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CCUPATION, 추리 게임을 점령하기 위해 나타났다!
THE OCCUPATION, 추리 게임을 점령하기 위해 나타났다!
  • 캡틴베어
  • 승인 2019.03.12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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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만에 특이한 게임이 나왔다. 1인칭 게임인데 장르가 수사관/ 미스테리다. 그야 말로 미스테리 사건을 추적하는 수사관이 되는 게임이니,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장르 명으론 추리가 적절할 듯싶다.

1인칭으로 진행하는 추리 게임이야 얼마든지 있으니 뭐 특이하냐 싶겠지만, 직접 해 보면 필자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THE OCCUPATION>의 시점은 뒤에서 캐릭터를 내려다보는 식의 평범한 1인칭 백뷰 시점이 아니라, <미러스 엣지>같은 게임이나 FPS 장르에서나 볼 법한 1인칭 퍼스널 시점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의 시점 그대로로 펼쳐진다. 그러면서 재밌는 것은, 2D 게임부터 3D 게임 시절까지 다양한 퍼즐형 추리 게임의 감성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것이다. TAB 탭 키를 누르면 증거 기록들을 모아두는 증거 파일의 단서들을 모아서 볼 수 있고, 흔히 방 탈출 게임으로 불리는 종류의 추리 트릭들이 게임 곳곳에 숨어있다.

들어가야만 하는 방에 몰래 들어가기 위해, 보안 시스템에 특정 장소에 적혀 있는 비밀번호를 조합해 넣어 보는 식의 진행은 오히려 정통적 추리/퍼즐 게임에 가깝게 느껴진다.

 

 

오히려 증거가 될만한 것들에 눈을 들이밀고 (캐릭터의 조작은 물론, 실제의 나도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밀고) 증거를 자세히 살펴볼 때즘이면, 오히려 이 게임의 시점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껴진다. 추리 게임보다는 액션 장르에 자주 쓰이는 시점이기에 어색하게 느껴졌던 시점을 개발진은 오히려 추리 게임에 찰떡인 시점으로 소화해냈다.

 

 

이 시점은 시점에 최적화된 게임 내 아트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더욱 빛을 발한다. <THE OCCUPATION>은 이야기를 강제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플레이어는 놓여 있는 모든 배경, 한적한 배수로와 부둣가부터 으리으리하고 깔끔하지만 무언가 의심스러운 냄새를 지울 수 없는 건물 내부의 디테일등을 모두 직접, 주인공과 같은 1인칭으로 감상하며 감성적이고 직관적으로 스토리의 배경을 알게 된다. 게임이 의도하는 느낌들을 정확히 전달한다. 평화롭고도 한적한 산책로를 만나는 순간, 이 게임이 VR로 나왔으면 싶어진다. 마우스를 조작하는 것이 아닌 직접 시점을 돌려서 게임 내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런 평화로운 배경 속에서 한적한 감상에 취해 있을 때, 갑작스러운 총소리와 암전이 찾아오면 정말로 심장이 덜컥, 하게 된다.

한마디로 요약해서, 몰입감 하나는 죽인단 소리다.

 

단순히 퍼즐/추리 게임의 성향에 머물렀다면 <THE OCCUPATION>의 재미는 반 토막 났을 거 같다. 이 게임의 백미는 긴장감이다. 기둥 뒤나 벽의 모서리에서 엿보기, 책상 밑 등에 숨기 등 주인공에겐 자신을 뒤쫓는, 혹은 해당 건물의 관리자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몇 가지 기술들이 있다. 게임의 진행이 주로 일반인, 혹은 주인공의 출입이 불가능한 곳에 잠입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남들의 눈을 피해 숨는 것, 그리고 숨어서 주인공이 목표로 하는 장소에 잠입하는 것 또한 게임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기가 막히게 재밌다.

잠입은 단순히 숨기 동작들의 컨트롤 등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보안 시스템의 허술한 점을 찾기 위해 수많은 단서를 수집해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혹은 지나가다 언뜻 들었던 건물 보수 공사에서 힌트를 얻어 공사 인부들이 쓰는 통로나 가계단 등을 이용해 층계를 뛰어넘어 목표하는 곳에 잠입하는 등 추리와 액션이 묘하게 섞인 방법으로 수사를 계속해 나가게 된다. 게다가 건물에 순찰 등을 하는 적들이 계속해서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튀어나오기 때문에, 잠입해서 수사를 진행하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되는 사무실에 공사 인부들이 펼쳐놓은 난장판을 기회 삼아 잠입했는데, 멀리서부터 뚜벅뚜벅 구둣발 소리가 점차 가까이 들려오면 아차!. 다급하게 아무 책상 밑에 숨어있는데, 내가 숨어있는 책상의 앞으로 침입자를 찾는 이의 두 다리가 스쳐 지나가면 그 전율이 말도 못 한다.

 

하지만 <THE OCCUPATION>이 아쉬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여러 리뷰란에 올라와 있는 각종 버그나 프리징, 튕김 현상 이야기는 차치하자. 그런 프로그램적인 부분은 또 금세 수정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그보다는 스토리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THE OCCUPATION>은 굉장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게임의 초반 이야기를 대략 요약하자면 이렇다. “정부에서는 개인을 통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곧 시행될 것이다. 이에 민간에선 폭동이 일어나는 중인데, (아마도 진실을 캐던) 사나이가 믿기 힘든 수준의 테러 활동을 하고 죽었고, 주인공 등은 이에 무언가 음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수사에 들어간다.” 가 게임의 거의 첫 스타트에 플레이어가 받게 되는 정보들의 합이다. 그런데 이거. 재밌나?

심지어 주요 사건의 진행이 신문 기사 내용으로 스킵된다. 아쉽다.
심지어 주요 사건의 진행이 신문 기사 내용으로 스킵된다. 아쉽다.

 

추리 게임들을 살펴보자. 시대의 역작 <역전 재판>에는 자극적인 살인사건이 빈번하다. 미스터리 추리 장르의 <화이트데이>에선 무려 학교에서 귀신이 나온다. 인기 추리 퍼즐 게임 시리즈인 <러스티 레이크 호텔>에서도 온갖 기괴하고, 심지어 혐오스러운 사건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런 데<THE OCCUPATION>는 그들에 비교해 상당히 양반으로 보인다. 다르게 말하면 흥미도가 조금 떨어진다. 게임의 목표는 정부의 음모를 파헤치는 것이고, 심지어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할 진짜 범인은 게임 초반엔 아예 보이거나 느껴지지도 않는다.

 

명작으로 불리는 추리극들의 기본적인 뼈대는 광의의 의미에서 복수극의 속성 또한 지닌다. 억울한 희생자. 죄를 뒤집어쓴 엉뚱한 또 다른 희생자. 그리고 그 상황을 보고 어둠 뒤에서 웃고 있을 빌어먹을 진범. 그 녀석을 찾아내 적법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가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복수극은 늘 재미있다.

<THE OCCUPATION> 역시 복수극의 얼개가 있으나 초반에 느껴지진 않는다. 재미는 반감되고 추리의 동기는 살짝 흐릿해진다. 진실을 추구하고 파헤치려는 기자의 저널리즘 정신만으로 진행하기엔, 추리의 과정은 제법 빡세다.

 

심지어 같은 스토리였다 하더라도 그 진행방식이 아쉽다.

만약 그 몰입이 잘 되는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의 시작이 누군가의 집안에서 면담하는 형태가 아닌,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사내가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 현장이었다면 어떨까? 사방에서 불길이 일고, 고통에 몸을 뒤트는 민간인들, 역시 현장에 있다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절뚝거리며 처참한 현장을 생생하게 보고 있었다면 이 게임의 초반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면 게임동안 계속 언급되고 있는, 혼란과 도탄에 빠진 폭도들의 시위 현장을 보여준다던가 말이다. 여러모로 이야기와 그 진행방식은 조금 아쉬웠다. 후반에 아무리 굉장한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초반에 흡입력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굉장히 의외의 문제를 경험했다.

바로 3D 멀미다. 정확하게 왜 인진 모르겠다. 필자는 3D 멀미를 경험해본 적이 극히 드물다. 시점이 아래위, 360도로 휙휙, 그야말로 난리가 나는 <포트 나이트>를 할 때도 전혀 멀미를 경험한 적이 없고, <오버워치> 등의 FPS 게임에서도 멀미를 경험한 것은 단 하나, <미러스엣지>를 플레이했을 뿐이다. 심지어 그것을 플레이하면서도, 오랜 시간 플레이하며 아주 약간의 멀미를 경험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THE OCCUPATION>를 플레이하면서 내가 여태까지 해온 백여 종의 게임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엄청난 3D 멀미를 경험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한동안 왜 이리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지 고민까지 심각하게 했다.

아무래도 사실적으로 캐릭터의 시점을 표현하기 위해 블러와 머리 흔들림처리를 한 시야가 문제인 거 같았다. 사실 마우스의 표적 그대로 따라가는 시점은 리얼하지 않다. 엄밀히 따지면 장르적 봐주기가 들어간, 개발사와 유저간의 합의된 부분이 있다.

실제로는 이렇게 휙휙 고개가 정확하게 돌아가지 않겠지만, 게임이니 봐주자. 정도의 합의점이다. 대부분 게임이 그렇다. <THE OCCUPATION>은 그렇지 않다.

사실적인 시점을 구현하기 위해 미묘하게 시점을 실제 사람이 고개를 돌릴 때처럼 흔들리게 해놓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이지만, 이게 좀 더 사실적인 캐릭터의 시점을 구현한다.

 

하여간 머리 흔들림옵션을 최저로 설정해도 약간의 멀미는 지속되었고, 이것 때문에 게임을 하는 내내 불편했다.

설마 나만 이럴까, 싶어 검색해 보니 실제로 <THE OCCUPATION>이 언급된 게시글의 댓글난엔 멀미에 관한 댓글이 한두 개씩 달려있다. 가끔 이 게임과 안 맞는 사람이 있나 보다.

필자는 리뷰 완수를 위하여 참고 플레이했지만, 혹시 게임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초반에 30여 분 정도 플레이해 보고, 멀미 증상은 없는지 점검을 해 보시는 것을 권장한다.

 

 

/THE OCCUPATION, 추리 게임을 점령하기 위해 나타났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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