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W,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으려면…

  • 입력 2021.11.08 12:05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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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시리즈는 뭐니 뭐니 해도 MMORPG(대규모 다중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대표격으로 불린다. 지금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들, 대부분이 리니지 시리즈의 영향력 아래에서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들이 현질을 위주로 한 업그레이드와 보상의 반복 때문에 양산형 게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회사는 기존에 출시한 게임의 제목만 바꾸고 출시한 경우도 있어서 게임성을 논할 가치도 없게 만들고 있다.

본인은 기존의 모바일 게임들을 여러 번 플레이해 봤지만, 리니지 시리즈는 처음이다.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때 리니지W는 상대적으로 시나리오에 신경쓰고 있었다. 기사와 군주, 마법사와 요정 중에 한 명을 선택해 플레이하지만, 대악마 바포메트와 대립하는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 누구를 선택하든 마법사 알리사와 함께할 것이며, 붉은 기사단의 단장 라인하르드의 영혼을 얻는 것도 동일하다. 물론 대단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기존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처럼 비슷해 보였다는 게 문제였다.

그렇다고 해서 리니지W가 기존의 MMORPG와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니다. 이 게임 역시 단순 명료한 스토리인데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불러들이고 있어서 몰입하기가 힘들다. 의외였던 건, 업그레이드와 보상의 반복이 쉬었던 기존 모바일 게임들에 비해서 불편한 점이 계속해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2021년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혹평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점을 떠나서 현질에 매몰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이제 대부분의 게이머도 알고 있는 것처럼, 국내 MMORPG에서 뛰어난 그래픽과 개성을 찾기는 힘들어졌다. 가끔 괜찮은 수집형 게임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가챠 시스템이라는 것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리니지W 역시 그런 문제를 안고는 있지만, 컷신 일부에서는 그나마 노력한 점이 엿보이고 있다. 요정이 피칠갑을 하고 있거나, 트롤이 연상되는 몬스터의 목이 두 동강 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 게임의 캐릭터들은 출생부터 피를 보고 태어난 경우가 많고, 복수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저주에 이은 보상까지 감정이입이 되다 보면, 일부 게이머는 왕좌의 게임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물론 너무 앞서갔다는 반응이 지배적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본인은 리니지 시리즈를 처음 플레이해 본 입장으로서, 이 게임에서 어느 정도 진지한 구석을 찾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 게다가 업그레이드와 보상이 무한으로 반복되는 기존의 MMORPG처럼 허술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기사와 군주 등 주인공들의 스토리라인을 겹치게 해서 시나리오를 자연스럽게 굴리게 했다는 점도 나쁘지 않았다.

기존 MMORPG에서 가장 어색한 점이 바로 업그레이드와 보상의 반복이었다.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전투는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보상을 억지로 끼어 넣다 보니 개연성이 제로에 가까운 것이다. 본인이 가장 황당했던 기억으로는 제목이 다른 두 게임의 미션 자체가 완전히 똑같았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재료를 찾는 미션이었는데, 바로 코앞에 그 비밀 장소가 있다든가, 그 재료 자체가 몬스터로 설정돼서 전투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마 일정한 턴을 두고, 전투가 존재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핑계라는 것들이 너무 성의가 없는 것이다.

리니지W는 다행히도 이런 억지는 보이지 않는다. 초반에 만나는 언데드들이나 광신도들, 모두 그만의 이유가 있다. 딱히 몰입은 되지 않지만, 최소한 전투의 목적은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길을 피해서 지나가는 아주 소소한 미션이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퀘스트 진행에서 발견됐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자동 사냥 퀘스트에서 잡몹이 보이지 않거나, 보이는 족족 다른 유저들이 잡아내고 있어서 한 마리도 못 잡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아예 잡몹이 생성되지 않는 버그도 있다고 하는데, 본인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오히려 다른 유저가 없는 상황에서 생성된 잡몹들이 무더기로 덤벼서 즉사한 경우였다. 자동 사냥 퀘스트를 마치고, NPC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본인은 이미 퀘스트 화면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목적지로 가는 중에 만나는 잡몹들이 공격을 하면, 캐릭터의 움직임 자체가 딜레이가 되면서 이동이 더뎌졌다. 잡몹들을 무시하면서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던 기존의 모바일 게임을 연상해 보면 이상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잡몹들을 처치하고 지나가면 쉽게 해결될 수 있지만, 그러한 잡몹들이 좀처럼 물러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게임이 시키는대로 레벨을 올리고, 무기와 방어구를 장착해도, 잡몹 한 마리 잡는데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렸다. 100개 이상으로 가지고 있던 포션도 체력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금방 바닥이 났다. 본인의 눈앞에 펼쳐진 리니지W의 전투는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포션 사용과 그에 따른 쿨타임이었다.

희한한 건, 잡몹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잡몹의 공격을 받으면 이동 자체가 딜레이가 된다. 잡몹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케이드 게임처럼 손을 좀 바쁘게 돌려서 피하면 다행이지만, 이 게임은 잡몹이 근처에서 공격만 하면 무조건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21세기 현대 게임에서 이런 장면을 봤다는 게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여타 게임 사이트에서는 이 게임에 등장하는 해골 몬스터가 다크소울3의 패왕 워닐이 연상된다는 말도 나온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디아블로3가 떠올랐다. 게임 자체도 비슷한 분위기였고, 전투 흐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붉은 기사단의 단장이라고 하는 라인하르드를 보고 있자니, 디아블로3에서 등장하는 해골 왕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게이머마다 느끼는 점이 다를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 게임에서 개성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이었다.

리니지 시리즈가 가장 비판을 받는 지점이 바로 지나친 사행성이다. 지난 930, 리니지W의 쇼케이스에서는 게임성보다는 과금 요소에 매진했다는 점 때문에 큰 비판을 받았다. 보통 쇼케이스라고 한다면,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나 그에 따른 기술, 진일보한 그래픽 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날 리니지W의 쇼케이스에서는 과금 요소를 제외했다는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된 것이다.

이러한 점을 떠나 게임성만 봤을 때, 리니지W는 결론적으로 다른 양산형 게임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나쁜 건 시나리오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대악마 바포메트가 부활하든, 붉은 로브의 마법사가 그 무슨 나쁜 몬스터를 깨우게 하든, 전혀 따라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컷신에 집어 넣은 그 끔찍한 피범벅이 게이머에게 각인시키려면, 좀 더 자연스러운 흐름이 필요하다. 갑자기 네크로맨서라는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고 해서 게이머의 시선을 잡지는 못 한다. 게임성과 관련 없는 주식이나 가챠 시스템이 더 이상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길 바란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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