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나 택틱스,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 아닌 이유… 영웅 수집 놀이 한마당

  • 입력 2021.03.11 14:47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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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게임빌’에서 배급을 맡은 ‘아르카나 택틱스’는 여느 모바일 게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업그레이드와 보상이 반복되고, ‘가챠 시스템’이 중첩되는 모습도 여전하지만, 전투 시스템에 색다른 변화를 시도하면서 ‘양산형 게임’ 부류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겉으로만 보면 평범한 디펜스 RPG 장르로 보인다. 영웅들을 수집, 합성하면서 키워 나가고, 여기에 카드 뽑기까지 있어서 다른 모바일 게임보다 ‘확률형 아이템’이 더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전투에 돌입하게 되면 꽤 괜찮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규칙은 아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규칙 덕분에 영웅 수집과 합성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해 놓았다.

다만 이 게임 역시 반복적인 플레이라는 단점은 안고 있다. 비교적 많은 텍스트의 양과 시각적으로 편해 보이는 인터페이스가 다른 모바일 게임들과 달라 보일 뿐이지, 게임성 자체가 혁신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아르카나 택틱스’는 모바일 게임의 최소한의 선은 지켰다고 보인다. 범람하는 모바일 게임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다.

잠깐 언급했지만, 이 게임의 핵심은 전투 시스템에 있다. 다른 모바일 게임들의 기성품적인 성격은 두루 갖췄지만, 전투 전개 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먼저 전투가 시작되면 1성 캐릭터들 3명이 출동하는데 웨이브가 끝날 때마다 상점에 들어가서 ‘잼스톤’이라는 재화를 통해 영웅들을 구입할 수 있다. 보통 웨이브는 10에서 15 사이로 끝이 나는데 확률은 낮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3성 영웅이 등장하기도 한다. 해당 영웅들은 게이머가 ‘가챠 시스템’을 통해 소환해야 참전 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4성 영웅인 ‘아크 메이지’를 참전 시키려면 3성 영웅 ‘인보커’와 ‘워락’이 있어야 한다. ‘인보커’나 ‘워락’ 둘 중에 하나라도 ‘가챠 시스템’을 통해 얻지 못 했다면 ‘아크 메이지’를 생성할 수 없다. 무작위로 구입할 수 있는 영웅들을 전략적으로 조합해서 파티를 구성하는 것이 이 게임의 최종 목표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웅 조합이 전투 중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무조건 1성 캐릭터들 3명으로 시작해서 각 전투 웨이브가 끝나는 시점에 영웅들을 조합해야 한다. 5성 영웅을 ‘가챠 시스템’을 통해 얻었다고 해서 바로 초반부터 투입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제 웨이브가 끝날 때마다 상점에 들어가서 영웅들을 구입하게 한 이유가 이해될 것이다. 전투 중에 상점에 들어가서 영웅들을 구입하고, 레시피에 맞게 조합을 이뤄야 4성이나 5성 영웅을 빨리 참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등급의 영웅을 조합해야 다음 등급의 영웅을 생성할 수 있다는 건 모바일 게임 세계에서는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각 웨이브마다 제한 시간을 걸어 놓았다. 제한 시간 안에 조합 사전을 찾아서 영웅들을 생성해야 하는 것이다. 제한 시간을 초과할 때마다 적 캐릭터들의 공격이 거세지기 때문에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초반에는 조합을 하다 보면 3성이나 4성 영웅까지는 쉽게 생성되지만, 도전 과제나 퀘스트 수행을 위해 특정 영웅을 생성하려고 하면 꽤 할 일이 많아진다. 조합 사전을 살펴보면 각 영웅들의 직업과 속성이 꽤 디테일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연계 영웅 2명 참전이나 랜서계 영웅 3명 참전 등 퀘스트가 다양하게 붙어 버리면 쉬지 않고 조합 사전을 훑어봐야 한다. 이 단순한 규칙의 게임이 제한 시간을 걸어 놓으면서 꽤 효과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이 게임의 ‘가챠 시스템’에 어느 정도 주목할 수 있게 됐다. 게이머가 4성 영웅이나 5성 영웅까지 생성하는 그 ‘맛’을 봤다면, 다른 레어급 영웅들이 탐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보통 각 스테이지의 웨이브는 10 이상으로 끝이 나는데 4성 이상의 영웅을 생성할 시기에는 거의 스테이지가 마무리된다. 보스전을 앞두고 생성되는 경우가 많아서 나름대로 극적인 효과도 부여할 수 있다.

상점 안의 영웅들이 무작위로 출현한다는 맹점은 있다. 덕분에 필요한 영웅이 나오지 않아서 애태우는 경우가 자주 있었고, 4성 이상의 영웅을 생성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점에는 아이템도 판매한다. 아이템 중에 ‘소환 스크롤’이 있는데 원하는 1성 영웅을 하나 골라서 획득할 수 있다. 영웅이나 아이템 모두 ‘잼스톤’이라는 재화가 필요한데 각 웨이브에서 승리할 때마다 일부 획득할 수 있다. ‘소환 스크롤’은 3번의 웨이브를 통과해야 얻을 수 있을 만큼 가치가 높은 편이다. 그만큼 영웅이나 아이템 구입 모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자동 전투에 이은 보상과 업그레이드의 반복이 주류인 ‘양산형 게임’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를 두고 있다.

이 게임은 무과금 유저와 타협을 봤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가챠 시스템’을 통해 5성 영웅들이 쉽게 나오는 것도 그렇지만, 레시피에 필요한 하급 영웅들도 각 스테이지를 통해서도 쉽게 얻을 수 있게 해 놓았다. 특히나 4성 영웅을 제법 빠른 시간 안에 참전 시킬 수 있었다는 게 칭찬할 부분이다.

‘하이 어쌔신’이라는 4성 영웅을 예로 들어보면 ‘어벤져’와 ‘사무라이’와 같은 3성 영웅들이 필요하고, 큐브도 일부 소비된다. 큐브 역시 각 웨이브마다 소비할 수 있는데 보통 필드를 확장하는데 쓰인다. 초반에는 4명의 영웅이 필드를 장악할 수 있고, 큐브를 소비할 때마다 확장할 수 있다. 큐브 상점에는 영웅 소환과 아이템 뽑기 등 그 밖에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이 게임 역시 플레이가 반복적이라는 단점은 있다. 제한 시간 안에 목표로 한 영웅을 수집하고 조합하는 재미가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패턴도 일부 보여서 흥미가 급격히 반감되는 지점이 있다. 게임 초반에는 도감과 상점을 정신 없이 왔다갔다하지만, 조합 사전의 영웅 관계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생성하는데 익숙해질 수 있다. 그 타이밍을 지나고 나면, 이제 영웅 소환에 눈이 가게 되고, 그 때부터는 ‘현질’의 시간이 오는 것이다.

또한 영웅 소환뿐만 아니라 카드 뽑기 시스템까지 해 놓아서 개인적으로는 산만하게 느껴졌다. 카드 역시 레어급부터 하급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전투 중에 버프를 받게 해 주는 기능을 한다. 더욱 많은 콘텐츠를 준비한 개발진의 노력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굳이 카드 뽑기까지 넣은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르카나 택틱스’는 겉으로만 보면 영웅 수집형 모바일 게임들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전투 중에 영웅을 구입하고 레시피에 맞춰 조합한다는 점, 그리고 게이머가 바삐 움직일 수 있도록 제한 시간을 걸어 넣었다는 점 덕분에 차별화가 커 보이는 것이다. 영웅들의 직업과 속성을 세분화했기 때문에 퀘스트도 심심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각 스테이지에는 도전 과제와 퀘스트가 있는데 각 영웅의 직업과 속성을 활용해 놓았기 때문에 목적이 뚜렷한 편이다. 적 캐릭터들의 속성, 그러니까 약점을 파악해서 영웅을 생성해야 하는 면도 있어서 전투가 그리 허술하지도 않다. 다행히도 이 게임은 그 많은 텍스트의 양이 말해주듯 스토리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 게임은 작은 변화 하나가 얼마나 큰 파급 효과를 주는지 보여주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모바일 게임들 사이에서 최소한의 선은 지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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