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조작과 발 번역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 Dofamine 리뷰

  • 입력 2021.06.07 13:51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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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게임인 포스트에 올라온 리뷰의 댓글을 읽다가 생각할만한 거리가 있는 답글을 봤다. ‘아마추어 개발자가 경력과 경험을 쌓으려고 싼 값에 올린 수많은 게임 중 하나인데, 굳이 깔 필요가 있을까?’ 이 댓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너무 과한 평을 한 걸까하는 반성을 하기도 했고, 반대로 그럼 돈을 받고 팔지 말았어야지.’ 라는 조금은 자기방어적인 생각도 했다.

 

작은 댓글 하나에서 비롯된 상념은 필자가 플레이해 본 수많은 인디게임의 존재의미로 이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점이 없는 것 같은, 100개도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처참한 수준의 인디게임들. 이들 게임은 대체 누구의 필요에 의해, 무슨 과정을 거쳐 개발되고 출시되는 것일까. 댓글처럼 개발자의 경력과 경험을 위해 아마추어가 만든 게임일 수도 있고,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해 개발되는 게임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새로운 게임의 동력을 위한 자금조달용 게임일지도 모른다. 여러 잡생각 끝에 필자가 내린 결론은 아주 심플하고 간단하다. 그냥 느낀 그대로를 서술하자는 것. 사실 개발자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이든,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들의 세세한 사정이나 목표따위,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까지 필자는 게임은 취향이라는 생각에 원색적인 비난이나 비판은 최대한 자제해 왔다. 하지만 게임은 결국 소비자가 있는 콘텐츠고 소위 대중적이라 불리는 최소한의 기준이나 규격이 존재한다. 가격이 측정되면 그에 걸맞는 최소한의 퀄리티나 품질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앞으로도 리뷰를 쓸 때 취향을 막론하고 기본적인 게임성을 갖추었는지를 꼭 확인해보려 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겠지만,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필자 생각에 이런 기본적인 게임성을 갖추지 못한 게임을 리뷰하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 1029. 스팀에 출시된 Dofamine라는 게임이다. 대체 이 게임의 무엇이 문제였는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래놓고 한글화라 하겠지? 화가 난다

Dofamine은 엄청나게 불친절한 게임이다. 퍼즐 어드벤쳐 형식의 게임인데, 스토리가 없다. 여러 번 리뷰를 진행하면서 스토리가 부실한, 혹은 아예 없는 게임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 게임만큼 불친절한 게임은 또 드물었다. 게임이 시작되면 따로 오프닝 영상이나 나래이션 따위 없이 바로 게임 플레이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신비한 형태의 연구소? 혹은 우주선에서 뜬금없이 퍼즐을 풀며 앞으로 나아간다. TAP을 누르면 아주 간략한 형태의 게임 설명? 혹은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도저히 읽을법한 문장이 아니다. 한글화 퀄리티가 아주 낮기 때문이다. 아니, 이걸 도대체 한글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퀄리티가 낮다. 한국어는 어디를 어떻게 꼬아놔도 의미가 통하는 갓 문자라는 칭송이 SNS에서 자자한데, 이 게임의 텍스트는 그마져도 충족하질 못했다. 우리가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 혹은 문장이 반복되고, 어순배열도 엉망이다. 구글 번역도 이것보다는 가독성이 있겠다 싶을 정도. 이럴거면 차라리 한글화를 하지 말고 게임을 출시하지. 오히려 독이 된 한글화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스팀의 Dofamine 상점 페이지에 나와있는 스토리 설명,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면 나오는 서술을 통해 스토리를 짐작하자면 주인공은 한 연구소에서 비밀을 풀어나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난다고 한다. 해외 게이머들의 평을 봐도 스토리의 비밀이 충격적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그 비밀이 궁금하지도 않고 와닿지도 않는다. 정신나간 번역 탓에 만들다 만 게임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고, 스토리를 궁금하게 하는 캐릭터성이나 서사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상자를 들고 퍼즐을 풀어보자

게임 시스템은 전형적인 퍼즐 어드벤쳐다. 과거 필자가 리뷰했던 렐릭타라는 게임과 유사한(게임성은 렐릭타의 발끝도 따라가질 못한 것 같지만) 형태의 게임이다. 대중적인 게임으로 보자면 포탈과 유사한 형태라고 할까. 게이머는 연결된 문을 통해 계속 나아가야 하고 이 문은 각각의 구역에 있는 퍼즐을 풀었을 때 해금된다. 바닥에 달려있는 센서를 밟거나, 원통형 장치에 레이저를 쏘게 했을 때 잠겨있는 문이 열리는 식이다. 이렇게 스테이지 형태로 구분된 문을 하나씩 돌파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시스템상에서 Dofamine만의 독특함이나 기발함이 살아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구석에 숨겨져 있는 상자를 바닥에 놓거나, 상자로 레이저를 반사시켜 퍼즐을 푸는 형태인데, 이런 퍼즐 게임은 지금까지 엄청 많았고, 같은 형식이 엄청나게 많이 활용되었다. 대중적인 퍼즐 형식을 차용했다면 Dofamine만의 특이점을 개발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필자의 눈에는 그런 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을 하지 말란 소린가? 왜 상자를 못 드니

시스템이 어디서 본 듯해도, 퍼즐이 익숙해도, 조작만 괜찮다면 게임은 플레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조작이 정말 역대급으로 불편하다. 아니, ‘불편이라는 말도 사치일 정도로 최악이다. 조작버튼 자체는 굉장히 간편하다. 점프와 이동, 그리고 박스 잡기. 이렇게 3가지 형태만 조작하면 끝이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조작은 박스를 잡는 조작이다. 거의 모든 퍼즐이 박스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박스를 잡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키가 제대로 먹질 않는다는 거다. 처음에 F키로 설정이 되어 있어서 박스를 바라보고 열심히 키를 눌렀는데, 버튼이 먹힐 때가 있고 안 먹힐 때가 있었다. 키 문제인가 싶어서 설정을 바꿔도 마찬가지. 키 문제로 30분을 고생하다가 어찌저찌 요령을 터득해서 간신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키 설정도 매우 불친절하고 오류가 많다. 다른 키도 입맛에 맞게 바꿔보려다가 실수로 카메라 조작을 건드렸는데, 시점변환이 반대로 설정되어 또 한참을 고생했다. 보통 Left, Right라고 쓰여 있으면 캐릭터 이동을 떠올리지 누가 시점 이동을 생각하겠는가. 이 외에도 게임진행이나 조작에 관한 설명이 거의 없어 하나하나 직접 부딪쳐가며 알아내야 했다.

BGM, 그래픽 모두 인디게임 치고 준수한 수준

그래픽은 나무랄 데 없다. 엄청나게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볼 정도도 아니다. 음악 역시 공상 과학을 연상시키는 게임 배경에 걸맞게 약간 음침하고 어두워서 긴장감을 주고 있었다. 퍼즐은 제법 어려웠다. 이런 분야에 취약한 필자라 초반부터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풀어나가야 했을 정도. 사운드나 그래픽에서 유일하게 걸리는 부분은 발자국 소리랄까? 캐릭터의 발자국 소리가 너무 커서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어지간하면 조작하는 맛이 나기에 발자국 소리를 욕하지는 않는데, DofamineBGM을 묻어버릴 정도로 발자국 소리가 커서 조금 거슬렸다.

게임성이 떨어지면 친절하기라도 하던가. 총체적 난국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 자체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퍼즐도 적당히 어려워서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고, 앞으로 나아가면 또 어떤 퍼즐이 기다릴지 기대도 된다. 그런데 퍼즐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의 수준이 극히 낮다. 번역은 안하는 게 나은 수준이고, 스토리는 없다. 게임을 클리어한 뒤에도 제목이 Dofamine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조작은 어찌나 불편한지. 오류 투성이인 게임인데 가격은 9,500. 절대 추천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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