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포레스트, 만화의 흥행을 타고 영화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 입력 2021.06.21 15:24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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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펍’이 배급한 ‘마이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은 이라가시 다이스케가 연재한 일본 만화이다.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리틀 포레스트’라는 제목부터 낯이 익을 텐데 임순례 감독의 2018년작이 떠올랐을 것이다. 배우 김태리가 미소 짓는 포스터가 연상됐겠지만, 이미 ‘리틀 포레스트’는 모리 준이치 감독의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리메이크 되어 연이어 개봉한 적이 있었다. 이치코라는 젊은 여성이 코모리라는 산골 마을로 돌아와 자급자족하는 이야기로, 본인의 개인적인 사연은 제쳐두고, 요리에 집중하는 영화였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빵이나 우스터 소스, 식혜, 호두밥, 밤조림, 오리 요리까지 비교적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해당 재료들이 기성품이 아니라 직접 논과 밭에서 수확하고, 산에서 채집을 한다는 것이다. 레시피도 아주 정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주인공의 사적인 이야기나 자극적인 묘사 없이도 멍하고 보게 되는 영화였다.

그렇다 보니 좋은 소재를 찾아야 하는 MMORPG 세계에서 이 작품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산골 마을이라는 배경이 있고, 주인공이 직접 밭과 논을 관리하고, 요리까지 한다고 하니 모바일 게임으로 옮기지 못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임은 산골 마을이라는 핑계로 건물 이곳저곳을 수리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갖가지 재료가 필요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수집하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의 외관은 충분히 정비된 셈이다.

게임은 먼저 여학생, 샐러리맨, 커리어우먼, 남학생 중 한 사람을 선택해 플레이한다. 예상했겠지만, 누구를 선택하든 게임의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고, 코스튬만 자신의 스타일대로 변경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답게 주어진 미션을 터치하면 캐릭터가 알아서 이동하며 전개한다. 대화가 필요하면 누군가와 만나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것이고, 채집이 필요하면 야외로 나가 곡괭이와 도끼, 낫을 들고 열심히 작업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타 모바일 게임들처럼 방치형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을 레벨업 할 때 필요한 재료가 있다고 쳤을 때 해당 지역까지는 알아서 이동하지만, 채집까지는 하지 않는다. 일기에 적힌 부가 미션을 클리어할 때도 필요한 재료가 있는 지역까지 이동만 할 뿐, 그 재료까지 알아서 획득하는 일은 없다. 게이머가 든 가방도 금방 꽉 차 버리기 때문에 잡화 상점에서 판매하는 식으로 공간을 정리해야 한다. 이 모든 몫이 게이머에게 있는 것이다.

게이머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게 장점이라고 언급하는 것이 슬픈 일이지만, 이렇게 게이머에게 일부 책임을 돌림으로써 ‘마이 리틀 포레스트’는 다른 MMORPG 게임들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목표라는 것이 생기고, 직접 자신의 손으로 터치해 가면서 이동을 해야 하니 다른 모바일 게임들과는 달리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되고,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게임이 집을 수리하고, 관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원작의 매력이 다소 희석되는 경향은 있다. 요리를 배우고, 직접 플레이를 해 볼 수도 있지만, 레시피는 물론이고, 만드는 과정이 영 어색하고 단순해서 싱거운 면이 있다. 처음에는 그저 플레이가 익숙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요리를 계속 만들고 보니 마치 어린 여자 아이들의 ‘인형 놀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보이지 않던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나 게이머 앞에서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집에서 멀리 떨어져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여기에는 약간의 미니 게임도 곁들여 있어서 게이머의 손이 심심할 일도 별로 없다.

이제 게이머가 집을 열심히 수리할 이유가 생겼다. 수리를 하면 할수록 레벨업도 필요하고, 그럴 때마다 집 배경도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예뻐진다. 물론 새로운 캐릭터가 늘어나고, 대화하는 횟수도 늘어나기는 하지만, 이 게임에서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 캐릭터의 소확행을 위한 수단이고, 목표는 역시나 재료 수집에 있다.

이 게임도 매일 보상이라는 게 주어지지만, 다른 모바일 게임들처럼 단순히 겉포장식은 아니다. 대부분 집을 수리하고, 미션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료들이라서 바로바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아이템인지도 모르고, 가방에 쳐박아 두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각 지도를 해금하고, 터치하면 그 지역으로 바로 이동하거나 워프할 수도 있어 경제적인 플레이도 가능해진다. 필요한 재료는 지도 옆에 메뉴에서 찾을 수 있고, 그 재료를 터치하면 알아서 이동하기 때문에 미션 수행이 아주 수월해진다. 플레이하다 보면 수리할 공간을 미리 메꿔 나가고 싶은 욕심이 나기도 하는데 모바일 게임 특성상 정해진 절차가 있기 때문에 주어진 미션 외에 임의로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이 게임이 다른 MMORPG과는 달리 자유도가 높아서 패키지 게임의 모습도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집을 수리하는 전개라서 반복적인 느낌이 있다. 이 게임의 튜토리얼이 알려준 것처럼 빨리 지도를 해금하고, 워프를 하면서 진행하면 더 빨리 전개할 수 있겠지만, 거의 재료 수집이 일이다 보니 심심한 구석이 있다. 특히 일기나 도감 등에 표시된 부가 미션까지 해결하려고 하면 게이머가 가는 길은 그저 집-숲-집-숲 순서가 되기 때문에 금방 질려 버릴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양이가 나타나서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이벤트도 진행되지만, 특별히 흥미로운 점은 없었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은 지켰다고 볼 수도 있지만, 패키지 게임에서 따온 듯한 미니 게임을 보고 나면 흥미롭기보다 모바일 게임의 한계라는 점만 두드러진다.

새삼스럽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여타 모바일 게임들이 왜 자동 진행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니지’의 영향 때문인 건지, 아니면 소비자들이 단순한 플레이 방식을 요구하는 건지 모르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들이 하나 같이 RPG의 기본 요소들을 모두 배제하고 있다. 최근까지 출시된 모바일 게임들 대부분이 양산형 게임으로 혹평을 받고 있는데도 유명 연예인들까지 동원해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마이 리틀 포레스트’가 패키지 게임의 일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낚시를 하거나 사냥을 할 때 타이밍에 맞게 터치하는 미니 게임, 선택형 버튼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가는 플레이 등 모두 ‘용과 같이’ 시리즈에서 따온 듯한 콘셉트로 보인다. 이러한 다양한 시스템들을 조금 더 폭넓게 도입했다면 기존 MMORPG보다 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미니 게임이나 선택형 대화 시스템 등 모두 모바일 게임의 특성을 고려한 탓인지, 굉장히 단순해서 밋밋한 구석이 있다. 게다가 이 게임은 기존 모바일 게임들과 달리 ‘현질’ 유도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레시피를 좀 더 디테일하게 구성하는 쪽으로 업데이트를 하면 즐길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레벨업이 어느 정도 되면서 느낀 건 이 게임이 노골적으로 저연령층을 노렸다는 것이다. 요리를 할 때도 그렇지만, 코스튬 요소들이 자주 개입되고 있다. 게이머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옷을 입히거나, 모자까지 씌워 주는데 여기에 레시피까지 다양하게 구성해 놓으면 성인층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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