치고는" 꽤 디테일한 수준까지 가능했는데요. 상하의와 신발 가방 뿐 아니라 머리모양과 색깔 그리고 눈색깔 까지도 가능해서 비교적 다양한 조합으로 캐릭터를 꾸밀 수 있었습니다. 사실 커스터마이징보다 인상깊게 다가왔던건 바로 "리그 카드" 수집 시스템입니다.

게임내에 존재하는 관장부터 주요 NPC들에게서 그들의 리그 카드를 받아 수집할 수 있는데요, 일반 카드와 레어 카드가 있어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카드의 일러스트 퀄리티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인데다가 카드 뒷면에 적혀있는 이야기들도 흥미로운 편이어서 더더욱이 수집욕구를 자극 시켜주는 부분이기도 했죠. 뿐만 아니라 내 카드를 만들어 공유하고 다른 유저들과 교환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포인트였습니다.

 

 


 

 

포켓몬스터 소드는 그야말로 "적당한" 게임입니다. 적당한 스토리와 적당한 난이도, 적당한 그래픽 거기에 적당히 강화된 편의성은 "적당히" 플레이하기 좋은 게임 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어요. 큰 욕심없이 플레이하면 그냥저냥 할만한 게임입니다. 그러나 플레이하다보면,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띌겁니다. 분명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된 타이틀이고, 노하우도 충분히 쌓여있을텐데 어째서 이정도 퀄리티에서 멈춰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죠. 물론, 포켓몬스터라는 글로벌 인기 게임이 갖고있는 고유의 재미나 특징들은 여전하지만, 왠지모르게 플레이를 하면 할 수록 개발진들이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치 "이정도만 만들어도 사주실거죠?" 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엔딩부분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이 곳에서 라는 멘트가 나오는데요. 어쩌면 제작진은 아직도 그들이 이 게임을 시작했던 그 시작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디 안주 라는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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