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 단연코 올해 최고의 게임…'탐험'에 힘을 기울이다

  • 입력 2022.12.07 14:04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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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를 플레이하는 것만큼 즐거운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이 게임은 신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넘어 ‘피조물’에 가까울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마치 4차원의 세계를 다녀온 듯한 제작진의 상상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수많은 데이터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북유럽 신화의 거창한 이야기를 각색하는 과정은 굉장히 장엄하고 원대하다. 오딘과 토르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는 예측과 다소 어긋났지만 그런 만큼 호기심은 더욱 강렬해졌다.

‘퍼즐’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어차피 이 게임의 스토리를 언급하면 ‘스포’가 될 수밖에 없으니 무조건 자신의 눈과 귀로 즐기길 바란다.

그동안 ‘갓 오브 워’ 시리즈에서 퍼즐이 아예 없었던 아니다. 그리스 신화를 각색했던 전작들 중에도 골치 아픈 퍼즐이 몇 개 있었다. 떨어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 반복되는 과정도 있었다. 팬들의 요구가 빗발쳤는지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퍼즐은 줄고 과감한 액션이 추가됐다. 수많은 게이머들도 알다시피 제우스와 격전을 벌인 ‘갓 오브 워3’는 스케일 면에서 그야말로 ‘쩌는’ 작품으로 남았다.

시점이 변경되면서 새로 돌아온 플레이스테이션5용 갓 오브 워역시 적절한 퍼즐의 조합이 있었다. 물론 북유럽으로 넘어와 페이와 사랑하면서 낳은 아들 아트레우스가 추가되면서 ‘가족’에 대한 드라마까지 훌륭히 묘사했다.

이번 ‘라그나로크’는 퍼즐이 많이 추가됐고 전작들에 비해 다소 어려워졌다. 이미 많은 게이머들이 이 퍼즐 때문에 진행이 더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제작진도 밝힌 것처럼 퍼즐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본인 역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퍼즐 때문에 막히는 경우가 많아서 갑자기 호흡이 딱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심기를 건드릴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퍼즐에 그리 소질이 없는 본인도 플레이를 하면서 꽤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도끼를 던져 튕기는 방식으로 잠금장치를 풀어내는 건 생소한 일이라서 나쁘지 않았다. 도끼를 던지려고 할 때 튕기는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데 목표물에 정확하다면 사선이 하늘색으로 바뀌기 때문에 그리 골치 섞을 일도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 시야에 따라 도끼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장소를 바꿔 가면서 도끼를 던져 보는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 보니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리는 것이다. 여기에 룬 문자를 때려서 상자를 여는 방식도 여전히 남아 있어서 완벽히 클리어하려면 플레이타임이 굉장히 길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겁부터 낼 필요는 없다. 이 퍼즐이라는 것도 초반에 잠깐 골치 아프게 할 뿐이지, 이후부터는 적응이 되면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다. ‘언차티드’ 시리즈의 너티독도 그렇지만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도 무리한 퍼즐을 넣는 일은 없었다. 이번에 잠깐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이지만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전혀 지장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갓 오브 워’는 창작의 향연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개발진은 ‘신화’를 각색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초심을 잊지 않았다.

말로만 들었던 북유럽 신화의 각 지역들과 신들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개발진은 그동안 쌓여 있는 신화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모아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을 것이다. 본인이 가장 감탄하면서 플레이했던 곳은 ‘철의 숲’이었는데 마치 호주의 ‘벙글벙글’ 산맥을 보는 듯한 신비로움을 경험했다.

앞서 퍼즐에 공을 들였다고 했는데 그다음으로 노력을 기울인 것이 바로 ‘탐험’이였다. 퍼즐이 어렵다는 것을 넘어서 가는 곳마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좀 과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괘 경건한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했다.

액션이나 시스템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번에는 아트레우스도 조작할 수 있게 됐는데 이것 역시 탐험에 힘을 기울인 결과로 보였다. 물론 세대교체의 의미도 있을 수 있지만 아트레우스가 호기심으로 돌아다니는 건 분명히 탐험의 성격이 강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가족’에 대한 드라마까지 강해져서 게임 플레이 내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는 지금까지 스토리에 대한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은 연출력 덕분에 크레토스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갓 오브 워’가 다소 실망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아무래도 기존 시리즈와 다르게 도전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과감한 액션이 대체로 희석된 느낌이 강하다. 물론 본인은 전투 하나하나가 묵직하고 좋았지만 퍼즐이 많아지다 보니 기존 시리즈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하는 면이 있다.

전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에 전작과 다르게 햅틱 기능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손이 매우 즐거워졌다. 도끼에 얼음 효과를 불어넣는 조작이 추가된 건 대놓고 햅틱 기능을 즐기라는 것이다. 개발진의 이러한 배려를 무시할 수는 없어서 매 전투마다 햅틱 기능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이제 아트레우스를 조작한다는 게 꽤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화살을 쏠 때마다 느껴지는 섬세한 진동은 어깨춤이 날 정도로 흥이 난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에서 즐겼던 활시위의 즐거움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것 역시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한 사람의 과한 평가일 수 있지만 크레토스의 도끼질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신이 뭐 이렇게 약해?’라고 할 정도로 크레토스가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오히려 짧고 묵직해서 좋았다. 이번에는 새로운 패턴을 지니고 있는 중간 보스들이 등장하는데 발키리처럼 도끼를 던져서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퍼즐’에 맞닥뜨렸을 때 시야를 잘 확보해야 한다. 퍼즐에서 막히는 경우가 의외로 사각지대 때문이니 좀 어두운 구석이 있어도 잘 찾아다니길 바란다. 이러한 점만 잘 유의하면 퍼즐도 그리 어렵지 않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퍼즐들도 배경과 어울리게 잘 제작됐기 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는 아니다. 본인은 오히려 이 게임을 더욱 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에 큰 고민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미미르가 ‘다음에 다시 와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대놓고 할 때는 오히려 미소가 지어졌으니 말이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판타지 게임 장르의 모범으로 남을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5의 대표 작품은 당연한 것이고 창작자들이 탐내는 비주얼과 스토리에 대한 모든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개발진은 ‘가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심오한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번에는 오딘의 까마귀를 전부 제거해야 잠겨진 보물 상자를 열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겠지만 본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게이머들도 더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할 것이다. 그만큼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속편이 갖춰야 할 모든 장점을 갖춘 올해 최고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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