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1기가로 만끽하는 진정한 탐험. Valheim 리뷰

  • 입력 2021.03.05 13:09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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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그래픽은 무시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래픽이 게임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건 또 아니다. 사실 필자는 5년 전만 해도 그래픽이 정돈되어있지 않거나 딱 보기에도 조금 퀄리티가 낮아 보이는 게임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꽤 많은 인디게임, 얼리엑세스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서 그래픽에 대한 필자의 인식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아무리 좋은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있어도 게임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했고, 반대로 그래픽은 허접하지만 게임성이 매우 뛰어나서 오랫동안 아주 만족하며 즐긴 게임도 있다.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린 게임 중의 하나인 마인크래프트만 봐도 그래픽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난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필자는 게임을 판단할 때, 그래픽은 취향의 차이일 뿐, 게임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것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사실 대부분의 인디게임은 그래픽보다는 게임성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편이다. 대규모 자본의 투입이 필수적인 초현실적 그래픽을 인디 게임사가 감당할 능력도 없거니와 상술했듯이 그래픽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게임성을 놓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언급이 된 김에 이야기하자면 마인크래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디게임 중 하나다. 인디게임으로 시작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선택으로 메이저 게임으로 거듭나기까지. 마인크래프트의 경쟁력은 박스로 이뤄진 세상에서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었다. 각국의 게임 평론 사이트에서는 오픈월드에서 즐기는 탐험과 건축의 절묘한 균형이 마인크래프트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건축게임에는 재능도, 흥미도 없던 필자는 사실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난 22일 출시된 Valheim을 통해 마인크래프트의 재미를 조금씩이나마 느껴가고 있다. 얼리엑세스로 출시됐음에도 주마다 1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Valheim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요즘 핫한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Valheim은 오딘과 토르가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북유럽 신화에서 오딘은 최고신으로 아홉 세계를 관장하는 신으로 등장한다. Valheim 세계관에서도 마찬가지. 오딘은 아홉 세계를 통합했으나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많은 적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었고, 이들을 하나의 세계, 열 번째 세계에 몰아넣고 감옥 겸 망명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망명지 역시 세계. 이곳의 적들은 나날이 강해져갔고, 이에 오딘은 열 번째 세계에 있는 적을 물리쳐 줄 전사를 찾게 되는데......

위 인트로 영상에서 등장하는 전사가 곧 주인공이다. 게이머의 목표는 곧, 이 주인공을 조작해 열 번째 세계에 있는 오딘의 적들을 물리치는 것이 된다. 사실 게임의 시스템을 생각하면 스토리가 크게 중요한 게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고 목표를 제시해주고 있어 간단하지만 아주 좋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북유럽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 왔지만 실제 등장인물은 오딘의 전서구 역할을 하던 까마귀 정도이고 나머지 적들이나 보스는 이런저런 판타지의 괴수들이 짬뽕되어 존재한다.

처음 게임을 플레이할 때 난관에 부딪치는 부분은 한글 미지원이다. 아직까지 이 게임은 공식적으로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 스토리의 이해를 위해 한글이 필요할 정도로 이야기가 심도깊진 않지만 건축과 탐험이 주요 콘텐츠 중 하나인 만큼 이를 위한 도구, 스킬 설명은 필수로 이해해야 한다. 한글을 공식지원하지는 않지만 구글 번역을 돌린 유저 한글패치는 존재하며 이 정도 퀄리티만으로도 게임을 플레이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라 언어에 있어 큰 제약이 느껴지진 않았다.

진짜 오픈월드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

Valheim은 시스템과 스토리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시스템이 굉장히 독특하다. 3D 오픈월드라는 장르답게 방대한 맵을 자랑하며 플레이어는 특정 위치에 나타나는 보스를 처치해서 다음 보스의 위치를 해금하며 목표를 달성해나가면 된다. 최종 목표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5명의 보스를 죽이는 것이며 하나의 보스를 처치할 때마다 새로운 자원과 설계도, 액티브 능력을 준다. 커다란 목표는 있지만 여기까지 나아가는 방식은 게이머들마다 제각각이다. 캐릭터의 기초 능력을 올려주는 레벨업은 없으며 캐릭터가 하나의 행동을 할 때마다 행동에 대한 경험치가 쌓여 행동 레벨이 오르는 방식이다. 도끼질을 많이 하면 도끼 능력이 오르고, 오래 달리면 달리기 능력이 오른다. 스탯은 HP와 스태미나 뿐이다. 스태미나는 다크소울처럼 행동을 할 때마다 소비되고 가만히 있으면 회복된다. HP 역시 여타 RPG 게임처럼 물약이 있는 게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 천천히 차오른다. 이렇게 행동마다 경험치가 따로 있고,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같은 캐릭터가 존재하기는 힘들다.

또 하나, Valheim만의 독특한 시스템은 바로 건설이다. 마인크래프트가 연상될 정도로 이 게임은 건축을 잘 구현해 두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넝마같은 옷 한 벌과 횃불만 주어진다. 맨손으로 주위에 있는 나무를 줘 패서 나무를 얻고, 돌을 주워가며 돌도끼도 만들고 망치도 만들면서 하나하나 도구를 만들어가면 된다. 집도 만들어야 하고, 표지판, 작업대, 조리대 등도 하나하나 신경써서 만들어야 한다. 맵이 워낙 넓어서 어느 한 자리에만 집을 짓고 돌아다니기보다는 괜찮은 위치 곳곳에 집을 짓는 편이 좋다. 후반 가면 포탈도 등장하고 이동이 원활하니까. 집을 짓는데 많은 자원이 소모되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가 들고 다닐 수 있는 무게도 제한되어 있어서 곳곳에 집을 지어두고 게임을 진행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어쩌다 보니 게임 리뷰가 아니라 팁 전달 같은 맥락이 되어버렸는데, 그만큼 다른 게이머들과 꿀팁을 공유하며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게임이다.

장인은 디테일에서. 진정한 탐험을 선사합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Valheim의 그래픽은 구리다. 고작 1기가 정도의 게임에 얼마나 디테일한 그래픽을 요구하겠는가. 그런데 게임 자체는 엄청난 디테일로 점철되어 있다. 비가 오거나 물에 들어가서 몸이 젖으면 젖음 상태가 되어서 불이익이 주어지고, 불 위를 지나가면 몸에 불이 붙어 화상 피해를 입는다. 벌목을 했을때, 쓰러지는 통나무에도 데미지가 있는데 이를 잘못 계산하면 집 위로 나무가 쓰러져 파괴되기도 한다.(필자의 경험담이다) 주변에 불이 없거나 사방이 막혀있지 않으면 침대에서 잘 수 없으며 천장이 없으면 작업장은 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집을 천장으로 도배해서 연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집안이 순식간에 연기로 자욱해져 데미지를 얻기까지 한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일 만큼, 이 게임은 디테일에서 끝판왕을 달리고 있다.

디테일이 그만큼 뛰어나니 탐험의 재미도 어마어마하다. 맵의 UI가 친절한 편도 아니고, 직관적이지도 않아서 나와 보스의 위치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크기만은 꽤 커서 이 모든 곳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지역이 칼로 자르듯 나뉜 것도 아니라 쭉 가다가 새로운 지역에 잘못 발을 들일 수도 있다. 숲과 늪, , 대양 등이 구현되어 있는데, 각지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과 만나는 적들도 각양각색이다. 첫 번째 보스를 처치하고 검은 숲, 그 다음 늪. 이런 식으로 가야 할 곳이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구분이 모호하여 건너뛰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정해진 길로만 가서 준비된 퀘스트를 하던 일반적인 RPG 게임과 달리, Valheim은 다음에 어떤 자원, , 지역이 등장할지 알 수 없는. 위험하지만 쫄깃한 탐험 특유의 설렘을 온전히 전해주고 있다.

자잘한 아쉬움은 있지만 이정도면 눈감아줄 수 있다.

Valheim은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 완성도가 꽤나 수준급에 다다른 게임이다. 상술한 디테일 부분이나 탐험 과정에서 게이머에게 전달되는 긴장, 다음에 어떤 구조물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끔하는 설계까지. 최대한 다양한 재미를 주고 있어서 보다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RPG를 좋아하는 이들은 얼른 무기를 만들어 숙련도를 올릴 것이고, 탐험을 좋아하는 이들은 주구장창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다. 나만의 집이나 마을을 만들고 싶은 이들은 전투는 나중으로 미루고 멋진 건물을 먼저 만들어도 된다.(여담으로 필자는 멋들어진 집을 만들지 못했다. 건축구조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금방 무너져 버리기에 일찌감치 멋은 포기했다. 미친 디테일......)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일단 너무 불친절하다. 일반적인 튜토리얼이 없고, 후긴이라는 이름의 까마귀가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설명을 해주지만, 이마저도 간단한 조작만을 알려주는 데서 그치기에 부족하다. 연기로 인해 데미지가 뜨고 있는데 그제서야 후긴이 굴뚝이 필요하단다. 나는 이미 굴뚝 없는 집을 지어놨는데. 힘이 쭉 빠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다음 스텝으로 가기 위한 설명도 조금 부실하다. 작업대 레벨을 올리고 싶은데, 정확히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아서 필자는 검색을 통해 모탕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내야 했다. 이처럼 Valheim은 게이머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검색과 정보를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온전히 게임내에서 주어지는 정보만으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게임은 재미있었다.

탐험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자유도를 원한다면 강력 추천!

Valheim은 탐험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 준 게임이다. 가볍게 즐기기도 좋고, 하드하게 나만의 목표를 설정해 깊게 즐기기도 좋다. 얼리 엑세스임에도 게임성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이며 남은 건 자잘한 그래픽 개선과 추가 보스, 미구현 지역 보수 정도뿐이다. 1기가 남짓한 적은 용량임에도 2만원이라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책정된 건 이유가 있다. 지금 딱히 즐기고 있는 게임이 없다면 강력 추천한다. 굳이 스토리를 끝까지 밀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플레이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아주 바람직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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