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자,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모바일 RPG '열렙전사 with NAVER WEBTOON' 리뷰

  • 입력 2019.07.23 14:50
  • 수정 2019.10.21 16:35
  • 기자명 이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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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RPG'의 타이틀을 건 다양한 게임들이 마켓에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게임 중 대부분은 잠깐의 반짝임만을 보여주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반짝거리는 동안 관심이라도 받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모바일 게임판은 ‘어쩔 수 없었어요. 우리도 먹고살아야지’의 제작사와 ‘어차피 기대도 안 했어’라는 생각을 가진 유저간의 불편한 공존이 아슬아슬하게 얽혀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를 이 불편한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게임 본연의 가치인 '재미'를 추구하는 유저들과 '상업적 성공'을 바라는 제작사의 교집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많은 게이머가 이 조율에 실패해 '재미도 감동도 없고, 오로지 가챠만 덕지덕지 바른 게임'을 몇 번 겪어 봤을 것이다. 많은 모바일 RPG가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전진이 언제였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점점 퇴보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판의 상황에서 그래도 꾸준히 게임이 출시되는 이유는 '우리는 이거 하나만큼은 다르다'를 보여주기 위해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많은 게임 제작자들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시도라'는 것, 다른 게임과의 '차별점'이라는 것은 캐릭터가 될지, 스토리일지, 혹은 전혀 다른 방식의 게임 콘텐츠가 될지 누구도 모른다. 이런 고민에 많은 개발자의 영혼이 지금도 타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게임 개발자들도 '재미'를 먼저 추구한다는 점이다. 게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도 '비즈니스 모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발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안전빵'을 노리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게이머들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바닥에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IP를 구축한다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살아남기 어려운 일이다. 이에 게임사들은 기존의 성공적인 IP를 그대로 가져오거나 리부트, 혹은 콜라보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의 IP를 모바일로 옮겨오거나, 예전의 레트로 게임들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조금 바꾸는 방법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그중에서도 기존의 팬을 흡수하고, 어느 정도 '평타'를 치겠다는 예상을 가진 채 만들어 내는 게임이 바로 '웹툰'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다. 이 경우 기존 흥행에 성공한 인기 웹툰의 구독자들을 그대로 모바일 게임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화나 소설과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웹툰은 꾸준한 연재를 동반하기에 게임의 수명을 길게 이어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잘되면 웹툰과 게임 모두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웹툰 게임'의 대부분은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단순히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만을 가져오고, 스토리나 그 개성을 게임상에서 모두 없애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즉, 이름만 같을 뿐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되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뭔가 다른 점'을 보여주고자 과감한 도전장을 내민 게임이 있다. 네이버 인기 웹툰인 '열렙전사'의 IP를 활용한 게임, 바로 '열렙전사 with NAVER WEBTOON' 이다.

현재의 모바일 게임을 대하는 방법을 게이머들은 이미 알고 있다. 특히 RPG 게임은 소위 '양산형'이나 '보급형'이라고 한데 묶어서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정형화된 방식과 비슷비슷한 콘텐츠, 과금 요소를 갖추고 있다. 모바일 게임을 대하는 방식은 크게 보자면 '감상-허들-과금' 으로 이어지는 형태다. 특히 '모바일 RPG'의 경우 게이머의 역량이나 스킬보다는 단순히 과금과 '운빨'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열렙전사 with NAVER WEBTOON' 역시 이런 부분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은 보이지만, 크게 봤을 때는 기존의 게임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열렙전사 with NAVER WEBTOON'은 큰 틀에서 보면 횡 스크롤 진행방식의 수집형 RPG 게임이다. 이미 몇 안 되는 단어들만 들어도 대충 게임의 반 정도는 즐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당연히 모바일게임을 좀 해본 게이머라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친숙한 방식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횡스크롤 RPG 방식

먼저 '열렙전사 with NAVER WEBTOON'이 기존의 게임과 가장 다른 점은 '유저들이 게임이 개입하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지금의 모바일 RPG와는 다르게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맵을 이동하거나 마을에서 NPC와 대화하고 퀘스트를 받거나, 전투 시 스킬을 사용하는 등 게이머들을 가만히 감상만 하게 놔두지는 않는다. 동일한 IP로 제작된 '방치형' 게임과 비교했을 때 전혀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게이머마다 받아들이는 재미가 다를 것 같다.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게이머들을 못살게 구는 이런 방식이 재미에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물론 '감상'의 게임이 아닌 직접 '조작'하는 게임이라는 면에서 게임의 본질에 더 접근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미 많은 게이머가 '감상'과 '오토'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인데 이런 식의 복잡한 이동방식은 오히려 귀찮음과 피로감만 줄 수 있다. 게이머가 '불편함'이 아닌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면 '열렙전사 with NAVER WEBTOON'은 다른 게임과는 다른 차별화된 재미 요소를 갖게 될 것이다.

마을의 NPC에게 메인, 서브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탐험'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지만
맵 곳곳의 NPC를 찾아 퀘스트를 진행한다는 건 피곤한 일

게임의 진행은 영웅의 레벨을 올려 스킬을 개방하고, 좋은 장비를 제작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이다. 결국 기존의 '수집형 RPG'에서 제시한 방법이다. 탱, 딜, 힐을 담당할 좋은 영웅들을 뽑는 것이 핵심이다. 등장하는 영웅이 100가지 이상 된다고는 해도 등급이 낮은 영웅들의 경우에는 강화재료일 뿐, 실제로 게이머들이 원하고 사용하는 영웅은 정해져 있다. 수집형 RPG는 모두 알다시피 ‘티어’가 나뉘어 있으며, 당연히 높은 등급의 영웅과 일반 하위등급 영웅의 스펙 편차는 클 수밖에 없다. 

 

스토리는 기존 웹툰과 어느 정도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게이머가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를 선택해서 진행할 수 있는 만큼 꼭 정해진 루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모토가 되는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자,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라는 말처럼 엄청난 퀘스트가 준비되어 있다. 퀘스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옆길로 빠지질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서브 퀘스트는 스토리와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단순 파밍형이고, 비슷비슷한 서브 퀘스트가 중복된다. 많은 양의 퀘스트, 그리고 스토리 진행과 무관한 텍스트는 게임의 호흡을 상당히 지루하게 만든다. 기존의 웹툰 팬들이라면 익숙한 캐릭터와 배경 이야기를 마주하는 게 즐겁겠지만, 기존의 모바일 RPG를 예상하고 시작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
높은 등급의 영웅을 뽑는 것
장비칸만 8개다
제작과 강화는 필수다
레벨업 분기마다 개방할 수 있는 영웅들의 스킬

솔직히 말해서 '열렙전사 with NAVER WEBTOON'은 기존의 '모바일 RPG'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게이머들을 게임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는 높게 살만하지만, 지금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직접 이동과 전투'라는 방식은 모바일 게임을 '감상'의 영역에 두고, '전투는 오토'라고 생각하는 게이머들에게 불편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많은 게이머가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가 좋은 영웅을 뽑는 것은 게임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실 게이머가 궁금한 것은 전투의 역동성이나 퀘스트의 다양함, 스토리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내가 원하는 영웅을 뽑을 수 있느냐, 그리고 이 영웅을 얼마나 좋게 강화할 수 있느냐, 거기에 얼마만큼의 내 돈을 써야 하느냐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열렙전사 with NAVER WEBTOON'은 과감한 도전을 한 게임이다.

 

'열렙전사 with NAVER WEBTOON'은 전체적으로 허술하게 대충 짜집기한 게임은 아니다. 이미 웹툰에서 큰 인기를 얻은 만큼 게임에서도 그 IP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느낄 수 있다. 특히 캐릭터 디자인이나 일러스트, 아이템이나 영웅의 디테일에서 많이 공을 들인 티가 난다.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세세한 것 하나까지 직접 조작하길 원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들, 무엇보다 기존의 모바일 RPG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게이머들에게는 큰 환영을 받을 게임이다. 아직 게임 출시 초기인 만큼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 콘텐츠를 어떤 방향으로 업데이트해 나아갈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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