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디언의 새로운 우주, PS4 '아우터 월드' 리뷰

  • 입력 2019.11.01 12:54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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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아웃 뉴 베가스'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로 게이머들에게 이름을 알린 개발사 '옵시디언'이 2019년 후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게임 '아우터 월드'를 드디어 발매했다. 게이머들은 출시 전부터 '폴아웃'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이 게임에 상당한 기대감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애증의 숫자가 된 '76' 때문이다.

 

'폴아웃 76'에서 적지 않은 실망을 한 게이머들은 '폴아웃 뉴 베가스'의 개발사와 초기 개발진이 참여한 게임을 통해 그 상처를 치유받길 원했다. 어찌 보면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게이머들의 기대가 고맙기도 했겠지만,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번 '아우터 월드'는 방사능 낙진이 아니라 우주 항성계를 배경으로 선택했다. 테라포밍이 진행 중인 행성들과 식민지가 건설 중인 태양계 '할시온'이 등장한다. 70년 동안 동면 캡슐에 갇혀있던 주인공은 한 괴짜 과학자에 의해 깨어나게 되고 게임은 진행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전혀 새로운 세계관과 배경을 제시한 게임은 아니다. 우주 전쟁과 식민지의 이해관계, 외계생명체의 습격. 어딘가에서 한번은 겪어본 적 있는 내용이다. 영화는 '스타워즈'가 있고, 게임으로 치자면 가장 화끈하고 확실한 '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터 월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전쟁과 파괴'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풀어나가는 쪽에 더 가깝다.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는 세계관에서 '선택'을 하는 것뿐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그것도 특히 이렇게 스토리 기반의 RPG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게임은 게이머들을 늘 설레게 한다. 그것이 '옵시디언'의 새로운 작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과연 '옵시디언'은 '아우터 월드'를 통해 어떤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보여줄까?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매력적인 배경

우주와 외계행성. 게임에서 그리 생소한 주제는 아니다. '아우터 월드'의 무대는 할시온 이라는 태양계. 행성의 일부는 인류가 살 수 있을 정도로 테라포밍되거나 혹은 식민지가 진행 중이다. 물론 원시 행성의 모습 그대로인 곳도 있다.

 

플레이어는 '희망호'의 유일한 생존자다. '희망호'는 행성간의 이동을 위해 동면한 사람들을 실은 우주선이었으나, 정치적 혹은 알 수 없는 자연적인 이유로 70년간 방치된다. 이후 한 늙은 과학자이자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 '피니어스 웰스'가 희망호에서 플레이어를 구출하게 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우터 월드'는 등장인물 혹은 세력들과 플레이어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시대적 배경은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게임에서 느껴지는 내용은 오히려 중세 봉건시대에 가깝다.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질구질하고 어두운 중세의 느낌이다. 게임에서 등장하는 각종 기업은 행성에 식민지를 만들고 있으며, 이에 저항하는 세력들과 독자적인 그들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아우터 월드'에서 등장하는 기업은 브랜드의 이름을 건 제품들을 사람들의 삶에 그리고 그들의 정신에까지 뿌리 깊게 침투하고 있다. 뭔가 ‘세련되고 정상적인 미래배경의 우주 모험’을 원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역겨울 수 있는 상상의 산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역겨운 아이템이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스페이서스 초이스’는 ‘참 연어 통조림’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그 ‘참 연어 통조림’ 중에는 ‘화이트 초콜릿 참연어’도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비대해진 혹돼지고기를 공급하는 'C&P', 몸에 바르는 니코틴 크림, 다이어트 치약 같은 아이템의 '클레오 이모네'등 각종 브랜드의 기상천외한 아이템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 대충 어떻게 사용될지는 짐작할 수 있지만, 썩 유쾌하진 않은 아이템들이다. 폴아웃에 '볼트 보이'가 있었던 것처럼 '아우터 월드'에서도 각종 기업들의 마스코트나 마크 같은 것이 등장한다. 기업마다 주력으로 생산하는 품목들이 다른 만큼 무기, 장비, 소모성 아이템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말하는 외계인이 등장할 법하지만 '아우터 월드'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 '스타워즈' 처럼 외계인들과의 소통은 거의 없으며,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부분 적으로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기계, 외계 생명체 그리고 적대감을 보이는 무법자를 마주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그중에서 호의를 보이는 인간을 동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련되고 고도로 발달한 미래보다는 어딘가 뒤틀려있고, 부정과 부패가 얽혀있는 미래. 어딘가 모자라고 나사 하나가 풀려 보이는 사람. 블랙코메디와 풍자적인 슬로건. 정치 선전물. 식민지에 대항하는 처절한 모습 등 우주여행을 하다 보면 점점 플레이어까지 이상하게 변하는 곳이 바로 '아우터 월드'의 배경이다. 신선하다고 할 순 없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숨 막히는 텍스트와 선택

플레이어가 마주하는 행성들은 어딘가 문제를 하나씩 겪고 있다. 전염병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혹은 외계생명체들의 습격과 무법자들의 약탈 등이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문제들의 원인을 듣게 되고, 해결하기 위해 선택해야 한다.

 

단순히 '이 문제를 해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할게요' 방식으로 진행되는 '퀘스트'가 아니다. 플레이어가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문제는 다른 문제들과도 얽혀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선택'이란 개념은 '아우터 월드'의 가장 핵심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도덕적인 해결사가 될 수도 혹은 우주 무법자가 될 수도 있으며, 등장하는 인물들을 죽이거나 살릴 수도 있다. 물론 보상에 대한 부분까지도 플레이어가 결정할 수 있다. 

 

어렵고 복잡해 보이지만 '스카이림 엘더스크롤'이나 '위쳐3' 그리고 '폴아웃'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베데스다류'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익숙한 방식의 스토리 전개일 것이다. 메인스토리를 따라가며 만나게 되는 인물 간의 관계, 그리고 거기에서 시작되는 서브퀘스트를 통해 게임을 채워나가면 된다. 물론 각종 수집형 퀘스트까지 준비되어 있다. 메인 스토리의 줄기는 가늘지만, 그 겉을 두껍게 감싸는 다양한 퀘스트로 볼륨을 채웠다.

 

게이머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아우터 월드'에서는 벅찰 정도의 대화 선택지와 분기점이 등장한다. 그리고 결정에 대한 책임도 감당해야 한다. '할시온'은 다양한 정치적, 이권 다툼이 벌어지는 곳인 만큼 모든 것을 챙길 수는 없다. 각각의 세력은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게 다르다. 그래도 '모 아니면 도'의 극단적인 선택은 많지 않다. 언제나 답은 있으며, 양쪽을 만족시킬 수도 혹은 양쪽 모두에게 실망을 안겨다 줄 수도 있다. 가끔 이런 식의 선택지에 많이 고민하는 게이머들이 있는데, 언제든 저장할 수 있고 불러올 수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이 해결방식은 선택지에서 고를 수 있다. 설득이나 통찰력, 거짓말과 같은 캐릭터의 고유 능력은 보다 유연하고, 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스킬의 능력치가 높을수록 성공할 확률은 높다. 그리고 가끔 ‘화폐’는 모든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해결해주기도 한다.

 

캐릭터의 스킬 능력치에 따라 마주치는 NPC들을 조금 더 다양하게 다룰 수 있다. 당연히 특정 기술이 높다면 그만큼 더 많은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며, 불필요한 힘 빼기 없이 수월하게 일을 풀어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캐릭터 스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템을 얻거나, 주변의 단말기 오브젝트를 사용해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해킹능력이나 문 따기 스킬이 높다면 더 다양한 정보와 아이템을 수집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사용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귀찮다고 한다면 역시나 '주먹'부터 지르고 봐도 상관은 없다. 다만 쉬운 해결책은 그만큼 플레이어를 무법자에 가깝게 만들고, 대부분 무법자들의 평판은 그리 좋지 않다. '아우터 월드'에는 각 세력마다 '평판'시스템이 존재한다. 한쪽의 편을 들어준다면, 한쪽의 평판이 하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무법자 깡패가 될지, 정치 브로커가 될지, 평화주의자가 될지, 혹은 기만자가 될지는 플레이어의 능력과 선택에 달려있다.

 

다양한 캐릭터 능력과 전투 아이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설득, 거짓말, 매수, 압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아우터 월드'에는 꼭 이성적인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 역시 '아우터 월드'를 '총 쏘는 게임'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탐험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전투'는 중요한 요소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일단 쏘고 봐야 한다.

 

'아우터 월드’의 특징이라면 '동료'와 함께 탐험하고 전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료 시스템은 전투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지만, 파티에 속해있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스킬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물론 플레이어 혼자일 때 보너스를 추가해주는 아이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료와 함께 플레이하는 것이 더 도움 된다. 동료는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동료는 단순히 쫓아다니는 AI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할지, 아니면 최대한 방어적으로 할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동료의 전투방식과 스킬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플레이어의 기본 효과 중에서는 동료의 위협 수준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도 있으니 탱커로 활용할지 아니면 딜러로 활용할지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동료들끼리의 관계도 다양하게 얽혀 있는 만큼, 조금 더 우호적인 관계를 보이는 동료들도 있고, 문제를 일으키는 동료들도 있다. 가끔 플레이어에게 대화를 요구하기도 하며, 문젯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동료의 문제는 '연애'였다. 끔찍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솔플을 선호한다면 동료를 모두 제거하거나 돌려보낼 수도 있다.

전투 시 사용되는 무기는 '충격', '전기', '플라즈마', '출혈' 등 게이머라면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속성값이 적용된다. 생명체에는 플라즈마, 기계에는 전기 속성이 더 강력한 것처럼 어느 정도 상성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중요하진 않다. 공격 시 느려지게 만드는 '전술 확장 스킬'을 사용해 적을 먼저 스캔하면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약점을 공략하면 전투를 쉽게 풀어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형의 경우 다리를 쏘게되면 적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기계 로봇은 취약부위를 맞추면 작동이 정지된다.

 

무기와 방어구에는 스코프나 탄창처럼 각종 파츠를 부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속성으로도 변경할 수 있다. 모든 무기는 개조와 땜질 수리, 분해가 가능하다. 필요 없는 무기는 소위 '갈아서' 재료를 모을 수 있으며, 업그레이드에 활용할 수 도 있다. 기본적으로 무기 강화와 분해는 맵의 '작업대'가 필요하지만, 캐릭터의 '엔지니어링' 스킬이 높다면, 즉시 사용할 수 도 있다. 무엇보다 무기의 내구도나 낮아질 경우 제 성능을 내지 못하니 꾸준히 수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하지만 매력적인

아우터 월드’는 ‘옵시디언’의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RPG의 진한 맛을 원했고, 오랫동안 플레이 할 수 있는 빵빵한 볼륨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는 분명 좋은 점수를 받을만한 게임이다.

 

다만 화끈한 액션을 기대한 게이머들이나 오픈 월드의 참맛을 기대한 게이머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전투는 쉽고 밋밋하다. 이팩트만 화려하지 사실 전투의 박진감은 많이 떨어진다.

 

또, 어떤 ‘탐험’적인 요소를 기대했다면 ‘노 맨즈 스카이’의 꼴이 날 수도 있다. 게임의 기본이자 핵심이 NPC와의 끊임없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을 발견하고, 자물쇠를 열고, 해킹하는 맛은 있지만, 거대한 우주 행성을 탐험하는 재미를 기대하기는 사실 어렵다.

 

하지만, 촘촘한 인물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대한 텍스트에 익숙하거나, 정통 RPG를 좋아하고 기대했던 게이머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게임에서 마주치는 NPC들과 할시온을 바꾸는 것은 플레이어의 역할이다.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 애초에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없는 세상이다. ‘아우터 월드’에서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주인공, 내가 변화시키고 싶은 우주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아우터 월드’는 어딘가 익숙하지만 새롭고 매력적인 배경과 이야기를 한가득 담고 있는 게임이다. 다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RPG의 깊은 맛, 텍스트의 홍수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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