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질을 퍼즐로 깨부순다!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

  • 입력 2019.06.28 12:29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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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게이머들은 알게 모르게 콤플렉스 같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 게임들은(특히나 그것이 모바일 게임이라면) 죄다 돈만 밝히는 양산형 게임이다!"라는 인식이다. 사실 양산형이라는 말은 굉장히 편하다. 만화면 만화, 장르 소설이면 소설, 게임에까지 우리나라 서브컬쳐에 대한 가히 만능형 비방용 단어라고 할까?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억울하겠지만 이런 비판, 아니 비난들이 아주 어처구니없기만 한 주장은 아니다. 적어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는 제품들은 거의가 양산형이라 말해도 할 말 없는 게임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게임계로 좁혀서 이야기하자면 게임 개발자가 자생적으로 생활하기 힘든 환경과, 개발자보다는 비지니스맨들이 만든 게임사들이 많은 탓도 댈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해낸 게임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방식의 진행으로 '양산형'이라는 눈먼 칼질에서도 슬쩍 빗겨나고, 그렇다고 초야에 묻혀 잊힌 것도 아닌 당당히 수면위로 올라와 무려, 구글에서 선정한 인디 게임 페스티발 TOP 20작에 당당히 자리를 잡은 '국산' 게임. 눈물겨운 <톤톤 해적단> 개발기로 유명한 바로 그 개발자들이 만든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 되시겠다.

이걸 안 해 볼 수가 있나? 바쁘신 여러분을 위하여 필자가 직접 체험하고 왔으니 함께 가 보자.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의 세계로!

 

보라색 카드가 유니크 용병. 유니크 등급의 용병도 잘 나오는 편이긴 하다. 필자는 총 5500원의 결제를 했고 이정도 덱구성을 꾸렸다.
보라색 카드가 유니크 용병. 유니크 등급의 용병도 잘 나오는 편이긴 하다. 필자는 총 5500원의 결제를 했고 이정도 덱구성을 꾸렸다.

 

결국은 익숙한 게임이다.

부분부분 생경하고 낯선 부분들이 보이기야 하지만, 전반적인 풍경화는 늘 보던 그 풍경에서 살짝 톤만 바뀐 정도랄까. 게임의 기본적인 틀이 되는 것은 "수집형 RPG". 모바일 게임을 좀 해본 게이머라면 부차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장르. 새로운 영웅을 뽑기로 얻고, 강화시키고, 더욱 강력한 영웅으로 스테이지를 격파하고, 얻은 재화는 다시 영웅의 강화에 쓰게 되는 순환형 구조의 게임이다. 다만 기존 게임들과 아주 같지는 않은 것이, 퍼즐의 영향이 생각보다 강력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뭉뚱그려서 퍼즐이라고 표현했고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기본적으로 유닛 간의 상성이 중요하다. 상성이라는 것이 조금만 전투력 차이가 나면 거의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게 되는 수집형 RPG들이 참 많다.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에선 아니다. 물론 '압도적으로 강한' 전투력 앞에선 상성도 무용지물이 되긴 하지만, 그 체감의 폭이 다른 게임에 비하면 매우 크다. '어지간해선' 상성의 차이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이것이 첫 번째 퍼즐 요소를 만든다. 몬스터들은 무속성, 창병, , 둔기 중 하나의 속성으로 맵상에 나타나고, 이에 알맞은 속성을 가진 영웅을 해당 몬스터가 있는 구간으로 떨구어 주어야 수월한 진행이 가능하다. 물론 이쪽의 병력을 조금 허비하더라도 상성을 신경 쓰지 않고 뚫고 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게 웬걸,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의 영웅들은 만능이 아니고, 전투 도중 부상을 입으면 치유할 방법이 전혀 없는 등 다른 게임에 비하면 심하게 '소모품' 이나 '장기 말' 스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은 한 번의 전투에 최대 8명의 용병까지 데리고 갈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각각의 용병들은 펼쳐진 맵 상의 특정 구간을 클리어하는 임무를 맡고 출동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든 전장에서 전범위로 활약하며 끝없이 적을 죽이는 전투 머신이 아니라, 특정한 구간을 자신의 재량만큼 커버 한 뒤에 게임 전체의 승리는 동료들에게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된다. 하나의 무적용병이 모든 맵에서 날뛸 수 없게 만들어 둔 것. 이것이 퍼즐 요소를 성립시키는 근간이 되면서 게임의 제목이 왜 '톤톤 히어로'가 아닌 '톤톤용병단' 인지 알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적재적소에 판단하에 적합한 용병들을 파견하는, 마치 용병단의 단장이 된듯한 시야의 플레이가 바로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의 특징인 것이다.

 

둘째로는 몬스터들이 있는 맵 자체의 기믹, 함정장치들이다. 이건 보다 정통적인 RPG'퍼즐' 요소라 할 수 있겠다. 마치 오래된 고전 RPG 게임들에서 해당 던전을 진행하기 위하여 던전 속의 수수께끼와도 같은 간단한 퍼즐 함정들을 격파해야 했던 것처럼,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장소에 용병을 떨어뜨리면 마법의 거울이 용병을 복사해 도플갱어 몬스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맵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곳에 용병을 떨어뜨리긴 해야 한다. 그럼 용병단은 복사된 아군+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격이 된다. 복사되는 용병의 상성 등을 잘 고려해서 복사당할 용병을 골라주는 게 핵심이다. 다른 경우엔 맵에 끝없이 낮과 밤이 반복되는 맵도 있다. 낮에는 평범하지만 밤이 되면 늑대인간이 되는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용병들이 드나드는 타이밍도 중요하고, 역으로 우리 용병 중 밤이 되면 유령기사가 되는 용병을 끼워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한쪽 편의 발판을 아군이 밟아주어야만 이쪽의 벽이 없어져 나아갈 수 있는 식의 구성은 너무 쉽고 당연한 퍼즐 요소고 말이다.

 

'낮 밤 퍼즐' 맵. 유니트 설명을 가급적 끝까지 읽어 주는것이 좋다. 낮이나 밤에만 발동하는 옵션들도 있기 때문.
'낮 밤 퍼즐' 맵. 유니트 설명을 가급적 끝까지 읽어 주는것이 좋다. 낮이나 밤에만 발동하는 옵션들도 있기 때문.

 

하지만 결국엔 용병 영웅을 키우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하게 되는 게임인 것도 사실이다. 레벨업과 강화를 통해 점차 강해지는 영웅들. 더 강한 용병을 얻기 위한 유니크 뽑기. 캐시로도 구매 가능한 용병 초월 재화인 '마법의 맥주' 등등등. 게임을 오래 진행하면 할수록 강한 영웅들은 게임을 편히 치를 수 있게 하는 황금 동아줄들이 되고, 이를 얻기 위한 대가도 그렇게 싼 편은 아니다. (시간이든, 현금이든 말이다) '결론적으론' 다른 수집형 RPG 게임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게임이지만, 그럼에도 '인디 정서'가 느껴지긴 한다. 그것은 굳이, 게임 스트리머 '침착맨'으로도 유명한, 웹툰 작가 이말년을 패러디한 '외길 용병' 같은 인터넷 밈 스러운 캐릭터들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게임 스테이지 하나하나에 어떻게 하면 재밌게 만들까. 실험적이고 이상하더라도 다양한 걸 시도하기 위해 애썼다는 게 충분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주 '오타쿠' 스럽지도, 그렇다고 무작정 투박하지만도 않게 표현된 요상한 경계의 그래픽 역시 게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같다. 하여간 '인디가 아니면 나오기 힘들었을' 게임인 건 맞다.

 

이말년 작가를 형상화 한 '외길 용병' 안타깝게도 필자는 얻지 못 했다.
이말년 작가를 형상화 한 '외길 용병' 안타깝게도 필자는 얻지 못 했다.

 

타겟층이 잘 안 맞을 거 같은데? 수집형 VS 퍼즐.

 

리뷰어가 여기까지 가면 조금 많이 가는 게 아니겠는가, 싶으면서도 독자들을 위해서는 한 번쯤 언급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는 쉽게 말하자면 수집형 RPG 게임과 퍼즐 게임을 섞어둔 형태의 게임이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것은 이 두 가지 장르의 마니아가 같은 사람일 확률이 너무 적지 않겠냐는 것이다.

수집형 RPG 게이머들은 자고로 편한 걸 좋아한다. 이건 굳이 손이 편하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넋 놓고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간 퀘스트와 주에 몇 번 치뤄지는 이벤트 레이드, 간간히 길드 공성전 같은 것 정도를 즐기는 쉽게 말해 '편안한' 게임을 좋아한다.

수집형 RPG 게이머들이 머리를 쓰는 구간은 게임 플레이 자체나 전투 자체보다는 전반적인 영웅들의 구성이나 상성의 계산, 스킬과 아이템의 세팅 같은 곳에 더 들어가 있다. 그러니 실제 게임 플레이를 하는 시간 대부분은 아무런 생각 없이 '사냥' 버튼을 누르는 것이 오히려 이쪽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퍼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가장 싫어하고 용서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퍼즐 게임에 자신의 실력 이외에 다른 요소. 게임 재화나 캐시 재화 등이 영향을 끼치는 경우다. 어떻게 보면 RPG와 거의 붙을 수가 없는 장르다. 퍼즐 게임인데 강력한 영웅을 가진 사람은 퍼즐을 풀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라면, 이보다 퍼즐 마니아들이 싫어할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는 이 두 가지를 붙여놨다. 좋게 말하면 한 가지 게임에서 두 가지 장르의 재미를 모두 챙겨갈 수 있는 게임이지만, 역으로 한쪽 장르에 꽂혀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다른 쪽 장르의 기능이 매우 큰 걸림돌로 느껴질 법한 게임이다.

아아니, 나는 퍼즐 풀기 싫은데? 그냥 자동사냥이나 만들어 주면 안 돼? -있을법한 불만이란 소리다.

 

PVP 에서도 '퍼즐' 요소는 계속 이어진다.
PVP 에서도 '퍼즐' 요소는 계속 이어진다.

 

할까? 말까?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는 의외로 노가다의 향취가 진한 게임이다. '그런가?' 싶겠지만 캐릭터들이 슬슬 초월하고, 당신이 고레벨이라고 생각했던 구간이 사실은 '시작' 부분인 걸 깨닫게 되면 '그렇군!' 싶을 것이다. 반대로 긍정적인 면을 말하면, 그만큼이나 즐길 콘텐츠가 끝도 없는 게임이란 소리다. 처음에는 '이게 퍼즐이냐?'라고 코웃음 쳐지던 난이도의 던전들이 장을 거듭할수록 점차 어려워져 '이게 퍼즐이네.' 싶어지도록 디자인되어 있으니 똑같은 던전을 똑같은 방식으로만 돌아 지겨워질 일도 잘 없다.

여러모로 '취향에만 맞다면' 인생 게임이 될 여지가 다분한 게임이다. 꼭 중세풍의 BGM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다른 수집형 RPG 게임들과 달리 광적인 수준의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 팬들이 실제로 있는 건 이 게임만의 분명한 톤앤 메너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의 수집형 RPG에 전혀 젖지 않은, 반짝반짝 새로운 모바일 게이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게임이다.

혹시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가 당신의 '인생 게임' 이 될 가능성도 있으니, 한 번쯤 트라이 해 봄은 좋겠다.

 

필자가 리뷰 글을 쓰고 있는 날짜는 627.

629일엔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의 '인기상'이 발표되고,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도 여기의 후보 중 하나다.

결과가 어떻든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처럼 남들과 조금은 다른 시도의 게임들이 빛을 보고, 많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뷰] 현질을 퍼즐로 깨부순다! 톤톤용병단 : 디에고의 분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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