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재, 엉성한 결과. PC '후드: 아웃로 & 레전드' 리뷰

  • 입력 2021.06.02 15:4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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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컨셉은 약탈. 4개의 클래스를 선택해서 팀을 꾸릴 수 있다. 적에게서 열쇠를 훔치고, 보물상자를 훔쳐서 달아나는 것이 목적이다. 플레이어의 약탈을 방해하는 것은 AI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4명의 상대 팀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PVE와 PVP를 섞었다.

 

여기에 서양 구질구질한 중세 암흑기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이야기를 더했다. 등장하는 캐릭터는 '로빈 후드'를 모티브로 삼았다. 완벽한 조합이다. 게임을 좋아한다면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랬다. 직접 실행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주 오래간만에 겉과 속이 다른 게임을 만났다. '후드: 아웃로 & 레전드' 다.

'후드'의 이야기는 남의 것을 훔치는 것에서 시작한다. 게임에서는 무능한 권력이 부정한 방법으로 쌓아놓은 재물을 민중에게 돌려주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포장을 어떻게 하건 '훔친다' '도망친다'의 행위는 바뀌지 않는다.

 

이 활동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동료가 되고,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과는 적이 된다. 게임은 여기에 'PVP'와 'PVE'를 도입했다. 게임의 AI는 플레이어의 약탈을 막으려 하고, 다른 상대 팀은 '내가 훔쳐야 할 것'을 함께 노리고 있다. 너도 훔쳐? 나도 훔치러 왔는데? 하지만 보물상자는 하나뿐이다.

 

플레이어는 AI에게서 금고의 열쇠부터 노려야 한다. 이 열쇠는 '지방관'이라고 하는 강력한 NPC가 가지고 있는데, 일단 1:1에서는 거의 한방에 나가떨어지기 때문에 몰래 훔쳐야 한다. '잡쫄'로 분류되는 AI들은 예민하지 않지만, 재빠르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일단 플레이어를 발견하게 되면 바로 경보를 울리고 동료를 부른다.

이 거사를 함께할 팀은 총 네 명으로 구성할 수 있다. 뭔가를 훔쳐서 달아난다는 것은 은밀하게 행동해야 할 것 같지만, '후드'에서는 그 과정이 어떻게 되든 일단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 플레이할 수 있는 클래스는 네 가지고, 각자 고유한 공격 방식과 특수능력이 있다. 

 

먼저 활을 사용하는 '로빈'은, 서양의 중세시대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그 '로빈 후드'를 모티프로 한 클래스인만큼 사용하는 무기는 장궁이다.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레인저' 캐릭터. '헤드샷'이 뜨면 적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고, 전장에 걸려있는 밧줄을 쏴서 떨어트려 성벽을 오를 수도 있다. 특별 능력으로는 일정 시간 후에 범위 공격을 주는 '폭발성 화살'을 발사할 수 있다. 특히 강력한 적인 '지방관'을 일정 시간 동안 행동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사냥꾼 클래스인 '마리안'은 잠입에 특화된 '도적'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은밀하고 빠르게 접근하여, 적을 암살하는 것에 특화되어있다. 유일하게 적의 뒤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도 암살이 가능한 클래스다.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휴대용 석궁인데, 3발까지 장전해 치명적인 폭발 공격이 가능하다. 특수공격은 '은폐 장막'과 '연막 수류탄'이다. 장막은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해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지방관'에게 들키지 않고 열쇠를 훔칠 수 있다. 은밀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전략적인 전투를 즐기는 게이머에게 딱 맞는 클래스다.

'투크'는 '플레일'을 사용하는 근접 캐릭터다. '로빈'과 '마리안'이 은밀하게 움직여서 적을 노렸다면, 이제부터는 대놓고 앞으로 치고 들어간다. 주 무기인 '플레일'은 적과의 거리를 벌리면서 전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다른 클래스에 비해 스태미나의 회복이 빠르므로, 연속 공격으로 적을 몰아칠 수 있다. 고유 능력인 '본능'을 사용하면 현재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아군의 부상을 치료할 수도 있다. 유일하게 '회복' 스킬이 있어 '힐러'의 역할도 한다. 투척 무기인 '가스 수류탄'은 시야를 방해하고, 체력을 약화한다. 

 

타고난 싸움꾼 '존' 근접전에 최적화된 캐릭터다. '암살이고 뭐고 그냥 화끈하게 한판 붙자' 하는 게이머들을 위한 '근접 힘캐'의 정석이다. 유일하게 성벽의 창살문을 들어 올려서 아군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고, 보물상자 역시 빠르게 들고 움직일 수 있다. 사용하는 무기는 '해머'로, 한 번에 다수의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고유 능력인 '분노'는 일시적으로 체력과 스태미나를 상승 시켜 '광전사'로 만든다. 원거리 공격이 없다는 단점은 '폭발 수류탄'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로빈'과 마찬가지로 특정 범위에서 폭발해 피해를 준다. 일단 맞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면 끌릴 수밖에 없는 '전사' 캐릭터.

각각의 캐릭터는 특정 레벨이 있어서, 플레이할수록 레벨이 오른다. 여기에 맞춰서 각종 무기와 의상의 커스터마이즈, 그리고 '특기'까지 해금할 수 있다.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것은 '특기'인데, 캐릭터의 랭크를 올리면 일종의 '특성'이나 '룬'처럼 몇 가지를 장착할 수 있다.

 

뉴비에게는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캐릭터 플레이에 어느 정도 감을 익히고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파악이 될 때쯤이면 해금할 수 있다. 물론, 캐릭터가 공통으로 스킬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불편하다. 하나 캐릭터만 플레이해서는 모든 특기를 열 수 없다.   

 

의상이나 무기는 능력이 없이 오로지 '스킨'이다. 다만, 특정 포인트를 모아서 마음에 드는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레벨에 맞춰서 차근차근 해금되는 방식이다. 맘에 드는 스킨이 앞에 있다면 다행이지만, 맨 뒤에 있다면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캐릭터만 플레이해야 한다. 다양한 스킨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쉽다.

4명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의적' 혹은 '약탈꾼'이 된다는 컨셉. 여기에 PvPvE라는 독특한 게임 진행방식. 각각의 클래스를 활용한 전략적인 전투. 그리고 콘솔과 PC의 크로스 플랫폼까지 지원하는 멀티. '후드'는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게이머의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모두 갖췄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이런 기대는 곧 실망이 된다. 

 

우선 게임 진행에서 클래스의 개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 은밀하게 움직이고 적을 암살하는 것에 대한 이득은 거의 없다. 사실 들켜도 크게 상관이 없다. 어차피 적팀도 대놓고 뛰어오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막 뛰어다녀도 어떤 페널티가 없다. 상대 팀과 마주하면 은신이고 뭐고 일단 전면전에 돌입하고, 주변의 AI들도 다 뛰어들어서 말 그대로 '난장판' '개싸움'이 된다.

 

보물상자를 훔쳐서 빨리 달아나야 하는데, 거점 하나를 두고 플레이어 8명과 AI가 뒤엉켜서 지루한 시간만 보내게 되는 일 자주 일어난다. 은신, 암살플레이를 하고 싶어도 팀에 '돌진맨'이 한 명만 있어도 '후드'가 추구했던 색깔은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 나 혼자 풀숲에 숨어있다고 될 일이 아니다. 돌아보면 우리 편이 이미 AI를 달고 내 쪽으로 뛰어오고 있다.

 

의사소통이라도 잘 되면 좋겠으나, '후드'는 채팅기능이 없다. 게임에는 온갖 국가의 게이머들이 다 모여드는데, 오로지 뜻이 통하는 것은 '욕' 뿐이다. '퍽, 노, 쉿, 고고' 를 계속 듣다 보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무엇보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바로 게임의 승리 조건이다. 상자를 훔쳐서 특정 지역으로 가져온 후 수송의 진행도를 올리면 승리한다. 마지막 수송은 총 6번을 거쳐야 하는데, 한 번씩 달성할 때마다 골드를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게임의 승리를 위해서는 마지막 6번째 단계만 차지하면 된다.

 

우리 팀이 열쇠를 훔치고, 상자를 거점으로 가져와 수송을 5번이나 성공했어도, 마지막을 적에게 빼앗기면 게임은 패배하게 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눈치만 보다가, 적이 수송을 시작할 때 달려들어서 막타만 뺏으면 그동안 얼마나 죽었나에 상관없이 게임은 승리한다. 

 

물론, 적이 90%까지 수송을 완료했을 때까지 숨어있다가 한꺼번에 달려드는 짜릿함은 있다. 하지만 이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되다 보면 이겨도 개운하지 못하다. 보상 역시 부분 경험치나 골드를 얻을 수 있지만, 게임 자체를 이기는 것과 패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후드'는 정말 좋은 재료를 잔뜩 사용했는데, 그 결과물은 어이없을 정도로 엉성하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분명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가득한데, 이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의 어쩔 수 없는 콘텐츠 부족은 그렇다고 쳐도, 개발사가 의도한 '잠입'이나 '약탈'에는 근처도 못 갔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전반적으로 손봐야 할 것도 많다. 디테일보다는 큰 흐름부터 바꿔야 한다. 각 클래스의 개성을 살릴 수 있을 만한 장치, 혹은 어떤 이점이나 페널티를 확실하게 부여해야 한다. 밸런스를 잡고, 클래스를 추가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4:4로 달려들어 엉망진창으로 싸우는 게임은 널리고 널렸다. '후드'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막 게이머들을 만난 게임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게이머들은 그다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다른 재미있는 게임을 찾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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