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 공포와 액션의 균형으로 시리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 리뷰

  • 입력 2021.05.17 11:12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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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여러 시리즈로 계속해서 출시되는 게임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장점은 검증된 세계관,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기에 이미 전작을 즐긴 게이머들에게 기본적인 호감과 검증을 받은 상태라는 것이다. 일례로 삼국지 10이 너무 재미있어서 인생게임이 된 게이머가 있다면 그는 다음에 출시되는 삼국지 11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고, 어지간하면 또 플레이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시리즈가 주는 이름값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시리즈 전통의 팬들에게 정말 가루가 되도록 까일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시리즈로 출시되는 게임들은 매번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화제가 되고 여러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이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 워낙 오랫동안,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시리즈이기에 새로운 넘버링이 발매될 때마다 화제가 된다. 역사가 오랜만큼 게임의 방향성 역시 시리즈마다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래 레지던트 이블은 공포 장르로 시작된 게임이다. 한정된 탄약과 미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몸으로 좀비, 혹은 생체병기라는 이름의 괴물들과 싸우며 비밀을 풀어나가는 게임. 초기에는 공포게임 특유의 쫄깃함과 무서움을 잘 반영했지만, 4부터 조금씩 액션이 가미되더니 56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FPS 액션 게임으로 변모했다는 평을 받았었다. 그런데 2017년 출시된 7을 기점으로 레지던트 이블은 호러 장르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처럼 게임 내에 공포 요소를 아주 적절하게 배치해 호어 어드밴처의 귀환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후 출시된 리메이크작, Re2Re3 역시 마찬가지. (아쉽게도 Re3는 짧은 볼륨 탓에 욕을 먹었지만) 높아진 그래픽에 개선된 게임성까지 합쳐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명작 시리즈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었다. 최근 성적이 워낙 좋았기에 지난 57일 발매된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이하 빌리지)에 대한 기대도 어마어마했다. 과연 시리즈의 새로운 진화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마무리되는 에단 윈터스의 이야기

스토리는 7에서 이어진다. 당연히 주인공도 7의 주인공이었던 에단 윈터스. 표지모델은 크리스면서 에단이 주인공으로 나온 이유가 뭔지 궁금하긴 하지만. 어쨌든. 7의 사건 이후 3년 후, 유럽으로 이민을 와서 미아와 에단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로즈라는 예쁜 아이도 낳는다.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일상도 잠시, 크리스와 특수부대원들이 찾아와 미아를 죽이고, 로즈를 납치해간다. 저항하던 에단은 뒤통수를 맞고 기절하는데, 깨어나자 처음 보는 눈 내린 시골 마을이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에단은 로즈를 되찾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스토리가 7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7의 스토리를 모르면 빌리지의 온전한 스토리를 감상하기가 조금 힘들다. 다행히 초반부에 에단의 회상으로 7의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려주긴 한다. 한 번 엔딩을 보면 7의 스토리를 잘 정리해서 설명해주기도 하니, 스토리에 혼선을 빚을 일은 없다. 빌리지에서 가장 잘 구현되어 있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캐릭터다. 트레일러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거구에 풍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여인, 알치나 드미트리스쿠에게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었었다. 아쉽게도 알치나는 단순히 4대 귀족 중 한 명으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알치나는 게이머들에게 누님으로 불리며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알치나처럼 저 캐릭터들의 특징이 굉장히 잘 반영되어 있었다. 자기력으로 염력을 쓰는 하이젠베르크, 정신조종을 특기로 하는 베네비엔토, 물고기 형태로 변하는 모로까지. 적들의 면면도 특색있다. 늑대인간에 뱀파이어, 기계괴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나름의 특색이 있고, 특징 묘사가 잘 되어 있어 보는 맛이 났다. 적들이 워낙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주인공을 비롯한 아군측 캐릭터의 묘사가 너무 밋밋해졌다고 느낄 정도. 그래도 주인공의 독백이나 욕지거리를 통해 에단의 캐릭터성이 부각되기는 했다. 후반의 반전이 있긴 하지만 게임 내내 복선이 많이 깔려있어서 아예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러면 스포가 되어버려서 자제한다. 전반적으로 작위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를 캐릭터 하나하나의 매력으로 메꿔버린다는 느낌이었다.

확 좋아진 길 찾기. 직진만 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7과 비슷한 형태다. 1인칭 시점이 고정이고 맵을 돌아다니며 길을 찾으면 된다. 큰 틀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나, 변경점과 추가된 부분은 존재한다.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건 길 찾기. 레지던트 시리즈를 플레이할 때마다 고생했던 길 찾기가 경이적일 정도로 쉬워졌다. 개인적으로는 길 찾기를 쉽게 하기 위한 개발사의 노력이 엿보일 정도였다. 일단 게임 진행은 순차적으로 4명의 귀족을 처리하고, 최후의 보수, 미란다에게 나아가는 식이다. 4명의 귀족은 각각 거주하는 공간, 지배지역이 구분되어 있어서 혼란을 최소화했다. 주인공은 하나의 지역을 클리어하면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고, 그 지역을 클리어하면 또 다음 지역으로 갈 열쇠를 얻게 되는 식이다. 물론 다양한 수집거리가 숨겨져 있기에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공통으로 언제든 돌아다닐 수 있는 마을 중앙 광장이 있지만 강제되진 않고, 원한다면 빠르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의 보스를 처리하고 나면 반드시 베이스캠프처럼 제단이라고 하는 공간으로 돌아와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길을 찾다가 2지선다형 길이 있을 때, 반드시 한 군데는 막혀 있거나 다른 구조물이 필요하게 만들어져 있다. , 꼼꼼히 돌아다니며 막히지 않은 곳으로만 가면 진행에 큰 문제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모든 지역에서는 본격적으로 보스와 전투를 하기 전에 반드시 도망을 가야 하는 구간이 있다. 처음에는 이 구간이 너무 어려워 보였지만, 단순히 열린 곳으로 쭉 직진만 해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진 않았다.

추가된 부분은 동물 고기를 활용한 업그레이드. 마을 곳곳에 있는 가축을 잡아다 상인에게 주면 체력을 올려주거나, 막기 시 피해를 경감해주는 등의 패시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기 업그레이드나 약, 탄약 조합 등도 여전하다.

보스부터 잡몹에 이르기까지. 영화같은 연출

연출은 나무랄 곳이 없다. 게임 시작부터 엔딩까지. 시종일관 미친 연출을 보여준다. 처음에 라이칸에게 물어뜯길 때의 연출은 충격적이었고, 알치나가 쫓아올 때는 소름이 돋았다. 연출과 인게임을 연결하는 부분도 너무 자연스러워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아마 1인칭 시점의 효과일 텐데, 주인공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세세히 볼 수는 없지만, 이를 압도하는 적의 움직임 덕에 몰입은 배가되었다. 이게 보스전에서만 적용되는 연출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겠지만, 빌리지에는 일반 잡몹에게 당했을 때도 연출이 좋다. 라이칸에게 근접공격을 허용하면 물어뜯는 연출이 나오고, 팔에 드릴을 단 적에게 근접공격을 허용하면 드릴로 배를 긁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연출된다. 곳곳에 연출의 묘미가 살아있어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건 적들의 비루한 AI 였다. 처음에는 라이칸이 공포의 대명사 같았지만, 산탄총과 탄약만 넉넉하면 전혀 무섭지 않았다. 달려오다가 갑자기 2~3m 앞에서 간을 보듯이 스물스물 움직이고, 심한 경우 바로 옆으로 달려서 지나쳐도 쫓아오질 못한다. 난이도를 낮추기 위함인지 몰라도 움직임 자체가 워낙 느려 후반 되면 긴장감이 떨어졌다.

다른사람은 모르겠는데, 난 무서웠다...

필자는 공포게임을 굉장히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좋아했기에 4, 5, 6까지 열심히 즐겼다. 하지만 7은 너무 무서워서 플레이할 수 없었다. 아예 5, 6처럼 적들과 괴기할 뿐이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7......(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런 필자 입장에서는 빌리지의 공포가 딱 적당한 수준이었다. 커뮤니티에서는 빌리지에서 공포 요소가 너무 줄었다며 단순 FPS 슈팅 게임이라는 평을 내리는 이도 많은데, 필자는 무서웠다. 라이칸의 그르르 거리는 소리도 무서웠고, 자꾸만 고조되는 배경음악도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점프 스케어, 이른바 갑툭튀는 많지 않아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필자 같은 공포 초보자들은 갑툭튀가 이어지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스테이지별. , 4명의 귀족을 상대할 때마다 조금씩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져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알치나나 베네비엔토의 저택에서는 공포게임 특유의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적들이 연달아 등장하는 모로나 하이젠베르크 지역에서는 4, 5, 6 특유의 액션을 맛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액션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포쪽에 비중이 조금 더 실려 있는 느낌이다. 64정도랄까.

다음 시리즈가 기대, 공포 찌질이들은 조심스레 도전하길!

빌리지를 끝으로 7부터 이어진 에단 윈터스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물론 엔딩을 보면 조금 더 우려낼 여지가 있긴 하지만 일단 공식적으로 이 이야기는 마무리가 지어졌다. 빌리지는 7부터 시작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변화의 마침표라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4, 5, 6에서 호평받은 액션과 시리즈 초기와 7에서 칭찬받은 공포 호러 요소를 적당히 버무렸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고수함으로써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공포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는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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