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의 향연. PC Ghost Files 2 리뷰

  • 입력 2019.11.22 13:11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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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은 언제나 흥미로운 존재다. 범죄자를 체포할 권한은 없지만, 누군가의 지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사를 할 수 있으며 본인이 가진 능력만으로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파헤쳐간다. 여러 모로 활용하기 좋은 설정을 직업 자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탐정은 게임,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탐정은 셜록이지만, 그 외에도 김전일, 코난(연쇄살인마라는 이명이 더욱 돋보이지만) 등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탐정에게 친숙하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반인과 다른 생각을 하고, 사소한 단서도 놓치지 않고 숨겨진 범인을 찾아나서는 탐정의 스펙타클한 추리극. 지켜보는 이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게임으로도 많이 발매가 되어있다.

등장하는 이가 탐정이 아니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어드밴처 게임은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단서를 찾아서 퍼즐을 풀고,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방식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지 못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엔딩까지 이어나가질 못했다고 해야겠다. 초반에는 등장인물의 멋짐(사소한 단서로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장면은 어떤 탐정물이건 반드시 등장하는 클리셰다.)과 간단한 퍼즐을 금방금방 해결하는 스스로의 능력에 취해 쭉쭉 진행하지만, 퍼즐이 어려워지는 중반에 이르면 포기해 버리고는 했다.

난 스트레스를 풀려고 게임을 하는 건데, 이 퍼즐 따위에 막혀서 스트레스를 받아야겠어? 걍 다 때려 부수는 액션 게임이나 하자.’ 이런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플레이한 ghost files2는 여타 다른 탐정물과는 조금 궤를 달리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하나씩 살펴보자.

짧지만 임팩트 있는 스토리. 번역만 아니면......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은 시리즈로 발매된 게임이다. 1편은 2017년에 발매되었는데,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걸 보면 그닥 흥행하지는 못한 게임인 듯 하다. 살펴보니 스토리는 이어지지 않는다. 사설탐정인 아서 크리스티의 이야기로 살인자로 지목된 주인공이 진범을 찾고 누명을 벗어난다는 스토리다.

그야말로 탐정물의 전형. 플롯 자체가 다른 콘텐츠에서도 워낙에 많이 사용되었던 형식이고, 스토리도 짧아서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어색한 부분(고작 머리를 부딪친 걸로 자기 의뢰인을 기억 못하는 아서의 멍청함. 일기마저 암호로 써 놓는 아서의 치밀함. 뭐냐 이 인간.)이 군데 군데 있지만, 그건 사소한 부분이고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

스토리가 중요한 어드밴처 장르의 게임으로서는 꽤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번역이었다. 바로 앞에서 말했듯이 이야기의 흐름이 중요한 어드밴처 장르이고, 스토리 자체에도 큰 결함이 없음에도 나는 스토리에 몰입할 수 없었다. 대체 누가 번역을 했는지 영어를 직역해 놓은 황당한 문장들 덕분이었다.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나는 아프다. 오늘도.’ 이따위 초보적인 번역이 잊을만 하면 튀어나와서 한숨을 자아내고는 했다.

이게 번역이냐 수준의 질 낮은 번역이다
이게 번역이냐 수준의 질 낮은 번역이다

초보자도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치트키가 존재한다

시스템은 다른 어드밴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면 안에서 의심스러운 곳을 찾아서 새로운 장소로의 길을 만들거나 진실을 찾아내는 식이다. 신기했던 건 진행하면서 똑같은 형식의 퍼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숨은그림찾기는 매 스테이지마다 등장했지만, 그래도 게이머들이 보다 다양한 퍼즐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한 제작사의 흔적이 엿보였다.

퍼즐, 혹은 어드밴처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보다 난이도다. 퍼즐을 푸는 게 너무 어려우면 게이머들은 손을 놔버리고,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다고 쳐다보지를 않으니까.(참으로 까다롭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ghost files2가 적정 난이도를 지켰다고 느꼈다. 난이도는 크게 3가지. 그 중에서 나는 가장 쉬운 버전을 택했다. 그래서인지 퍼즐이 막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막힐래야 막힐 수가 없었다. 초보자 버전이라서 그런지 화면이 뜨자마자 가야할 곳에 작은 빛이 번쩍거렸으니까.

물론 이걸 어떻게 푸나 싶은 지독한 퍼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방법은 있었다. 힌트와 모나코 게임인데. 힌트의 경우는 다이렉트로 찾아야 할 물건의 위치를 알려준다. 힌트가 아니라 그냥 치트키 같은 느낌. 모나코 미니게임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쉽게 말해 그림 맞추기 게임인데, 이걸 하고 있으면 게이지가 차고, 게이지가 일정 이상 차면 퍼즐이 하나씩 하나씩 알아서 맞춰진다.

힌트가 너무 강력해서 마련한 장치인 듯 하다. 이처럼 제작사는 퍼즐이라는 형식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을 인지하고, 퍼즐을 그닥 즐기지 않는 이들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장치를 여럿 만들어 놓고 있다.

초보자들의 구세주. 모나코게임이다.
초보자들의 구세주. 모나코게임이다.

실사와 만화를 섞어놓은 듯한 자연스러운 그래픽과 부드러운 배경

내가 ghost files2에서 가장 큰 점수를 줬던 부분이 바로 그래픽과 조작감이었다. 사실 이 게임은 일반적인 퍼즐, 어드밴처 게임과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 거의 없다. 스토리도 예상 가능하고, 시스템은 어디서 본 것들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플레이하는데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그래픽과 조작감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픽은 솔직히 말해 그렇게 엄청 좋은 수준은 아니다. 2010년대 초, 2000년대 후반에도 있었을 법한 그래픽이랄까? 그런데도 눈이 전혀 피로하지 않았다. 실사와 만화를 묘하게 섞어서 캐릭터의 행동 하나하나가 부드럽게 느껴졌고, 그냥 지나가는 사물 하나하나에도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본질이 숨은그림찾기 같은 퍼즐형태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숨은그림찾기는 배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어쨌든 배경 하나하나가 제법 준수했고, 물건을 치울 때, 혹은 편지를 읽을 때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연스러워 인상 깊었다. 주인공의 행동이나 사물의 움직임에는 굉장히 공을 들였지만 반대로 등장인물들과의 상호작용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인물들과의 액션신이나 대화하는 장면이 굉장히 어색했다. 마치 로봇이 팔다리를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배경은 수준급이다. 사물에 대한 묘사 하나하나가 굉장히 자연스럽다
배경은 수준급이다. 사물에 대한 묘사 하나하나가 굉장히 자연스럽다

퍼즐, 퍼즐, 또 퍼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로다.

제법 잘 만든 퍼즐게임이라 생각되지만, 단점 역시 많이 존재한다. 먼저 퍼즐이 너무, 미친 듯이 많이 등장한다. . 정말. 자기 일기를 암호로 적어놓는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어느 정도는 게임이니까 넘어가려 했지만, 무슨 문 여는 곳마다 퍼즐이 그득그득하다. 주인공은 퍼즐을 한 번이라도 풀지 않으면 걷질 못하나? 오만 군데에 퍼즐로 도배를 해놓다 보니, 쓸데없는 콘텐츠도 존재한다.

법의학키트나 지도 같은. 법의학 키트는 살인자의 DNA를 채취하여 비교하는데 활용했는데, 그닥 효용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지도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게임을 클리어할 때까지 딱 2. 실수로 펼쳤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추리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추리를 한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는 거다.

이 게임에서 게이머에게 선택지가 주어지는 건 딱 1번이다. 그 외에는 게이머의 행동이나 판단으로 뭔가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게이머는 본인이 셜록이 되는 걸 꿈꾸고 시작했는데, 그냥 왓슨이 되어 셜록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느낌이랄까. 추리는 아서가 혼자 다한다. 살인자를 쫓는다는 추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너무나 선형적인 진행이라 많이 아쉬웠다.

선택지는 여기서 딱 하나고, 법의학 키트는 그 효용성이 의심스럽다.
선택지는 여기서 딱 하나고, 법의학 키트는 그 효용성이 의심스럽다.

셜록을 꿈꾼 왓슨. 그래도 셜록을 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퍼즐과 어드밴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조언드릴 점은 초보자로 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너무 급감하니, 조금 어렵더라도 꼭 고급 이상 난이도로 플레이하라는 것이다. 반대로 퍼즐을 싫어하는 사람, 미니게임을 질색하는 이는 너무 많은 퍼즐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번역, 잦은 퍼즐 같은 자잘한 단점들을 제외하면 그래도 준수하게 만들어진 퍼즐, 어드밴처 게임이다.

생긴 것부터가 왓슨이다. 제대로 즐기고 싶은 게이머는 고급 이상을 선택하시길.
생긴 것부터가 왓슨이다. 제대로 즐기고 싶은 게이머는 고급 이상을 선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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