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넘치는 자유도를 즐겨라! 달빛조각사 M

  • 입력 2019.10.14 14:01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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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다. 심지어 게임 제목은 달빛조각사 M도 아니다. 그냥 달빛조각사다.

정확히 말하면 자유도가 있기는 한데, 별로 즐기고 싶지가 않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달빛조각사는 원작인 판타지 소설을 사랑한 팬이든, 그것을 뒤늦게 카카오 페이지의 웹 소설로 만난 팬이든, 혹은 대한민국 레전드 게임 개발자 중 한 사람인 송재경의 게임을 기대하는 게이머든 기대할만한 부분이 많았던 게임이다. 그를 증명하듯 출시와 거의 동시에 모바일 양대 마켓 1위도 슥삭. 흥행은 이미 성공했다!

 

내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출시를 기다렸던 게임이기도 하다. 걱정되는 소식도, 좋은 소식들도 들려왔었다. 달빛조각사 개발팀의 팀장님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하시는데, 개인 블로그를 통해 개발 상황을 조금씩 업데이트할 때마다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되었다. 특히 젤다를 연상시키는 3등신 캐릭터가 뭔가 신뢰가 안 갔다고 해야 하나. 우연히 외부인은 알기 힘든 좋은 소식도 들려왔는데 단순히 송재경 개발자가 자신의 이름만 올려두고’ ‘팔아먹는게임은 아니라는 정황이었다. 정확히는 XL게임즈의 CEO이기도 한 송재경 개발자의 책상이 달빛조각사 팀에 있다는 지인 피셜의 정보였다. 아예 그쪽으로 출근을 하고 있단 소리였다. 어라?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진짜로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원작 팬의 머스트 헤브 아이템은 사실 이거지. 특정 장소에 서있는 위드는 풀죽을 판매한다. 풀죽 풀죽! 풀죽교!
▲원작 팬의 머스트 헤브 아이템은 사실 이거지. 특정 장소에 서있는 위드는 풀죽을 판매한다. 풀죽 풀죽! 풀죽교!

 

송재경이 누구인가? “자유도에 미친 사람아니던가. 물론 그 이전에 그는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 1세대 그래픽 RPG 온라인 게임을 만든 천재 개발자지만, 최근에 이미지는 그랬다. 그의 최근작들과 인터뷰에서 보여준 게임의 자유도에 관한 광적인 집착! 이것은 비단 송재경만의 지향점은 아니고, 게임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비전 중 하나이기에 그가 <아키에이지><문명 온라인> 등에서 언뜻언뜻 보여준 번쩍이는 비전에 많은 이들이 감탄했었다. 물론 이게 온라인 게임의 한계가 있다고 해야 하나, 혹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 해야 하나, 결과적으론 그가 밝힌 포부에 못 미치는 게임들이 되기도 했지만, 하여간 송재경 개발자의 정신은 매우 높이 사는 사람이 많았다. “자유도”! 이 얼마나 심장이 뛰는 단어인가.

 

게다가 소설 달빛조각사에 등장하는 가상의 게임, “로열로드는 남희성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그야말로 무한 자유도의 게임이다. 개인적인 추측으로 그 모태는 울티마 시리즈가 아닌가 싶긴 하지만하여간, “로열로드송재경의 만남은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

무언가 그림이 나온다. “로열로드를 현실로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송재경밖에 없다. 그런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다. 결과적으론, 로열로드도 달빛조각사도 아니었다.

 

 

수련용 인형을 친다고 스텟이 올라가진 않지만, 1만번(대략5시간)을 치면 공격력 50이 올라가는 히든 타이틀을 준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인진 모르겠다.
수련용 인형을 친다고 스텟이 올라가진 않지만, 1만번(대략5시간)을 치면 공격력 50이 올라가는 히든 타이틀을 준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인진 모르겠다.

 

달빛조각사가 아니었다.

 

무슨 소리야. 게임 제목이 달빛조각사인데?’

 

하여간 아니었다. 암튼 아님!

아주 치사할 정도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플레이어는 달빛조각사로 전직할 수 없다.

 

그래도 리뷰랍시고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게임 달빛조각사를 하고 싶은 유저들이 예상하는 게임은 2가지 갈래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주인공 위드의 행적을 밟아가며 그의 노가다와 먼치킨적 활약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임, ‘달빛조각사’! 혹은, 주인공 위드가 즐기던 바로 그 가상의 게임 로열로드’.

그런데 이 게임은 확실히 전자의 달빛조각사는 아니었다. 주인공의 행적을 재현하며 플레이한다기엔 무언가 한 나사씩 빠져있는 게 있기 때문이다. 개발진은 원작 소설 속 달빛조각사직업이 직업 간 밸런스를 해칠 수 있다며 유저가 플레이할 수 있는 직업에서 제외시켰다. 주인공인 위드만이 진정한 달빛조각사란 설정을 대입시켜보면 그럴싸한 명분도 있기야 하다.

 

그런데 이건 원작의 해석을 잘못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 원작에서 분명 달빛조각사는 그다지 좋은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작을 읽은 사람들조차 내 주장에 ?’ 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조용히 차분히 잘 복기해 보시라. 주인공 위드는 가능성은 아주 크지만 너무나도 허접한 직업인 달빛조각사로 남들보다 훨씬 힘든 플레이를 계속해서 이어간다. 그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패널티는 엄청나게 가혹한데, 위드는 이를 기연과도 같은 히든 퀘스트들의 엄청난 보상으로 계속해서 극복해 나가는 형태의 전개다. 반대로 말하면, 위드가 그렇게 밥 먹듯 히든 퀘스트,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의 NPC들과의 교감, 선점 보상 등을 타먹지 못했다면 정말 무지렁이 직업에서 그쳤을 것이란 말이다. 따지고 보면 위드는 가상현실 게임 로열로드를 하기 이전에도 고전 온라인 RPG 게임의 1위 랭커였다. 파일럿이 OP였단 말이다. 게다가 엄청난 노가다. 위드는 자동사냥도 없는 게임에서 한 달 중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사냥을 하며 잠조차 제대로 안 잘 때가 많다. 남들은 한두 개도 제대로 안 만들어보는 조각상을 수백 개를 만들어 숙련도를 획득해 강해진다. 남들보다 훨씬 큰 노력을 해서 공백을 채우고 라이벌들을 넘어섰다. 이게 과연 게임 밸런스를 파괴할 직업인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막말로 위드가 강한 것은 그저 주인공 이어서가 아닌가.

 

예를 들어 실제로 달빛조각사란 직업을 추가하되, 기본 능력치는 허접하고 대신 조각품콘텐츠 자체를 조각사 전용의 것으로 했다면 어떨까? 물론 조각품의 높은 버프가 갈수록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겠지만, 현재 조각에 요구되는 노동양도 상당하기에 게임이 서비스 종료하기 전에 위드수준의 조각사가 나오긴 어차피 힘들지 않았을까.

 

캐릭터 간의 밸런스를 신경 쓴다는 것은 개발진이 만들려는 것이 사실은 달빛조각사보단 로열로드에 가깝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절대로 로열로드가 될 수 없다. 그 이유가 60초의 광고 뒤에, 아니 다음 문단에서 밝혀진다.

 

why not? 별로 좋은 건 안 주더라.
why not? 별로 좋은 건 안 주더라.

 

달빛조각사 M’로열로드가 될 수 없는 이유

 

무한으로 즐기는 자유도, 그런데 별로 즐기고 싶지가 않다.

 

자유도가 도대체 뭔가? 사실 게임과 자유도에 관한 이야기만으로 실제로 논문을 쓸 수 있다. 관련된 논문들이 실제로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축약해서 표현해 보자면 선형적인 게임플레이에서 벗어나는 행위가 권장되는 것이 자유도를 지향하는 게임의 기본적인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 달빛조각사에는 이가 어느 정도 구현은 되어 있다.

바로 히든 퀘스트라는 요소다. 사실 메인 미션만 따라가도 몇몇 개의 히든 미션을 깨게 되긴 하는데, 정말로 숨겨져 있는 퀘스트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필자가 경험한 진정한 히든 퀘스트중 하나는 여우 보스 이비테를 잡는 퀘스트였다.

이 퀘스트는 게임플레이 도중 깨지 않아도 진행이 되는 퀘스트 중 하나다. 자연스럽게 받게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걸 받게 된 이유는 이렇다.

 

달빛조각사엔 여러 가지 형태의 조각상을 만드는 콘텐츠가 있는데, 그 중 여우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선 여우의 심장석이란 아이템이 꼭 필요했다. 그런데 이 여우의 심장석아이템이 정말 드랍이 잘 안되는 것이다. 공개적인 채팅창에 물어보거나, 게시판을 뒤져봐도 마찬가지의 반응들이었다. 드랍률이 엄청나게 낮은 것이 분명하고, 다들 얻기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간혹 운이 좋은 사람인 듯 자기는 몇 개나 얻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걸 얻기 위해 수 시간 자동사냥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 무언가 익숙하지 않나? 필자에게 찌릿, ‘이 왔다.

 

다른 일반 유저들은 엄청나게 고생하는 상황, 그런데 고작 저렙 아이템인 여우의 심장석이 이토록 유저들을 고생시키는 게 이상하다. 이건 분명, 무언가 꼼수가 가능하단 소리처럼 여겨졌다. 아니나 다를까, 여우 평원 필드의 경비병 NPC들 에게 말을 걸고 돌아다니자, NPC 중 하나가 내 캐릭터를 살펴보더니 어쩌면 모험가님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며 토벌대 대장 npc에게 나를 소개시켜줬다. 조건은 잘 모르겠다. 특정 레벨 이상일 때 말을 거는 것인지, 혹은 그냥 말을 걸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하여간 그렇게 토벌대 대장에게 말을 걸자, 고민하던 토벌대장은 나를 보더니 히든 퀘스트 하나를 내어 주었다. 자신들은 사실 여우들의 대장 이비테를 죽이기 위한 토벌대인데, 고전하고 있으며, 자신의 부하 중 몇몇은 여우의 홀림에 넘어가 위험지역으로 사라졌다는 소리였다. 난 그의 부하들을 찾기 위해 그들이 토벌을 하고있는 제한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이곳이 여우들의 본진이었다. 온갖 종류의 여우들이 있었고, 일반 필드에는 없었던 천년 묵은 여우도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자동사냥을 돌리자 그토록 얻기 어렵던 여우의 심장석이 마구마구 펑펑 쏟아졌다. 첫째, 몬스터의 비율이 100% 여우이니 온갖 몬스터가 다 섞여 있는 일반 필드에서 보다 당연히 여우 관련 아이템의 드랍률이 체감적으로 높아지리라. 둘째, ‘천년 묵은 여우에게서 심장석이 자주 나오는 느낌이었다. 확인은 할 수 없지만 말이다. 하여간 이 히든 필드 자체가 여우의 심장석의 해결 열쇠였던 것이다. 남들은 그야말로 짓을 반복하고 있을 때, 혼자서 비밀스러운 히든 퀘스트를 따라가 꿀을 빠는 쾌감이란! 뒤이어 어렵사리 만난 여우들의 보스를 죽여 히든 타이틀도 얻었다. 이야. 자유도 죽이네!

히든 퀘스트를 진행하면 구조물로 막혀서 못 들어가는 필드에도 진입 할 수 있다.
히든 퀘스트를 진행하면 구조물로 막혀서 못 들어가는 필드에도 진입 할 수 있다.
천년 묵은 여우는 아이템을 잘 주는 기분이다!
천년 묵은 여우는 아이템을 잘 주는 기분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물론 이런 식의, ‘정말 숨겨둔히든 퀘스트들이 제법 있을게 예상은 간다. 하지만 그다지 파내서 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자동진행도 안 되고, 수동으로만 진행할 수 있는 진정한 히든 퀘스트를 격파하고 얻은 보상이 상당히 초라했기 때문이다. 막말로, 심장석이고 뭐고 이득만 따지자면 그냥 높은 사냥터에서 자동사냥 돌리는 것이 제일 좋다. 히든 퀘스트는 어렵다. 게임에 대한 공략도 거의 없는 지금에선 더욱더 어렵다. 수동 진행해야 하고, 단서들로 머리를 제법 써서 파훼법도 알아내야 한다. 원클릭으로 모두 해결되는 메인 퀘스트와 자동사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제법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격파한 히든 퀘스트의 보상 보다 그냥 자동사냥이나 돌리는 게 이득이라면, 설사 위드라도 히든 퀘스트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극한의 이득충이니까.

 

그래서 게임은 자동 퀘스트 + 자동사냥 게임으로 귀결된다. 아저씨들은 좋아하겠구만 허허. 아니더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양대 마켓 1위인데 평점은 1점대다. , 조만간 평점 복구를 하기야 하겠지만 초반 유저들의 1점의 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점은 이성적인 평가 점수가 아니다. 분노와 배신감에 가까운 평점이다.

XL게임즈는 게이머들의 로망을 채워주지 못했다.

 

집은 최대한 큰 걸 사자. 돈도 고작 15만 골드고, 조각상 진열 보너스를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
▲집은 최대한 큰 걸 사자. 돈도 고작 15만 골드고, 조각상 진열 보너스를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

 

마무리

 

안드로이드 마켓의 인기 있는 평 중에 게임을 미리 만들어 놓고 달빛조각사의 허물만 씌워서 발매한 게임이란 뉘앙스의 평이 있었다.

 

사실 개발진이 들으면 몹시도 억울할 말이다. 난 달빛조각사 프로젝트가 상당히 오래된 것임을 대강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저 평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사실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러한 인상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달빛조각사를 하는 기분도, ‘로열로드를 하는 기분도 들지 않는다. 의외로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인상이 가장 정확한 평일 때도 많다.

 

그래도 뭐, 게임으로 치자면 아주 나쁜 게임은 아니다.

 

최근의 모바일+RPG+과금 유도형식의 게임들을 돌아보면, ‘달빛조각사정도면 상당히 할만한 게임이 맞긴 하다. 비교적 무거운 과금을 하지 않아도 진행은 되는 편이고, 그냥저냥 킬링타임용으로 못할 게임도 아니다. 비록 아이템 가챠대신 열쇠 가챠아이템을 파는 신선한 옆 통수가 있기야 했지만, 두세 가지의 과금 아이템이 없이는 잠시라도 자동사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역겹고 혐오스러운 경쟁작들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달빛조각사는 많이 자제를 한 것처럼 느껴진다.

 

귀여운 3등신? 2등신 캐릭터들도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취향에 적중한다면 그만큼 좋은 게 없을 테고, 삼색 고양이 같은 버디들의 모델링도 귀엽다. 안 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귀여운 그래픽의 과금 적은 리니지M을 원했다면 강추.

달빛조각사 원작 / 웹툰의 팬이라면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는 간신히 챙겼으니 추천.

 

위의 사항에 해당 되지 않는다면 굳이 하실 필요는 없겠다.

 

 

/[리뷰] 넘치는 자유도를 즐겨라! 달빛조각사 M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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