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너무 성의없는 로그라이크 Block Dungeon 리뷰
[PC] 너무 성의없는 로그라이크 Block Dungeon 리뷰
  • 김민진
  • 승인 2021.03.0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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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이크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꽤 많은 특징이 있지만, 필자가 그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분은 다회차가 필수라는 점이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필연적으로 죽음이 동반된다. 하지만 이 죽음은 게임의 진행에 포함되어 있는 요소로 죽고, 또 죽고, 계속 죽음으로써 캐릭터가 성장하거나, 유저가 성장하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1, 2분 만에 죽어나갔던 내 캐릭터가 죽음을 거듭하면서 강해진다는 점은 다음에는 조금 더 길게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같기 때문에 다음에는 죽음이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이런 사례를 보여주는 최근의 로그라이크 게임으로는 2020년 최다 고티의 영광에 빛나는 액션 로그라이크, 하데스가 있고, 암울한 시물레이션 로그라이크, 다키스트 던전이 있으며 매트로배니아 장르와 로그라이크가 섞인 데드 셀 등이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을 즐겨본 이들은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로그라이크 게임은 약간 하드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다회차가 게임의 일부분이고, 다시 살아날 때마다 아주 조금씩 강해지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어중간한 난이도로는 긴 플레이타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아주 오랜시간 깊이있게 즐기기 좋은 게임장르다. 잘 만든다면 게임성 자체는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뽑기 좋은 장르이며 장르적 특성상 굳이 고화질의 그래픽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에 1인 개발사, 혹은 인디게임에서 선택하기 좋은 장르이기도 하다.

이 리뷰를 진행하기 전까지는 필자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건데, 돌이켜보면 필자는 로그라이크 게임을 굉장히 선호하는 게이머였다. 다키스트 던전으로 로그라이크 장르에 입문한 뒤로 슬레이 더 스파이어, 하데스 등 유사한 장르의 게임을 꽤 오랜시간 아주 재미있게 즐긴 추억이 있다. 특히 하데스는 새로운 게임을 한 달도 채 즐기지 못할 정도로 엉덩이가 가벼운 필자가 무려 2달 가까이 즐겼을만큼 몰입하여 즐겼던 게임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에 대해 로그라이크라면 평타만 쳐도 꽤 준수한 게임이라는 약간의 긍정적인 고정관념이 있다. 그래서 2021219일에 발매된 새로운 로그라이크 게임이 리뷰게임으로 선정되었을 때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필자의 쾌재가 절망으로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219일 발매된 Block Dungeon. 어떤 게임인지, 리뷰를 통해 만나보자.

스토리? 없어. 그냥 벽 부숴.

필자는 게임의 스토리에 목을 메는 스토리충은 아니지만, 그래도 탄탄한 스토리가 있으면 나쁠 것 없고, 대작으로 이름난 게임은 대부분 스토리가 훌륭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최소한의 스토리는 보장되어야만 진정한 게임이라는 약간의 고정관념을 가진 게이머다.(? 이게 스토리충 아닌가?) 여타 게이머들보다는 그래도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에 남들은 스킵하는 텍스트나 이벤트 신을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그런데 Block Dungeon은 지금까지 수많은 게임을 플레이한 필자 입장에서도 유례가 드물 정도로 스토리가 없는 게임이다. 일단 인트로, 오프닝이 없다. 아무리 인디게임이라도 최소한의 배경지식이나 세계관 설명 등은 텍스트로라도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이 게임은 그런 것도 없다. 게임을 켜면 바로 시작화면이 나오고, 여기서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또 바로 게임이 시작되어 버린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족한 실력으로 영어를 읽을 만반의 준비를 다해 놨는데. 영상은 커녕 그 흔한 텍스트 한 줄 보지 못하고 게임이 시작해 버렸다. 인트로는 게임과 유저간의 첫만남이며 게임의 대략적인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아주 단순하게 슈퍼마리오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거의 모든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공주가 쿠파에게 납치되고 마리오와 친구들이 이를 구출하기 위한 모험담을 그리고 있으며 이 커다란 게임 목표가 서두에 인트로를 통해 설명된다. 하지만 Block Dungeon은 이런 과정이 아예 생략되어 있으니 게임의 목표의식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로그라이크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시스템.

전형적인 로그라이크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주인공은 3명의 노인이 있는 어떤 마을에서 시작하고 옆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본격적인 플레이가 시작된다. 계단을 계속 내려가서 최종층에 도달하는 게 이 게임의 목표로 보이며 계단은 숨겨져 있다. Block Dungeon이라는 이름답게 처음 스테이지에 진입하면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다. 이 벽을 부수면 스테이지에 따라 일정량의 골드를 주고, 랜덤으로 보물상자나 적,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문이 숨겨져 있다. 벽이 깨지고 적이 등장했다고 해서 바로 공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적을 피해 다른 벽을 뚫을 수도 있으나, 다음 스테이지로 가기 위해서는 깨진 벽 안에 살아있는 적이 없어야 한다. , 다음 스테이지를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전멸시켜야 하는 적이라는 뜻. 전투는 카드게임처럼 단순 수치 싸움이다. 적과 아군, 모두 공격력과 체력, 아머가 존재하며 공격력은 들고 있는 무기에 따라, 아머는 착용한 방어구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공격력으로 상대의 체력이나 아머를 모두 깎으면 죽는 시스템으로 선공, 후공 개념없이 동시타격이라 아주 단순하게 공격력과 체력이 높으면 전투가 수월해진다. 방어구와 무기는 벽을 부수면서 등장하는 보물상자에서 얻을 수 있지만, 시작하는 마을에서 얻을 수도 있다. 마을에 있는 세 명의 노인 중 두명은 각각 가격에 따라 랜덤으로 등장하는 무기와 방어구를 판매하며 나머지 한 명은 마찬가지로 골드를 대가로 포션을 팔거나 캐릭터의 체력상한을 올려준다. 스테이지를 올라갈수록 벽을 부술 때 얻는 골드의 양이 늘어나며 체력이 소진되면 자동으로 시작마을로 돌아온다. , 진행하면서 돈을 얻고, 돈으로 무기와 방어구를 맞춰 더 깊은 곳으로 진행하는 전형적인 로그라이크 게임인 것이다.

튜토리얼? 없어. 맨땅에 헤딩해라.

로그라이크 게임을 좋아하는 필자는 아마 위에서 상술한 시스템 설명만 들었으면 오 괜찮은 게임인데?’ 라고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전통적인 로그라이크의 그것을 차용해 괜찮지만, 이를 설명하는 부가요소가 너무나도 빈약하다. 처음에 설명했듯이 인트로가 없어 게임의 목표를 알 수가 없을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조작법과 메인인 던전에 대한 설명도 없다. 캐릭터의 이동은 WSAD로 이뤄지는데, 심지어 게임 메인화면에서조차 이 버튼이 적용되어서 밑으로 내리려면 화살표 를 누르는게 아니라 S를 눌러야 한다. WSAD로 게임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대체 어떻게 하라고? 이와 유사한 불친절이 계속 등장한다. 게임 시스템에 대한 부분, 전투에 대한 부분 등 진짜 한 두 줄의 설명만 추가하면 게이머의 시간을 훨씬 아낄 수 있는데, 설명이 없어 맨땅에 헤딩하듯이 몸으로 때워야 한다. 이 험난한 과정을 단순히 게임의 일부라는 말로 포장하기에는 너무나도 조작의 난이도가 낮다.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건 오직 WSAD 와 장비 착용, 포션 사용, 아이템 버리기 뿐. 가뜩이나 조작이 간편해 질리기 쉬운 구조인데다가 그래픽이나 BGM 등이 시선을 잡아끄는 것도 아닌데, 튜토리얼이 없어 뭐가뭔지 모른다면. 굳이 플레이하고 싶을까?

개선의 여지가 너무 많다. ? 칭찬인가?

현재 구현된 게임성 자체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수준이지만, 조금만 개선하면 충분히 좋은 게임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건 필자뿐만 아니라 로그라이크 게임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즐겨본 유저들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일 텐데, 죽으면서 캐릭터가 강해지는 게 눈에 보여야 한다. Block Dungeon에서처럼 단순히 수치로 캐릭터가 강해지는 게 아니라 게임 진행을 보다 원활하게 만드는 다양한 능력을 통해서 말이다. 예를 들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능력이라든지, 아니면 한 번에 문을 찾을 수 있는 능력, 힐링 등등. 개발자가 아닌 입장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개발사는 이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구현하는데 엄청난 효과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단순한 이펙트 몇 개만 추가해주면 될 것 같은데. 게다가 로그라이크는 다회차를 전제하고 있기에 다음 회차 직전까지 가는 과정이 즐거워야 하는데, 너무 반복되는 조작으로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중간 중간 색다른 이벤트나 추가 요소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명백한 킬링타임용인데, 돈 주고 사긴 아깝다.

필자는 Block Dungeon이 얼리엑세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스팀 게임 판매창을 아무리 살펴도 앞서 해보기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 얼리 액세스가 아니라는 뜻인데, 그러면 너무 성의없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성 자체야 전통적인 로그라이크 시스템을 차용했기에 나쁘지 않지만 그것도 전통에 기댄 수준이지, 독특함이나 재미를 주는 정도가 아니다. 워낙 성의가 없는 게임이라 무료라면 한번쯤 플레이해보길 권하겠지만, 돈을 주고 살 정도의 게임은 아닌 것 같다.