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하자드 RE:2 - 원작과 장르에 대한 존경

  • 입력 2019.02.18 18:45
  • 기자명 조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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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쯤, 제가 바이오하자드 1을 처음 플레이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무척 충격적이었죠. 느릿느릿 걸어오는 좀비를 얼마 없는 총알로 상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포심이 충격적이었고, 그 작은 공간 안에 신선한 퍼즐과 숨겨진 요소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놓은 디자인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1편이 공포와 어드벤처를 훌륭하게 접목시켜 충격을 주었다면, 그 후속작인 2편은 1편을 더욱 확장하고 다듬어서 시리즈의 기틀과 대중성을 잡은, 시리즈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 1월 25일, 바이오하자드 2편의 리메이크 작품인 바이오하자드 RE: 2가 발매되었습니다. 사실 리메이크 작품은 보여줘야 할 것이 많습니다. 리마스터와는 달리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이므로 그래픽과 시스템 모두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신작과는 달리 원작이 추구했던 방향까지 계승해야 하니까, 신경 써야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겠죠. 과연 바이오하자드 RE:2는 원작의 방향성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한 그래픽과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시리즈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래픽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7에서 사용되었던 RE 엔진을 활용해서 등장 인물과 좀비들 그리고 주변 환경까지 마치 실사 느낌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주요 캐릭터의 표정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한 점과 좀비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기술력이 정말 좋아졌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게임 진행 시점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원작과는 달리 숄더 뷰를 택했는데, 덕분에 시야가 좁아져서 뒤를 확인하기 힘들고, 이러한 제한 때문에 무서운 느낌이 한층 강해졌습니다. 그 밖에도 좀비가 울부짖는 소리, 타일런트가 뚜벅 뚜벅 걸어오는 소리 등 호러 게임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효과음도 훌륭하게 배치해 놨습니다. 보다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과 제한된 시점 그리고 폐쇄적인 장소에서 울려 퍼지는 기괴한 효과음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이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입니다.

 

 

그래픽에서는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줬지만, 게임 플레이의 큰 틀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아껴가며 곳곳에 배치된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이 여전히 핵심적인 게임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나오는 게임들과는 반대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느린 속도로 왔던 곳을 또 오가며 끈질긴 좀비를 피해다니는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이 게임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옛 것의 느낌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원작보다 더욱 더 원작의 방향성을 추구한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기본 10발을 쏴야 완전히 처치할 수 있도록 좀비의 맷집을 상당히 높이고, 도구를 이용해서 창문을 막지 않으면 좀비가 다시 리스폰되고, 나이프에 내구도 시스템을 적용해서 총 대신 칼로 좀비를 썰고 다니는 것을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원작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죠. 접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불호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 게임은 좀비를 사냥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 피해 다녀야 하는 존재로 설정하고, 살아남는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맵 디자인을 보면서 역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의 대표적인 장소인 경찰서를 비롯해 하수도와 연구소 등 여러 공간을 탐험할 수 있는데, 좁은 장소를 꼼꼼하게 활용해서 모든 공간이 그 존재 이유를 갖추도록 설계한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왔던 장소를 계속 다시 와야 한다는 점이 게임을 느슨하게 만들고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똑같은 장소라도 처음에 왔을 때와 나중에 왔을 때 그 장소를 출입할 수 있는 방법이나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이 게임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게임이 더욱 흥미롭게 변한 부분도 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방과 방 사이가 로딩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좀비가 열린 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꽤 먼 거리 동안 주인공을 쫓아오기도 합니다. 특히 진행 중에 자주 등장하게 되는 타일런트는 직접 문을 열기도 하고 사다리도 타기 때문에 원작에 비해 긴박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편입니다.

 

 

시스템과 스토리 부분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는 ‘재핑 시스템’의 삭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특정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하다가 어떤 구간이 되면 다른 캐릭터로 전환되어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두 캐릭터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간에 캐릭터를 교체하지 않고 한 가지 캐릭터로 먼저 엔딩을 본 이후에 다른 캐릭터로 다른 스토리를 진행하여 이 두 스토리를 모두 클리어해야 완전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일단 재핑 시스템에 비해 복잡함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장소 안에서도 레온이 갈 수 있는 곳과 클레어가 갈 수 있는 곳이 달라서 재핑 시스템이 없더라도 두 캐릭터로 다른 게임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고 게임이 반복적이라는 생각이 덜 들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의 재핑 시스템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아무래도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겠죠.

 

몇 년 전까지 캡콤이 보여줬던 행보를 보면, 처음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가 발표되었을 때 기대를 했던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7과 몬스터 월드에서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고, 그 모습이 이번 바이오하자드 RE:2까지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독특하고 재밌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묻어나는 게임입니다. 원작의 방향성을 충실히 따르면서 시스템적으로 더욱 깊이 있는 플레이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반복 플레이 요소와 미니 게임 등 풍성한 콘텐츠까지 준비했으니까요.

이 게임은 조금 답답하고 어렵습니다. 부족한 탄약과 회복약을 최대한 아껴가며 좀비와 타일런트를 피해다녀야 하고, 동선이 복잡해서 아이템 하나를 찾기 위해 왔던 길을 끝까지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게임 오버도 자주 당하겠죠. 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 캐릭터가 생존해가며 퍼즐이 조금씩 풀려나갈 때 느껴지는 쾌감은 특별합니다. 쉽게 쉽게 진행되는 요즘의 흔한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재미를 안겨줍니다. 원작의 팬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이고, 원작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호러 어드벤쳐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 해봐도 후회하지 않을 게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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