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을 이어온 전통 JRPG의 맛! PC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 리뷰

  • 입력 2021.09.16 12:51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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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기념!' '20주년 특별 기획!' 이런 수식어가 붙는 게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건드려본 게임이 워낙 많다 보니, 어지간한 게임은 '이야 이 시리즈 아직도 나오네. 벌써 20주년이야?' 하며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내게도 취향이 있다 보니, 모든 게임을 이렇게 축하와 반가움으로 맞이할 수는 없다. 간혹 '이건 뭐 하는 게임이지? 하는 사람이 많나?' 생소한 시리즈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이거 재밌나? 찍먹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최근에는 '1편도 안 해봤는데, 지금부터 해봐야 뭘 알겠어' 라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뭔가 그동안의 시리즈를 못 해본 것에 큰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사실 막상 이런 시리즈는 해보고 나면,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몰라도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 마주한 게임은 과감하게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올해로 25년째 이야기를 이어가는 '테일즈' 시리즈인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다. 아마 게이머들이라면 '반다이 남코의 테일즈 뭐시기' 정도로 한 번쯤은 지나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많은 게이머가 이 게임을 사랑하고 플레이했기에, 나 같은 뉴비가 용기를 가지고, 처음 이 시리즈에 뒤늦게나마 입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는 'JRPG'에 대한 나의 편협한 시각과 확고한 취향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아직도 내 기억 속의 'JRPG'란 '팔콤, 하얀마녀, 주홍물방울, 가가브' 같은 '영웅전설'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25년을 이어온 '테일즈' 시리즈는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이번 신작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는 어떤 재미를 준비했을지, 나 같은 뉴비들도 새롭게 빠져들 만한 게임인지 한 번 살펴보자.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는 인접한 두 행성 '레나'와 '다나'에서 시작한다.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 두 행성은 서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 있다. 300년 전, '레나'는 고도로 발달한 마법을 바탕으로 '다나'를 침략하고 지배한다. 그리고 이 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조작하게 되는 캐릭터는 '철가면'이다. 뒤에 이름과 기억이 되살아나지만, '철가면'은 자신이 왜 가면을 쓰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 남자다. '레나'인들에게 자신의 삶이 억압받고,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철가면'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레나'의 소녀 '시온'의 탈출을 돕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사는 '카라글리아'의 해방을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스토리는 전형적인 'JRPG'식 '구원'을 주제로 한다. 현재 '다나'는 다섯 명의 '영장'이 나눠서 통치하고 있다. '철가면'과 '시온'은 이 영장을 쓰러트리는 것이 목표이고,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300년 동안 왜 이런 관계가 계속되는지 밝히고,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가?' '나는 왜 그 사람들을 해방하려고 하는가?' '나의 선택은 옳은 것인가?' 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내가 그들을 도와주겠어!' 라는 전형적인 용사의 마인드의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만나 함께 여행하는 동료들. 사실 '세상 구하기'가 없는 'RPG'가 드물겠지만, 한가지 꼭 알아둬야 할 것은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는 '전통적인 JRPG의 맛'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코드가 맞지 않는 게이머라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캐릭터의 대사나 연출에서 특유의 닭살 돋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는 애니메이션과 인게임 컷신, 중간중간 만화책 같은 연출의 '스킷'이 자주 등장한다. 게임의 흐름이라는 것만 놓고 봤을 때는 애니메이션이 나왔다가, 컷신도 나오다가, 만화책도 봐야하기 때문에 게임에만 몰입하기는 조금 어렵다. 내가 느끼기에는 '뭐 이런 거 까지 보여주나?' 하는 구간도 많았는데, 크게 의미를 둘 필요 없는 이야기들도 보여줄 때가 있다. 

 

대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살펴보고, 각각의 관계를 관찰하기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볼거리가 많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각각의 사연이 있지만, 메인 스토리 진행 중에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게임 진행 중간중간 등장하는 '스킷'이나, 휴식 구간에서 따로 대화하면서 확인해볼 수 있다.

 

여기도 개인적인 취향이 맞아야 한다. 뭔가 고상하고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는 척하지만, 사실 '세상 구하는 용사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둘러댈 뿐이라 새로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계속 강조한 것처럼 전형적인 'JRPG'의 내용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서 지겹도록 본 내용이 많아서, 뭔가 색다른 전개를 원했다면 별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게임은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면서 진행하고, 각 거점이나 맵에서 NPC에게 서브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그 수가 많지 않다. '느낌표의 지옥'을 보여주는 다른 RPG와 비교했을 때는 거의 없는 수준이나 마찬가지다. 필드는 구역별로 나뉘어 있다. 필드에서 각종 아이템을 채집, 채광할 수 있고 보물상자에서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한번 지나온 구역은 '패스트 트레블'로 즉시 이동할 수 있다. 

 

전투는 필드를 어슬렁거리는 적 '즈굴'과 맞닥뜨리게 되면 곧바로 진행한다. 주변의 지형과 관계없이 '인카운터' 방식으로 필드가 바뀐다. 그렇다고 완전히 개방된 것은 아니다. 제한된 범위내에서 적들과 전투를 진행한다. 맵에 보인다고 무작정 붙기보다는, 어느 정도 레벨차이가 나고 '잔몹'이라고 생각되는 '즈굴'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이 좋다.

전투 진행은 내 기준에서 최근 했었던 '파이털 판타지 7 리메이크'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편성된 팀 중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선택해 직접 조작하고, 나머지 캐릭터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지 행동을 설정해주는 방식이다. 중간중간 적의 타겟을 지정해주거나 특정 스킬을 사용하게 할 수 있고, 다른 캐릭터로 바꿀 수 있다.

 

점프와 회피로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직접 방어하거나 패링은 없다. 대신,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를 하면 '저스트 회피'가 발동해 바로 반격할 수도 있다. 직접 조작하는 캐릭터는 3번의 평타로 콤보 공격을 할 수 있고, 스킬은 3종류를 사용할 수 있다.

스킬은 마나 대신 '아츠 게이지'인 'AG' 포인트를 소모한다. 'AG' 포인트는 공격 중에는 회복이 느려지지만, 다양한 특성을 찍으면 쿨타임을 빠르게 단축할 수 있다. 스킬의 사용은 비교적 자유롭다. 단, 같은 유형의 스킬을 4회 이상 사용할 경우엔 그 위력이 크게 감소한다.

 

피해를 많이 받아서 빈사 상태가 되기 직전이거나, '저스트 회피'에 자주 성공하면 '오버리미트' 상태가 된다. 이때는 특정 시간 동안 스킬을 사용해도 'AG'가 소모되지 않는다. 이 '오버리미트' 되면 '비오의'라는 특수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데, 강력한 만큼 한 번 사용하면 '오버리미트'상태는 해제된다.

 

스킬은 많이 사용할수록 등급이 올라가고, 위력도 강해진다. 캐릭터마다 스킬의 발동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나의 캐릭터만 조작한다면 상관없겠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플레이하려면 각각의 전투 방식을 익힐 필요가 있다.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 전투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차단' 혹은 '카운터 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부스트 어택'이다. 간혹 무식하게 높은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강력한 마법을 시전하는 적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각 케릭터 고유의 '부스트 어택'으로 끊어줄 수 있다. 특히 강력한 적들은 약점을 숨기고 있다. 괜히 엉뚱한 곳을 때려봐야 큰 대미지가 안 들어가기 때문에 '부스트 어택'을 활용해 약점이 어딘지를 찾아내서 집중 공략해야 한다.

 

가장 강력한 공격은 '부스트 스트라이크'다. '부스트 스트라이크'는 적에게 평타와 각종 스킬을 최대한 연결하고, 효율적인 공격을 넣으면 발동시킬 수 있는 '협동 공격'이다. 일단 '부스트 스트라이크'는 적의 HP가 거의 바닥일 때 발동한다. 일단 발동이 되면 광역대미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여러 명의 적을 상대할 때에는 '부스트 스트라이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보낼 놈은 보내고, 옆에 있는 놈은 대미지를 준다'는 식으로 전투를 풀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체력은 전투 중에 회복 아이템을 사용해 회복할 수 있다. 회복 스킬로 체력을 회복하거나, 소생시킬 때는 'AG' 대신 '큐어 포인트'인 'CP'를 사용한다. 회복과 소생에만 사용되는 전용 마나와 같은 개념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사용하는 모든 회복기술은 하나의 'CP'를 공유한다.

전투만 놓고 본다면 묵직한 타격감이나 칼 타이밍의 패링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굵고 무거운 느낌보다는 다양한 스킬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잘게 썰어가는 화려함에 가깝다. 적의 공격에 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스태미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도 비교적 자유롭다. 대상에게 락온을 잡아놓고, 한방씩 주고받는 전투를 원하는 게이머라면 아마 취향에 맞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정신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초반 동료의 수가 적고, 마주하는 '즈굴'도 별다른 기술 없이 평타만 주고받을 때는 전투의 진행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후반부 동료들도 많아지고, 등장하는 적들도 온갖 스킬을 써댄다. 여기에 캐릭터의 대사와 스킬 효과음이 뒤섞인다. 시끄럽고 번잡하다.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를 하면서 놀랐던 점은 '모바일'의 시스템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전투에 '오토' 모드가 있는데, 쉽게 말해 '자동 전투'가 된다는 뜻이다. '콘솔에 근본을 둔 게임도 이제는 자동을 도입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꾸준히 'DLC'를 강조하는 것도 거슬린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은 아니지만, '성장 패키지'와 '비주얼 아이템'을 꾸준히 강조한다. 콘솔과 모바일은 정반대 성격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등장하는 게임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는 확실한 취향을 담을 게임이다. '테일즈' 시리즈가 이어온 'JRPG', 그리고 이 게임을 아직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담아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25주년을 기념하고, 이어가는 작품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새롭게 'JRPG'에 입문해보고 싶은 게이머에게도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는 아주 좋은 선택지다. '니가 제대로 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의 '제대로'가, 25년의 전통을 이어온 'JRPG'가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조금은 변화를 준 게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감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게이머라면 분명 후회하진 않을 게임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고 해도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JRPG' 특유의 감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있거나,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솔직히 '중2병 가득 담은 일본 게임'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테일즈' 시리즈가 '이거는 왜 계속 나오지? 재밌나?'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자신의 라이브러리에 새로 추가하게 될 계기가 될지를 고민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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