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고기 미로? 골든 라이트(Golden Light)의 기괴함

  • 입력 2022.04.05 12:27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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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설명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작품들이 있는데, 스팀으로 출시된 ‘골든 라이트(Golden Light)’가 그런 경우다. 로그라이크 호러 장르를 들고 나온 이 게임은 이른바 ‘고기 미로’라는 기괴한 콘셉트를 보여준다. 로그라이크 장르에 힘입어서 스테이지는 무작위로 변하기 때문에 게임을 새롭게 할 때마다 미로의 형태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길찾기에 젬병이라면, 심해 속으로 점점 빠져드는 기분까지 들 것이다.

사무실 소품이 괴물로 변신하는 모습이나 변종의 단계를 거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모습에서사일런트 힐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들은 던지거나 먹을 수도 있다. 박쥐 머리, 보기만 해도 끔찍한 태아의 머리, 물고기 머리, 징그러운 입술, 사과 등등. 거기에 몬스터에 대응해 전투에 치를 수 있는 도끼나 야구 방망이, 권총, 샷건 등도 바로 입안으로 넣어서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아마도 개발진은 관습적으로 빠져들기 쉬운 모든 것들을 배제한 듯하다. 벽에 박혀 있는 희멀건 눈동자, 그리고 그의 입안으로 손을 넣을 것인지 묻는 이 황당한 시추에이션은 그렇다 치고, 불쾌할 정도로 눅진한 사운드를 끊임없이 뿜어내는 괴생명체들을 ‘고기’로 정의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매우 당혹스럽다. 개발진은 ‘창자’를 세계관으로 정해서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구하라고 하지만, 오히려 게이머의 비위를 놓고, 플레이타임에 도전해야 할 판이다. 게임을 하던 도중에도 개발진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그 심리 상태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장점

- 이런 컨셉을 좋아한다면? 

의도한 듯한 거친 그래픽과 독창성

- 미묘하게 어울리는 음악

단점

- 설명할 수 없는 난해한 설정

- 나쁜 그래픽

- 종종 깨지는 한국어 번역

 

 

개발진의 미학적 감각을 논하기 전에, 그것이 일종의 ‘광적’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개발진은 ‘사일런트 힐’류의 게임과 영화 등에 매우 헌신한 것으로 보이고, 기념품들까지 수집했을 것이다. 그 과정은 흥분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을 것이고, 그 충성심은 조롱과 박해에도 끄떡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무지막지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더럽고 역겨운 비주얼을 탄생시키고 말았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의 콘셉트를 마음에 들 게이머의 입장에서 설명해 보자면, 매우 환상적일 것이다. 이상하게 생긴 버섯을 연상케 하는 언덕과 이상한 몬스터들로 가득한 이 해괴한 풍경은 흥미진진해 보일 수밖에 없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갈 때마다 등장하는 여자 친구와의 아스트랄한 조화도 마찬가지다.

음악 또한 미묘하게 어울리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처럼 눈을 부릅뜨게 하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개발진은 극명히 대비되는 분위기를 통해 게이머의 몰입감도 높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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