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완미세계 -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세계

  • 입력 2019.10.30 13:22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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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 장르는 거대한 오픈 월드를 탐험하며, 알 수 없는 몬스터를 만나 싸우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핵심 컨텐츠였습니다. 성장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지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몬스터와 NPC들을 만나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식의 게임진행이 주를 이루죠. 이외에도 사람들과 파티를 맺고 더 강한 보스 몬스터와 던전을 클리어하기도 하고 길드와 길드간 전쟁을 하여 세력확장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MMORPG는 전투 이외에 일반 생활 컨텐츠도 유저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채집이나 벌목, 낚시 등 비전투 컨텐츠"만" 하더라도 게임 플레이가 가능토록 해두었음은 물론, 나만의 거주지를 만들어 생활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렇다면 모바일RPG는 어떨까요? 언급해드렸던 전투 + 생활 컨텐츠들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양산형" 게임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든 모바일 RPG들이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고, 게임 시스템은 물론 스토리 구성마저도 유사한 부분들이 있을정도이니 그야말로 "양산형" 모바일 RPG의 홍수라고 봐도 무방한 시대입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완미세계 의 장르도 모바일 RPG 입니다.

 

 

완미세계는 2007년 한국에 서비스 되었던 중국산 PC 온라인 게임으로, 생각 이상의 반응과 좋은 평가를 얻는 듯 했지만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2013년경 서비스를 종료한 타이틀입니다. 덕분에 완미세계 모바일은, (구)완미세계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올드 팬분들은 물론이고 입문자 분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는데요. 누군가는 수년전 내가 플레이했던 게임이 모바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반가움을, 누군가는 수년전 히트를 했던 게임이 모바일로 재출시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가짐과 동시에 이번엔 좀 다른 모바일RPG인가? 하는 기대감도 드셨을겁니다. 

과연 완미세계 모바일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 마냥 비슷비슷한 양산형 RPG 의 시대에서 그들만의 색깔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요 ? 

부디 오늘 리뷰가 본 타이틀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께는 물론이고, 직접 플레이하긴 꺼려지지만 게임 자체는 어떨지 궁금하신 분들께도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완미세계는 모바일 RPG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요소들 - 스토리나 자동사냥, 파티던전과 레이드 그리고 각종 도전들과 그에 맞는 보상 - 은 빠짐없이 갖추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하지 않고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는 듯, 조금씩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스토리 부분입니다. 완미세계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흔한 영웅과 악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단어 자체가 생소한 부분들이 많고 대사가 어색한 부분들이 더러 있어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스토리 부분이 부족하다고 해서 완미세계를 나쁜 모바일 RPG로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 장르에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을 뿐더러, 비단 완미세계 뿐 아니라 요즘 출시되는 다른 동일 장르 게임들 역시도 스토리의 존재의미가 거의 없을만큼 이 부분에서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물론 뛰어난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부분은 부족하다 하더라도 넘어가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NPC들의 대사가 스킵 불가능한 것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대사들 대부분이 영양가 없이 분량만 잔뜩 부풀려놓은 것들이 많았는데요. 컷씬의 숫자도 굉장히 적은 편이어서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은 물론 게임의 템포에 까지 크게 깎아먹는 부분이었습니다.

 

 

 

 

모바일 RPG하면 어느덧 상징과도 같은 시스템이 되어버린 자동사냥 에서도 나사가 빠진 모습들이 존재합니다. 완미세계를 자동으로 진행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수동으로 전환될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그렇다보니 마음놓고 자동모드로 돌려둘 수가 없어서 수시로 체크를 해줘야 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서 수동으로 전환된다 는 기준점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쯤되면 수동이 됬을테니 한번 확인해줘야지 가 아니라 계속 화면을 보고 있어야 하는게 불편했습니다. 또한 자동 진행중 화면을 한번 터치하면 수동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잦았는데요,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중 하나였습니다. 자동 이동 중 캐릭터의 외형을 보고싶어 시점을 돌려볼 때가 있고, 자동 전투 중에도 내가 직접 컨트롤을 하고싶다 혹은 특정 스킬을 지금 써야 겠다 싶어서 잠시 개입할때에도 일일이 자동 수동 버튼을 눌러줘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엉뚱하게 수동전환 되지 않았는가를 확인하며 플레이해야 했습니다. 자동사냥을 버릴 수 없는 모바일RPG의 구조상 아예 밀어부칠거면 더 화끈하게 신경써서 자동 시스템을 준비했어야 하지 않나 싶을정도로 시스템은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자동사냥의 AI가 썩 좋지 못한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검은 사막 모바일의 경우 자동사냥 AI도 꽤 괜찮은 편이어서 나름대로 구경하는 맛도 있고 저레벨 구간까지는 효율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완미세계의 경우 사냥을 오토로 돌릴 경우 스킬을 피하지않고 제자리에서 말뚝딜만 하는 상황이 자꾸 벌어지기 때문에, 이래저래 믿고 맡길 수 있는 오토 시스템은 아니었습니다.

타격감 부분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업에 따라 느껴지는 타격감의 차이는 꽤 심한편이었는데요. 탱커의 경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때리는 맛이나 스킬 효과가 괜찮은 편이었지만, 궁수나 법사의 경우 내가 치고있는 건지 아닌지 헷갈릴정도로 좀 밍숭맹숭한 느낌이었어요. 첨부한 영상을 보시면 더 와닿으실 겁니다. 위 쪽이 궁수, 아래쪽이 탱커 직업의 전투장면인데요. 물론 촬영 당시 궁수보다 탱커가 레벨이 훨씬 높은 편이었지만 두 직업의 1레벨 스킬을 비교해보더라도 타격감의 차이는 꽤 나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법사도 예외는 아니었구요. 

 

여러문제가 있긴 하지만, 역할 플레이가 갖는 재미는 있었다.

 

파티를 꾸려서 던전을 클리어하는 그룹 플레이 부분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히 아무 직업이나 모아놓고 딜로 때려잡는다는 마인드로 던전에 진입하면 의외로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었습니다. 탱커와 힐러 등 파티구성에 있어서 조합밸런스를 신경써야 수월한 클리어가 가능했고, 여기에 썩 좋지않은 자동 전투 AI는 반강제적인 수동 전투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던전 진입시 자동 전투로 시도하면 실패확률이 높아집니다 는 메시지가 뜨기도 합니다. 결국 수월한 클리어를 위해서는 조합 밸런스를 신경써서 구성함과 동시에 어느정도의 수동 전투는 필수적이었어요. 어쨌건 모든 요소가 오토로 가지않고 생각하는 맛, 직접 컨트롤 하는 맛, 역할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물론 직접 컨트롤 하는 맛은 의도했다기보단 부족한 자동 전투의 AI가 원인이었지만요. 그러나 문제는 파티를 짜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일단 자동 매칭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동사냥을 돌려놓고 할 거하던 사람들은 정작 파티가 구성된 뒤 수락버튼을 못눌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럼 매칭을 오랫동안 기다린 사람들은 지쳐 떨어지게 되더라구요. 게다가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파티원과 던전을 돌면 얻는 보상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안그래도 안잡히는 매칭은 자신보다 낮은 레벨이 없는 파티를 찾아 다니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매칭이 더 느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듯 보였어요. 보상의 양을 줄이거나, 하는 식의 약한 패널티 정도로 끝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던전 시작부분에서 역할군에 맞게 어느정도의 가이드도 제공하는등, 분명 확실한 역할군 부여를 통해 그 역할플레이가 갖는 재미를 살려보고자 한 것은 좋았고 실제로 그것이 의도한데로 짜여졌을때의 재미도 괜찮았던, 매력있는 부분이었던 만큼 조금만 보완할 수 있다면 분명 완미세계의 강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완미세계 모바일은 육해공을 모두 활용한 전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본인들만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실제 광고 문구나 영상을 봐도 완미세계 육해공 이라는 것을 굉장히 많이 어필하고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저 배경만 바뀐,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벌어지는 공중 전투라 하면, 지상에서보다 훨씬 다이나믹하게 전후좌우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하늘을 누비며 싸우는 것을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저 밋밋한 전투였습니다. 상승과 하강 버튼이 있긴 하지만 이동과는 버튼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일일이 상승 / 하강을 눌러가며 원하는 구도를 그리는데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수중 전투도 말그대로 바다속에서 하는 일반 전투에 불과했습니다. 호흡 시스템을 도입해서 물속에 있을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을 두고 그것을 생각하며 하는 전투 가 아니라 그저 물 속에 둥둥 떠있는 적과 싸우는 것 뿐 지상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현지화 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한글 자막과 함께 음성 더빙을 제공한다는 것 자체는 좋았지만, 역시나 나사가 빠져있었어요. 전체적인 대사의 이음새나 구성이 엉성했고 인물들의 말투가 어색할때가 있어서 이야기를 따라감에 있어서 턱턱 걸리는 부분들이 더러 존재했습니다. 이는 번역 퀄리티의 문제로 보이는데, 전문가를 고용했다기보다는 그저 번역기를 한번 돌려놓고 비전문가로 하여금 문장 수정 정도만 맡겨서 게임에 출력한 듯한 인상을 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고르더라도 모든 캐릭터들의 대사 스타일이 동일했어요. 야성미 넘치는 야수를 골라도, 요정같은 마법사를 고르더라도 대사는 "위험해요, 우리가 꼭 구해야만 하겠어요" 같은 일관된 말투 하나 뿐입니다. 예를 들어 야수 캐릭터는 조금 더 거칠게 표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나의 대사로 모든걸 퉁치다보니 몰입감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인게임 그래픽 에서도 풀린 나사는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 스크린 샷처럼 삐뚤삐둘하게 형태조차 제대로 잡지 않은 상태로 인게임 그래픽이 표현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흔히들 중국에서 만든 양산형 게임은, 게임의 질이 낮고 성의없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하다 는 비판을 많이 듣고 있죠. 완미세계도 이러한 중국산 양산형 게임과 크게 거리가 멀지 않은 느낌을 받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성의와 노력만 있었다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던 포인트들이었던만큼 이러한 자잘자잘한 미스들이 모여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외에 나름대로 애를 쓴 부분은 보입니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2.5D와 3D 모드를 제공한다던가, 포토모드의 필터가 아니라 인게임 플레이 필터를 제공하는 것도 눈에 띄었어요. 특히 인게임 필터는 선택에 따라 색감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2.5 / 3D 모드는 글쎄요, 저렇게 별도 메시지를 띄우면서 까지 혁신인것처럼 제시할 필요가 있나 싶을정도로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외에 게임도중 NPC의 대사에 원하는 스타일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나름의 육성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끔 해두었지만 그 퀄리티가 너무나도 형편없어서 썩 달가운 파트는 아니었습니다.


 

 

모바일 RPG는 이래저래 벽에 부딪혀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게임 장르들이 벽에 부딪힌 것 마냥 비슷비슷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독 모바일 RPG는 그 틀이 너무 쎄게 잡혀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래서 아예 모바일 RPG에 대한 흥미를 잃음은 물론, 신작이 나왔다 한들 관심을 갖기보다는 또 자동사냥 양산형 게임 나왔네 하고 넘기는 분들도 다수 있으실 겁니다. 언젠가는 이런 양산형의 흐름을 박살내줄 게임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말이죠. 일단 완미세계 모바일은 그런 힘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너무 많이 빠져있는 부분별 나사들이 완미세계를 양산형, 낮은 품질의 게임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을 개발진과 운영팀은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런 부분들을 빠르게 수습하고 지속적인 보완을 할 수 있다면 그럭저럭 플레이할만한 괜찮은 모바일 RPG가 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중국 개발사가 얼마나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해줄 지 는 의문입니다. 

플레이하면서 곁눈질로 월드 채팅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추억" 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옛날에 내가 했던 완미세계 생각이 나서 한 번 플레이해본다. 그때 어떤 아이디를 썼었다 와 같은 추억들 말이죠. 반면 그 때 내가 했던 완미세계와는 많이 다르네 하고 아쉬워하는 목소리 또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추억으로 사람들을 모으는데 까지는 성공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10/28일 기준으로 완미세계는 무료 앱 랭킹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만큼 분명 이목을 끄는데는 성공한 분위기입니다. 이제 남은 건 추억과 관심을 어떻게든 활용해야할 , 그리고 빠져있는 나사들을 서둘러 수습해야할 개발진과 게임 운영팀의 몫이겠죠.

틀을 깨지는 못했지만 평타는 해줄 양산형 게임으로는 남을 수 있을지, 한번 완미세계 모바일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다음 게임을 가지고 또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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