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 차세대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라!

  • 입력 2021.06.14 14:26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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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장 절친했던 친구들, 그리고 형제들까지 목청껏 부르면서 함께 게임 플레이를 감상했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는 정확히 내가 비디오 게임에 푹 빠졌던 과거로 회귀시켜주었다. 옆방에 부모님이 있었더라도 이 휘황찬란한 진풍경을 같이 감상하도록 했을 것이고, 손으로 전해져오는 짜릿한 진동도 꼭 체험하도록 강요했을 것이다. 균열된 틈 사이로 점프하거나, 레일 위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이동해도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이 게임은 색색의 입자들이 수놓는 장면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그야말로 ‘불꽃놀이’의 연속으로, 게이머가 원하기만 한다면 10시간 이내로 신나는 논스톱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솔직히 플레이스테이션5가 기술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인섬니악 게임즈’가 시각적으로 무슨 효과를 사용했는지 설명할 자신은 없다. 레이 트레이싱 효과나 SSD의 빠른 로딩 등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논란들이 이 게임 앞에서 모두 잠잠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5의 황혼기가 올 때면 대체 어떤 AAA급 게임들이 나올지 벌써부터 두려울 정도다. 그만큼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는 진정한 차세대 게임이라는 평가 외에도 게임계에 있어 훌륭한 청사진이기도 하다. 이 게임에서 사용된 수많은 광원 효과와 시스템들이 어떻게 확장될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굉장한 미래가 올 것 같다.

게이머들도 알고 있겠지만, 이 게임의 핵심은 균열에 있다. 이미 소니가 홍보했던 것처럼 플레이스테이션5의 SSD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인섬니악 게임즈의 야심이 있었다. 영웅이 된 라쳇과 클랭크는 화려한 이벤트 쇼 한가운데에서 네파리우스 박사와 맞닥뜨린다. 그가 가져온 디멘션네이터를 통해 균열이 생기고, 차원을 넘나들게 되는데  네파리우스 박사와 한창 대립하던 라쳇과 클랭크가 그 균열로 인해 각자 다른 차원으로 흩어지게 된다. 대신에 클랭크는 리벳이라는 새로운 주인공과 함께한다.

균열은 예상했던 것보다 혁신적이었다. 이미 오피셜 플레이 영상을 봐서 알겠지만, 정해진 균열을 바라보고, L1 키를 누르면 아주 부드럽게 워프를 하게 된다. 보스전에서는 스테이지 자체가 워프가 되기도 하는데 이때도 역시 특별히 프레임 드랍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란 건 이 게임의 ‘로딩’이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이 게임의 플레이 타임을 모두 끝내면서 로딩 화면을 본 기억이 없다. 플레이스테이션5 기기를 켜고, 저장 데이터를 로드하면 바로 플레이 화면으로 넘어간다. 아마도 본인이 이 게임을 논스톱 액션으로 자신했던 이유도 이러한 SSD의 빠른 로딩 기능 덕분이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게이머가 임의로 균열을 설정할 수는 없다. 오피셜 영상에서는 이 균열을 통해 이동하면서 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혹여 그러한 기능이 있을까 기대한 게이머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이 게임은 모든 면에서 커버하고 있다.

내가 아스트로 플레이룸을 즐기면서 놀랐던 건 듀얼센스의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의 무한한 확장성이었다. 특히 활시위를 당길 때와 자동 소총을 발사할 때 손으로 전해져 오는 묵직한 진동이 AAA급 게임에 활용될 그 시기만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는 그 순순한(?) 게이머의 바람에 비교적 빠르게 답한 셈이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라쳇과 새로운 캐릭터 리벳이 들고 다니는 무기들은 하나 같이 기괴하고, 미묘하지만, 아스트로 플레이룸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의 기능을 그대로 재현해 준다. 무기들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트리거를 살짝 당기면 단발식, 완전히 당기면 산탄식으로 나가는데 방아쇠를 당기듯 무게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산탄식으로 공격할 때마다 전투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이 팡팡 터지는 파티클 효과가 금방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박스가 파괴되면서 나오는 동전들이 현란한 비주얼을 보여줘도 쉽게 만족이 되지 않았다. 물리 충돌에 이은 광원 효과가 굉장히 인상적이기 때문에 이 전투 흐름이 오랫동안 끊기지 않길 바란 것이었다. 다행히도 이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들은 대부분 인썸니악 게임즈가 준비한 광원 효과의 훌륭한 수단이며, 전투 기회도 자주 찾아온다. 특별히 아레나 스테이지도 준비되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난이도를 조절해서 재밌는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에서 또 하나 놀랐던 점은 화려한 세트에 있었다. 라쳇과 리벳이 도달하는 행성들 중 그 어떠한 것도 지루한 배경이 없다. 클랭크와 헤어진 라쳇이 처음 도달했던 바 안에서는 화려한 레이저 쇼가 준비되어 있으며,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캐릭터들은 도주를 하거나, 겁을 먹는 등 다양한 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용접 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채광 허브가 전방에 보일 때쯤이면, 이 게임의 아트 콘셉트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이 게임은 모든 것이 화려하다. ‘라쳇 앤 클랭크’ 시리즈의 그 유아틱한 이미지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사이버펑크 장르와 스타워즈의 비주얼을 모두 갖다붙여도 쉽게 설득이 되고도 남을 정도다. CD 프로젝트 레드가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린 것처럼, 일렉트로닉 아츠가 배급한 ‘스타워즈 제다이 : 오더의 몰락’처럼 모든 것이 인섬니악 게임즈의 레이어를 거친 것으로 보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결국 고전 사이버펑크 장르와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5의 기술력을 받아 아주 독창적인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전투 사이사이는 모두 호흡이 길지 않고, 속도가 있어서 플레이타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건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각 스테이지마다 선택 미션이 주어져 있고, 구석진 곳을 샅샅이 뒤져야 레벨 업 아이템 등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 때문에 특별히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만 퍼즐 요소에서는 다소 식상한 면은 있었다. 클랭크가 각 종류별로 구체를 찾아 터미널을 뚫고 가는 미션인데 특별히 어렵거나 신선한 점은 없었다.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글리치 미션은 아스트로 플레이룸 모드 버전처럼 아주 간단한 플레이였다.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스전이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보스들은 공격 패턴도 거의 비슷하고, 심지어 외형마저도 거의 닮아 있다. 비슷해 보이는 보스가 둘 이상 나타나면서 난이도를 올리는 행태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 이런 모습은 잡몹들 사이에서도 나타나는데 난이도 보통 기준으로 하면 아주 느긋하게 플레이할 수가 있다.

하지만 방금 언급한 아쉬운 점들은 이 글을 채워나가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일단 난이도는 한 단계만 올려도 전투가 아주 재밌어지고, 광원 효과도 실컷 즐길 수 있게 된다. 보스들이나 잡몹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고 해도 지루할 일이 없다. 나는 ‘라이트닝 로드’라는 무기를 통해 잡몹들이 감전 당하는 효과에 흠뻑 취할 수밖에 없었고, ‘정원화 스프링클러’로 방패막이를 하는 용역 깡패들을 관목으로 변형시켜 사정없이 가지를 쳐낼 수 있었다. ‘음전자 가속기’는 또 어떤가? 트리거를 당겨 발사하는 이 강력한 에너지는 렌즈 플레어라는 화려한 효과와 함께 훌륭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파편 폭탄’으로 거대한 비행체가 불이 붙어 버리고, 여기에 샷건 기능이 있는 ‘집행자’를 버무리면 모두에 언급했던 ‘불꽃놀이’가 계속해서 폭발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논란이 됐던 ‘레이 트레이싱’ 효과도 이 게임 이후로 잠잠해질 듯하다. 이 게임은 30프레임으로 진행되는 품질 모드와 60프레임 모드로 진행되는 성능 모드, 그리고 레이 트레이싱 효과까지 맛볼 수 있는 RT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HDR과 4K가 지원되는 모니터에서는 당연히 품질 모드가 좋아 보였지만, 60프레임까지 가능한 RT 모드도 훌륭한 편이다. 인섬니악 게임즈의 전작이었던 스파이더맨 시리즈처럼 개발진의 역량을 보여준 셈이다.

플레이를 모두 마친 지금도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의 광원 효과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차세대 기종이라고는 하지만, PC 그래픽 카드와 비교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솔직히 비주얼 면에서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를 통해, 그리고 최근에 오피셜로 공개된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통해서도 그런 우려는 깔끔히 사라졌다. 이 정도라면 플레이스테이션5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훨씬 수명이 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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