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지브리를 모바일에서 만나보세요. 제2의 나라 리뷰

  • 입력 2021.06.17 13:55
  • 수정 2021.06.17 13:56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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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강국이다. 수많은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매년 영화 뺨치는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내놓고 있으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애니메이션 화풍을 다양한 콘텐츠로 재출시하고 있기도 하다. 엄청나게 많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회사들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구가하며 승승장구했던 회사가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다.

 

국내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알린 지브리는 그 외에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벼랑 위의 포뇨> 등 한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한 작품들을 무수히 많이 출시한 회사다.

 

지브리는 특유의 환상적이고 깔끔한 그래픽에 아름다운 음악으로 유명한데, 여기에는 말 그대로 지브리의 영혼이라 불리는 대표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손길이 녹아있다. 워낙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브랜드인지라 다양한 장르, 콘텐츠들과의 협업도 진행되었었는데, 2010년대 초반, 레벨파이브라는 게임회사와 지브리가 협업하여 만들어낸 RPG 게임이 바로 니노쿠니 시리즈였다.

니노쿠니 시리즈는 게임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대중들에게 익숙한 지브리 스타일의 화풍을 고스란히 게임으로 재현한 데다가 BGM 역시 따스하고 위안을 주는 지브리 특유의 스타일을 잘 구현해 내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런 니노쿠니 시리즈의 IP를 바탕으로 넷마블이 610일 출시한 게임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2의 나라>.

 

게임 홍보문구를 보면 지브리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모바일 게임이라는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지브리는 2014년에 제작팀을 해산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협업은 아니다. 단순히 제2의 나라가 지브리와 레벨 파이브가 협업해 제작했던 니노쿠니의 IP를 활용하는 데 그친 수준. 그래도 지브리 특유의 화풍이 살아있는데다가 OST도 히사이시 조가 맡았기에 지브리의 느낌을 한껏 받을 수 있는 게임이긴 하다.

스토리 자체는 진부하나 표현과 연출에서 디테일이 살아있다

2의 나라의 스토리는 소드아트온라인이 생각나는 스토리다. 소울 다이버즈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던 주인공은 세계를 모험해 나가는 와중에 현재 게임으로 인식하고 즐기는 이 세계가 가상현실이 아닌, 진짜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게임 세계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두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을 펼쳐나가는데...... 아주 심플하면서도 익숙한 스토리 라인이다.

 

이미 게임 판타지 소설에서 수없이 써먹은 패턴이라 대중들에게 친숙한 소재지만, 2의 나라는 이 소재를 굉장히 정성들여 표현해내고 있다. 이미 그래픽과 음악에서 무장해제가 되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토리 표현이 아주 섬세하고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였다. 캐릭터 선택에서부터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고 나서까지.

 

스토리를 설명하기 위한 빌드 업이 탄탄했다. 바로 옆에서 주절거리는 돼지의 존재가 어색하고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이는 단순한 게임적 콘텐츠의 한계라고 보아도 무방하고, 그 외에는 스토리에 몰입이 가능할 정도로 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연결되고 있었다. 단순한 서브 스토리를 수행하는데도 나름의 사정이 있고,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대화를 읽는 재미도 있었다.

 

세계관에 몰입할 계기를 준다고 할까? 서브퀘스트의 내용 자체는 다른 게임들처럼 몹을 처리하거나 단순하게 물건을 이동하는 정도의 수준이 다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꽤 깔끔하고 공을 들여서 몰입을 부추기고 있었다. 튜토리얼도 굉장히 자세했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거부감은 거의 없었다.

독특한 시스템은 찾지 못했다

게임 시스템은 MMORPG의 전형이다.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웠는데, 결국 한국형 모바일 MMORPG는 정형화된 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제는 한국 게임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자동이동과 자동사냥은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한다. 게이머가 게임에 전반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보스들이 스킬을 쓸 때 구르기로 피하는 것 정도.

 

그 외에는 스킬이고 이동이고 모든 부분이 자동이라 퀘스트 수행할 때는 그냥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그래픽과 음악을 제외하고 제2의 나라만의 독특한 점, 혹은 시스템적으로 이 게임만의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찾지는 못했다.

 

용어를 다르게 하고, 조금씩 변화를 주긴 했으나, 조금만 자세히 파고들어보면 결국은 어디선가 본 듯한 한국형 MMORPG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를 표현하는 수단이 세밀하고 친절해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필자가 특히 높은 점수를 줬던 부분은 UI. UI가 여태까지 플레이한 수많은 모바일 MMORPG 게임 가운데 1, 2순위를 다툴만큼 깔끔했다. 꽤 복잡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메뉴에 많아서 자칫 어지러워질 수 있는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놔서 눈이 피로하지 않았다. , 이것도 그래픽의 힘인 것 같긴 하지만.

지브리의 그래픽과 음악이니 퀄은 뭐

싫은 소리를 하기 전에 칭찬부터 해보려 한다. 지브리의 손길이 묻어있기 때문인지 그래픽과 음악이 아주 뛰어나다. 솔직히 필자는 그래픽이나 음악보다는 게임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게이머지만, 2의 나라 만큼은 예외로 해도 무방할만큼 눈과 귀가 즐거웠다.

 

부드럽고 선이 고운 캐릭터들의 면면이 모두 특색있고 아름다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전투에서도 이 그래픽이 무난하게 이어져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음악은 뭐,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브리와 직접 협업이 아니고, 니노쿠니에 활용된 음악을 차용했다고 해도 히사이시 조의 이름값이 어디 가는 건 아니기에 모든 음악이 환상적이고, 서정적이었다.

 

상술한 UI의 깔끔함 역시 그래픽의 힘으로 보인다. 우리가 사랑한 지브리의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느낌을 주는 그래픽이 게임 내에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다.

 

단순히 그래픽만 지브리의 것을 가져왔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되겠지만, 게임성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캐릭터들의 대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래픽과도 잘 어우러져 그래픽이나 음악만 붕 뜨는 사태는 면했다. 당연히 그래픽과 음악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있는 게임은 또 아니라는 것이다.

과금유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리니지만큼은 아닌 듯?

이번에는 최근 한국 모바일 게임계의 뜨거운 감자인 과금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최근 출시되는 대형 게임들 모두가 확률형 뽑기를 통해 지독한 과금 유도를 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2의 나라도 엄청나게 광고를 많이 한 게임이기도 하고, 넷마블이라는 대형 게임사가 팍팍 밀어주는 게 확실시되는 게임이라 과금여부에 대해 게이머들의 많은 시선이 쏠렸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제2의 나라 역시 과금유도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리니지의 문양이나 업적 시스템처럼 무기 도감을 채운다던가, 펫 개념인 이마젠을 수집한다던가 하는 업적을 달성하면 캐릭터의 스탯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마젠을 비롯한 뽑기 패키지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이를 추천하는 상품이 계속해서 홍보 배너로 뜬다. , 캐릭터를 강하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과금을 유도하고 있고, 이에 대한 상품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드는 것은 과연 과금을 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느냐 하는 점일 텐데, 이 부분에서는 솔직히 개인 차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리니지처럼 전투적으로 게임을 수행하며 강력한 캐릭터를 원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과금이 필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돈을 쓰면 강해지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제2의 나라 홈페이지를 보면 이를 권장하는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길드 개념의 킹덤이 있고, 이를 활용해 점령전을 하고, 서버에 단 하나뿐인 수도 킹덤을 선출한다는 예고 코텐츠는 리니지의 시스템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굳이 이런 콘텐츠를 즐기지 않고도 게임 플레이는 가능하다.

 

스토리도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면 꾸준히 밀 수가 있고, 경쟁이 싫다면 이를 피해 즐길만한 게임 콘텐츠도 많은 편이다. 무과금 유저도 쉽게 즐길 수 있다고 했던 넷마블의 홍보가 빈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검증된 IP로 색다른 시도를 한 건 인정! 그래도 한국형 MMORPG의 틀은 벗어나지 못했다

상술했듯이 우리가 사랑한 지브리의 캐릭터가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플레이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무과금으로도 즐길 수 있는지 여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추가 업데이트 방향을 살펴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무과금 유저도 즐길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형 MMORPG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고, 과금유도가 과한 데다가 패키지의 금액 자체가 역대급으로 높다는 건 거부감이 드는 요소지만, 그래도 플레이해볼만 한 게임성은 지니고 있다.

 

지브리라는 이름값이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렇다고 그 이름값에만 기댄 게임은 아니었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보듯,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취향에 맞다면 그 때 가서 과금을 하고. 과금 없이는 도저히 즐길 수 없는 수준의 게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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