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죽고, 또 죽여! 어느덧 세 번째 오크 학살. PC '오크 머스트 다이 3' 리뷰

  • 입력 2021.08.02 12:41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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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 없고 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소식을 알게 되는 게임이 있다. '이거 신작 또 나왔나 보네?' 하는 게임. 학교나 회사에서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어디 소속의 누구인지는 아는 정도. 그렇지만 또 인사는 하지 않는 정도의 게임. 게이머라면 이런 게임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게임, 메타스코어 80 이상의 게임을 해볼 수 있다면야 가장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굳이 인기와는 상관없이 취향의 문제다. 특히나 하나의 장르만 파는 '장인형'의 게이머에게 취향은 중요한 문제다. '남들은 다 해봤는데 나는 아직 안 해봤어. 명작이라고는 하는데 나는 별로' 그러면서 '언젠가는 해봐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그 생각에만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게도 그런 게임들이 몇몇 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게임이 바로 그 게임 중에 하나다. 평소에 '스팀 특별 할인' 팝업에서나 이름을 봤을 뿐인 그 게임. 바로 '오크 머스트 다이 3' 다. 솔직히 이 게임의 장르가 어떤지, 또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동안 멀리서 보기만 하던 게임. 이름은 들어봤지만 첫 만남이다.

'3인칭 액션' 까지는 짐작을 했었으나, 여기에 '디펜스'가 섞여 있을 줄은 몰랐다. 해봐야 '무쌍류 '나 '둠' '기어스 오브 워' 같은 화끈한 게임일 거로 생각했다. 일단 쏘고 터트리는 '무지성 액션'일 줄 알았으나, '액션'과 함께 '전략'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오크 머스트 다이3'는 기본적으로 밀려오는 오크를 막는 '디펜스' 게임이다. 각종 함정을 설치해서 각각의 스테이지마다 주어진 '웨이브'를 끝까지 막아내면 승리한다. 여기에 플레이어는 무기와 스킬을 사용해 오크를 박살 낼 수 있다. 

 

'3인칭 슈팅'과 '디펜스'의 독특한 조합 덕분에, 게이머는 오크의 진격로에 맞춰 함정을 설치해야 하고, 오크가 핵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격해야 한다. 전략과 전술, 뇌지컬과 피지컬을 동시에 요구하는 게임이다. 

먼저 느껴지는 것은 '양키 센스'의 그래픽과 한국어 더빙이다. 그래픽은 게이머의 취향을 타는 '북미식' 때깔이지만 깔끔하다. 오브젝트나 캐릭터들도 큼직큼직하고 직관적이다. 여기에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한국어가 기본으로 나오고, 등장하는 오크와 캐릭터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성우의 목소리를 낸다.

 

하나 아쉬운 점은 '폰트'. 전형적인 '중국산 모바일 게임'의 폰트를 사용했다.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온 게임이고, '오크 머스트 다이 3'가 추구했던 고유의 느낌일 것이다. 중국산 게임 특유의 글자체 때문에 본의 아니게 '모바일 스럽네' 의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디펜스' 게임인 만큼 오브젝트의 '색깔 놀이' 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그래도 등장하는 오크들이나 캐릭터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한 것은 보인다. 독특한 장르의 조합을 3편까지 낸 만큼, 기본이 탄탄한 게임이란 게 느껴진다.

기본으로 익혀야 할 것은 우선 '함정'이다. '함정'은 설치할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다. 바닥과 기둥의 벽, 그리고 천장에 설치할 수 있다. 스테이지마다 설치할 수 있는 '함정'은 제한된다. 특히 야외의 개방된 공간에서는 바닥 형태의 함정을 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함정'에는 각각 고유한 공격속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비전' '번개' '산성' '화염' '석화' 등 속성은 오크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지속 도트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물론, 직접 공격하지 않고, 주변의 지형을 사용해 오크를 없앨 수도 있다. 주변의 절벽이나 스테이즈의 분쇄기 같은 지형을 사용하면, 플레이어가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오크를 지워버릴 수 있다.

 

'함정'은 스테이지 클리어 시 얻는 '해골'로 구매와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는 함정의 작동 시간이나 비용감소 등의 기본 레벨업과 특정 수의 오크를 제거해야만 해금되는 고유 업그레이드를 구입할 수 있다. 고유 업그레이드는 함정의 속성 변경이나 시너지효과, 데미지 증가 등이다. 

'함정'은 효율이 높고, 스테이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바닥 형을 먼저 사는 것이 좋다. 벽이나 천장에 설치하는 함정은 사용하기 어려운 스테이지가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를 설치하기보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을 배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어느 정도 '레벨 업그레이드'와 '고유 업그레이드'가 갖춰진 '함정'의 공격력은 오크에게 강력한 피해를 준다. 

 

예를 들자면, '타르 바닥' 함정의 화염 피해가 증가 업그레이드와 '용암'의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천장 레이저'의 화염 피해 속성 부여 등의 업그레이드를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있다. 각각의 함정이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 파악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 방어에도 더 편하다.

 

그렇다고 마냥 '원툴'로 밀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리즈를 3편까지 낸 게임답게 이런 방식을 예상한 듯,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유형의 함정을 사용하게끔 했다. 지형뿐만이 아니다. 오크들도 점점 진화하고 까다로워진다. '오크 머스트 다이 3'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이다. 물론, 내 취향이 개발자의 의도와 딱 들어맞는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주로 사용하는 함정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곧 간파당했다.

내가 선택한 전략은 '몰아넣기'다. 진격로가 어디든 오크들을 한쪽에 몰아넣고 '광역딜'을 넣는 방법이다.  오크의 진행을 방해하는 함정인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일단 벽으로 밀어 넣었다. 이 방법은 진격로가 셋 이상인 스테이지에서 필요한 전략이다.

 

'바리케이드로 몰아넣고 애들 다 잡으면 되겠네' 이 방법으로 초반에는 비교적 쉽게 클리어했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오크들은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오크 머스트 다이 3'의 오크들은 처음엔 진격로도 단순하고, 체력도 낮다. 하지만, 스테이지가 계속되면 다양한 유형의 몬스터가 등장한다.

 

이동이 빠른 '코볼트'는 몇몇 함정을 그냥 지나친다. '오거'는 체력도 높고, 바리케이드를 부수기도 한다. 특히, 후반부에는 '불의 군주' '다이너마이트 궁수' '코볼드 공병' 같은 몬스터에 함정이 파괴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바로 다시 설치해야 한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적은 '화염 마귀'다. 주로 '화염' 계열의 함정을 사용했었는데, 이 '화염 마귀'류의 몬스터는 '화염 속성에 면역'이라는 강력한 패시브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오크 머스트 다이 3'는 언제든 함정에 투자한 업그레이드를 모두 환불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오크 머스트 다이 3'는 '3인칭 슈팅 게임'도 섞여 있다. 자신이 있는 게이머라면, '함정'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만으로도 게임을 쉽게 풀 수 있다. '피지컬'을 원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함정'뿐만 아니라 '무기'와 '장신구'도 선택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함정' 없이 '무기'와 '장신구'만으로도 게임은 플레이할 수 있다. '무기'역시 각종 속성이 부여되고, 공격의 형태와 데미지, 보조 스킬, 마나 소모량 등이 조금씩 다르다. 게이머의 취향에 맞춰 근접 무기와 원거리 무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사실, '함정' 만큼 플레이어의 컨트롤도 중요하다. '함정'이 갖춰지기 전인 첫 번째 웨이브와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마지막 웨이브에서는, 방어보다 차라리 공격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보스 몬스터의 경우에는 대놓고 '함정'을 무시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먼저 나가서 최대한 유인하며 1:1을 노려야 한다. 

기본 '메인 캠페인' 을 모두 클리어하면, 다양한 모드도 플레이할 수 있다. 디펜스 게임의 약점인 '지루함'과 정형화된 '국룰'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진다. 정해진 함정과 무기만 사용할 수 있는 '주간 챌린지', 웨이브가 계속 이어지는 '무한', 버프와 디버프가 무작위로 선택되는 '스크램블'까지. 특히 15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해야 해금되는 '스토리 캠페인'에서는 공중에서 공격해오는 몬스터도 등장한다.

 

'멀티 플레이'도 할 수 있지만, 글로벌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오크 머스트 다이 3'를 가진 '친구'만 있다면 같이 플레이할 수도 있다. 같이 할 '친구'가 없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싱글 플레이'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니, 뭔가 아쉽다면 최고 난이도인 '균열의 군주'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크 머스트 다이 3'는 관심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신선한 재미가 담겨있다. 이 시리즈가 3편까지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게임을 왜 지금에서야 하게 됐지'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만큼 재미있는 게임이다.

 

아마 나처럼 '뭔 삼류 게임 같은 게 자꾸 보이네' 하고 지나쳤던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조금 마음을 열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디펜스'와 '3인칭 슈팅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분명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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