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오줌싸기'라고? PC '브레스엣지' 리뷰

  • 입력 2021.03.24 13:23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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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탐사로봇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착륙했다. 황량한 표면이 찍힌 화성의 사진이 지구에 도착했고, 많은 사람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스페이스X'의 로켓이 지구를 잠깐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도 비슷했다. 어렸을 땐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생각했던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1990년대 초에 상상했던 2021년은 상당히 많은 먼 미래의 것이었다. 지구와 달에 터널이 생기고, 화성과 지구를 마음껏 이동하는 기술은 아직 상상력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옛날의 상상력을 현실에 만들어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갤러그'를 하면서 상상했던 '미래 우주의 모습'을 담은 게임은 '3D 그래픽'과 'VR'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게임에서의 '우주'는 광대한 도화지다. 현재 인류가 짐작하고 있는 크기만큼 무한한 상상력을 그려낼 수 있다.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 혹은 알려지지 않은 존재나 종족에 대한 공포, 미래를 상상하며 만들어내는 과학기술과 결과물의 시험장. 그 어떤 상상력을 쏟아부어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주'다.

게이머들은 그 무대 위에서 '악마를 때려잡는 사냥꾼'이나 '우주정거장을 수리하는 엔지니어'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과학자' 혹은 '화물을 운송하는 배달 기사' 까지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게 된다. 배경이 무한에 가까운 만큼 경험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번엔 어떤 우주에서 무슨 역할을 하게 될까?'라는 기대를 하게 하는 게임이 하나 출시됐다. 표지와 트레일러만으로는 쉽게 짐작되지 않는 게임 '브레스엣지'다. 게임의 목적은 바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인들의 과제와 비슷하다. '생존'과 '무사 귀환'이다.

플레이어는 시작부터 로봇에게 혼나며 추궁당한다.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또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해명한다. '브레스엣지'는 '과거 회상이 곧 게임의 스토리'라는 단순한 전개 방식을 선택했다. 그래도 어쩌다가 플레이어가 이렇게 됐는지 발단 정도는 가볍게 알려준다.

 

플레이어는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거대한 성간 함선을 타고 있다. 할아버지의 관을 모시고 장례식에 동행하던 도중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서 이 함선은 심각하게 파괴되고, 주인공이 머물던 셔틀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할아버지의 장례식' '함선의 파괴' '우주미아' 처럼 앞의 이야기만 놓고 보면 무거운 내용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브레스엣지'는 코믹한 유머 코드로 꾹꾹 눌러 담은 게임이다. 플레이어를 돕는 AI의 멘트나 각종 오브젝트를 상호작용해보면 미국과 소비에트의 감성과 흔히 부르는 '병맛'의 코드가 오묘하게 섞여 있다.

 

썰렁한 농담과 뜬금없는 멘트로 긴장을 풀고 가벼운 느낌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어쨌든 플레이어는 우주 공간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상황. 웃긴 건 알겠으니 이제 게임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첫 번째 목적은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노가다' 혹은 '파밍'이라 부르는 '지구적인 노동행위'를 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객실과 비슷한 셔틀을 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아직 통신 장치가 활성화되어 있고, 장례식용 우주복에 내장된 AI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여기에 희망일지 비극일지 모르겠지만 플레이어를 구하기 위해 구조선이 오고 있다. 구조 셔틀의 도착 예정 시간은 4300여 년 후.

 

'브레스엣지'의 유머 코드는 조금 독특하다. 뜬금없이 닭이 등장해서 누출되는 가스를 막는다거나, 떠다니는 콘돔을 산소통으로 사용한다. '브레스엣지'의 우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생존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오브젝트가 하나 있다. 바로 '비디오테이프'다. '우리 게임 유쾌해요!'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어떤 식으로 게이머를 즐겁게 하고 싶은지 의도가 확실하게 담겨있다. 처음부터 이 게임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는 오브젝트인 만큼 무슨 내용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처음 머물게 되는 셔틀에서는 '프로세서'를 통해 각종 물건을 제작할 수 있다. 사실 이 게임의 핵심은 수집과 제작인 만큼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이다. 처음엔 재료도 없고, 만들 수 있는 장비도 몇 가지 없기 때문에 일단 우주 밖으로 나가서 기본 자원을 모아야 한다.

가장 원초적인 방법은 우주에 떠돌아다니는 재료들을 손으로 그냥 줍는 것이다. 별다른 도구 없이 인벤토리에 집어넣을 수 있는 재료는 생존에 필요한 재료들이 대부분이고, 몇몇은 도구를 제작하는 데 쓰인다. 가장 먼저 줍게 되는 아이템은 '영양죽'과 '얼음'이다. 이 아이템으로는 '영양 팩'과 '물'을 만들 수 있다. 생존을 목적으로 한 게임인 만큼 '허기'와 '갈증'을 계속 채워줘야 한다. 체력은 초반에 소모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산소가 부족할 경우 급격하게 소모된다. 체력은 셔틀의 침대에서 회복하거나 '구급상자'로 채울 수 있다.

 

우주 공간에서는 무작정 떠돌면서 파밍할 수 없다. 활동할 수 있는 산소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산소는 셔틀로 복귀해서 다시 채울 수 있고, 주워온 아이템을 활용해 장비와 아이템을 만들면 그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산소뿐만 아니라 온도나 방사능 같은 변수도 파악해야 한다. '브레스엣지'는 산소만 있다고 해서 아무런 제한 없이 떠돌게 놔두지 않는다. 구역에 따라서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방사능 수치가 오르는 곳도 있다.

 

아이템을 모으고 장비를 만들어서 탈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제작'이다. 제한된 재료를 활용해서 최적의 도구를 만드는 것이 '브레스엣지'의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주에도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고, 혹독한 우주를 버틸 수 있도록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어디서나 모든 재료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정 잔해에서만 나오는 자원이 따로 있고, 수집한 자원을 결합하거나 새로운 도구를 스캔해야만 제작할 수 있는 장비들도 정해져 있다. 일단 뭐든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필요 없는 아이템을 주워오면 채워 넣을 인벤토리에 자리만 차지하게 된다. 

 

일단은 베이스캠프인 셔틀을 조금 벗어나야 다양한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 여기에서부터는 자원수집을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 소행성이나 캐비닛을 부술 때 필요한 '손뚝딱이', 각종 금속을 추출하는 '잡잡이', 또 고무나 천 같은 재료를 수집할 때 필요한 '전지가위' 등은 인벤토리에 항상 지참하고 다녀야 한다.

 

'브레스엣지'는 막연히 우주 공간에 플레이어를 던져놓고 '뭐 일단 만들어봐요'라고 말하진 않는다. 때가 되면 임무를 던져주며, 특정 물건을 만들거나 목표 지점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플레이어는 이 퀘스트 목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구를 만들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특정 재료가 정말 보이지 않는다면 '오줌가챠'를 써보는 방법도 있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브레스엣지' 에서는 볼일을 보면 무작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장비가 갖춰지면, 목표지점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산소를 충전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거점은 우주에 떠돌고 있는 파편에서 찾을 수 있고, 아이템을 제작해서 우주 공간에 띄워놓을 수도 있다. 

 

물론 소모성 아이템을 사용하면 산소를 채울 수 있지만, 2분도 채 안 되는 산소용량이 짧다는 것을 금방 느끼게 된다. 셔틀과 우주 공간을 왔다 갔다 반복하다 보면 상당히 귀찮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다른 건 둘째치고 초반에는 이 산소의 용량을 먼저 늘리는 것이 좋다.

 

산소 용량이 확보되면 우주를 유영할 수 있는 바이크를 만들고, 곳곳에 산소 충전기를 띄워놓으면서 차근차근 목표지점으로 도달하면 된다. 설명은 간결하지만, 여기엔 많은 시간과 '와리가리' 혹은 '똥개훈련'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브레스엣지'에서 좋았던 부분은 우주를 실감 나게 표현한 것이다. 함선의 잔해, 유머로 가득 채운 각종 오브젝트를 살펴보는 것도 좋았지만, 막연한 느낌의 우주와 답답함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우주를 소재로 한 게임에서 느꼈던 '공포' 혹은 '미스터리'와 다르게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무한함'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파밍'에서 오는 지루함과 귀찮음, 그리고 거점에서 거점으로 아이템을 옮길 때의 불합리함은 짜증이 나긴 한다. 이를 달래주기 위해 게임 곳곳에 나름 유쾌하다고 생각되는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서로의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거슬리는 소리와 텍스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래도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우주라는 공간을 과장 없이 보여주면서, 암울할 수 있는 내용을 유쾌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한 부분은 확실히 느껴진다. 게임이 제시하는 코드만 제대로 맞는다면 '우주에서 생존하기'와 '우주식 병맛' 코드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에 맞출 자신이 있다면 '브레스엣지'가 그려낸 우주를 한 번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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