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에게 고독이었을까? PS4 '씨 오브 솔리튜드' 리뷰

  • 입력 2019.07.09 17:29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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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그 크기와 깊이 만큼이나 다양한 의미의 매타포를 지니고 있다. 누군가는 바다에서 도전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공포를 또 누군가는 생명의 역동성을 보기도 한다. 바다는 모든 생명의 기원이 시작된 곳이고, 인간은 바다에서 수많은 전설과 환상을 만들어 냈다.

 

PS4 신작 '씨 오브 솔리튜드'는 단어 그대로 바다에서 '고독'을 건져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고독을 느껴본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 조합은 소설 혹은 영화에서 종종 접할 수 있었기에 짐작하기 어려운 감정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다만큼이나 고독에 대한 관념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완벽히 홀로되는 것을 고독이라고 부르지만 '고독한 군중'이라는 단어처럼 이 감정은 거리나 공간이 아닌 '경험의 영역'에 가깝다.

 

평생을 함께할 가족들,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도 고독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다. 거대한 바다와 고독이라는 감정. 그리고 받아들이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과연 '씨 오브 솔리튜드'가 바다에서 고독을 건져올려낸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것을 말해줄 것인지 뛰어들어보자.

 

타인의 고독에 접근하는 방식

플레이어는 '케이'라는 한 소녀가 되어 바다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과거의 부모님, 형제자매 혹은 연인이 있다. 그 속에서 잊고 있었지만, 누군가에겐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는 과거를 되짚어보는 방식이다. 배경은 기본적으로 바다지만, 가라앉은 도시처럼 대부분 케이가 알고 있는 곳이다.

 

바다 위에는 다양한 형태로 변해버린 '몬스터'들이 케이를 지켜보고 있다. 케이는 몬스터들을 피해 어둠에 오염된 '빛'을 찾아가야 한다. 바다는 기본적으로 어둠이다. 이 어둠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보트의 빛이다. 목적지를 찾는 방법은 신호탄 같은 '플레어'를 따라가면 된다. 이 플레어는 케이가 처음 만나는 의문의 소녀에게서 받게 된다. 목적지의 끝에 도착하면 어둠에 오염된 빛을 만날 수 있다. 케이는 '빛'을 정화하고, 주변의 어둠을 거둬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정화한 빛을 통해 케이의 과거 혹은 허상일지도 모를 인물과의 기억들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 게임의 제목이 있다.

 

바다 위의 몬스터들은 케이를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주인공 케이와 연관이 있는 존재들이다. 케이는 몬스터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을 바른 모습으로 바꾸기도 한다. 물론, 그들은 직접, 간접적으로 케이에게 영향을 받은 존재들이다. 게임에서는 모두 긍정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해결방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몫이다. ‘고독’이라는 감정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빛을 찾아가는 것이 목표다
빛을 찾아가는 것이 목표다
다양한 몬스터들을 만난다
다양한 몬스터들을 만난다
각 챕터의 목표는 이 '정화'에 있다.
답을 제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미리 밝힌다
답을 제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미리 밝힌다. 당연히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드벤쳐, 그 담백한 맛

'씨 오브 솔리튜드'는 어드벤쳐 게임의 특징인 '담백함'을 담아냈다. 어드벤쳐 장르의 특성상 호흡이 빠르거나 피지컬을 요구하진 않는다. 온전히 스토리에 무게를 둔 게임인 만큼 바다의 잔잔함과 가끔 몰아치는 파도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누군가에겐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드벤쳐를 좋아하는 게이머들은 특유의 담백함을 좋아한다. 여운이 남거나, 오랫동안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게이머들이라면 이 게임을 좋아할 만하다.

 

게임은 내내 타인의 고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정말로 가깝다고 생각했던 가족이나 연인 관계에서 나의 행동을 돌이켜 보게 한다. '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행동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까지나 판단의 몫은 플레이어들에게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내기 위한 개발진의 노력은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등장 캐릭터들에게서 읽을 수 있다. 특히 어두운 바다와 대조되는 빛의 바다, 설원, 가라앉은 도시에서는 고독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밝은 바다를 항해했을 때의 감정은 다른 게이머들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만, 게임 자체를 놓고 봤을 때는 마땅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단조로운 느낌을 받는다. 복잡한 퍼즐을 요구하거나, 수집요소 역시 많지 않다. 맵 곳곳의 유리병을 수집하거나, 갈매기를 날려서 배경을 보는 것이 전부다. 이는 챕터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이야기의 진행과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느껴지기도 한다. 게이머들이 도전할 콘텐츠가 없고, 오직 스토리를 따라가는 느낌이라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지루함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직 한글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게이머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다.

누군가에겐 슬픈 과거를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바다에 가라앉은 도시
게임의 배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갈매기를 날리면 뷰를 볼 수 있다
유일한 수집요소인 유리병. 안에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좋지만 너무 진부한 이야기

'씨 오브 솔리튜드'는 조금 느리게, 잠깐 쉬는 느낌을 원한다면 할만한 게임이다. 하지만 단순히 거기까지일 뿐 우리를 전혀 새로운 이야기나 색다른 경험으로 이끌지는 못한다. '고독'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다양하게 다뤄졌기 때문이다. 고전의 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접해온 이야기를 또 마주하고,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 피곤한 일이다. 이 클리셰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게임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어디까지나 '또 다른 이야기'에 그치지만, 게임이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제시한 점에서는 높게 평가한다.

 

인류는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복수와 배신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풀어내 왔다. 소설, 영화, 게임은 앞으로도 이런 주제들을 놓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씨 오브 솔리튜드'는 이런 의미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이 '고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게임에서는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는 점에 의의를 두는 것은 어떨까? 게임을 시작하겠다면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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