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이름이 무색하다. 그냥 오락실 게임을 하자. Another Warfare 리뷰

  • 입력 2021.03.15 12:04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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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출시되는 게임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수많은 리뷰게임을 진행해보면서 느낀 건, 출시되는 게임이 없는 게 아니라 할 만한게임이 없다는 거였다. 스팀에는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고, 그보다 훨씬 많은 게임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그 엄청나게 많은 게임을 보면서 필자는 이 게임들이 추구하는 바는 대체 뭘까. 고민에 빠지곤 했었다. 업계 내부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세한 개발 비화를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수익이 날 거라는 기대가 있으니까 게임을 출시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리보고 저리봐도 도대체가 수익이 될 리가 없는 게임들도 버젓이 출시가 된다. 그냥 개발자가 취미로 만든 게임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게임을 개발하다 갈라져 나온 자투리 게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게임을 플레이하고 즐기는 이들은 대체 뭘까? 리뷰를 진행하면서 낮은 완성도의 게임을 마주할 때면 언제나 이런 생각이 든다. 개발자의 의도도, 이 게임을 찾는 소비자의 입장도 도저히 헤아리기 어려운 게임. 대부분은 완성도 낮은 얼리 액세스 게임들 사이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정식출시된 게임에서 이런 위화감을 느꼈다. Another Warfare. 311일에 출시된 게임으로 가격이 무려 1,100원이다. 세일하면 800. 오락실에서 하는 게임 두 판보다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이 게임의 경쟁력은 대체 뭘까.

스토리? 그게 뭔데. 그냥 직진. 직진. 또 직진.

필자의 게임 리뷰 시작은 언제나 스토리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 게임은 도저히 그럴수가 없을 것 같다. Another Warfare는 스토리라고 할 게 없다. 제목 그대로 풀이하면 또 다른 전쟁, 전투. 이런 의미가 전달되는 스토리가 있어야겠지만, 전혀 그런게 없다. 그냥 게임을 시작하면 바로 플레이 화면이 나오고, 게임이 진행될 뿐이다.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지만 그게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애초에 대사는 물론이거니와 나래이션도 없으니까. 그냥 엔딩을 끝내면 나오는 일부 멘트 하나가 다다. 그것도 아주 간단하고 쉬운 영어라 독해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게임 내에서 묘사되는 것들로 스토리를 이해해 보면 주인공이 전장에서 이상한 적들을 물리치고 나가는 건데(이렇게 쓰고 보니까 정말 성의 없는데, 정말 이게 다다.) 주인공의 묘사나 적들의 모습을 보면 2차 세계대전을 모티브로 한 세계관이 주 무대인 듯 하다. 그 외에는 제공되는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스토리를 짐작도 하지 못하겠다.

독특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시스템

시스템 역시 스토리모냥 엄청 간단명료하다. 직진하면서 등장하는 적들을 모두 죽이면 되는 간단한 슈팅게임형식으로 진행이 되며 스테이지마다 모든 적을 죽이고 끝에 있는 깃발까지 나아가면 다음 스테이지로 전환된다. 오프닝씬이나 튜토리얼 같은 친절한 시스템은 당연히 없어 조작법은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데, 게임을 조금만 해본 이들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해 어렵지는 않다. WSAD가 상하좌우이고, 마우스 클릭이 발사다. 애초에 게임 자체가 원가 간단해서 시스템이라고 설명할 것도 많지 않다.

Another Warfare의 가장 독특한 점은 시간이 멈춘다는 거다.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멈춘 상태가 지속되고, 이 시점에서 총을 쏘면 총알이 누적되고 움직일 때 총알이 날아가 적을 타격한다. 독특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시스템만으로 게임의 재미를 보장하기에는 너무나 조악하다. 어디에도 없는 Another Warfare만의 특징도 아니고, 시간이 멈춘 사이에 전략을 짜거나 할 정도로 게임의 난이도가 높지도 않다. 개발사에서는 이 시간 멈춤 기능을 게임의 가장 큰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정말 있으나 마나한 시스템이라 그다지 공감되지는 않는다.

등장하는 적들의 종류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녀석들이다. 방패를 들고 있는 적, 총을 쏘는 적, 빠른 적. 끽해야 이 정도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유도탄을 쏘거나, 조금 더 맺집이 강한 적 등 조금씩 다양한 적이 등장하지만, 모든 적이 등장한다고 해도 어렵다고 느낄 난이도는 결코 아니다. 주인공의 성장요소는 없다. 오직 스테이지 초반에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강화가 가능한데, 총 모양의 아이템을 먹으면 데미지와 연사속도가 증가하며 방패를 먹으면 적들의 공격을 한 대 더 버틸 수 있게 된다. 이것 외에는 딱히 아이템이라고 부를만한 건 없다.

10~20분에 1,000원을 태울 것인가?

그래픽은 좋은 편이 아니다. 이전에 발헤임의 그래픽을 구리다고 평했는데, 이 게임에 비하면 신사 수준이다. 픽셀로 이뤄진 그래픽이 엄청나게 거슬리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그래픽으로 어필할 만한 독특한 장점 역시 보이지 않는다. 타격감 하나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총으로 적을 맞췄을 때의 시각, 청각효과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 지루하진 않았다. 특히 중간 중간 놓인 폭탄이 터질 때 큰 굉음과 함께 터지는 연출이 등장하는데 그게 꽤 타격감이 좋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전체적인 게임 수준에 비하면 그나마 타격감이 낫다는 정도지. 결코 타격감이 심하게 뛰어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볼륨은 아주 극단적으로 적다. 너무 간단한 게임이라 그래도 엔딩은 봐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게임에 임했는데, 필자의 예상보다 너무 일찍 게임이 끝나버렸다. 총 플레이 시간이 대략 15분 남짓? 중간 중간 딴 짓 하다가 죽은 시간을 제하더라도 10분이면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볼륨이 적어서 좀 당황했다.

경쟁력이라고 할 만한 게 없음. 당연히 비추.

사실 딱히 할 말이 없는 게임이기도 하다.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하긴 하지만 대체 이런 게임을 국내에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게임성은 빈약했고, 파고들만한 요소도 없다. 이 게임을 1,000원 주고 할 바에야 네오지오에서 킹오브 파이터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도 아니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나. 어쩐지 시대를 역행하는 게임인 것 같았다. 무료로 서비스하고, 시간이 붕 떠서 20분 정도 할 게 없다면 잠깐 켜볼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내 돈 주고 플레이하긴 너무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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