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매니저 2021(Farm Manager 2021), 더 철저히 경영인의 자세로 돌아왔다
팜 매니저 2021(Farm Manager 2021), 더 철저히 경영인의 자세로 돌아왔다
  • 진병훈
  • 승인 2021.05.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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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심시티(SimCity)’의 마니아들이라면 1993년에 출시됐던 ‘심팜(SimFarm)’이라는 게임을 기억할 것이다. MS-DOS 게임으로 등장했다가 윈도우 3.1이 나오자 리메이크가 되어 재출시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농촌용 심시티 게임으로 불리는데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답게 엔딩은 없고, 귀농인으로서 돈 많이 벌어 성공하면 되는 게임이다.

그런 면에서 2018년에 출시됐던 ‘팜 매니저(Farm Manager)’는 여러모로 많은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심팜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잘 파고들면서 새로운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새로 출시한 ‘팜 매니저 2021’은 전작에 비해 인터페이스나 텍스트의 양이 보기 좋게 간편화 되면서 초보자들도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작에서는 나름대로 캐릭터들간의 속사정을 풀어 놓으면서 친숙하게 다가갔다고 한다면, 이번 게임은 철저하게 경영인의 자세로만 대하고 있다. 게임 초반의 튜토리얼만 잘 따라가면 어느 순간부터 건물을 예쁘게 지을 수 있고, 돈 계산도 능숙해진다. 어쩌면 심시티처럼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에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겠다.

보통 이런 류의 시뮬레이션 장르는 게이머의 학습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단서를 충분히 줬다고 판단하고, 툭 던져 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초반부터 쉽게 포기하는 게이머들도 적지 않다. 다행히도 ‘팜 매니저 2021’은 무한대로 즐기는 ‘프리’ 모드 외에 ‘캠페인’ 모드가 있다. 튜토리얼로 부족한 부분을 이 캠페인 모드가 채워준다. 그러니까 튜토리얼로 게임의 규칙을 한번 훑어본 뒤에 캠페인 모드의 중반부를 지나치고 나면, 게임의 대략적인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은 여타 시뮬레이션 장르에는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라서 개발진의 배려가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캠페인 모드를 위주로 설명하면, 낡은 농장을 재건하면서 시작한다. 건물을 보수하고, 주변에 널려진 쓰레기를 치운 다음에 변압기와 전봇대를 세워 전원을 들여온다. 이제 소와 양, 염소를 사육하기 위해 헛간을 짓고, 담당 업무를 할 직원을 채용해 할당한다. 직원들은 앞으로 세워질 각 건물마다 할당해야 하며 자신의 능력치대로 움직인다. 능력치는 동물 사육이나 생산, 기계, 식물 등 다양하고, 돈을 투자해서 계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나 양, 염소, 타조, 메추라기 등을 구매하고 사육하는데 그에 따른 우유, 양털, 타조알, 메추리알을 생산할 수 있다. 당연히 사육을 하려면 사료가 필요하고, 이 게임은 사료의 종류가 다양하며 품질도 따지기 때문에 동물들이 굶어 죽지 않으려면 폭넓은 투자가 필요하다.

블랙베리나 라즈베리, 귀리, 양귀비, 딸기, 양배추 등 과일과 채소도 재배할 수 있는데 농번기를 기다리거나 온실 재배 등 방법도 세분화 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런 재배에 사람의 수작업보다는 다양한 농기계가 활용된다는 것이다. 농촌 생활을 잘 모르는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의 각종 농기계들이 등장한다. 짚이나 건초를 압축하여 끈으로 묶는 작업을 수행하는 ‘라운드 프레스’나 작물을 수확하는데 도움을 주는 ‘컴바인’ 등 이런 농기계들은 사실 전작에서도 꽤 공을 들인 부분이다.

과일과 채소는 중요한 자산이다. 딸기나 구스베리, 블랙베리는 잼으로 가공할 수 있고, 양배추는 싱겁게 절여서 발효해 사우어크라우트로, 오이는 피클로, 나머지는 주스로도 만들어 물가에 따라 판매할 수 있다. 당근이나 잔디 등의 경우 동물들의 사료로도 쓰여서 게이머의 영역에는 온실과 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 외에는 가공 공장과 곡물을 보관하는 창고, 사일로 등을 건설해야 한다. 하나의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전력과 보관 장소 등을 익히고 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건물을 보기 좋게 가지런히 지을 수 있다. 이 게임의 모든 건물 입구에는 도로가 있어야 한다. 각종 도구나 트레일러를 부착해서 쓰는 트렉터가 바삐 움직이려면 당연히 포장도로나 자갈길이라도 있어야 한다. 사육하는 동물이 아프면 수의사가 당연히 차를 타고 와야 할 것이고, 농기계나 건물이 오작동을 일으키면 수리 기사도 와야 한다. 본인처럼 이런 류의 시뮬레이션 장르에 익숙하지 않다면 길을 터는 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중반을 지나쳐서 자산 관리가 어느 정도 되고 나면 건물을 계속해서 지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패턴에 따라 가지런히 건설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건물들의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도로도 문제지만, 변압기나 전봇대도 아무렇게나 막 짓게 되면 나중에는 거미줄처럼 엉키는 경우도 있어 흉물스러운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

다행히도 이 게임은 난이도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만 제때 신경만 쓰면 파산할 일도 없어서 사실 방치해 놓고 플레이해도 무방할 정도다. 밀이나 귀리를 생산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나 토마토를 재배해서 주스로 가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 퀘스트를 해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기본 속도를 유지한 채 웹서핑을 해도 어긋날 이유가 없다. 물론 게임 속도를 올려서 퀘스트를 빨리 해결할 수는 있지만, 정해진 영역 안에서 80%까지 건물을 짓고 보니 굳이 바쁘게 손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다. 필요한 사료나 재료 등도 넉넉히 구매해 놓고, 자산이 부족한 것 같으면 가공해 놓은 식품 등을 팔아 버리면 그만이다. 알람 경고문이나 메시지 등도 처음에는 신경이 쓰이겠지만,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류의 시뮬레이션이 그렇듯 루스해지는 순간이 오기 시작한다. 이 게임의 건설 패턴을 파악하고, 건물을 예쁘게 짓는 부분까지는 즐거울 수 있지만, 단순히 생산을 강요하는 퀘스트만 계속 보게 되면 게임이 갑자기 지루해질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심시티 류를 즐기지 않는 게이머라면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흙 냄새가 절로 풍기는 정감 섞인 사운드트랙이 언제부턴가 자장가처럼 들리는 순간이 온다면 게임 속도를 올려서라도 전개하고 싶겠지만, 비슷한 퀘스트가 계속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해당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기 때문에 방치해 놓는 경우도 허다할 수 있다.

그 밖에 특별히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어서 의아한 경우도 있었다. 농기계가 오작동을 자주 일으키거나 동물들이 아파서 수의사를 불러야 하는 경우, 거기에 건물에 불이 나서 소방서에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타조의 경우 번식할 때 수의사가 필요하다는 것도 재밌는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번거롭게 느껴졌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트랙터가 불필요할 정도로 오작동을 자주 일으켜서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답지 않게 생산성 없는 전개라는 인상을 받았다.

‘팜 매니저 2021’이 입문자들에게 적당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캠페인 모드는 튜토리얼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계속해서 퀘스트 목록을 따라 실행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큰 긴장감 없이 무난하게 전개할 수 있다. 농기계가 자주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수의사에게 자꾸 지출이 되는 등은 아마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프레임 드랍 현상도 가끔 있어서 추후 피드백과 업데이트를 병행하면 중독성 있는 게임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