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맛보는 혹한기 이야기, PS4 페이드 투 사일런스 리뷰

  • 입력 2019.06.21 17:43
  • 수정 2019.06.21 18:50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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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도 작년 못지않게 더울 것 같다. 몸이 점점 그 뜨거움을 기억해낸다.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 더위를 피해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 떠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게이머들에게 ‘피서’란 에어컨을 18도에 맞추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

 

게이머마다 미소녀와 함께하는 비치발리볼을 택하기도 하고, 폐허가 된 마을에 혼자 남겨지는 공포를 즐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름과 정반대되는 겨울, 그것도 아주 혹한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즐기며 여름을 버티곤 한다. 세상은 폐허로 변하고,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땅 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것을 소재로 한 게임들은 늘 ‘평타’ 이상은 쳤다. 아무래도 ‘혹한과 생존’이라는 극한의 조합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인간 고유의 DNA가 기억하고 있는 것일지도. '혹한에서의 생존'은 '치킨과 맥주'처럼 확실한 조합이다. 당연히 이를 소재로 한 게임들도 많고 그중에는 게이머들이 명작이라 꼽는 게임도 있다.

 

'혹한기의 생존'을 담아낸 게임 '페이드 투 사일런스'가 PS4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페이드 투 사일런스'는 눈으로 덮인 땅을 배경으로 한 생존 게임이다. 황량하고 척박한 땅에서 자원을 모으고, 눈보라를 피하며, 엘드리치라는 몬스터들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여기에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게임 내내 주인공을 괴롭힌다. 다행인 것은 아직 사랑하는 딸과 혹독함을 함께 버틸 다른 누군가가 생존해 있다는 것이다.

 

얼리엑세스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게임인 만큼, PS4 플랫폼 위에서는 과연 얼마나 잘 다듬어 졌을지 하나씩 살펴볼까 한다.

 

살아남기 위해 맞서라. 추위, 배고픔 그리고 '희망의 불꽃'

생존 장르의 목적은 당연히 ‘어떻게 해서든 계속 살아남는 것’이다. ‘페이드 투 사일런스’도 시작과 동시에 살아남는 게 목적인 만큼 생존을 위해 꼭 지켜야 할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체온과 배고픔, 그리고 사망 시 부활을 위해 필요한 ‘희망의 불꽃’이다.

 

혹한은 가장 강력하고 끈질긴 적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꾸준히 적정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추위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체력이 줄어들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저체온증 디버프가 걸린다. 그중에서도 체온을 급격하게 떨어트리는 ‘눈보라’를 조심해야 한다. 눈보라는 불특정한 타이밍에 몰아닥친다. 이 눈보라 디버프가 적용되는 기간에 필드에 있으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이동에도 큰 지장을 받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곳곳에 있는 피난처로 피하거나, 임시 텐트를 설치해야 한다.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 늘 그렇듯 ‘불’을 피우는 것이 중요하다. 불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특정 아이템 제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땔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눈보라가 몰아치면 피난처부터 찾아야 한다
눈보라가 몰아치면 피난처부터 찾아야 한다
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배고픔은 ‘음식’을 만들어서 해결할 수 있다. 음식은 필드의 특정 지역에서 리젠되는 ‘사슴’의 고기를 이용해 만들거나, 식물의 뿌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물론 파밍으로도 구할 수 있다. 사슴을 사냥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고기를 얻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음식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한 아이템의 숫자가 사슴과 나무뿌리로 한정되어 있다. 사슴과 함께 ‘북극곰’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희망의 불꽃은 쉽게 말해 ‘목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생존에 실패하고 죽음에 이르렀을 때 게임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그만큼 얻기도 힘들며, 초반에는 오로지 파밍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희망의 불꽃을 모두 소비했을 때는 그동안의 모든 고생과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오락실에서의 100원과도 같은 개념이다. 물론 생존게임에서 죽음은 끝을 의미하지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셈이니 허튼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슴 사냥은 어렵지 않다
사슴 사냥은 어렵지 않다
풀뿌리와 고기를 음식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것을 그대로 이어서 할 수 있는 아이템 '희망의 불꽃'

 

생존의 기본 3요소 '파밍, 파밍 그리고 파밍'

생존게임이 그렇듯 시작부터 끝까지 ‘파밍’이 필수다. 광활한 맵이 곧 자원인 만큼 꾸준히 돌아다녀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맨손으로 주변에 떨어진 잡동사니를 줍거나 상자를 열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차근차근 도구들을 만들고, 건물을 지어서 업그레이드하면 더 좋은 무기와 장비를 얻을 수 있다. 기본적인 자원은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게이지를 확인해 자원을 어느 정도 수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주요 자원은 '벌목', '채광', '사냥'이다.

 

또한, '정화'라는 시스템을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정화'는 곳곳에 흩어진 오염된 둥지 같은 것을 없애는 것이다. 딱히 어려울 것은 없고 둥지를 찾아 버튼을 연타하기만 하면 된다. ‘지역을 정화’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맵에 표시가 되어 있어 발견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고, 솔직히 게이머 입장에서는 ‘귀찮게 왜 이런 요소를 집어넣었지?’하는 정도로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작은 둥지를 '정화'하면 아이템과 함께 빠른 이동수단에 활용되는 '늑대'를 구할 수 있다. 이 늑대를 구하게 되면 썰매를 만들어 맵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썰매에는 필드에서 획득한 자원들을 실을수 있다. 기존의 생존 게임에서의 ‘탈것’이 자동차나 바이크 처럼 기계였다면 '페이드 투 사일런스'에서는 겨울이라는 컨셉을 살려 늑대가 이끄는 썰매를 선택했다.

 

맵의 큰 지역마다 하나씩 있는 큰 둥지를 '정화'하는 경우 크리스탈을 활성화 해 각 거점으로 텔레포트가 가능하다. 맵이 워낙 넓다 보니 썰매를 타고 이동하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이런 불편함을 생각해 각 거점과 지역마다 텔레포트를 설치해 빠른 이동이 가능하게 했다.

 

대부분의 생존류 게임이 그러하겠지만, 어느 정도 자원의 수급이 필요 이상을 넘어가게 될 경우 무의미한 반복만 지속하게 되며, 시간만 낭비하는 플레이에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플레이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페이트 투 사일런스'는 '추종자'라는 NPC를 도입했다.

 

맵에서 각종 자원을 확인할 수 있다
맵에서 각종 자원을 확인할 수 있다
파밍의 기본인 줍기
파밍의 기본인 줍기
도구를 사용해 자원을 수집할 수도 있다
도구를 사용해 자원을 수집할 수도 있다
정화를 하면 늑대를 구할 수 있다
정화를 하면 늑대를 구할 수 있다
썰매는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썰매는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파밍, 건설, 전투까지. 다재다능한 동료 '추종자'

게임 진행 중에 '추종자'라는 NPC를 고용할 수 있다. 이 존재는 일종의 '일꾼'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여행의 동료로 함께 지역을 탐험할 수도 있겠으나, 주로 거점의 건물 건설이나 아이템 제작에 활용된다. 일꾼에 비유한 것은 건물을 올리고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종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CV'처럼 각종 생산건물과 방워타워를 건설하거나 수리할 수 있다. 또한,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장비 제작과 지도의 자원생산지역에 파견해 파밍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정말 듬직한 동료 같지만, 아직 이 시스템은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느껴진다. 가장 먼저 '추종자'는 플레이어에 비해 많은 식량과 땔감을 소비한다. 창고 가득하게 아이템을 채워놔도 아이템이 빠르게 소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추종자'의 임무를 거점에서 일일이 지정해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다. '추종자'에게 생산이나 건설을 시키기 위해서는 다시 거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일을 시키지 않으면 무조건 쉬려고 한다. 플레이어가 계속 신경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원만 소비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추종자를 만날 수 있다
추종자마다 특기가 다르다
추종자마다 특기가 다르다
영입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점에 건물을 짓는 일이다
영입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점에 건물을 짓는 일이다
건물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주된 목표
건물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주된 목표
함께 사냥을 할 수도 있다
함께 사냥을 할 수도 있다

 

단조롭고 긴장감 없는 '전투'

 

추위와 배고픔만큼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바로 ‘몬스터’들이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엘드리치'가 필드를 돌아다니며 플레이어에게 시비를 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쿨타임이 차면 이 '엘드리치'들은 플레이어의 거점을 습격한다. 그전까지 대비를 잘해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전투는 어렵지 않다. 사실 시시할 정도다. '스태미너'와 '가드', '패리'가 있긴 하지만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최근 PS4 타이틀의 ‘갓 오브 워’나 비슷한 느낌의 ‘호라이즌’ 정도를 생각했다면 크게 실망할 정도로 단조로운 전투다. 몬스터의 종류가 적고, 단순히 색깔과 기술만 바꾼 '스킨 놀이'가 전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여기에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도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타격감이다. 타격, 피격 시의 느낌이 밋밋해 전투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상대하는 몬스터의 패턴마저 단순해 전투는 지루하게 느껴지고, 필드에서 몬스터를 마주치면 차라리 피하는 쪽을 선택할 만큼 전투의 장점이 없다.

 

물론 액션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이 아닌 것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몬스터의 패턴을 파악하고, 타이밍에 맞춘 회피와 패링,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서로 주고 받는 전투를 원하는 게이머들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밸런스와 버그도 곳곳에서 보인다. 특히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몬스터 ‘스토커’의 공략을 모를 경우에는 거의 확정적으로 죽는다. 애초에 밸런스가 맞지 않는 상대를 게임 초반에 만나 '의문사'하는 셈이다. 몇번을 죽어도 상관없는 소울류의 게임이 아닌데도 이런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강공격' 버튼만 눌러주면 될 정도로 단순하다
오른쪽 상단의 게이지가 다 차면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오른쪽 상단의 게이지가 다 차면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아직 정식 발매라고 하기엔...

소재는 좋았지만, 제대로 다듬지 못한 느낌이다. 큰 흐름을 잡아줄 스토리가 부족하다 보니, 게임의 모든 활동에 개연성이 떨어지며, 동기부여를 찾을 수 없다. 이 아이템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이 몬스터를 왜 죽여야 하는지를 모른 채 단순히 ‘생존’만 하고 있다. 빈약한 스토리, 밋밋한 전투, 비합리적인 추종자 시스템, 부족한 아이템의 종류 등 아직은 다듬고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그래픽과 프레임 저하는 게임플레이에 방해가 될 정도이며, 인터페이스와 조작법 역시 패치가 필요하다.

 

겨울이라는 계절의 특수성과 폐허가 된 배경의 분위기는 잘 살려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색을 가진 게임의 범주에서 봤을 때는 칭찬할 만하다. 제한된 상황에서의 ‘생존과 피난’ 요소들을 게임에 접목해 분위기를 살린 것은 좋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혹한기 생존’을 보여준 게임들을 넘어서기엔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게이머들이라면 당연히 비슷한 류의 ‘더 롱 다크’나 ‘호라이즌 제로던의 DLC 프로스트 와일드’와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 좋은 소재를 놓고도 ‘페이드 투 사일런스’만의 어떤 확실한 색을 내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차라리 버릴 부분은 과감하게 버렸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우선 한글 패치가 가장 시급하며, 이후 프레임 드랍과 자잘한 버그들을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한층 개선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식의 패치가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충분히 개선될 여지는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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