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테라 클래식, 꼭 하진 않으셔도 될듯.

  • 입력 2019.08.21 18:40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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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MMORPG 프렌차이즈인 테라가 모바일로 제작된게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테라 클래식>은 원작 게임을 잘 구현했다는 홍보 문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죠. 과연, 스마트폰과 PC는 그 평균적인 성능부터 한참 차이가 나는지라, 조금 옛날 게임이긴 하지만 PC 버전의 MMO RPG 를 그대로 스마트폰에 구현한다는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특히 테라는 PC MMO RPG 중에서도 우수한 그래픽과 나름 섬세한 (그러니까 단순 타게팅과 123 컨트롤에선 벗어난) 컨트롤을 해야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스마트폰에 구현될지 기대감이 큰게 사실입니다. 필자도 수 년 전, PC 게임 테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친구들과 부푼 마음으로 달려본기억이 언 듯 있기에 한번 쯤 또 속아줄 의향이 있기도 했고요. 아마 저 같은 분들이 많으셨을거에요. 그럼 한 번 다같이 속아보러 갑시다. 스마트폰에 강림한 <테라 클래식> 리뷰입니다.

 

 

 

 

- 구리긴 한데 개발사 탓은 아닌듯?

 

테라의 정신이 뭡니까? 테라가 떴던 이유가 뭡니까?

범람하는 PC MMORPG 계에서 출시 당시에 테라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은 엘린의 존재 떄문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더 기본적이었던 것은 당시 업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논타겟팅 스킬 게임으로 컨트롤의 맛이 살아있었고, 유수한 그래픽으로 시선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테라가 옮겨온 플래폼은 모바일. 화려한 컨트롤의 맛이고 유수한 그래픽이고 둘 다 살리기가 불가능한 플랫폼입니다. 차라리 콘솔로 나왔다면 기존 테라가 가지고 있었던 영혼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겠죠. 애초에 모바일을 선택한 순간부터 게임 테라가 가지고 있던 카리스마는 발휘할 수 없게 된 것이 사실이고요.

그래서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PC MMORPG 테라의 영혼은 죽었습니다. 구립니다. 그런데 어쩌겠냐 싶어요. 내가 개발팀이었어도 답이없는데 남들한테 못 해냈다고 불평할 수야 없지. 구린 테라, 이어가 봅시다.

 

 

▲ 일반 활과 캐시 활의 차이

 

  • 돈 쓰라고 만든 게임입니다.

 

중국산 VIP 게임부터 근례 부분 유료화가 발달하고 있는 서양 계열 개발사 들의 랜덤박스 RPG 게임 까지, 요즘 P2W(이기기위한 결제)를 포함하는것은 신규 게임들에 있어서 거의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다만 결제를 통해 강해질 수 있는 상한의 정도와, 얼마나 결제에 의존한 플레이를 해야하냐는 강제성의 차이와, 그 과금 방식 자체가 호감형인지 비호감형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테라 클래식은 강해질 수 있는 상한이 굉장히 높고, 결제에 대한 의존도도 상당히 높고, 강제성도 제법 있고, 따지자면 솔직히 비호감에 가깝습니다.

 

필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결제한 유료 아이템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획득 경험치 50%, 획득 골드 25% 를 늘려주며 매일 캐시 물약을 제공해주는 14일 짜리 패키지, 11000원짜리 아이템이고, 또 다른 하나는 1레벨 제한의 전설 무기가 포함되어 있는 전설 무기 패키지. 22000원 짜리 아이템입니다. 도합 3만원 정도의 결제를 하고 시작 한 셈이죠.

 

그런데 이 전설 무기의 성능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레벨 제한의 일반 활은 공격력이 7입니다. 그런데 캐시 결제로 인해 얻은 강화 재료를 소모해 +14 강까지 강화한 1레벨 제한의 전설 활의 총합 공격력은 1000에 가까워집니다. 문자 그대로 결제를 안 한 플레이어보다 공격력이 100배 이상 강해지는 겁니다.

 

생각보다 갑갑하던 진행의 게임은 결제와 동시에 신나는 먼치킨 이세계생활로 변모합니다. 이런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거북하고 비호감입니다. 꼬북꼬북한 심경으로 콘텐츠를 살펴봅시다.

 

 

 

지루한 콘텐츠와 지루한 레벨링.

 

게임은 어느순간 부터 Auto 버튼을 누르면 대부분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진행합니다. 차라리 이게 편하다 싶습니다 처음에는. 그런데 일반적인 퀘스트 진행부터 그야말로 모든 콘텐츠의 진행이 전부 Auto로 가능합니다. 어떤 생각이 드냐면, 이럴 바엔 NPC들과의 대화 SKIP 버튼도 오토로 눌러줬으면 싶습니다. 아니 그냥, 퀘스트의 수령과 일일히 콘텐츠를 돌아다니는 행위도 Auto로 해줬으면 싶어집니다. 뭐 어차피 이 게임의 콘텐츠는 거의 자동이니까 전자동이면 어떨까 싶은 거죠.

 

그나마 쭉쭉 성장하던 듯한 레벨은 27 부근에서 완전히 둔화됩니다. 모바일 게임 치고 27이 그렇게 큰 숫자도 아닌데. 그냥 이 게임 자체의 지루한 레벨링의 본모습이 이때쯤 드러난다 보면 되겠습니다. 공개적인 파티 모집을 보아도 대부분 밤샘 사냥 파티등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저녁 시간에 들어가면요. 다수의 30레벨 이상 유저들은 끝도없는 무한 필드 사냥을 무리를 이루어 하는것이 보통인 문화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재미가 있어서 게임을 길게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방향입니다. 이 게임은 그저 레벨을 올리기 위한 자체의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립니다. 조금 전에 경험치 부스팅 역할을 하는 캐시 아이템에 대한 언급도 했었죠? 이 두가지가 함께 엮여 같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지사 입니다.

캐릭터는 캐시를 부어야 움직이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부분 유료화라도 확실한 비호감의 방식입니다. 고의적으로 레벨링 속도 등을 낮추어 콘텐츠 소모 속도를 늦추고, 그나마 빠르게 하려면 캐시를 투입하게 유도하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느껴집니다. 게임에 대한 큰 애정이 없다면 굳이 내가 이걸 하고 있어야 하나 싶어요.

 

 

 

  • 모델링은 예쁘다.

 

그래픽은 설정란에 들어가서 조절이 가능합니다. 최고 옵션으로 모두 올리면 스마트폰 게임에서 구현한 것 치고 제법 괜찮은 그래픽이 나타납니다. 캐릭터들의 모델링도 제법 예뻐요. 예전에는 RPG 게임의 선택 조건이 단순히 예쁜 캐릭터이던 시절도 있었죠. 이 게임이든 저 게임이든 비슷하니 결국 캐릭터 예쁜 게임이 최고라는 풍토였어요. 그래서 게임사들도 게임의 제 1 홍보 문구를 수려한 그래픽, 혹은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에 두었고요. 테라 클래식의 커스터마이징은 매우 한정적이고, 꾸미기 용 아이템은 랜덤 박스에서 구해야 하는 난관이 있지만 캐릭터 자체는 제법 예쁘게 잘 뽑혀있는 편이긴 합니다. Auto 속성도 그렇고, 여러모로 전시용 게임이라는 감상이 드는 부분입니다.

커스터마이징의 지나친 제한성은 또다른 단점이기도 한데, 어느정도냐면 종족별로 플레이가능한 직업이 정해져 있습니다. 엘프를 고르면 무조건 궁수를 해야하고, 엘린을 고르면 무조건 마법사를 해야하는 식이죠. 모바일 게임에 많은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도를 바라는 것도 무리겠지만, 이정도의 제한된 선택지는 좀 아쉽습니다.

 

 

 

  • 그냥 하지 맙시다.

 

그냥 하지 맙시다. 꼭 해야 하는 게임은 아니잖아요.

기존 테라의 팬이던, 팬이 아니든 간에 그다지 만족스럽게 할 게임은 아닌 거 같습니다.

유일하게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름답게 조형된 그래픽의 캐릭터가 시작도 끝도 없이 하염없이 화려한 스킬들로 몬스터들을 박살내는 것을 몇시간이고 지켜봐도 좋은 플레이어 일 것입니다. 게다가 레벨업이 잘 되는 요즘 mmo 들의 가벼움에 지쳐, 노가다게임이 하고 싶으시다면 한번 쯤 해봐도 되겠습니다. 돈 좀 덜 쓰는 리니지로서의 역할은 가능할거 같으니까요.

 

일반적인 게이머의 경우엔 비추천입니다.

무과금으로 플레이 하기엔 과금 유도가 너무 심하고, 이 돈을 들여 하기엔 세상에 재밌는 게임이 너무 많습니다.

 

 

 

/ [리뷰] 테라 클래식, 꼭 하진 않으셔도 될듯.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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