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첫인상! 보기 드문 액션 MMORPG. PC '블레스 언리쉬드' 리뷰

  • 입력 2021.08.17 12:3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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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한다' 예전에는 당연한 말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특히 지금의 국내 MMORPG의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2021년의 MMORPG는 자동으로 길을 찾아주고, 자동으로 퀘스트를 진행하며, 심지어 전투까지 모두 자동으로 진행한다. 그저 클릭 혹은 터치만 몇 번으로 '감상'만 해도 자신의 캐릭터가 성장한다.

 

이런 변화와 트렌드를 반기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그게 무슨 게임이냐' 며 심기가 불편한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게임은 직접 해야 맛이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근 국내의 MMORPG에 흥미를 가져본 기억이 없다.

이번에 소개할 '블레스 언리쉬드' 역시 '그저 그런 K-MMORPG'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블레스'와 떼놓을 수 없는 숫자 '700억'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기존과는 다른 '콘솔 근본'의 게임이라는 것을 지난 겨울부터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도 '예전의 그 블레스가 아니다. 언리쉬드는 전혀 새로운 게임' 이라는 건, 그냥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요즘 나오는 게임치고 '대작, 이전과는 다른 모습, 새로운 시도' 를 안 붙이는 게임이 없으니 말이다.

'바뀌어 봤자 얼마나 바뀌겠어'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직접 플레이를 해보니 지금까지의 MMORPG와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보인다. 그 차이가 확실하다. 딱 잘라 말하면, 플레이어를 굉장히 귀찮게 하고 불친절하다. 국내 MMORPG의 '자동'에 물든 게이머들에게는 '건방지다' 라는 느낌을 줄 정도다.

'블레스 언리쉬드'는 '근본의 방식'을 고집한다. 게임의 전반적인 컨셉은 '서양 중세 판타지'다. '거너'나 '무도가' 같은 건 없다. 선택할 수 있는 클래스나 종족도 그다지 많지 않다. 클래스는 '버서커' '가디언' '메이지' '프리스트' '레인저' 5개로 나뉘고, 종족은 '인간' '엘프' '루푸스' '마스쿠' 구성된다. 뭔가 많아 보이지만 자세히보면 플레이어의 취향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클래스마다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버서커'는 '루프스'라는 수인형 캐릭터만 할 수 있고, '레인저'는 '엘프'로 고정된다.

 

캐릭터의 외형만 보면,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확실히 한국 감성의 미남미녀 캐릭터가 아니다. 물론 커스터마이징으로 어느 정도 보정할 순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블레스 언리쉬드'는 '북미 감성'이 짙게 묻어있다. 잘생기고, 예쁘고, 귀여운 것보다는 '개성'에 더 집중했다. '프리셋'의 종류만 봐도 느껴진다. 과감하다. '이런 걸 원할 거 같아서 준비했어' 개발사가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시작부터 고인물' 생각이 드는 프리셋도 몇가지 보인다.

'커스터마이징'에서 느껴지는 '블레스 언리쉬드'만의 감성은 '전투'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가장 놀란 부분이 '액션'이다. 그 근본을 콘솔에 두고 있는 게임인 만큼, 모든 전투는 플레이어가 직접 해야 한다. 콘솔 특유의 3인칭 액션을 온라인 MMORPG에 담아냈고, 타격감이나 전투의 긴장감은 지금까지의 게임과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아무 생각 없이 1234만 눌렀던 전투방식은 없다. '블레스 언리쉬드'에서는 필드의 잡몹이라도 락온을 한 채로, 직접 버튼이나 키보드를 눌러가며 하나씩 콤보를 쌓아야 한다. '이거 몹 하나 잡는데 뭐 이렇게 불편하고 오래 걸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동안 '몰아서 광치기'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1:1전투, '콘솔 근본'의 긴장감이 전해진다.

'콤보' 공격은 버튼을 누르는 순서에 따라 공격의 형태와 그 속성이 바뀐다. 공격의 순서를 다양하게 변화하며,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블레스 언리쉬드' 전투의 특징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를 추구하던 기존의 방식과 전혀 반대에 있다. 스킬도 총 4가지만 등록할 수 있을 정도로 많지가 않다.

 

1:1을 기본으로 하다 보니, 몬스터의 체력을 조금씩 줄이면서 정확한 타이밍에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적의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 강력한 한방이 올 거 같으면 하던 공격을 멈추고 피하는 게 우선이다. '한 대만 더 때려야지' 라는 욕심을 내면 맞는다. 어떻게 보면 '소울류'와 닮았다. 콤보와 스킬로 공격을 넣는 것보다는 항상 피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일단 콤보가 이어지면, 공격 도중에는 캔슬을 할 수 없다.

전투에서 중요한 시스템은 게임 타이틀을 딴 '블레스'다. '블레스'는 클래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특성' 같은 개념이다. '메이지'를 기준으로 한다면 '화염' '냉기' '비전'의 3가지 특성 중 하나를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어떤 '블레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스킬도 바뀐다.

 

'블레스'는 특성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이때 '블레스의 숨결'이란 아이템이 필요하다. 높은 레벨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등급의 '숨결'이 필요하다. 이 '숨결'은 파밍으로 얻을 수도 있고, '태고의 제단'이란 메뉴에서 뽑기로 얻을 수 있다. 

 

무조건 내 클래스의 숨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각각 클래스의 숨결이 무작위로 나오는데, 다른 클래스의 숨결은 '거래소'에 올려 좋은 값으로 팔 수 있다. 가장 확실한 획득 방법은 바로 K-MMORPG의 방식인 '합성'이다.

'블레스 언리쉬드' 만의 전투 액션은 다른 유저들과 함께 할 수도 있다. 특히 필드의 정예 몬스터를 사냥할 때는 그 재미가 느껴진다. 그동안 해왔던 1:1과는 또 다른 '혼돈의 맛'이 있다. 정예 몬스터는 체력과 공격력이 상당히 높다. 한 두명 으로는 잡을 수도 없고, 멋모르고 혼자서 달려들면 바로 빈사 상태가 된다.

 

필드의 정예 몬스터가 젠되는 곳에는 항상 다른 플레이어들이 기다리고 있다. 놀란 건 20명이 넘는 많은 플레이어가 각각의 스킬을 퍼붓는데도, 심한 렉이 없다는 점이다. 나름 안정적이다. 게임이 멈춘다거나 다른 플레이어가 안 보이는 등의 현상은 없다. 다른 게임에서 이 정도의 인원이 몰렸다면, 검은색의 그림자 형태나 이름표만 둥둥 떠다니며 표시되었을 것이다. 덕분에 많은 정신없는 대규모 전투의 맛은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블레스 언리쉬드' 에서 만나는 NPC는 대부분 '서브 퀘스트'를 던져준다. 맵의 특정 구간에 들어가면, 지역 퀘스트가 자동으로 수락되기도 한다. 내용은 대부분 사냥이나 채집이다. 스토리 몰입에 도움을 주는 장치가 아니라, 단순히 '붙잡고 늘어지겠다'는 느낌이다.

 

'잡다한' 느낌이라 그냥 건너뛰면 좋겠지만, '스킬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나중에는 '이거 어디서 받은 거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퀘스트의 늪에 빠질 수가 있다. 특히, '퀘스트 중독자' 성향의 플레이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서브 퀘스트'에 한 번 얽히게 되면, '여기 어디? 나 지금 뭐 하고 있었지?'의 순간이 온다. 물량에는 자비가 없지만, '이동'에는 굉장히 관대하다. '블레스 언리쉬드'에서 가장 시스템 중 하나는 바로 '솟대'다. '솟대'를 사용하면 내가 어디에 있든 활성화된 다른 '솟대'로 즉시 '순간이동' 할 수 있다.

 

덕분에 퀘스트의 동선이 짧고, 편리하다. 탈것을 타고 직접 뛰어야 하는 구간이 길지 않다. '솟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솟대 이용권'이나 골드가 필요하다. 골드의 경우, 레벨이 높아질수록 비용이 조금씩 증가한다. 대신, '솟대'를 찾아가서 직접 사용하면, 비용이 조금 줄어든다.

'블레스 언리쉬드'의 파티 플레이는 '매칭'에서 경험해 볼 수 있다. '매칭'은 인스턴스 던전에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다. 처음 던전은 2인이 참여하는 '아레나' 형태다. 강력한 보스가 하나 나오고, 둘이서 보스를 열심히 때려잡으면 된다. 퍼센트, 길 찾기 등은 필요 없고 보스의 패턴을 피하면서 딜하는 게 전부다.

 

일반적인 MMORPG의 5인 파티 던전은 15레벨 이상이 되어야 참여할 수 있다. '던전' 콘텐츠도 중간에 자잘한 몹들만 추가될 뿐이지, 따지고 보면 보스전을 계속하는 것과 다름없다. 역시 딱히 '공략'이라고 할만한 난이도가 없고, '탱커' '딜러' '힐러'의 조합을 맞추지 않아도 되어 편리하다.

 

'매칭'은 처음 몇 번은 할만하지만 여러 반복하기에는 지루하다. '파밍'이 목적이라면 참아야겠지만, '재미'를 놓고 본다면 필드의 정예 몹들을 찾아가는 것이 더 빠르고 쉽다. '매칭'에서만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보상이나 기믹을 사용하는 방법이 추가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블레스 언리쉬드'가 내세웠던 '전투는 다르다'는 확실히 느껴진다. 특히 키보드와 마우스보다 게임 패드로 플레이했을 때, 개발사가 추구한 전투의 손맛이 확실하게 전달된다. 다만, 그동안 국내 MMORPG 특유의 '자동' 방식에 익숙해져 버린 게이머들이 과연 변화를 좋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재 MMORPG가 추구하는 '빠른 템포'와도 맞지 않는다. '유저가 조작을 직접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르게 보면 '과거의 방식'을 따르며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블레스 언리쉬드'는 유저들이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얼마나 많은 유저가 찬성할지는 모르겠으나, '직접 전투'의 가치와 재미를 추구하던 게이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블레스 언리쉬드'는 지금까지 해봤던 수많은 '국산 MMORPG' 처럼 큰 틀은 똑같고, 그럴싸하게 껍데만 바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콘텐츠가 'K-MMORPG'의 형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 익숙했던 방식이 보인다. 하지만, 액션'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다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블레스 언리쉬드'를 플레이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블레스 언리쉬드'의 매력은 과감함과 당돌함이다. 앞으로 많은 변화를 거듭하겠지만, 초심의 색깔은 잃지 않았으면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근본 있는 전투 액션의 색깔만큼은 타협 없이, 끝까지 지켜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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