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H3, 이번에는 구단 경영까지… 스토브리그를 게임으로?

  • 입력 2021.04.08 12:58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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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가 제작하고 배급한 ‘프로야구 H3’은 엔트리브소프트가 개발했던 ‘프로야구 매니저’, 일명 ‘프야매’로도 불렸던 매니지먼트 게임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프야매’는 일본 세가의 ‘프로야구팀을 만들자 온라인2’을 기반으로 제작하였는데 모든 데이터를 한국 선수와 KBO 규정으로 수정한 것이었다. 2010년, 정식 출시된 당시에는 선수들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야구 게임들이 많았던 관계로 매니지먼트 장르는 꽤 신선한 시도로 평가 받았다.

‘프로야구 H3’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 첫 느낌은 ‘풋볼 매니저’ 시리즈의 야구 버전이라는 점이었다. ‘풋볼 매니저’ 역시 감독과 구단주가 되어서 플레이하는 매니지먼트 게임으로 ‘악마의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선수들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능한 선수들을 영입하고, 훈련 시켜서 게임에 투입 시키는 것이다. 이런 게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된 일이었는데 아마 최근에 드라마로 방영했던 ‘스토브리그’ 덕분에 더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런지 ‘프로야구 H3’에는 전작에는 없었던 프런트의 역할이 추가되었다. 이른바 ‘야구 경영’이라는 것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책 조정실, 전력 분석실, 마케팅팀, 메디컬팀, 스카우트팀 등 디테일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게이머가 직접 각 부서에서 올린 안건을 결재하고 반려할 수 있다. 아마도 마케팅팀까지 눈에 보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스토브리그’를 떠올릴 것이다.

일단 이런 매니지먼트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선 풍경이 이어질 것이다. 선수들을 직접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도 있지만, 게임 진행 자체를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이는 건 그저 텍스트와 선수들의 라인업 사진, 거기에 야구에 관심이 없던 게이머들에게는 용어까지 어렵게 보일 것이다. 아마 이런 장르가 낯설다면 튜토리얼을 거치고도 금방 손을 놓을 수도 있다.

사실 튜토리얼이 이 게임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 하고 있다. 라인업만 설정하면 게임이 자동으로 치러진다는 아주 짤막한 설명조차 생략됐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채팅창에서부터 게임 시작에 관해 묻는 질문들이 서비스 시작부터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했다.

먼저 이 게임의 페넌트 레이스를 살펴보면, 매일 아침 오전 7시부터 1시간씩 1라운드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서 엔씨소프트와 SSG 랜더스의 주말 3연속 경기를 1라운드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게 계산하면 일주일도 안 돼서 정규 시즌은 끝이 나게 된다. 게이머는 구단주나 감독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직접 컨트롤을 할 수는 없고, 소소한 전술을 개입시킬 수는 있다. ‘작전 카드’와 ‘서포트 카드’가 그것인데 ‘예상 밖의 선전’이라든가 ‘에이스 등판’, ‘선발 에이스 킬러’ 등 1차전부터 3차전까지 장착을 해서 진행하면 된다. 여기에 사용하면 소멸이 되거나 상쇄 효과 등 핸디캡도 나름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반면 서포트 카드는 선수와 구단에게 장착할 수 있는데 능력치나 컨디션, 스태미나 등을 개선하거나 상승 시켜 준다.

야구 게임 화면을 아예 못 보는 것은 아니다. 라운드가 진행되면 ‘경기 중계’와 ‘하이라이트’ 버튼이 활성화 되는데 터치하면 3D 그래픽으로 선수들의 모션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 장르 특성상 훌륭한 그래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신 실제 야구 중계 캐스터들의 생생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또한 경험치 보너스도 얻을 수 있어서 처음부터 외면할 이유도 없다.  

만일에 게이머가 ‘프로야구 H3’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면 페넌트 레이스부터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라운드를 몇 번 진행하고 나면 왜 자꾸 게임에서 지는지 돌아보게 되고, 튜토리얼에서 설명했던 선수들의 경험치를 다시 만져보게 될 것이다. 물론 선수들을 육성하는 방법을 보면 MMORPG의 강화 시스템과 비슷하게 보인다. ‘선수 강화권’을 사용해 최고 10까지 레벨을 올릴 수 있고, 레벨이 7이 되면 특수 능력 슬롯이 개방된다. 여기에 스트라이크 영역을 연상하게 하는 ‘스킬 블록’을 넣어서 추가 스탯을 넣을 수도 있다. 파이프 모양을 넣어서 다른 블록과 연결시켜 또 다른 추가 스탯을 이어지게 한 것도 최근 RPG 게임들의 대세를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게임 시스템 자체가 좀 복잡해 보인다. 전작인 ‘프로야구 H2’나 ‘프야매’를 플레이해 본 게이머라면 모르겠지만,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은 아마 대부분 금방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정확히 자정에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플레이 특성상 타이트하게 진행될 이유가 별로 없었다. 물론 서비스 시간이 큰 문제로 보이진 않지만,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현질’ 외에는 딱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인처럼 MMORPG를 많이 접한 게이머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튜토리얼과 그에 적응할 수 있는 플레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게임은 그런 과정을 거의 생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홈페이지에서 팁 영상까지 나열해 놓았지만, 자정까지 기다리면서 게임을 설치하고, 등장한 건 페넌트 레이스의 아침 7시 시작이었으니 적잖이 당황한 게이머들도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튜토리얼에서 설명하는 콜업 카드나 강화 카드 등 부족한 부분도 많아서 딱히 손댈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 번 강조하지만, 복잡해 보이는 시스템이 큰 장애로 남는다. 선수단 훈련은 튜토리얼에서는 아예 설명도 없는데 홈페이지 안내 부분을 보지 않는다면 아예 활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홈페이지까지 찾아가서 이해를 한다고 해도 의아한 부분도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수단을 성장 시키는 훈련 시스템을 훑어보면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를 찾아서 특정 연도의 각 구단과 맞춰봐야 한다. 홈페이지에서는 “나의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단과 연도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하지만, 그리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 선수 카드를 소비해서 포인트를 반환하는 것이 핵심인데 여기에 각 스탯을 점수별로 또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산만하게 보인다.

물론 이런 복잡해 보이는 시스템이 구단주와 감독의 영역에서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매니지먼트나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부분은 ‘경영’에 있다는 점에서 ‘프로야구 H3’의 ‘구단 경영’이 어떻게 평가 받을지도 알 수 없다. 홈페이지 안내를 차근차근 잘 확인하고 활용만 한다면 구단주의 간접 체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구단 경영’에서 흥미를 느꼈는데 이적 시장을 검색하고, 안건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야구 게임을 관람하는 것보다 더 즐겁게 다가왔다. 페넌트 레이스를 진행하면 구단 경영 기획력 게이지가 증가하는데 가득 차면 프런트에서 안건이 도착한다. 예를 들어 ‘스카우터 충원’에 대해 선수들을 배치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 복귀하게 된다.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기도 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을 배치할 때 성공률을 잘 확인해야 한다. 때로는 1명에서 2~3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

‘프로야구 H3’은 보기 드물게 매니지먼트 장르로 사전 예약도 100만 명을 넘어서 첫 출발은 괜찮은 편이다. 다만 예상치 못 한 오류로 인해서 잦은 점검이 문제가 되었고, 해상도 설정에도 시대착오적인 모습이 보였다. 이 게임은 모바일 외에도 PC로도 플레이할 수 있는데 게임이 추천하는 해상도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게임 진행 자체가 먹통이 되고 있다. 그 때문에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변경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게임들이 그렇듯이 몇 번의 업데이트를 거치고 나면 괜찮은 매니지먼트 게임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구단 경영이 추가되면서 구단주의 간접 체험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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