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불타고 계십니다" 화재 진압 출동! PC 'EMBR' 리뷰
"지금 불타고 계십니다" 화재 진압 출동! PC 'EMBR' 리뷰
  • 더키드
  • 승인 2021.10.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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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레이드나 던전을 돌다가 도망치고 싶은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한번 구성된 파티에서 중간에 '탈주'한다는 것은 다른 파티원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다. 하지만, 더 버티다가는 '인간 혐오'에 걸려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럴 때 탈출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인정되지만, 누구나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는 문장. 바로 '집에 불났어요' 다. 그런데 얼마 전 실제로 그것이 일어나 버렸다. 내가 사는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화재 경보 알람이 한동안 요란하게 울려댔는데도 나는 '어? 진짜 불났나? 이거 그러면 다음 주에 또 와야 하나?' 이런 멍청한 고민을 했다.

다행히 불은 크게 번지지 않았고, 소방차도 빠르게 도착했다. 내가 놀랐던 것은 나 말고도 화재 경보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이다. 1층으로 대피했던 사람들 대부분 '뭐야 진짜였어?'라는 반응이었다.

 

화재. 그리고 경고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안전불감증. 이런 문제를 다룬 '소방' 게임이 하나 있다.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게임 'EMBR' 다. 게임이 다루는 내용은 현실에서 굉장히 무서운 사고지만, 플레이는 굉장히 유쾌하고 가볍다. 개인적으로 '안전불감증'을 꼬집는 듯한 방식이 맘에 든다.

'엠버'에서 플레이어는 트레이닝 센터를 이제 막 마친 신입 소방대원이다. 간단한 조작과 튜토리얼을 배우고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굵직한 스토리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엠버'는 '화재 대응 전문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도가 스토리의 전부다. 

 

튜토리얼이 끝나면 스마트폰 형태의 화면에서 스테이지를 고를 수 있다. 여기에서 지역의 화재 상황과 임무를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스테이지는 목표가 조금씩 다르다. 스테이지는 한 번 클리어하면 끝나지 않고, 언제든 다시 플레이할 수 있다. 이때는 일종의 도전과제처럼 다양한 임무와 보상이 해금된다.

 

기본 설정된 난이도는 쉬움이지만, 조금 더 도전적인 플레이를 원한다면 난이도를 어려움으로 바꿀 수 있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 시점은 1인칭 고정이고, FPS에 멀미를 느끼는 게이머, 피지컬에 자신이 없는 게이머도 얼마든지 쉽게 플레이 할 수 있을 만큼 난이도가 낮다. 진행 자체만 놓고 본다면 '도전'보다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쥬얼 게임이다.

귀엽고 말랑말랑한 그래픽이지만 어쨌든 플레이어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화재' 현장이다. 그만큼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를 위협 요소로 가득하다. 당연히 불을 빨리 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방법은 쉽다. 불이 번지는 곳에 물을 쏘기만 하면 된다. 물론, 후반부에는 소화기, 스프링클러, 아이스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일단 초반에는 화장실이나 주방에서 물을 충전해 불을 꺼야 한다. 

 

화재와 함께 전기 피해도 조심해야 한다. 전기가 흐르는 지역은 스위치를 끄는 게 좋다. 전류가 흐르는 걸 그대로 두면, 플레이어가 지속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오브젝트를 가동하기 위해서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처음에는 빠르게 판단하기 어려우니 스파크가 튀는 곳이라면 우선 '차단'부터 하는 게 좋다.

 

다음은 가스. 가스는 플레이어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위협요소다. 주변의 환풍기나 선풍기 같은 오브젝트를 가동해서 가스를 날려 보내야 한다. 불, 전기 가스 외에도 가연성 물질의 드럼통이 폭발하거나, 화재로 인해 건물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물 쏴서 불 끄기' 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위험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화재 진압만큼 중요한 것은 구출이다. 이 구출은 고객이 될 수도 있고, 플레이어의 장비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돈이 될 수도 있다. 우선은 사람부터 구해야 한다. 각각의 미션에는 구출해야 할 고객이 정해져 있지만, 집안 어딘가에 다른 사람들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모두를 안전하게 구출하면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NPC'의 태도다. '엠버'에 등장하는 고객들은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가구들이 불타고, 방안 곳곳에서 뭔가 터지고 있는데 화장실의 변기에 앉아서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다. 화재 경보음이 알려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안전 불감증'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고객을 구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집어 들어서 안전구역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된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물건은 무조건 건질 필요까진 없다. 일종의 '추가 옵션'이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특정 금액 이상을 모으기' 같은 미션이 있지만, 대부분은 일단 고객부터 구출하는 게 메인 임무다.

처음부터 모든 스테이지를 완벽하게 클리어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한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도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지를 다시 도전할 때에는 코인과 다이아몬드를 수집할 수 있다. 이때의 미션은 '구출' 외에도 '특정한 물건 구하기' '집안의 구조물을 최소한으로 파괴하기' '무작정 탈출하기' 등 다양한 조건이 부여된다. 이때 얻은 재화는 특정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할 때 사용한다.

 

뭔가 특별한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게이머들을 위한 미션도 준비되어 있다. 일일 퀘스트와 주간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더 많은 재화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뭔가 동기부여가 된다거나 색다른 재미가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단순히 '숙제' 정도일 뿐이다.

 

'소방' 이라는 컨셉은 좋지만, 사실 그다지 특별한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엠버'에 그나마 흥미를 갖게 된다면 멀티플레이 때문일 것이다. 멀티플레이는 최대 4명의 인원이 참여할 수 있다. 따로 채팅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핑'을 찍는 것 정도의 의사소통만 할 수 있다. 따로 국내 서버는 없고 글로벌 서버로 운영된다. 매칭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바로 되는 편이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체력이 모두 소진된 팀원을 구해줄 수 있다. 대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임무에 실패한다. 멀티플레이에서 호스트가 아닌 크루로 참가하면 스테이지를 선택할 수 없다. 무작위로 선택된 미션을 함께 진행하고, 함께 달성한 만큼 그 결과도 같이 적용된다.

캐릭터가 귀엽고 보기 편하지만, 그래픽은 아쉽다. 화려한 그래픽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밋밋하게 느껴질 것이다. 불이 번질 때, 도끼로 문을 부쉈을 때,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을 때 등 다양한 상황의 이펙트가 단조롭다. '카툰' 풍의 그래픽을 선택했으니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다.

 

진짜 문제는 고객을 구출하거나, 다른 물건을 집어 들었을 때의 상호작용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다. 물건을 집어 들고 조금만 뛰거나 움직여도 휙휙 날아가 버린다. 흔히 '물리 엔진 버그' 같은 현상들이 모든 오브젝트에서 발생한다. '엠버'에서 '구출'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이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다 보니 게임이 더 가볍게 느껴진다. 특히 멀티플레이에서는 핑까지 맞지 않아서 캐릭터의 위치 판정, 마구 날뛰는 오브젝트의 움직임 등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엠버'는 쉽고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오랫동안 할만한 요소가 부족한 게임이다. '화재 진압과 인명 구출'을 주제로 하는 것 외에는 신선한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파고들만 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의 진행 방식이나 시스템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런 색감의 그래픽에 쉽고 간편한 조작의 1인칭 게임은 너무 많다. '소방'이라는 컨셉이 흥미롭긴 하지만, 몇 판 하고 나면 '게임 다 했네'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질린다.

 

스테이지에도 약간의 변화만 있을 뿐이지 하는 것은 똑같다.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멀티플레이도 처음 몇 번은 재미있지만, 계속해보면 다른 상대방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분명 게임을 하고 있는데도 심심함이 느껴진다.

 

'엠버'는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굉장히 심하게 갈릴만한 게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쉽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아케이드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더 밋밋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어렵고 복잡한 게임으로 지친 게이머가 '쉬어 간다' 는 느낌으로 잠깐 해볼 만한 게임이다. '불 끄기? 뭔가 재밌겠는데?' 하고 시작했다가는 '뭐야? 이게 다야?' 분명 실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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