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망적인 게임이 생각난다. PS4 미스트오버 리뷰

  • 입력 2019.10.15 15:23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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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던전과 미스트오버의 그래픽 차이. 얼핏봐서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키스트 던전과 미스트오버의 그래픽 차이. 얼핏봐서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닌자 가이덴, 다크소울 시리즈, 다키스트 던전.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금방이라도 패드를 던져버리고 싶게 만드는 미친 난이도다. 닌자 가이덴이나 다크소울 시리즈같은 액션 게임에서는 게이머의 컨트롤 실력에 따라 개개인이 느끼는 난이도 체감이 다르다. 똥손인 사람에게는 다크소울은 더할 나위 없는 악마의 게임이지만, 금손인 사람에게는 단순히 재미있는 액션게임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RPG 게임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RPG 게임은 게이머의 컨트롤 실력과는 무관하게 게임 운영과 노다가, 시스템상의 차이로 인해 난이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다키스트 던전은 정말 이름 그대로 가장 어두운(Darkest), 가장 절망적인 게임이었다. 잡몹들은 평타 몇 방으로 처리하던 기존 게임과 달리 길에서 만난 일반 잡몹에게 영웅 일행이 전멸당하는 사례가 빈번할 정도로 토 나오는 난이도를 자랑했던 로그라이크 RPG게임, 다키스트 던전. 이 게임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있고, 이 게임의 단점만을 뽑아 만들었다는 혹평도 많은 게임 미스트오버가 1010일 발매되었다. 평소 로그라이크류 게임도 좋아했고, 다키스트 던전도 즐겨 플레이했던 본인인지라 발매가 되자마자 PS4 판을 구매하여 플레이 해봤다. 음성도 일본어만 지원하고 있고, 게임의 전체적인 시스템이나 스토리 전개 방식이 전형적인 JRPG 형식인지라 일본 게임이라 생각했는데, 국내 업체인 크래프톤이 개발한 게임이다. 싱글 플레이를 전제로 개발한 게임이라 세계 최대 콘솔시장인 일본을 겨냥하고 있으며 기본 음성도 그래서 일본어로 지정했다고 한다. 추후에는 한국어 버전도 추가할 계획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와 연출. 시스템까지...... 좀 너무했다.

다키스트 던전과 미스트오버의 인트로 중 일부. 연출이 너무 비슷하다.
다키스트 던전과 미스트오버의 인트로 중 일부. 연출이 너무 비슷하다.

미스트오버는 출시 전부터 다키스트 던전과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를 표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난무하던 게임이다. 미리 언급하는데, 나는 플레이 해 보기 전에는 이런 사전정보를 아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미스트오버는 그래픽부터 스토리, 시스템까지. 다키스트 던전을 빼다 박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임이었다. 우선 스토리. 저택에 정체불명의 미궁이 생겨나 이를 탐험한다는 설정이 다키스트 던전이었는데, 이 저택을 나라로 바꾸고, 미궁을 안개로 바꾸면 그냥 미스트오버의 스토리 그대로다. 미궁이나 정체불명의 장소를 탐험한다는 내용의 이런 로그라이크류 게임들의 스토리는 대동소이한 편이지만, 미스트오버는 인트로의 연출부터 삽화의 그림체, 심지어 튜토리얼을 소개하는 방식까지 다키스트 던전과 똑같았다. 이 탓에 나는 게임을 키자마자 다키스트 던전을 떠올렸다. 물론 스토리 전개방식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다. 애초에 인디게임으로 시작한 다키스트 던전은 기본적으로 스토리 전체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불친절한 편이다. 게임의 목표는 미궁 탐사고, 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스토리 전개나 사건들은 단순한 텍스트 몇 개로 대체하고 만다. 하지만 미스트오버는 다르다. 일반적인 JRPG처럼 단계별로 퀘스트를 제시해 주고, 주인공이 이를 해결하며 성장하는 식이다. 설명도 다키스트 던전보다는 훨씬 친절한 편이며 잡화점이나 연금술, 조사본부 등에도 모두 NPC가 배치되어 있어 소소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개발사를 몰랐던 나는 다키스트 던전을 일본 게임회사가 참고하여 자기식으로 만든 게임이라고 이해했다.

 

디테일의 차이가 명작을 만든다? 과연?

시스템 역시 다키스트 던전과 비슷하다. 마을에서 정비를 하고, 만복도를 해결할 수 있는 고기와 광휘도를 올릴 수 있는 씨앗을 챙겨 탐험에 나선다. 탐험에서 다양한 전투를 경험하고, 출구를 찾아 빠져나오면 그 방을 클리어하는 시스템이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다키스트 던전을 그대로 빼다 박았지만, 디테일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말 그대로 정말 작은 차이였다.)

미스트 오버의 탐험 화면
미스트 오버의 탐험 화면

일단 탐험을 보자. 미스트오버의 탐험은 선형적 구조였던 다키스트 던전보다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잡동사니,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는 함정, 그리고 광휘도를 올릴 수 있는 라이트 플라워. 탐험 내에서 건드릴 수 있는 컨텐츠는 다키스트 던전과 동일하지만 여기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앞 뒤로만 움직일 수 있었던 다키스트 던전의 탐험과 달리 미스트오버는 장애물이 없다는 전제하에 8각형 내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7종류의 캐릭터는 각각의 탐험스킬을 가지고 있으며(물론 이 중에 쓸 만한 스킬은 한 두 개 뿐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효율적인 탐험을 할 수 있다. 탐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만복도와 광휘도. 캐릭터의 탐험스킬은 만복도를 소비하며 만복도가 차 있으면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캐릭터들의 MPHP가 찬다. 반대로 만복도가 없으면 캐릭터의 HP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만복도를 채울 수 있는 고기는 게임 내내 무척 중요한 자원이 된다. 광휘도는 떨어질수록 캐릭터의 시야가 좁아지지만 탐험하면서 만날 수 있는 라이트 플라워를 통해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게임 진행에는 무리가 없다.

다음으로 전투. 전투 역시 다키스트 던전을 연상시킨다. 팔라딘, 섀도 블레이드, 시스터, 웨어울프, 그림 리퍼, 로닌, 음양사, 위치, 이렇게 8가지 직업의 캐릭터가 있는데, 각 캐릭터는 10개의 스킬 중 기본스킬을 제외하고 4가지의 고유 스킬과 3가지의 협력스킬을 가질 수 있다. 처음 얻게 되는 고유 스킬은 랜덤이며 추후에 고용하는 다른 조사대원으로부터 일정 비용을 주고 다른 고유 스킬을 얻을 수 있다. 각 캐릭터의 위치, 적의 위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캐릭터의 배치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 역시 다키스트 던전과 같다. 영혼을 놓아버릴 것 같은 전투 난이도 역시 마찬가지. 적과 아군 모두 다양한 메즈(출혈, 마비, 약화, 이동)기를 보유하고 있고, 성공확률이 무척 좋은 편이기에 어떤 타이밍에 어떤 메즈기를 쓰고, 이 연계를 어떻게 이어나가느냐가 전투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캐릭터를 4칸에 일렬로 배치해야 하는 다키스트 던전과 달리 총 9칸에 배치할 수 있고, 캐릭터간 연계스킬이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전투의 시스템 자체는 다키스트 던전과 동일하다.

 

어렵긴 어려운데. 짜증의 요소가

첫 보스 그레이트 웜에게 무턱대고 덤볐다가 전멸하고 말았다.
첫 보스 그레이트 웜에게 무턱대고 덤볐다가 전멸하고 말았다.

미스트오버를 이야기하면서 난이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도 비슷하다며 계속 비교한 다키스트 던전이 절망적인 난이도로 유명한 만큼, 이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는 미스트오버 역시 꽤나 어려운 난이도를 보여주고 있다. 자동저장 방식이라 세이브 로드 신공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한 번 죽은 캐릭터는 부활이 안된다. 이 탓에 보스전이나 조금 어려운 맵을 돌기 위해서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성장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 (필자는 처음에 무턱대고 보스전에 돌입했다가 6시간 동안 키운 캐릭터 5명을 한 번에 잃어야 했다.) 전투에서는 미스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편인데, 이렇게 미스를 유발한 적은 현재 턴이 어디든 상관없이 바로 다음 턴에 행동하기 때문에 스킬 하나하나를 신중하고 확실하게 사용해야 한다. 사실 필자는 엄두가 나지 않을만큼 어렵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의 난이도는 게임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깨는 게임은 재미가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앞서 말한 미스트오버의 난이도 시스템은 이런 점에서는 가산점을 쳐줄만 하다. 하지만 이 외에 게임의 재미와는 무관하게 그냥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 우겨넣은 듯한 시스템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멸망의 시계. 멸망의 시계는 게임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도입한 제한시간 시스템으로 이 시계가 12시까지 올라가면 게임오버가 된다. 멸망의 시계는 하나의 맵을 돌았을 때, 그 맵에 남은 잡동사니, 켜지 않은 라이트 플라워, 한번이라도 죽이지 않은 적, 사망한 대원이 있을 경우에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에 내려간다. 결국 맵을 100퍼센트로 올클리어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게임오버를 당한다는 뜻. 이 탓에 큰 맵이건 작은 맵이건 상관없이 올클리어가 강제된다. 하나의 맵을 올클리어하는데 적게는 20분에서 길게는 40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투자가 강제되는 셈. 거기다 맵에서 한번 죽인 적은 리젠되어 하얀색으로 등장하는데, 이 적들은 다시 죽여도 경험치나 자원을 얻지 못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어려운 전투로 한껏 높아진 게이머의 긴장이 짜증과 귀찮음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짜증을 유발하는 절망의 시계와 시계가 차면서 변해가는 마을의 모습이다.
짜증을 유발하는 절망의 시계와 시계가 차면서 변해가는 마을의 모습이다.

실패한 벤치마킹

미스트오버는 다키스트 던전의 시스템이나 스토리, 연출을 그대로 따라한 게임이다. 로그라이크 RPG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을 벤치마킹하는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고 비난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표절심의에만 걸리지 않으면 게임은 재미있는게 우선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미스트오버는 그걸 너무 티나게 베껴왔고, 그마저도 게이머들의 짜증과 노가다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가져왔다는 거다. 이 탓에 미스트오버는 다키스트 던전의 아류작이라는 평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전투 이펙트나 게임 내 그래픽은 꽤나 수준급이다.
전투 이펙트나 게임 내 그래픽은 꽤나 수준급이다.

물론 미스트오버만의 장점도 존재한다. 다키스트 던전보다는 낮은 난이도라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게임 내에 표현된 연출력이나 삽화, 그래픽 등도 꽤나 수준급이다. 특히 스킬 이펙트 같은 부분은 단순하고 어두운 다키스트 던전과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뛰어난 편이다. 이렇듯, 미스트오버는 다키스트 던전에서 게이머들이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들과 단점으로 지적된 것들을 어느 정도 개선한 게임이기에 충분히 매력이 있고, 몰입감도 뛰어난 편이다. 다키스트 던전을 해보지 않았거나, 로그라이크 RPG 종류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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