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모바일 '오딘: 발할라 라이징' 리뷰

  • 입력 2021.07.05 14:56
  • 수정 2021.07.05 15:02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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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모바일 게임 특히 'MMORPG'를 접할 때면,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기 마련이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실망을 한다. '역시나 했더니 혹시나'는 인류의 보편적인,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기대가 계속 실망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있다.

 

'모바일 MMORPG'에는 '알면서 또 속는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솔직히 이제는 어떤 게임인지 해보지 않아도 안다. 그렇기에 기대를 하지 않지만, '이번 게임은 기존과는 다르다'를 찾아내며 나를 속인다.

 

'국산 모바일 MMORPG를 만드는 개발사의 마음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야 이게 게임이냐?'라는 유저들의 소리에 '응 게임이야. 과금 해'의 대답. 때가 되면 꾸준히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붙여가며 MMORPG를 만들어 낸다. 만들어내는 쪽과 소비하는 쪽의 처절한 '자강두천'이다.

 

이번 '대작' '초대형 신작'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보된' 게임은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다. 출시 전부터 워낙 요란하게 떠들어댄 게임이다. 하지만, 이미 내 안의 본능이 강렬하게 속삭였다.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첫 오프닝 영상부터, 캐릭터 선택까지는 괜찮다. 뭔가 기대를 해볼 정도로 잘 만들었다. 첫 동영상에서는 '오딘'의 세계관과 배경을 간략하게 보여준다. 조잡한 인 게임 그래픽을 영상에 사용하지 않았다. 도입부 시네마틱을 따로 제작했다. 이런 영상은 대부분 게임 내의 클래스들이 한 번씩 튀어나와서, 무슨 위력이 있는지도 모를 번쩍번쩍한 스킬을 뽐내주는 게 국룰인데, 이런 장면은 없다. 이것만 해도 일단 첫인상은 괜찮다.

 

선택할 수 있는 클래스는 네 가지. '근딜' '원딜' '힐러'로 일단 기본은 갖췄다. 각각의 클래스는 나중에 두 가지의 직업 중 하나로 전직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로그'로 활을 쓰는 원거리 캐릭터. '워리어' 클래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 캐릭터라 그냥 바로 보이는 직업을 골랐다.

 

커스터마이징도 기본적인 것만 담았다. 따로 세부조정을 할 수 있는 설정은 없다. 얼굴의 형태, 피부와 머리카락, 문신, 체형 정도만 미리 준비된 프리셋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PC 전용 클라이언트를 지원하긴 하지만, '오딘'은 모바일에 바탕을 둔 게임이다. 게이머들도 커스터마이징부터 힘을 빼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게임은 곳곳에서 익숙한 느낌이 든다. 분명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더 진보된' 같은 수식어를 달았지만, 정작 느껴지는 것은 '어? 이거 그 게임 아니야?'다. '검은사막'도 있고, '로스트아크'도 조금 느껴진다.

 

'오딘'은 모바일 'MMORPG' 제약에 그대로 갇혀있다. 틀을 깨지는 않았다. 그동안 다른 게임들이 보여준 그 모습을 그대로 담아놨다.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성장하지 않았고, 또 발전하지도 않았다. 

 

시작 지점에서는 클론들이 열심히 뛰어다닌다. 같은 목적의, 같은 모션의, 같은 이펙트. 다른 것은 캐릭터의 머리 위에 적힌 닉네임뿐이다. 이런 장르의 게임에 튜토리얼을 집어넣는 것도 웃긴 일이다. '오딘'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빨리 넘어가고 싶을 뿐.

 

도입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국산 모바일 MMORPG'의 모습이다. '설명 길게 안 할게요. 다 아시죠?' 정도의 첫인사만 나눈 후 대도시에서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모바일 MMORPG'의 초반 승부수는 일단 그래픽, '때깔'이다. 다 같은 게임이라면 보기라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게이머들을 붙잡아둘 수 있다. '오딘'은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삼은 '서양 중세 판타지'다. '중세 게임' 여기에서 일단 게이머들의 관심은 어느 정도 확보한 셈이다.

 

'모바일' 관점에서 봤을 땐 확실히 좋은 그래픽이다. 최근 '마운트 앤 블레이드'와 '킹덤컴 딜리버런스'를 거쳐온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모바일 근본에서 이 만큼의 그래픽을 뽑아낸 것은 놀라운 일이다. PC에서 실행하는 게이머들의 입장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오딘'은 모바일 게임이다. 그러니 기준도 모바일에 맞췄다.

 

화려함 대신 수수한 중세의 느낌을 살린 것은 마음에 든다. 뭔가 무리수를 시도하지 않았다. 가끔 '서양의 중세'에 맞지 않는 현대적인 요소나, 동양적인 색깔을 바르는 게임이 있다. 여기에 마법 효과를 과도하게 섞으면, 이도 저도 아닌 '잡탕'이 되는데 '오딘'은 그렇진 않다. 일단 캐릭터들이 말을 타고 뛰어다니고, 디폴트 값으로 칼과 방패와 활을 사용한다. '때깔 좋은 중세 게임'의 컨셉은 잘 지켰다.

'MMORPG'의 대부분은 '사냥'이다. '오딘' 역시 초반부 퀘스트의 90%는 '이걸 좀 잡아주세요'다. 근데 '오딘'의 필드에는 몬스터의 종류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다. 모바일 게이머들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런 식이다. 만약 늑대를 잡는 퀘스트라고 한다면, 그 조건이 '늑대의 털 10개' '늑대의 발톱 15개' '늑대의 이빨 20개' 이렇게 이어진다. 이 퀘스트가 끝나면 그 대상이 '얼룩 늑대'로 바뀐다. 다시 얼룩 늑대의 털과 발톱과 이빨을 모아야 한다. 거의 모든 퀘스트가 동일하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부분은 '메인'과 '서브'가 정확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메인 퀘스트를 특정 분기까지 진행하지 않으면, 서브 퀘스트는 열리지 않는다. 마을에 서 있는 NPC 머리 위에 느낌표를 띄워놓고, 온갖 잡심부름을 시키는 게임과 비교하자면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재미있다는 뜻은 아니다. 잡다한 퀘스트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지, 메인 퀘스트에 어떤 의미가 있다거나 동기부여를 할만한 요소가 있진 않다.

퀘스트의 보상과 맞물려 게임의 콘텐츠는 초반에 대부분 오픈된다. 그 시작은 바로 'MMORPG' 3대 요소 중의 하나 '탈것'. '오딘'에는 두 가지 유형의 탈것이 있다. 지상을 뛰어다니는 지상 탈것과 비행 탈것이다. 비행이라고 해서 맵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활공' 개념이다. 높은 지형에서 점프 시 활공할 수 있는 비행 탈것으로 자동 변환된다. 

 

이 콘텐츠만 봐도 '오딘'이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다. '이런 등급이 있고,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구나' 하고 바로 파악할 수 있다. 탈것의 등급은 '신화'부터 '일반'까지 6가지로 나뉜다. 등급이 있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을 빠르게 해주는 '스킨'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모든 탈것은 공통으로 이동속도와 스킬 쿨타임, 물약 소지 개수를 증가시켜준다. 여기에 등급이 높을수록 공격력과 방어력, HP같은 캐릭터 스펙도 올려준다. 탈것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특정 버프 효과를 받을 수도 있다. 탈것은 퀘스트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기본이지만,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대신 '소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탈것은 동일 등급을 모아 다른 탈것으로 합성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처음에 설정한 탈것을 다른 등급으로 교체할 때에는 재화 '다이아'가 소모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딘'의 대부분을 경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탈것과 동일한 시스템이 적용된 게 '아바타'다. '아바타'는 클래스의 전직후에 개방되는 콘텐츠다. '오딘'에서의 2차 전직은 초반부에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면 오픈할 수 있는 콘텐츠다. 일종의 '스킨'이라고 보면 된다. 근데 이제 등급마다 각종 능력치를 곁들인.

 

캐릭터 꾸미기가 중심인 콘텐츠인 만큼 탈것보다 그 종류가 훨씬 많다. '아바타'의 캐릭터를 가만히 보면 '북유럽 신화' 감성과는 거리가 있는 애들도 있다. 하지만, '판타지'라는 걸 생각했을 때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 사실 그런 건 상관없다. 캐릭터들이 화려하고 예쁘기 때문이다. 익숙한 캐릭터라도 예쁘니까 용서가 된다.

 

익숙한 게 문제지, 캐릭터 모델링 자체는 굉장히 공을 들인 티가 난다. 특히 아바타의 등급이 오를수록 '간지'가 난다. 어떤 성별이 '오딘'을 플레이하게 될지 정확하게 파악했고, 또 그 부분을 노렸다. '나올 때까지 뽑는다'의 그 심리. 성인용 게임인 만큼 수위가 높은 것도 있지만, 중국산 게임처럼 심각하진 않다. 만약 오딘이 '모바일 MMORPG' 역사에 뭔가를 남기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이 '아바타'의 모델링일 것이다.

스킬은 레벨에 맞춰서 습득하거나, 테크트리를 선택하는 방식 대신 '구입'을 도입했다. 마을의 스킬북 NPC에게 스킬을 사면 바로 등록할 수 있다. 대신, 몇몇 스킬은 레벨 제한이 있다.

 

스킬은 '액티브'와 '패시브'로 나뉘고, 여기에서 '연계 스킬'이나 '조건부 스킬'처럼 각각의 스킬이 맞물려서 발동하는 스킬도 있다. 당연히 강화도 할 수 있다. 강화에는 '스킬 기술서'와 골드가 필요하다. 스킬은 최대 10단계까지 강화할 수 있고, 8단계부터는강화에 실패하면 단계가 하락한다.

 

초반부에는 스킬을 강화할 방법이 거의 없다. 우선 골드가 모이는 대로 스킬북을 사는 것이 좋다. 스킬은 '퀵 슬롯'에 최대 8개까지 등록할 수 있으며, 자동 시전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사실 플레이어가 스킬을 직접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장비 슬롯은 '펫'과 '문장'까지 합쳐서 총 14가지. 장비는 사냥으로 얻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퀘스트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장비의 종류는 많지 않고, 등급별로 2개에서 3개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다이아만 있다면 '경매장'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강화'에는 '안전 강화 수치'가 정해져 있다. +5까지는 100% 확률로 강화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구간보다 높은 +6부터는 강화에 실패하면 장비가 그대로 사라져버린다. '오딘'을 하면서 고생한 부분이 있다. 초반 무리한 '강화'로 무기를 터트렸고, 이 아이템을 다시 구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접속 보상으로 퍼주는 '장비 강화석'을 막 쓰다가 맨손으로 사냥을 하게 된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5에서 +6으로 넘어가는 단 한 번의 시도에서 실패했다. 구간마다 확률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된다. '5에서 6가는데 한 90%는 되겠지' 하지만, '오딘'은 '뉴비'의 이런 생각을 가만두지 않았다. 5에서 6으로 가는 확률과 9에서 10으로 가는 확률이 같은지, 구간마다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없다.

 

그래도 아이템은 다시 제작할 수 있다. 재료는 마을의 '교환 상인'에게서 살 수 있고, 필드에서 나무를 벌목하고, 다른 직업의 아이템을 분해하면서 얻을 수 있다. 제작은 일단 '자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플레이어가 직접 터치를 해야만 재료를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귀찮긴 하지만, 초반의 탐욕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 '한계에 도전' 요즘 나오는 'MMORPG'엔 이런 수식어가 거의 고정으로 따라온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겉모습만 다를 뿐이지, 내용물은 고만고만하다.

 

'오딘' 역시 '북유럽 신화' '중세' '예쁜 캐릭터' 이런 부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모바일 MMORPG'의 명확한 한계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겉은 그럴싸하게 보일지 몰라도, 속에는 그 어떤 발전도 변화도 없다. 여전히 '리니지'가 만든 그늘에 갇혀 있고,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도 정도만 다를 뿐이지 비슷하다. 게이머도 자기 캐릭터는 자동사냥을 돌려놓은 채, 아프리카 BJ들의 뽑기 방송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게이머들이 '모바일 MMORPG'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여기에 개발사들 역시 틀을 깨부수는 변화를 시도하지도 않는다. '국산 MMORPG'는 계속 정체되어 있고, 변화를 주도해야 할 거대 개발사들은 오히려 그 틀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MMORPG'의 본질적 가치 대신, 부가적인 것에 더 집중한다. '예쁜 것' '멋진 것' '때깔 그럴싸한 것'을 추구하고, 게이머들도 여기에 점점 익숙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모바일 MMORPG'는 매번 같은 결론이 난다. '그들만의 리그, 할 사람은 그래도 한다'는 것. 어쩔 수 없다. 내게 '오딘'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나는 게임이 아니다. 여전히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는 생각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도 초반의 '아바타' 콘텐츠까지는 한번 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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