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의 위대함, PC 'BRIDGE! 3' 리뷰

  • 입력 2019.11.18 18:21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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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인프라 구축이나 구조물을 건설하는 시뮬레이션은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다. 자신만의 도시를 만들거나, 동물원, 혹은 놀이동산을 가꾸는 게임에서부터 지하철 노선도를 뚫거나, 철도를 놓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고 가꾸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몇몇 게임은 아예 시뮬레이션 형태로 발전하기까지 했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날려 보내거나, 컴퓨터를 조립하거나, 계절에 맞춰 작물을 키우는 등 평소에는 경험하지 못할 분야를 게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이 장르의 가장 대중적인 분야는 ‘다리 건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절된 도로를 연결하는 이 단순한 게임은 ‘건설’을 목표로하는 게임의 기본처럼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철저한 물리 법칙을 활용해 도로를 이어주는 것도 있지만, 방법은 상관없이 어떻게든 ‘넘기거나 튕겨 보내는 것’을 목적에 둔 다리건설 게임도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스팀에 공개된 'BRIDGE! 3' 는 물리법칙과 다양한 오브젝트를 활용해 다리를 건설하는 게임이다. 다른 다리건설 게임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다리를 완성하면 스테이지에 주어진 미션을 통과해야 한다. 일방 혹은 쌍방향으로 통과하는 승용차나 트럭, 선박을 무사히 통과시키는 게 목적이다.

 

승용차와 트럭은 각자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다리에 가해지는 무게를 잘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주어진 건설자재들은 제한되어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물론 미적인 감각을 발휘해 멋진 금문교나 레인보우 브릿지 같은 걸작을 만들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 미션에서 그 정도로 넉넉한 재료를 주지는 않는다. 

 

게임은 우선 청사진처럼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 미리 건설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BRIDGE! 3'는 완벽한 시뮬레이션도 아니고, 완전히 게임성만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다. 재미와 전문지식을 조금씩 섞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인터페이스가 아쉽다. 건설의 기본인 '바둑판'을 도입한 것은 좋았으나, 맵의 강이나 땅의 지점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특히 도로와 각종 프레임의 각도를 미세하게 수정할 수 없으며, 기울기를 표시해 주지도 않는다. 'BRIDGE!3'가 일단은 '게임'의 범주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게이머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다른종류의 폴리곤 다리 건설 게임에 비해 디테일한 그래픽이 마음에 들었다. 우선 맵의 확대와 축소 범위가 넓고, 주변의 배경이나 다른 오브젝트들이 사실적으로 구별되어 있다. 스테이지는 도시부터, 운하, 협곡, 사막 등 다양한 배경으로 매번 바뀐다. 

초반 미션은 주로 대칭을 이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종의 튜토리얼 개념이기 때문에 아주 어렵지 않으며, 대충 '다리'의 모습만 갖춰도 충분히 클리어되는 미션들이다. 하지만, 스테이지가 뒤로 갈수록 미적 요소는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재료도 부족하고, 요구되는 미션들도 황당하기 때문이다.

 

'BRIDGE! 3'는 게임 요소를 많이 섞은 게임이다. 초반에는 '현실성 있는' 다리 건설이 많지만, 뒤로 갈수록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재료들도 등장한다. 차량의 이동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부스터', 반대로 느리게 만드는 '로 다운', 낙하하는 차량을 그대로 튕겨내는 '트램펄린'과 공중에 다리를 건설할 수 있는 호버 등의 재료들이 등장한다.

 

'트램펄린'이나 '호버' 같은 재료가 등장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BRIDGE! 3'는 '통과시켜봐'를 목적으로 한다. 차량이 파손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목적지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특징들을 살린 미션에서는 일종의 '체크포인트'들이 있다. 대부분 다리건설 게임이 오른쪽에서 왼쪽 혹은 쌍방향으로 차들을 통과시켜야 한다면, 'BRIDGE! 3'의 미션에는 '오른쪽-왼쪽-오른쪽'으로 보내거나 '아래에서 위'로 날려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캠페인 미션에서는 '멋진 다리'를 만들기 어렵다. 자신만의 멋진 다리를 만들거나 다양한 스턴트를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 '에디터' 모드다. '에디터' 모드에서는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재료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재료뿐만 아니라 배경, 양쪽 사이의 거리 간격, 고저 차 등 다양한 지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철저하게 물리적으로 계산된 멋진 다리를 만들 수도 있고, 스턴트 묘기에 중점을 둔 다양한 오브젝트들도 활용해 볼 수 있다. 아무리 예쁘고, 멋진 결과물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으면 아쉬운 일. '에디터' 모드에서 만든 다리들은 저장할 수 있고, 게임내의 워크샾을 통해 공유할 수도 있다. 다른 게이머들이 제작한 다리나, 스턴트들을 감상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이 게임의 색다른 재미다.

'BRIDGE! 3'는 '다리건설'이라는 기본 목표에 다양한 오브젝트를 활용해 게임성을 살리고자 노력한 게임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디게임'의 냄새를 풍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덜 다듬어진 느낌을 많이 받는다.

 

우선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한국어 패치'다. 누가 봐도 번역기로 돌린 '한국어'의 엉성함은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은근히 신경 쓰인다. 스테이지 초반에 등장하는 대사는 그렇다 쳐도, 과연 건설재료가 제대로 번역이 된 건지도 의문이다. 

 

스테이지마다 등장하는 각각의 오브젝트들의 설명도 부족하다. 각종 재료의 강도나 하중을 버틸 수 있는 무게 등의 설명이 없다. 일단 먼저 지어보고 무너트려 본 다음에야 그 재료를 파악할 수 있다. 건설 시의 인터페이스 역시 조금은 불편하다. 정확한 이음새 부분을 체크하는 것이나, 충분히 재료가 있음에도 길게 드래그할 수 없는 부분은 답답함이 느껴진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기 때문에, 스테이지에서 막히는 부분을 해결하기가 어렵다. 힌트를 준다고는 하지만 이를 확인해 보는 것이 쉽지 않고, 무엇보다 내가 한 것과 남이 한 것을 비교하는 재미가 떨어진다. 같은 스테이지에서도 서로 다른 방법의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비교하는 것도 이 장르의 재미다. 유저풀이 얕다 보니 이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이 게임의 단점이다. 

 

'BRIDGE! 3'는 다리 건설게임에 처음 도전해보는 게이머들이나 '시뮬레이션'과 '스턴트 액션'을 원하는 게이들에게는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이다. 평소에는 당연히 그 자리에 굳건히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대교'들의 위대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무너지지 않는 마포대교의 물리법칙을 알아보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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