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2 리부트 : 위메이드가 널 팔았어!

  • 입력 2018.12.05 16:31
  • 수정 2018.12.05 17:13
  • 기자명 조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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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추억의 온라인 게임들이 모바일로 출시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리니지M이나 뮤 오리진 2가 대표적이죠. 어떻게 보면 좋은 현상입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예전에 재밌게 즐겼던 온라인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다시 즐길 수 있으니 좋고,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수입원을 창출할 수가 있으니까 좋죠.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좋은 상황이 성립이 되기 위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조건! 바로 게임이 재밌어야겠죠. ‘뭐? 그 때의 명작이 돌아왔는데 알고보니까 그저 그런 양산형 게임이라고?’ 이런 반응이 나오는 순간, 원작 팬들은 등을 돌리고 회사는 타격을 입기 마련입니다.

이번 리뷰에서 다룰 ‘미르의 전설 2 리부트’도 예전에 잘 나갔던 MMORPG가 모바일로 돌아온 경우에 해당합니다. 미르의 전설 2는 무협을 배경으로 한 MMORPG로 2001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후, 중국으로 진출해서 큰 인기를 모은 게임입니다. 위키백과에 이렇게 적혀있네요. 사실 저는 잘 모릅니다. 그 당시 울티마 온라인과 디아블로2에 빠져있을 때라서, 솔직히 미르의 전설 2는 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게임을 리뷰하려고 했을 때, 과연 원작을 해보지도 않고 리부트 버전을 해도 될까 걱정을 했었죠. 근데 잠깐 해보고 나니 정말 쓸데 없는 걱정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원작과는 달리 ‘미르의 전설 2 리부트’는 그냥 중국산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더군요.

 

오프닝은 뭔가 화려하고 괜찮습니다.
오프닝은 뭔가 화려하고 괜찮습니다.

 

 

  • 어디서 본 듯한 뻔한 그래픽

잠깐 리니지M 얘기를 해보죠. 리니지M은 PC의 그래픽을 거의 그대로 모바일로 가져온 경우입니다. 그래서 다소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지만 그 덕분에 오래 전부터 즐겨온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미르의 전설 2 리부트’는 그런 점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완전히 새로운 그래픽으로 탈바꿈했거든요. 단순 이식이 아니라 리부트라는 타이틀을 달았으니 예전 그래픽을 버리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예전 IP를 계승하는 게임이라면 어느 정도의 공통 분모는 가지고 있어야 어느 정도 명분이 서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게임은 무협이라는 최소한의 공통점 외에는 원작을 계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쏟아져 나오는 중국산 무협 모바일 게임에 가깝죠. 어디서 본 듯한 배경 디자인, 흔하디 흔한 캐릭터, 다른 게임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한 그래픽 효과들을 볼 수 있습니다. 화면 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메뉴와 글자로 빼곡하게 덮혀있어서 자기 캐릭터가 지금 어디있는지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이거든요. 그나마 상단과 하단 메뉴를 숨길 수 있고 스킬 발동 효과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알아보기 불편한 건 여전합니다. 사실 이런 불편함도 중국산 모바일 RPG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죠.

 

직업 선택 화면 입니다. 이런 게임들은 날개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직업 선택 화면 입니다. 이런 게임들은 날개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 흔하디 흔한 진행방식과 부실한 콘텐츠

여러분이 만약 양산형 모바일 RPG를 해보셨다면, 이 게임도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캐릭터의 성별과 그다지 의미 없는 직업을 고른 뒤에, 별다른 스토리가 담겨있지 않는 단순한 반복 퀘스트를 받고 아까 잡았던 적을 또 잡으러 가는 방식이죠. 원작 미르의 전설 2에서 보여줬던 인간과 마물의 대결 같은 스토리는 이 게임에서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자동 진행으로 알아서 퀘스트를 받고 알아서 전투하고 빨리 빨리 레벨업 하는 과정만 지켜볼 뿐이거든요. 이 자동 진행 마저도 가끔 끊어질 때가 있어서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가방이 가득 차면 수동으로 비워줘야 해서, 완전 자동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동으로 조작하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괴상한 게임플레이가 완성됩니다.

콘텐츠의 종류는 꽤 다양한 편입니다. 보스전과 무공 시스템처럼 다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공성전, 유저간 PK, 1:1 거래 기능도 갖추고 있어서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풍성해 보입니다. 하지만 레벨 제한과 VIP 시스템 때문에 이 콘텐츠들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레벨 제한이 문제인데, 이 게임은 60 레벨까지는 다른 게임에 비해서 굉장히 빨리 올라갑니다. 그래서 초반엔 레벨을 올리는 재미가 있고 그에 따라 해금되는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도 생기는 편이죠. 그런데 그 뒤에는 갑자기 크게 체감될 정도로 레벨이 안 올라서 경험치 부스터 같은 아이템을 구입해야 원활하게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금을 꾸준히 결제해줘야 콘텐츠를 해금할 수 있는 거죠. 또한, PK와 1:1 거래 시스템도 VIP를 달아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어서,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일까 궁금해서 잠깐 둘러보려고 들어온 사람들은 구경하기도 힘듭니다.

 

역시 뭐가 뭔지 알아보기 힘든 게임 화면입니다. 좀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설계했으면 어땠을까요?
역시 뭐가 뭔지 알아보기 힘든 게임 화면입니다. 좀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설계했으면 어땠을까요?

 

 

  • 마치며

게임을 플레이 해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뭘 이런 걸 리부트라고 내놨나.” 그래서 조사를 좀 해봤죠. 알아보니까 원작 미르의 전설 2의 판권을 가지고 있던 위메이드에서 게임펍이라는 회사에 IP 사용허가를 내줬고, 게임펍에서는 자사의 게임인 ‘최전기’라는 게임을 한국에 출시할 때 ‘미르의 전설 2 리부트’라고 이름을 바꿔서 출시한 것이었습니다. 최전기라는 게임이 미르의 전설 2를 기반으로 했다고 말은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보니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리부트라는 게임은 원작 미르의 전설 2와는 그다지 큰 연관성이 없는 셈이죠. 원작이 가지고 있는 유명세를 이용해서 중국산 게임을 한국에 좀 더 많이 팔아보려 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원작의 팬이 얼마나 있는지 아직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굉장히 화가 나겠죠. 자기가 아끼고 사랑했던 게임이 리부트되서 나온다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그냥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중국산 VIP 모바일 게임에 미르의 전설이라는 이름만 갖다 붙인 셈이니까요. 위메이드는 단순히 자신들의 자산을 팔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원작 팬들의 추억까지 헐값에 팔아 넘긴 겁니다. 만화 베르세르크의 명대사 ‘감비노가 널 팔았어!’처럼요.

그리고 원작을 잘 모르는 제가 그냥 순수하게 게임만 놓고 봐도 절대 좋게 볼 수 없는 작품입니다. 아니, 이런 게임에 작품이라는 단어를 쉽게 써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다른 양산형 게임과 완전히 같은 진행 방식, 완전히 같은 메뉴 구성, 어디서 본 듯한 배경과 캐릭터들, 다른 게임에서 그대로 복사해온 듯한 그래픽 효과들까지. 그리고 꾸준히 결제해줘야 하는 돈에 비해서 준비된 콘텐츠는 부실하니, 도대체 왜 이 게임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지간하면 리뷰에 장점 몇 개는 적는 편인데, 적을 장점이 딱히 없군요. 그나마 초반 레벨업이 빠르다는 정도? 본인이 중국산 양산형 VIP 모바일 게임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면 한번 정도 플레이 해볼 가치가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피해야 할 게임입니다.

 

뭘 할려고 해도 전부 돈 내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뭘 할려고 해도 전부 돈 내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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