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죽여”주는 난이도와 스토리! 세키로 (PC, 스팀 steam)

  • 입력 2019.04.01 15:02
  • 수정 2019.04.01 15:09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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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이라고, 사람 괴롭히기 좋아하는 게임 개발사가 있다. 어찌나 사람 약 잘 올리는 게임만 뽑아내든지 이 회사 게임에 붙은 별명들도 가관이다. 캐릭터보다 하는 사람 멘탈이랑 실력이 더 빨리 강해 진다고 해서 "유저 레벨업게임" 툭하면 죽음을 뜻하는 메시지인 YOU DIE본다고 해서 "유다희(You die) 게임", 괴상망측한 난이도, 한두 대만 맞아도 툭 죽어 넘어지는 열 받도록 현실적인 캐릭터의 조합이 바로 이 변태 게임 개발사 프로발 게임의 상징이다.

그런 프롬에서 이번엔 중세 판타지를 버리고 동양풍 게임을 만들었다. 아 뭐, 이상할 건 없는 게 사실 프롬 자체가 일본에 있는 개발사에, 개발진도 죄다 일본인이니 오히려 나올 게 나왔다 싶다.

개발자 인터뷰를 보면 이번엔 일본의 혼란 시기, 전국시대 말기 배경을 참고한 가상의 동양풍 세계관이 배경이란다. 프롬의 대표작은 <다크소울> 시리. 동양판 "다크소울" 이라 불린 코에이 테크모의 <인왕>이 은근슬쩍 신경 쓰이는 와중에, 원조 맛집에서 직접 만든 진짜 동양판 다크소울 <세키로>는 어떨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 적지에 잠입해 '훔쳐듣기' 를 하면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 적지에 잠입해 '훔쳐듣기' 를 하면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이 집 열 받게잘하네.

 

난도가 높고, 수십 번씩 죽어야 클리어할 수 있다고 유명한 게임들만 만들어낸 프롬답게 이번 시리즈도 정말 죽고 죽으며 자신의 시체로 산을 쌓아야 진행이 된다.

물론 게임 플레이가 숙달될수록 죽음 횟수야 적어지겠지만, 적어도 2, 3회차가 아닌 초회 차 플레이 때 겪게 될 무수한 죽음은 어쩔 수 없어 보인.

첫 번째는 Z축과 Y축 적 사고를 동시에 하며 개척해야 하는 맵이 커다란 장애물이다. 예를 들어 일부 구간은 놓여 있는 길 대로 직진으로 전진하며 적들을 상대할 경우, 클리어가 거의 불가능하게 제작되어있다. 견고한 진을 짠 적군의 기세를 정면에서 컨트롤로 뚫고 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땐 숨겨진 비밀 루트를 발견해 적들의 진영 뒤편으로 돌아가 후방의 궁수들부터 죽이는 방식의 플레이나, 혹은 풀숲에 숨거나 벽 뒤에 숨어 잡병들을 암살해 숫자를 줄이는 식의 플레이가 필요하다. 단순 액션 게임이 아닌 잠입과 암살의 플레이가 병행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최적의 공략 루트가 초회 차 한 번에 샥샥 잘 안 보인단 거다. 루트가 안 보이면? 죽으면서 배워야지 뭐.

 

루트만 잘 공략하면 보스급 몬스터를 한 번 암살해 큰 데미지를 주고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루트만 잘 공략하면 보스급 몬스터를 한 번 암살해 큰 데미지를 주고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 RPG 게임만 경험했던 사람에겐 생소할 정도(?) 약한 캐릭터도 또 하나의 난도 상승 요소다. 보통의 게임에선 보스를 제외한 '잡몹'들은 비교적 쉽게 사냥할 수 있다. 또 잡몹들이 아무리 발악해 봐야 주인공 캐릭터에게 생채기를 내기 힘들게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세키로는 다르다. 제아무리 나약해 보이던 잡병의 칼이라도 제대로 한 칼 들어오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진다. 세키로가 'RPG 요소를 가진' 액션 게임이지 'RPG ' 은 아닌 지점이기도 하다. 제아무리 수련을 쌓아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 봐야, 칼날 아래에서 평등한 게 세키로다. , 바로 이런 요소가 앞서 말 한 루트공략을 필수적으로 하게 만드는 요소기도 하다. 잡병들로 이루어진 구간 역시 정면 승부를 겨루다간 체력적 손해를 보기 십상이고, 잠깐 방심하는 순간 몰려든 잡병들에 의해 사망 메시지를 보게 될 수도 있다.

번째 난도 상승 요소는 보스 몬스터의 난이도 그 자체와 세이브 포인트다. 보스 몬스터들이 난도가 높다는 건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더 열받는 부분은 각각의 세이브 포인트들이 간혹 보스와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보스에게 한 번 죽을 때마다 무수한 잡병들을 거쳐서 다시 보스에게 뛰어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단 점이다. 그래서 맵들을 구석구석 탐험하고, 어디 세이브 포인트가 하나라도 더 없나 찾아 헤매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플레이가 된다.

이 정도 푸념이면 필자가 적귀를 잡기 위해 쌓아 올린 무수한 시체들에 조금 복수가 됐으려나? 다음은 연출과 스토리 쪽을 조금 살펴보자.

 

▲ 순수하게 아름다워서 캡쳐를 누른 맵들도 상당히 있다. 동양적 향취가 느껴진다.
▲ 순수하게 아름다워서 캡쳐를 누른 맵들도 상당히 있다. 동양적 향취가 느껴진다.

스토리는 깔끔, 연출은 백미.

 

게임 스토리에 대해 칭찬만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인 거 같다. 그런데 세키로는 칭찬만 하고 싶다.

세키로는 게임 초반, 주인공인 "늑대"가 모시는 군주인 황자를 적 사무라이에게 빼앗기면서 시작된다. 한쪽 팔도 황자를 납치하는 적 검성 '잇신'에 잘림을 당하고, 간신히 목숨만 건져 팔 대신 의수를 차고 잃어버린 황자를 되찾기 위해 적들과 싸운다.

주인공의 동기도 선명하고, 스토리의 설득력은 게임내 분위기의 연출로 압도해서 만들어낸다.

전국시대를 참고했다는 어두운 세계관은 굳이 누가 말로 떠들어 알려주지 않아도 어두운 하늘, 마음 한편이 쓸쓸해지는 BGM, 죽음의 그림자가 마음마저 가린 듯한 사람들의 말씨만 보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캐릭터가 첫 죽음을 겪고, 마치 옛 사무라이 영화에 나올 듯한 거친 목소리의 '불상 노인' NPC 보이스를 처음 듣는 순간, "크 이거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액션 게임으로선 충분한 스토리에, 세세한 디테일로 완성한 세계관까지 함께 하니, 스토리가 과하면 뭐하랴? 매우 단순한 줄거리지만 오히려 이 정도가 딱 좋다 싶다. , 넓고도 복잡한 맵 곳곳엔 서브 스토리같은 숨겨진 이야기들도 기다리고 있으니, 딴지 걸 것 없이 최고다.

 

 

시스템

 

<세키로> 시스템의 축이 되는 것 중 하나, 그리고 프롬 개발사의 다른 시리즈들과 확실하게 다른 점을 만들어주는 것은 "닌자 의수" 시스템이다.

"닌자 의수"는 어쩐지 SF 또는 스팀 펑크의 느낌이 난다. 시대는 비록 전국시대지만, 각종 기계 장치를 추가해서 특별한 액션들을 가능하게 해 주는 "닌자 의수"는 이 게임의 정체성과도 같다. 주인공은 게임 초반 적에게 팔을 잘리고, 그 대신 일종의 기계 장치인 닌자 의수를 대신 달게 된다. 이 닌자 의수에는 게임 플레이 내내 새로이 획득하게 되는 각종 장치를 더 해서 달 수 있다. 표창을 날리거나, 방패를 부숴버리는 도끼장치를 더 하거, 적에게 화염을 퍼붓는 폭발 장치 등을 다는 식이다. 다른 게임들에 있어 "마법"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 거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닌자 의수의 기능은 밧줄이다. 기와집의 튀어나온 석가래, 휘어진 나뭇가지 등 복잡한 맵 곳곳에 튀어나와 있는 부분들에 밧줄을 걸고, 마치 할리우드 와이어 액션이나 스파이더맨의 그것이 생각나는 움직임으로 공중을 날아 잽싸게 이동할 수 있다.

세키로의 맵은 정말이지 복잡하다는 말이 딱 적절하고, 맵 곳곳에 히든 맵으로 진입할 수 있는 NPC, 꼭 얻어야만 하는 닌자 도구 등이 와이어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곳에 떨어져 있고, 혹은 절벽을 와이어로 뛰어넘어야만 하는 맵도 등장하기 때문에 와이어가 게임 진행 자체에 필수적이다.

또 닌자 도구로 펼치는 액션들 역시 거의 필수적으로 활용해야만 할 것들이다. 닌자 의수의 도구들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서 게임의 난이도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구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공격은 '튕겨내' 버리는 방패를 든 적들에겐 의수의 도끼 공격이 필수다. 어지간해서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한 번 잡기에 걸리면 세키로를 오체 분시 해 버리는 보스 적귀를 포함한 붉은 눈의 적들에겐 불꽃 공격이 필수다. 세계관 상 붉은색으로 빛나는 적안을 가진 적들은 불꽃에 약하다. 세키로 초보자들에게 마의 구간이자 통곡의 절벽으로 불리는 적귀 역시, 불꽃 공격 한 방에 순한 양이 되어 허둥댄다. 물론 이러한 기믹들 없이도 화려한 컨트롤을 가진 플레이어라면 충분히 정복 가능한 적들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게임 그럴 필요까지야 있을까. 적재적소에 도구들을 활용해 쉽게 가자.

닌자 의수와 같은 맥락에서 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스킬이다. 스킬들은 마치 격투 게임에 콤보가 추가되듯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커멘드를 입력하면 발동되는 녀석들이 태반이다. 또 모든 닌자 활동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패시브 스킬들도 있고 말이다. 점차 다양한 스킬들을 활용하게 될수록 더욱 경쾌하고 빠르며 재미난 기믹들로 가득한 전투를 할 수 있게 된다. 적의 찌르기를 피하지 않고, 찔러오는 창을 밟아 적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간파 스킬을 성공 시키다 보면,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어 스스로가 무술 고수가 된 듯한 착각도 든다.

또 하나의 눈에 띄는 시스템은 '훔쳐 듣기'. 세키로에선 보스에 대한 정보나, 적들의 진지의 빈 구멍에 대한 정보들을 적 NPC들의 대화를 훔쳐 듣는 것으로 얻을 수 있다. 어쩐지 새로운 맵에 갈 때마다 NPC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약점을 줄줄이 읊는 대화를 해 대니 몇 번 지나면 좀 위화감이 들긴 하지만, 적지에 숨어들어 보이지 않는 곳 벽에 붙어 적들의 대화를 엿듣는 행위 자체는 닌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주는 플레이 같아서 좋다.

▲ 잘 찾지 않으면 찾기 힘든 숨어있는 상점. 히든 이벤트들도 상당히 많다.
▲ 잘 찾지 않으면 찾기 힘든 숨어있는 상점. 히든 이벤트들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키보드&마우스는?

 

세키로 역시 콘솔을 의식해서 나온 게임인 만큼 기본은 패드가 우선인 거 같다. 필자 역시 이전에 구매한 PC용 패드가 있기에 주로 패드를 통해서 플레이했다. 그런데 기왕 PC판의 리뷰이니 키보드와 마우스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언급도 필요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패드가 없어도 안심하고 구매하시면 된다.

세키로는 패드를 통한 조작감도 상당히 좋은데, 이런 류 게임에서 매우 드물게도 키보드 & 마우스 조작감도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아니, 어떠한 면에서 더 좋기도 하다. PC게임을 주로 하던 사람들은 콘솔 게임의 주류인, 캐릭터의 조작 방향과 시야 관리를 따로 해야 하는 이원적 시스템이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세키로는 PC 모드의 조작에서 마우스에 시야와 방향을 합쳐놓았다. 일반적인 PC게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조작감이다. WASD 이동, 왼 클릭은 베기, 우클릭은 막기. 흡사 유비소프트사의 <포아너>가 생각나는 조작방식이다.

게다가 감도도 아주 훌륭한 편이어서, 혹시 다른 건 다 좋은데 패드의 유무 때문에 구매를 미루셨던 분이라면 별 고민 없이 당장 사셔도 되겠다. 만약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한다면 설정란에 가서 게임 내 표시되는 UI를 키보드 버전으로 바꾸어 주자. 안 그래도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는데, 바꿔주지 않으면 누르라는 버튼들이 패드 기준으로 나와서 좀 헷갈릴 수 있으니 말이다.

 

 

 

막막하지 않으면 안 한다. 빡빡하지만 보람찬 플레이.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없습니다." 대략 십 년 전에 모 게임의 한 개발자가 이야기했던 게임계의 명언 중 하나다. 세키로의 플레이가 대부분 액션일 것 같지만 사실은 반반이다. 적들과 맞서 싸우며 칼을 휘두르는 시간이 반, 최적의 루트와 공략법을 스스로 연구하며 나아가는 시간이 반이다. 처음 맞서는 맵이나 보스 필드는 그야말로 막막하다. 무작정 직선으로 덤비기엔 난도가 너무 높고, 어떻게 해야 잔챙이들을 더 쉽게 처리하고 보스와 1:1 상황을 만들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 잡병들과 중간보스급들만 있는 맵을 주파할 때도 마찬가지다. 적들이 죽 깔린 무간지옥을 어떻게 하면 최소의 피해로 나아갈지 고민하고 연구한다. 처음엔 막막하다. 이걸 어떻게 하라고 만들어 놨나 싶다. 하지만 게임은 언젠가 클리어된다.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정말 묘한 게임이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 라는 고민과 하고 싶다는 욕구가 계속 상충한다. 끝끝내 시도하던 보스를 정복하면 성취감은 또 장난 없다.

세키로 인터뷰 기사의 댓글난에 어떤 사람이 친구를 호출하며 막막한 게임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호출되어 날아온 친구의 답변은 간단했다. "막막하지 않으면 안 하지 ㅇㅇ".

막막하니까 해야 하는 게임. 세키로다.

 

 

 

/[리뷰] “죽여주는 난이도와 스토리! 세키로 (PC, 스팀 steam)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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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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