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팩이 반갑다… 새도우 택틱스 아이코의 선택(Shadow Tactics Aiko's Choice)

  • 입력 2021.12.10 11:29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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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실수를 만회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할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게이머들은 모든 상황을 충분히 세팅하고, 창의적인 계획까지 보장하는 게임이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유니티라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새도우 택틱스 블레이드 오브 더 쇼군(Shadow Tactics Blades of the Shogun)’,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즐겁게 플레이했던 데스페라도스(Desperados)’ 3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새도우 택틱스 아이코의 선택(Shadow Tatctics Aiko’s Choice)’의 출시는 꽤나 반가운 소식이다. 비록 볼륨이 적은 확장팩이지만 본편 없이도 실행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전작의 서사를 그대로 이어받은 덕분에 스토리의 흐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게이머는 여전히 다양한 플랜을 짜면서 고심하고, 테스트한다. 혹시라도 빠른 저장과 빠른 불러오기의 무한 루프가 부담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른바 코만도스류의 게임에 처음 손을 댔다면, 이러한 구조가 익숙해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게임은 들키지 않고, 사각지대를 찾아야 하는 것이고, 없다면 창작해야 하는, 일련의 기나긴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적들은 수학적으로 봤을 때 원의 중심에 서서 시야 개념의 부채꼴을 형성한다. 게이머는 적과의 거리를 두고 반지름 사이를 오가며 숨바꼭질을 하게 되는데, 원이 커질 수도 있고, 더 작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쩔 때는 줄다리기도 하듯 게이머가 원의 중심이 되어서 안으로 끌어내기도 한다.

이러는 동안에 빠른 저장의 단축키 F5와 빠른 불러오기의 단축키 F8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 게임의 장르는 엄연히 전략이지만, 손도 적당히 빨라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 또한 걱정할 필요 없다.

장담하지만, 독일 국적의 개발진 미미미(Mimimi)는 역학적인 면에서도 탁월한 결과물들을 만들어 왔다. 부채꼴을 뿔처럼 달고 다니는 적들이 게이머에게 다가온다고 상상해 보라. 어떻게 보면 난이도에 난감할 수 있겠지만, 고심하다 보면 결국 길은 열리게 되어 있다.

좀 더 쉽게 풀이해 보면, 이 게임에 등장하는 적들은 예측 가능한 경로를 걷고 있다. 순찰을 돌고 있거나, 자리를 지키면서 부채꼴을 흔들어 대는데, 좋게 비유해서 키네틱 아트로 보면 된다.

운동의 방향과 속도가 일정한 가운데, 여러 테스트를 통해 사각지대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도 게이머가 보람을 느끼는 이유는 게이머 자신이 계획한 전술이 아주 쉽게 공식화 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수학적이고, 계산적이지만, 삼각, 또는 사각으로 연결된 선들을 무력화 시키는 쾌감이 있다. 유키가 피리를 불었을 때, 일반 경비는 그 소리에 끌려 다가오지만, 노란색의 밀짚모자를 쓴 무기와라는 단순히 고개만 돌린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무라이는 튼튼한 갑주를 입고 있어서 오직 무겐이라는 캐릭터만 맞짱을 떠서 이길 수 있다는 건 어떤가? 이런 일련들의 지식들은 아주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이제 아이코의 얘기로 돌아가자. 이번 확장팩을 책임지고 있는 아이코는 변장을 통해 부채꼴을 무력화 시킨다. 다만 사무라이에게만 통하지 않는데, 잡몹이 아닌 관계로 그런 어설픈 속임수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개발진의 이론이다.

이런 단출한 지식만으로도 게이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사무라이가 일반 경비병과 무기와라 사이에 죽 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사무라이 역시 부채꼴을 흔들고 있기 때문에 변장한 아이코가 그 사이를 통과해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코는 유혹이라는 스킬이 있어서 경비병과 무기와라의 시야를 뺏을 수 있다. 적군의 시야가 만들어 낸 삼각형 구조를 무너뜨리는 행위인 것이다. A, B, C가 호가 돼서 적당히 원의 형태를 그리고 있는데 호 AB가 마치 적군을 눈앞에 두고 성문을 열어 주는 형태다.

하지만 위 게임들은 서로 맞물리는 부채꼴들로 가득하다. 게이머가 계획을 실행할 때 늘 방해 요소가 끼어 있고, 첫 시도부터 실패할 확률은 매우 높다. 비교적 동작이 느린 무겐이 부채꼴 사이로 뛰어가는데 여력이 없을 수 있고, 유키의 피리 소리에 의도하지 않았던 적이 또 한 명 다가와서 플랜이 꼬일 수가 있는 것이다. 눈이나 사막 위로 발자국을 일부러 남겨서 유인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플랜 2로 넘어갈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반복적인 움직임이 결코 단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적 서너 명이 만들어 낸 삼각 구조를 보고 쉽게 좌절할 수 있지만, 어느새 여러 종류의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림자 모드로 정의되는 스킬은 각 캐릭터의 행동을 미리 예약하고 발동시킨다. 한번에 여러 행동을 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스킬이다. 주인공 쿠퍼의 절대적인 위기를 놓고, 4명의 동료가 동시에 행동했던 데스페라도의 명장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시도와 성공 사이를 줄다리기하는 재미를 게이머도 쉽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이코의 선택이라는 이 확장팩만을 놓고 본다면 애매한 편이다. 3개의 메인 미션과 2개의 사이드 미션, 그리고 에필로그 미션, 이렇게 총 6개의 볼륨만 있어서 2만 원대의 가격으로 구입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

개발진도 이를 인식했는지, 아이코의 선택을 출시하면서 본편인 블레이드 오브 더 쇼군을 무려 90% 할인하고 있다. 사실상 시즌패스와 함께 구입하는 딜럭스 에디션 구성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미 눈치 빠른 게이머들은 또다른 확장팩과 함께 구입할 수 있는 시즌패스 포함 에디션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아이코의 선택으로 시작하게 되면 오히려 이 게임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동시에 여러 적을 베어 버리는 무겐의 바람 가르기를 본편처럼 마음껏 사용할 기회도 별로 없고, 유키의 함정 설치 계획도 의외로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대신에 애완 너구리 구마를 풀어서 적들의 시야를 빼앗는 다쿠마 캐릭터의 사이드 미션이 있지만, 잠입 미션으로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개발진이 균형을 맞추려고 제법 타이트하게 난이도를 맞춰 놓은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사실상 아이코의 선택은 본편의 구입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게임은 여전히 창의적이고, 유연하다. 게이머가 이 기나긴 모니터링 안에서 해답을 찾기까지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머리를 긁적이고, 고개를 갸웃해도 결국은 놀라운 성취감에 이를 수밖에 없다.

개발진의 전작들 역시 모두 이런 루틴을 따라 제작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자연스럽고, 어쩔 때는 능청까지 떨며 플레이했다. 게이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본인 역시 도전 과제를 갱신하기 위해, 빠른 저장과 빠른 불러오기에 의존하기 위해 플레이 버튼을 누를 것이다. 결국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일종의 희열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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